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466
■ 465화. 입질 (2) □ ᓚᘏᗢ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음모론(?)이 등장하면서 내 정신 또한 아득해졌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주인공처럼 비유했다고 나를 히틀러로 생각하다니.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하지만 당장 히틀러가 악역이다라고 말할 수 없다. 독자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끝까지 존버하기로 마음먹은 부분이다.
그렇다고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히틀러의 악행이 하나둘씩 수면 위로 드러난다면······ 어떤 상황이 터질지 모르겠다.
그때 가서 해명을 해도 과연 사람들이 믿어줄까. 이미 히틀러에게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말 그대로 외통수를 맞은 상황. 이렇게 하자니 문제고 저렇게 하자니 또 문제다.
결국 히틀러의 악행이 보다 더 빨리 드러날 수 있도록 글을 써야 된다는 건데······
‘오스트리아 합병까지는 진짜 영웅이잖아. 씨부럴.’
맥주홀 폭동 이후에 나치당의 집권까지는 일반적인 정치물이다. 그리고 정치가 더럽다는 건 관심없는 사람도 알고 있다.
이 세상은 테르스 왕국에서 발발한 제이로스 혁명 덕분에 정치를 향한 관심이 상당하다.
하루하루 밥 벌어 먹기 바빠서 무관심해질 수밖에 없는 거지, 제이로스 혁명을 통해 평민들도 본인에게 힘이 있다는 걸 인지했다.
그래서인지 테르스 왕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근대 입헌군주제 형식을 띠고 있다.
아무튼 나치당이 정권을 붙잡고, 히틀러가 모든 권력을 갖게 되는 ‘수권법’이 발행되고 나서 진정한 독재가 시작된다.
‘여기서 어? 뭐지? 싶겠지.’
수권법은 이 세상의 사람들, 특히 테르스 왕국민들이 본다면 흠칫할 것이다.
비록 완벽한 성공까지는 아니지만 테르스 왕국은 왕권에 반하여 혁명을 일으킨 전적이 있던 나라.
다시 말해 왕실의 패악질을 직격으로 맞았던 역사를 품고 있으며, 그걸 막기 위해 평민 의회가 등장했다.
또한 수권법 이전에 민주주의에 대한 설명도 포함시킬 예정이라 그들에게 더 큰 충격을 선사할 예정이다.
민주주의를 보고 나서 어? 우리도 이거 한 번 해볼까? 괜찮은 것 같은데? 이런 심리를 가진 상황에서 히틀러의 독재가 시작되는 것이다.
‘근데 오스트리아 합병까지 간다면 뭐······’
사람들의 눈을 가리게 되겠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외교만으로 영토를 늘렸으니까.
심지어 폴란드 침공에 이어 프랑스 점령까지 합친다면 그야말로 역사에 기록될 위대한 ‘전쟁 군주’로 남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외부만 보았을 때의 이야기지, 나치당이 집권하면서부터 무시무시한 정책들이 하나 둘 씩 드러난다.
그 유명한 홀로코스트는 2차 세계 대전 도중에 진행됐으나, 발발 직후에 일어난 ‘T4 작전’이 있다.
‘이때부터 인지하겠지. 아, 히틀러라는 자는 영웅이 아니라 폭군이구나.’
그런데 거기까지 적기까지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는 거다. 이것이 현재 내가 갖고 있는 최대 문제점이다.
전혀 다른 세상이라 설명할 것도 많고, 무엇보다 독일이 아닌 다른 나라의 상황도 보여줘야 됐으니.
참고로 독일 다음으로 설명할 나라는 일본이다. 중일전쟁도 2차 세계 대전에서 은근히 큰 역할을 했으니까.
‘근데 사람들이 개전 이유를 믿을지 모르겠네.’
병사 한 명이 잠깐 똥 싸러 갔는데 그 이유로 전쟁이 터졌다. 약간 과장을 보탰지만 진짜 저게 이유다.
과연 이 개전 이유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뭐 저런 병신 같은 놈들이 다 있나 싶겠지.
