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480
■ 479화. 단결하라 (2) □ ᓚᘏᗢ
드워프는 다른 종족에 비해 존재감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 하나 하나 살펴 보면 기묘한 종족이다.
손재주가 좋아 도구를 잘 만드는 대장장이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는 건 물론, 키가 매우 작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키가 작은 만큼 작은 공간도 쉽게 드나들 수 있으며 이러한 신체적 특징으로 광부에 적합하다.
또한 체격이 작으면 힘 또한 약할 거라는 인식과 달리 근력이 정~말 강한 편에 속한다.
호전적인 수인과 틈만 나면 자기들끼리 치고 박고 싸우는 인간들과 달리 전투에 잘 나서지 않아 생긴 편견이다.
하지만 막상 대장장이가 아닌 전투에 나서는 드워프를 보면 그 생각이 모조리 사라질 것이다.
짜리몽땅한 신체로 인해 대응하기 어려운데다가 밸런스가 잘 잡혀있었으니.
하물며 고블린처럼 작은 종족이 아닌 이상 드워프는 자연스레 하체를 노리는 편이다.
인간이 오우거를 상대할 때 가장 먼저 다리를 집중 공략하듯이 드워프도 비슷한 전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얕보다간 큰코 다치는 종족이지만 종족 특유의 유쾌함과 낙천적인 성격 덕분에 다른 종족과 큰 갈등을 맺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드워프에게도 가장 큰 단점이 하나 있었으니······
[돈만 주면 악마가 사용할 무기도 제작할 종족.] [장인들에게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존심이 있지만 그들에게는 없다.] [다른 건 몰라도 드워프와의 거래만큼은 조심해라. 당신의 등을 처먹진 않아도 대놓고 코를 잘라갈 것이다.]그건 바로 ‘탐욕’이다. 드워프가 탐욕스럽다는 건 전세계 사람들이 인정하고, 드워프 본인들도 잘 알고 있다.
사실 드워프가 처음부터 탐욕스러웠던 건 아니다. 장인의 종족이라고 불렀던만큼 그에 자부심이 굉장했으며 오로지 그것에만 몰두했다.
허나 ‘종족 전쟁’이 발발하고 나서부터 그들의 탐욕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인간 연합이 마족으로부터 마법을 전수받았다고 해도 기본적인 스펙 차이가 심했기에 엘프를 상대하는 건 매우 힘들다.
그래서 인간 연합은 드워프들에게 막대한 돈을 지급하면서 무기를 제공받았다.
기본적인 스펙이 딸린다면 무기라도 좋아야 된다! 그게 아니라면 저 엘프들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인류 연합은 이런 생각을 지닌 채 기사뿐만 아니라 일개 병사들에게도 드워프제 무기를 쥐어줬다.
이뿐만이 아니라 마법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마법 물품을 비롯하여 옷, 장신구, 가장 중요한 철 등등.
지구로 치자면 미국의 ‘무기대여법’을 발동한 셈이다. 차이점이라면 대여가 아니라 완전한 구매였다는 점.
아무튼 마키나는 종족 전쟁을 기점으로 어마어마한 부를 얻었으며 동시에 명성까지 얻었다.
마키나는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지원금을 뻥! 뻥! 뿌렸다. 그 뿌린 돈은 자연스레 드워프들의 제작으로 이어졌다.
[드워프제 무기는 믿을 수 있다!] [드워프가 만든 물품은 그 품질을 100% 보장한다.] [이래도 안 살 거야? 이래도?]그 순환은 300년이 흐른 지금까지 쭈욱 이어졌다. 겉으로 평범해 보이는 물품이어도 드워프제라면 가격이 껑충 뛰었다.
드워프들이 사기를 친다면 모를까, 장인 정신만큼은 확실하다. 결코 그들이 사기를 칠 일은 없다.
그런 장인 정신을 돈으로 살 수 있어서 문제지. 정말 정직하게(?) 장사를 하는 거라 욕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막강한 경제력을 지닌 미네르바 제국조차 마키나의 고객에 지나지 않았다.
드워프들이 만든 물건도 물건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야금술’이었으니. 대장장이의 종족인만큼 금속을 다루는 능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많은 학자들이 드워프들의 야금술은 다른 종족과 비교했을 때 최소 몇 단계 이상 앞서 나가있다고 평가할 정도다.
인간은 아등바등 살고 있지만 드워프를 따라가지 못 하고, 마족과 엘프는 종족 자체가 강한데다가 마법이 존재하여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수인은 문명을 건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술력 자체가 떨어지는 상황.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드워프의 나라, 마키나는 국가가 건국된 이후 단 한 번도 전란에 휩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건국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이 존재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수준. 천성부터가 무언가 만들기를 좋아하니 싸움은 자연스레 멀어져 있다.
그러면 갈라파고스화 되지 않겠냐고? 바로 옆나라 인간들이 드워프제 물품을 잘 평가해주는데 고립될 리가 있나?
이런 기묘하디 기묘한 역사와 종족 특징 덕분에 드워프는 알게 모르게 강한 존재감을 뽐내는 중이다.
