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459
■ 458화. 후속작 (5) □ ᓚᘏᗢ
몇몇 사람들은 궁금해 할 것이다. 굳이 차기작을 2차 세계 대전으로 해야 되냐고.
지구의 이야기를 집필하는 건 상관없는데 가장 참혹했던 전쟁 중 하나인 2차 세계 대전을 꼽을 이유가 있냐고 말이다.
사실 별 이유는 없다. 제논 일대기를 처음 썼을 때처럼 내가 쓰고 싶어서 쓰는 거다.
게다가 전쟁은 역사의 정수라는 말이 있듯이, 2차 세계 대전은 지구의 역사에 정점이라 할 수 있다.
과학, 문화, 이념, 사상, 사회 등등. 온갖 것들이 부딪히고 또 부딪히다가 기어코 터져버린 전쟁.
1차 세계 대전까지만 해도 단순히 땅따먹기에 지나지 않았으나 2차 세계 대전은 ‘신념 전쟁’에 가깝다.
3차 세계 대전이 터진다면 모를까, 2차 세계 대전만큼 복합적인 요소가 골고루 섞여있는 전쟁은 거의 없다.
당장 과학만 하더라도 전차, 전투기, 군함 등과 같은 군사 과학이 있는 반면 라디오, 무전기, 레이더, 컴퓨터 등.
그야말로 당대 각 분야의 정수를 한데 끌어모았기에 어떤 세계인지 단번에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게 가장 크지.’
쓰고 싶으니까 쓴다. 제논 일대기도 심심풀이 삼아 쓴 건데 2차 세계 대전이라 해서 다른 건 없다.
특히 지금 조금씩 정보를 풀고 있는데도 사람들이 엄청 기대하고 있지 않은가.
이중에서 제일 눈여겨보는 건 다름아닌 ‘장르’다. 제논 일대기와 달리 2차 세계 대전은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
이때문에 환상 즉, ‘판타지’라는 새로운 분야를 구축했다며 학자들마저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이 세상에서는 판타지로 취급되네.’
지구의 이야기가 이 세계에게 판타지처럼 느껴질 거라 언급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제대로 적중했다.
문화적으로 훨씬 발달된 지구는 판타지라는 개념이 어색하지 않겠지만 여기는 아니다.
판타지의 기원이 될 수 있는 신화마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애당초 마나와 마법이 존재하는데 판타지는 무슨.
꾸준히 얘기했듯이 여기 사람들에게는 마나와 마법이 없는 세상이야 말로 판타지인 셈이다.
[아돌프 히틀러 스타일의 유행. 근엄해 보이는 외모와 독특한 콧수염으로 하여금 큰 인기를 끌고 있다.]그런데 이건 전혀 예상치 못했지. 단순히 초상화만 공개했을 뿐인데 사람들이 따라하고 난리도 아니다.
흔히 칫솔 수염이라 부르는 수염은 히틀러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때문에 후대인들은 코스프레를 제외하면 절대 하지 않는다.
심지어 히틀러는 겉보기에 꽤 정열적인 외모를 가졌으니 초상화만 공개했는데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프롤로그에 언급까지 된데다가 초상화까지 등장했으니 분명 주인공이자 선역일 거라는 추측이 많다.
‘주인공은 맞지.’
선역은 아니지만. 초반부는 미대에 떨어진 입시생의 모습과, 평범한 청년이 패망한 독일을 끌어올리는 과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그 과정 자체만 본다면 가히 ‘영웅’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겠지. 특히 연설에서 가장 큰 감명을 받지 않을까 싶다.
더군다나 프랑스 점령까지만 해도 이 세상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정복 사업’으로 취급될 가능성이 높다.
‘제국주의’ 또한 처음에 등장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복 사업과 똑같지 않나? 라고 했으니.
다만 정복과 제국주의는 약간 다른 것이, 정복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식량’이다.
인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감당해야 식량도 늘어나는데 땅은 한정적이다. 여기에 기근까지 겹친다면?
날고 기는 제국조차 기근 앞에서는 무력하게 무너지기 일쑤이며, 이걸 어떻게든 버티기 위해 정복 사업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이것도 잘 설명해야겠네.’
지구는 마나와 마법은 물론이고 신마저 존재가 불분명하여 과학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걸 통해 식량 문제를 말끔히 해결했다.
받아들이긴 어렵겠지만 고개는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전부 다 판타지처럼 취급될 텐데 뭐가 문제라고.
물론 먼 훗날 인공 질소 비료가 발명된다면 예언서니 뭐니 하면서 떠들겠지만 상관없다.
그때쯤이면 이미 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제논 일대기라면 몰라도 이건 반쯤 예언서가 맞긴 하다.
‘사람들이 콧수염을 다급히 뜯을 때가 기대되네.’
이미지가 위대한 정복 군주에서 인종차별주의자 및 미치광이 학살자로 변한다면, 사람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할까?