문제는 2차 세계 대전 도중에 발생한 병신짓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비상식적인 것들을 까고 보면 전부 고증이라는, 웃지 못할 말도 있지 않는가.
어쨌거나 히틀러의 악행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그전에 어떻게든 밑밥을 하나둘씩 깔아 놓겠지만 이미 눈을 가려놓은 상황이라 알아차리기는 요원한 일.
언론에다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는 주변인들에게 조금씩 알리는 게 나을 것 같다.
“선배······”
“응?”
“선배는 어떻게 이런 세계를 만드신 거예요······?”
우선 할 일부터 해야지. 나는 맞은편에 앉아 질문을 꺼낸 분홍빛 소녀, 체리를 바라봤다.
특유의 암울해 보이는 눈빛은 그대로였으나 미묘하게나마 생기가 돌고 있다.
‘겨울 방학 동안 눈치도 보지 않고 집필을 했다더니······’
나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테이블 위를 힐긋거렸다.
내가 끙끙거리며 설정을 짜는 동안 그녀는 무려 5권이라는 무시무시한 집필 속도를 보여줬다.
본래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타자기가 존재하는 나와 달리 체리는 순수 수작업이다.
물론 나도 제논 일대기를 작성할 때는 열흘에 한 권 꼴로 발매하긴 했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체리의 속도는 무시무시한 수준이다.
‘즐겁게 하는 건 좋은데······’
너무 흠뻑 빠져들었던 것일까. 겨울 방학 이전에 보았던 체리는 오동통한 볼살을 갖고 있었는데 지금은 뺨이 갸름해졌다.
보아하니 집필에만 집중하느라 밥도 거의 먹지 않고 손만 움직인 모양.
안 그래도 풍만한 가슴 때문에 성숙해 보였는데 볼살까지 빠지니 더 어른스럽다.
다만 그녀의 나이가 18세라는 걸 감안한다면 그냥 젖살이 빠진 걸 수도 있다.
나도 1년 전의 여름 방학 이후부터 폭풍 성장을 했지 않은가. 체리는 키 대신 가슴이 커지는 것 같다만 넘어가도록 하자.
당장 그녀의 교복이 숨 막혀 죽기 직전인데 여기서 조금만 힘을 줬다가는 단추가 날아갈 것 같다.
아무튼 잡설은 떨쳐내고-
“나도 그냥 한 번쯤 상상해본 거야. 세상에 마나가 없다면, 그리고 가장 나약한 인간밖에 없었다면 세상은 어떻게 됐을까? 라고.”
체리의 질문에 대답부터 해야겠지. 체리는 내 대답을 듣고 눈을 느릿느릿하게 깜빡거렸다.
저 특유의 습관은 생각을 깊게 할 때마다 나오는 행동이다. 이정도는 다 파악하고 있다.
아마 내 대답을 듣고도 아리송해질 수밖에 없겠지. 그러나 아직은 그녀에게 진실을 밝힐 생각이 없다.
적어도 그녀가 확실히 마음을 다잡는다면, 내 곁으로 조금씩 다가올 용기를 보여준다면 조금씩 알려줄 것이다.
“마나와 마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알겠어요······ 그런데 왜 다른 종족이 아니라 인간만 있는 거예요······?”
“엘프나 마족도 마나와 마법이 없다면 수명이 긴 생명체에 불과해. 수인은 동물적인 본능이 강해서 문명을 차리기 어렵고, 드워프는 신체적인 결함 때문에 다소 부족하지. 결국 인간이 가장 무난해서 결정한 거야.”
“아하······”
납득이 되는지 고개를 끄덕거리는 체리. 주둥이를 턴 거지만 솔직히 내가 들어도 납득이 가는 설명이긴 하다.
실제로 엘프와 마족은 마법을 손발처럼 사용할 수 있기에 개사기 종족이라 하는 거지, 마법이 없다면 인간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수인보다는 아니어도 강한 신체 능력을 가졌으며 비상한 기억력을 지닌 종족일 뿐이지.