가까이서 본다면 손재주가 좋은 종족으로 치부하겠으나 멀리서 본다면 굵직굵직한 사건들에 개입한 종족.
객관적으로 본다면 ‘장인’은 확실하나, 아이러니하게도 장인에게 필수 덕목인 ‘자부심’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종족이다.
이렇다 보니 어느 한 학자가 드워프의 탐욕을 꼬집어 강하게 비판했다.
[우리가 드워프를 죽일 때마다 드워프는 우리가 사용할 무기를 팔 것이다.]마치 강철의 대원수가 했던 말과 비슷한 비판이지만, 드워프의 탐욕을 정직하게 대변한 명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런 기묘한 종족 특징이 거대한 폐해를 낳았다.
“어째서입니까! 어째서 마력 기관차를 제 발명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겁니까!”
마력 기관의 발명자, 에인스는 두터운 손으로 테이블을 내려치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의 얼굴은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얼굴이 시뻘개져 있었으며, 풍성한 갈색 수염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에인스가 얼마나 분노했는지 직접적으로 알 수 있었으며 그의 눈동자 또한 분노로 활활 불타는 중이었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게냐! 속히 낮추거라!”
에인스의 고함에 맞은편에 서 있던 드워프가 인상을 찌푸리며 엄하게 대했다.
곳곳에 그을린 흔적이 묻어있는 에인스와 달리, 관료로 추정되는 드워프는 외알 안경을 착용했으며 매우 말끔했다.
보통 드워프는 천성이 대장장이기도 하지만 그건 종족 전쟁 이전의 이야기.
종족 전쟁에서 ‘돈맛’을 제대로 알아버린 이후로는 앞의 드워프처럼 돈에만 매달리는 부류도 증가했다.
“당연히 알고 있으니 이런 말을 하는 거지! 평소에는 좆도 관심 없더니 갑자기 왜 이러는 건데!”
“감히 왕 앞에서 그런 상스러운 소리를 하는 거요! 입 다물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소!”
“그러니까 이유를 알려달라니까?! 마력 기관을 국가 소유로 한다니 뭔 개소리냐고!”
에인스와 신하가 서로 왁! 왁! 소리치는 와중에도 태평한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건 바로 에인스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드워프 한 명. 하지만 그 드워프는 다른 의미로 독특했다.
드워프 특유의 풍성한 수염은 그렇다 쳐도 몸에 치렁치렁 달고 있는 장신구가 눈에 띠었으니.
손가락마다 휘황찬란한 반지를 끼고 있는 건 물론이고, 수염을 한 땀 한 땀 묶고 있는 장신구조차 금이었다.
왕관은 또 어떠한가. 보통 왕관은 순금으로 제작되기는 하나 이 드워프가 착용한 왕관은 그 범주를 넘어섰다.
왕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다이아몬드였으니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진짜 다이아몬드다.
화룡점정으로 왕관에 박혀있는 보석들. 아이작이 왕관과 그 보석들을 보았다면 이리 평했을 것이다.
보라색 우주 깡패가 손에 끼울 걸 왕관으로 만들었다고. 단지 그 바탕이 다이아몬드라는 게 차이점이다.
“뭐긴 뭐겠나? 그건 네 놈이 발명했을 뿐, 창시자가 아니니까 그렇지.”
마키나의 왕이자 탐욕으로 똘똘 뭉쳐 있는 드워프 그 자체, 부르주 5세가 뭘 묻냐는 듯이 답했다.
종족 전쟁 이후 돈맛을 알아버린 드워프 왕이자 에인스의 발명품을 빼앗으려는 인물.
에인스는 부르즈 5세의 말에 신하와 말싸움을 하던 걸 멈추며 그를 노려봤다.
왕이 앞에 있음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은 얼굴이다.
“창시자가 제논이어서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제논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그럼 우리도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거군. 제논의 아이디어가 없었더라면 마력 기관을 발명하지도 못 했을 테고.”
궤변 중의 궤변이다. 에인스는 순간 눈을 감고 뒷목을 붙잡을 뻔한 걸 간신히 억눌렀다.
에인스뿐만 아니라 아이작도 저 말을 들었다면 진심으로 얼탱이가 터졌을 것이다.
마력 기관, 그러니까 그것의 모토가 되는 증기 기관은 원래라면 자연스레 발명되었을 문물이니까.
애당초 증기 기관의 모토가 되는 양수기마저 발명된 지 오래다. 아이작은 단지 미래 아닌 미래의 지식을 알려줬을 뿐.
허나 문제는 그 발명품이 혁신을 넘어선, 그야말로 세상을 완전히 뒤집어 버릴 발명품이었다는 것.
또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공인’이 증기 기관차를 책으로 보여줬다는 것.
부르주 5세가 종족 전쟁에서 국가 전체를 무기상으로 변화시켜 어마어마 이득을 벌었다는 것.
이외에 여러가지 이유가 존재했지만 결과적으로 ‘욕심’이 났기 때문이다. 에인스의 마력 기관을 갖고 싶어서 소유권 파기를 주장한 것이다.