또 궁금하다. 이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히틀러는 과연 어떤 사람으로 취급될까?
미래의 사람들은 대부분 악의 화신으로 평가하지만 당대 사람들은 그를 신이라며 추앙했다.
그러니 과거의 시점에서 그는 어떻게 평가될지 궁금하다.
‘수인은 보나마나 욕을 할 게 뻔하고.’
홀로코스트만 묘사해도 수인에게는 발작 버튼을 누르는 거나 마찬가지다. 종족 전쟁 당시 대량 학살을 당했으니 당연하다.
유대인 혐오는 히틀러에게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정체성과 같은 것.
투옥 중에 집필한 ‘나의 투쟁’을 보면 그가 얼마나 유대인을 싫어하는지, 또한 그가 어떤 사상을 지녔는지 알 수 있다.
나는 차기작, 2차 세계 대전 1권에 대한 내용을 적당히 정리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중간중간 신문을 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방학도 슬슬 끝나가기는 한데······’
사실 나에게 겨울 방학이 끝나도 상관없다. 왜냐하면 엘레나와 신디가 회색 사막 원정을 떠났으니까.
이 탓에 아카데미로 가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담당 교수가 홀라당 떠나버린 대학원생과 같다.
원래라면 담당 교수가 대학원생을 데리고 가겠지만 진짜 대학원생도 아니라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
‘아카데미 측에서도 엘레나가 돌아올 때까지 안 와도 된다 했고······’
마리와 리나, 세실리 이렇게 세 명은 정치학에 들어갈 예정이다. 물론 이들도 입장이 입장인지라 큰 의미는 없다.
레오나는 나처럼 역사학에 들어올 예정이었지만 엘레나의 부재로 잠시 미뤄진 상황이다.
대신 다른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학기를 보내면 학점을 인정해준다.
그러니 이번 학기는 거의 기숙사에서만 지내지 않을까, 라고 예상하는 중이다.
‘이번 기회에 인맥도 한 번 다져볼까?’
아카데미는 신입생 환영회를 비롯하여 다양한 행사가 개최된다. 내가 집돌이 기질이 있어서 그렇지, 그동안 많은 행사가 열린 걸로 안다.
전부터 꾸준히 언급했듯이 언제까지고 방에만 틀어박혀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안전하기는 해도 새장 안에 갇힌 새나 다름없는 꼴이니.
무엇보다 2차 세계 대전을 발매했을 때의 반응이 제일 궁금하다. 평론가들의 평가뿐만 아니라 내 주변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졌다.
제논 일대기는 이미 완결되었기에 떡밥 거리도 없는 반면, 2차 세계 대전은 ‘판타지’다.
분명 나조차도 예측하지 못한 질문거리가 쏟아질 터. 작가는 작품에 관련된 질문을 받을 때마다 기쁜 법이다.
‘제논 일대기는 추종하는 느낌이지만 이건 달라. 진짜 작품을 쓰는 거니까.’
제논 일대기는 소위 ‘억빠’에 가까운 분위기가 형성되어서 나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이 많았다.
애당초 이왜진인 연달아 터졌으니 내가 뭐라 할 상황이 안 됐지만.
하지만 이번에 낼 차기작은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다. 예언서고 나발이고 그냥 판타지라는 뜻이다.
물론 루미너스가 예언하기를, 세 드워프가 전차를 끌고 올 거라 했지만 그건 넘어가도록 하자.
덕 중의 덕은 양덕이라고, 드워프가 양덕의 포지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질소 비료만 어떻게든 넘기면 돼.’
허나 질소 비료만큼은 안 된다. 그게 발명되어 효과를 보는 순간 또다시 예언서로 평가될 가능성이 급증한다.
당장 미네르바 제국이 최근에 기근으로 한바탕 뒤집어졌는데 질소 비료가 등장한다?
심지어 현재 리나가 전세계의 연금술사들을 한데 모아 ‘화학’을 재정립한다는 소식이 있다.
다시 말해 질소 비료가 발명되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는 뜻.
‘진짜 발명되어도 내가 말해줬다는 것만 빼면 돼. 오로지 리나의 업적으로 돌리는 편이 나아.’
리나의 입은 매우 무거운 편이니 믿을 수 있다. 나는 잠시 멈추었던 손을 다시 움직였다.
똑똑똑-
[아이작? 칼스 씨로부터 그림이 도착했어.]앞으로의 전개를 노트에다가 정리하는 동안 바깥에서 마리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전에 외주를 신청했던 게 이제 막 도착한 모양이다.
그에 내 옆에 기립해 있던 아델리아는 나와 눈을 한 번 마주치고는 문을 향해 걸어갔다.
끼익-
뒤이어 문을 여니 마리와 그림 한 장을 들고 있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참고로 그림은 볼 수 없게 잘 포장돼 있는 상태다.
아델리아는 그 그림을 받고 난 후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그 사이 마리도 안으로 발을 들였다.