반면 너무 긴 수명으로 인해서 ‘고집’이 매우 강하다. 이때문에 인간과 달리 창의성이 뒤떨어지는 편이다.
“그럼 신의 존재를 왜 불분명하게 한 거예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의지할 대상도 없잖아요······”
“대신 그만큼 나약해지지. 그리고 의존할 대상을 만들어 구심점을 만들 거야.”
“······?”
체리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다시 한 번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아마 이해하기 힘들 거다.
지구의 중세 시절, 교회의 세가 매우 강력했을 때 그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생각해보자.
그 유명한 ‘마녀 사냥’부터 시작해서 유럽사에 큰 영향을 끼친 ’30년 전쟁’까지.
문화에 따라 다양한 종교가 등장했으며 서로의 이념이 맞지 않아 개처럼 싸운 역사는 수두룩하다.
반면 이곳은 광신도가 있을지언정 종교끼리 싸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루미너스와 모라가 서로 쌍둥이 남매여서 싸우게 된다면 그들을 욕보이는 거겠지.
‘신들끼리 전쟁을 벌인다면 모르겠지만.’
그건 신화에도 기록되지 않은 거니 넘어가자.
“내 말을 들어도 모르겠지? 그런 모호함을 잘 이용하는 거야. 신의 존재가 불분명하니 그들을 숭배하는 것도 자유고, 욕하는 것도 자유지. 심지어 스스로를 신이라 칭할 수도 있어.”
“······신이 두렵지 않은 건가요······?”
“두려웠으면 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겠지. 하지만 존재 자체가 불분명하니까.”
물론 스스로를 신이라 자칭한 사람들 대부분이 좋은 꼴을 못 봤다. 그 정도는 자부심이 아니라 자만 즉, 교만이었으니.
사실 체리가 꺼낸 의문도 피와 강철에서는 중요하다. 만약 지구에 이 세상처럼 신의 존재가 명확했다면?
히틀러가 세계 정복을 향한 야욕을 드러내는 순간 천벌을 내릴 것이다. 특히 유대인들이 숭배하는 신이 제일 격노하겠지.
하지만 존재 자체가 불분명하기에 히틀러는 독일 패망 이전까지 그 어떤 천벌조차 받지 않는다.
‘신은 확실히 억제기 역할을 하고 있어.’
과거, 세이비어 교국이 폭주했을 때도 말린 존재가 바로 루미너스다. 또한 모라는 핍박을 받던 마족과 다크 엘프를 보듬어줬다.
이처럼 신은 일종의 억제기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발전도 억누르고 있다.
종족 전쟁도 광기가 아닌 각 종족마다 이념 차이 때문에 발생한 거지만, 2차 세계 대전은 오직 한 사람의 광기가 저지른 짓이니.
“으음······ 이해가 안 돼요······”
“이해할 필요는 없어. 신문을 보다시피 환상 즉, 판타지잖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알겠어요······”
“그나저나 이건 출판사로 보내줄까?”
2차 세계 대전은 넘어가고, 체리의 일부터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아까 말했듯이 겨울 방학 동안 그녀가 집필한 원고는 무려 5권에 달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양.
체리도 미리미리 퇴고를 거쳤는지 내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천천히 끄덕거리며 입을 열었다.
“네······ 가져가셔도 괜찮아요.”
“알았어. 궁금한 게 있는데 완결은 언제쯤 돼?”
“아마 2권 안에 끝날 거예요······”
대충 10권 가량 정도 되는 분량이다. 제논 일대기가 미친듯이 많은 거지, 체리의 경우가 정상적인 것이다.
이후로 따로 외전을 낼 거냐고 물으니 진·릴리 외전처럼 후일담에 쓸 거라고.
체리를 만난 게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이고, 그녀의 작품이 등장한 게 그로부터 한 달 후다.
‘이렇게 글을 좋아하는 애를 그냥 지나쳤다면······’
아직도 뇌리에 아른거린다. 지금과 달리 생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나락’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눈빛.