“개소리하지 마! 제논이 먼저 제안했기에 만든 거라고? 너도 제논 일대기를 봤잖아! 그곳에 나온 증기 기관차의 발명가가 바로 나라고!”
아이작이 들었다면 아, 그건 우연인데라고 할 소리.
“아, 그거? 전에 네가 말했잖나. 너의 제자가 너의 유지를 이어 증기 기관차를 발명했을 거라고. 이제 와서 바꾸는 건가?”
하지만 에인스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도 그걸 철썩같이 믿고 있다. 이걸 보았다면 허허 너털웃음을 흘렸겠지.
“그 미래는 이제 없어졌으니까! 난 단지 정당한 소유권을 받고 싶을 뿐이야!”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너는 마력 기관이 얼마나 큰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 몰라.”
호소와 궤변이 오고 가는 상황에서 부르주 5세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에인스를 타박했다.
“마력 기관은 그 거대한 철덩어리조차 움직이게 만드는 힘. 마력 기관차에만 응용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도 사용할 수 있겠지. 예를 들면 기계라던가.”
“뭐?”
“마법을 사용해야 가동이 가능한 기계들을 마력 기관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거지.”
마키나는 드워프의 나라인만큼 기계공학이 잘 발달된 상황이다. 단지 그것이 ‘이론’으로 정립되지 않아서 그렇지.
기본적으로 손재주가 좋은데다가 ‘본능’이 충실하다 보니 알아서 뚝딱뚝딱 만드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냉장고, 에어컨을 비롯한 다양한 발명품은 드워프의 손에서 탄생됐지만 잘 살펴보면 엘프의 손길이 탄 경우가 많다.
에어컨을 예를 들어보자. 무더운 날씨 속, 엘프는 더위를 해결하기 위해 냉기 마법을 사용하는 편이다.
드워프는 그걸 보며 저걸 기계에 넣으면 어떨까? 라고 생각하고, 엘프로부터 마법 공식을 갖고 와 접목시킨다.
이런 기형적인 과정 끝에 기계공학은 발달되어도 정작 물리학은 엘프에게 의존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동력만 있다면 무언가를 대체할 수 있는 힘. 이것만 해도 어마어한 부를 쌓을 수 있어. 마법? 귀쟁이랑 뿔쟁이 놈들만 잘 쓸 수 있는 거잖아. 드워프를 포함한 다른 종족은 반드시 필요한 힘이겠지.”
“··· ···”
“게다가 뿔쟁이 놈들이 만드는 물건도 심상치 않아. 특히 그놈들은 마법이 있어서 더 쉽게 제작하겠지. 우리가 독점하던 시장을 전부 빼앗길 수 있다는 거고.”
탐욕스러운 성격과 그에 준하는 통찰력. 실제로 헬리움이 내건 물품들은 드워프에 비해서 전혀 꿇리지 않았다.
드워프가 만든 물건이 하드웨어가 강력하다면 마족은 마법 덕분에 소프트웨어가 강했으니.
만약 헬리움이 꾸준히 고립돼 있었다면 세계 시장은 마키나의 차지였을 테지만, 헬리움이라는 강력한 국가가 등장한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
때마침 에인스의 마력 기관도 발명됐겠다, 그걸 빌미로 나라 전체를 거대한 ‘공장’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소유권을 강탈하려는 이유도 마력 기관을 남발하여 곳곳에 배치하기 위함이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해. 대신 역사의 한 페이지에 네 이름을 장식할 수 있을 거야.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건 물론이고.”
“네, 네 놈이······”
에인스는 기가 차서 할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부르주 5세는 치아가 드러나도록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탐욕을 대변하듯이, 그의 치아조차 반짝반짝한 금으로 덧칠돼 있었다.
그걸 본 에인스는 간신히 붙들고 있던 이성이 뚝- 하고 끊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 쓰러져 가는 드워프들이 몇인지 알고나 있어!? 대체 얼마나 더 많은 동족을 갈아넣을 셈이야!”
에인스의 외침처럼 현재 마키나는 상당히 기형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다. 우선 마키나는 ‘자본주의’와 가장 가까운 사회다.
300년 전 돈맛을 제대로 알아버린 이후 돈에 대한 갈망이 강해졌으며, 어느 순간 재력이 권력을 뛰어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부르주 5세가 왕권을 유지할 수 있던 이유는 국가 전체가 ‘무기상’이 되어 인간 연합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왕실이 가장 큰 돈을 벌었으며 재력이 권력이 된 시점에서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 속에는 커다란 부작용을 낳기도 했는데, 바로 ‘노동자’ 계층이 등장했다는 것.
원래 노동자라는 말은 산업 혁명 이후에나 줄곧 쓰이는 단어지만 드워프의 종족 특징이 안 좋은 쪽으로 쏠렸다.
“당장 무기만 제작하느라 쓰러져 가는 동족만 해도 한 수레나 돼!”
드워프 개인을 노동자가 아니라 하나의 ‘공장’으로 취급하기 시작했으며.
“여기서 고혈을 더 빨아먹겠다고?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럼 자네는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는 건가? 지금도 우리의 무기가 부족해서 고군분투하는 지역이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몬스터’의 존재로 인해 그 공장을 멈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