나는 아델리아로부터 그림을 받고 난 후, 포장지를 뜯으면서 마리에게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뭐 하고 있어?”
“뭐 하고 있기는. 바둑이나 두고 있지. 이제는 클라크 시할아버님까지 끼어들었더라.”
“허허······”
바둑의 중독성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세실리와 아르웬은 두말 할 것도 없고 이제는 클라크까지.
이러다가 바둑을 더 두기 위해 화장을 미루는 건 아닐지 심히 걱정된다.
촤악! 촥!
그러는 동안에도 그림을 감싼 포장지를 뜯었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한 장의 그림.
나는 그 그림을 보다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칼스는 시대를 잘못 타고난 화가가 분명하다.
“이번에는 누구 그림이야? 지난번에는 주인공이었는데 이건 다른 사람 같은데?”
“나도 한 번 봐봐. 그러네? 대체 누구야?”
아델리아의 말에 마리도 서둘러 그림을 확인했다. 나는 두 사람의 질문을 듣고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강철의 대원수. 그리고······”
히틀러의 유일무이한 라이벌로 유명한 독재자.
“조지아의 인간 백정.”
그와 동시에 소련의 서기장, 이오시프 스탈린.
* * *
히틀러의 초상화가 공개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너도 나도 스타일을 따라하고 있을 때였다.
[또다른 초상화가 공개되다! 이번에는 전혀 다른 인물로 추정돼······]칼스를 갈아버려······ 아니, 아니. 그에게 적당한 당근을 투여한 끝에 받게 된 초상화를 곧바로 공개했다.
공개된 초상화의 정체는 히틀러의 라이벌이자 훗날 세계를 양분하는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
히틀러는 다소 정열적인 외모를 가졌지만 스탈린은 다소 특이했다.
어떤 때는 인자해 보이면서도 어떤 때는 장군과 같은 과묵한 이미지를 풍기고, 또 어떤 때는 히틀러처럼 열정이 가득 차 보였으니.
이것만 본다면 어떤 인물인지 감을 잡기가 어렵겠지만, 독특하게도 그를 알려주는 정보를 단편적으로나마 알려줬다.
강철의 대원수. 이 칭호 하나만으로 그가 어떤 인물인지 충분히 유추가 가능했다.
적어도 낮은 계급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최상위권에 속하는 계급인 것으로 다들 예측하고 있었다.
특히 이 인물이 소속된 나라가 소련이라는 점이 가장 큰 주목을 끌었다. 소련은 광활한 영토를 보유한 제국이었으니.
하지만 그렇다 해서 결코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조지아의 인간 백정. 이를 보았을 때 무차별한 학살을 저질렀을 것.] [조지아에서 태어난 자가 어떻게 소련의 서기장이 되었나? 출생은 관련이 없는 것인가?]스탈린의 또다른 별명, 조지아의 인간 백정.
본래라면 ‘대숙청’이라는 무시무시한 짓을 저질러 얻게 된 별명이지만 이 세상 사람들은 알 길이 없었다.
대신 별명이 별명이다 보니 다들 스탈린이 잔학무도한 살인마라고 예상하는 중이다.
그걸 제외하더라도 히틀러과 다른 두터운 콧수염 즉, 카이저 수염이 눈길을 끌었다.
더군다나 히틀러의 칫솔 수염은 호불호가 다소 갈렸지만 카이저 수염은 남성미를 뽐내기에 충분했다.
[스탈린의 초상화가 공개된 이후로 발모제의 수요가 상승해······] [따라한다고 따라할 수 있는 스타일인가?]이 때문인지 콧수염을 기르기 위해 발모제의 판매량이 급증하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발발했다.
조지아의 인간 백정이라는 별명으로 인해 좋지 못한 이미지를 얻었지만, 이토록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소련의 영토를 보았을 때 분명 영토 욕심이 엄청난 자일 것. 게다가 히틀러가 태어난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굳이 히틀러와 스탈린의 초상화를 공개한 걸 보면 이 둘은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을 것이다. 아마 라이벌일 가능성이 높아······] [위기에 빠진 나라는 항상 ‘영웅’이 등장하는 법이다. 히틀러는 그런 영웅이 되어 소련을 밀어붙일 것.]아이작의 전작, 제논 일대기의 영향 때문인지 아니면 제국에 대한 반감 때문인지 몰라도 전형적인 왕도물로 생각하고 있다.
흔히 ‘언더도그마’라고 불리는 현상이었으나 사람들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단지 소련의 말도 안 되는 영토에만 집중하고 있을 뿐.
[두 사람 간의 전투가 기대된다. 비극적이어도 낭만이 가득한 전투일 것이며······]피와 강철, 그리고 오로지 비극만 존재하는 독소전쟁.
[마지막에 쓰러지는 건 스탈린의 소련일 것이다.]아이작이 다시 한 번 세계에 독을 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