그때 그녀를 무시하고 지나쳤다면 분명 기숙사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겠지.
어쩔 수 없이 사람 한 명 살리는 셈 치고 정체를 밝혔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이건 평생동안 확언할 수 있다.
나는 어느새인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체리를 바라보다가 피식거리며 조용히 말했다.
“이제는 웃을 줄도 아네?”
“네······? 아······”
본인이 웃고 있다는 것도 몰랐는지 화들짝 놀라며 입을 더듬거린다. 다람쥐가 놀란 것 같아 정말 귀엽다.
이전까지만 해도 음침하다는 인상이 강했는데 이제는 아니다. 정말 순수한 의미의 기쁨이 담겨있는 미소다.
나는 부끄러움 때문인지 뺨에 홍조가 인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웃으니 얼마나 보기 좋아.”
“보기······ 좋아요······?”
“응. 보기 좋······”
보기 좋다고 말하자마자 체리가 입꼬리를 쭈욱 올린다. 방금 전과 달리 억지 웃음이라 기괴하게 느껴지는 미소.
설마 내가 보기 좋다고 말해서 저러는 건가. 마음은 기특하다만 솔직히 말해 소름돋는다.
이에 나는 착잡해진 목소리로 조심스레 다그쳤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네······”
“후우······”
과연 체리가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한 번 제대로 망가진 탓에 사회성이 심각할 정도로 떨어지는 그녀다.
그나마 케이트가 그녀와 짝짝꿍이 잘 맞는 편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의미로 사회성이 떨어지는 케이트였으니.
하지만 그녀는 현재 자리를 비운 상황이다. 빠른 시일 내에 돌아온다고 했지만 언제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는 어떻게 해야 될까 고민하다가 문득 하나가 떠올라 그녀에게 질문했다.
“체리. 혹시 너는 동아리 같은 거 안 해?”
“동아리요······?”
“응. 문학 동아리였던가? 그런 거 있지 않아?”
이제 와서 말하지만 헤일로 아카데미에는 동아리가 있다. 내가 관심을 두지 않아서 말하지 않았을 뿐이지.
게다가 엘레나와 신디의 조교 노릇을 하고 있어서 시간도 마땅치 않았다.
어쨌거나 아카데미 내에는 수많은 동아리가 있으며, 그걸 통해 인맥을 꾸리는 경우가 많다.
“예······ 있어요······”
“그런데 한 번 들어가는 게 어때?”
“그런데 들어갈 바에야 한 장의 글을 쓰는 게 더 좋아요······”
“아······ 그래. 그럼 다른 건······”
“전 글을 쓰는 게 더 좋아요······”
“··· ···”
그냥 말을 말아야겠다. 내가 체리의 부모도 아니고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궁금한 건 부분은 하나 있다. 나는 체리의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그럼······ 이성에게 관심 같은 건 없어? 굳이 네가 관심을 주는 게 아니라 남자 쪽에서 관심을 줄 수도 있잖아.”
“아이작 선배님을 제외하면 관심 없어요······”
“어······ 그래. 그럼 나랑 사귀고 싶다는 거니?”
“감히 저 따위가요······?”
“··· ···”
도대체 저 놈의 자존감은 언제쯤 고쳐질 것인가. 케이트가 곁에 있다면 그나마 괜찮을 텐데 혼자 있으니 답이 없다.
“······그래. 생각이 바뀐다면 언제든지 찾아와. 알겠지?”
“네······ 그럼 버리지 않으실 거죠······?”
“허허허.”
차라리 핵융합이 더 나은 것 같다.
이로부터 며칠이 흐르고······
[벌써 모습을 드러낸 피와 강철 3권. 히틀러의 행보는?]급한 마음에 서둘러 피와 강철 3권을 발매했다.
전에 말했다시피 피와 강철 3권은 뮌헨 폭동부터 시작해서 히틀러의 체포까지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히틀러가 실은 짝부랄이었다는 사실이 밝혀······
[설마 제논도 짝부랄인가?]씨발 새끼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