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488
■ 487화. 크고 아름다운 (2) □ ᓚᘏᗢ
피와 강철 9권은 소련의 대숙청 발발과 스탈린의 절대권력, 그리고 중일전쟁 발발에 대해 보여줄 예정이다.
똥 싸러 간 병사를 실종 신고한 거? 그건 군대스럽다는 걸로 적절히 포장해서 넘길 수 있다.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군대를 희화화하지는 않을 테지만 일본군이 워낙 머저리 같았어야지.
그러나 그들은 머저리 같았을 뿐이지 멍청이는 아니다. 조선과 중국을 보아라. 그 놈의 문화 때문에 일본한테 잡아먹혔지 않은가.
어쨌거나 중일전쟁은 그런 식으로 묘사할 예정이나 끝은 절대 아니다. 시간도 널널하겠다, 또다시 독일의 관점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번에 칼즈로부터 받은 삽화가 마지막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장에서 생산 중인 전차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히틀러와 구데리안을.
원래 이 둘의 만남은 진작에 묘사돼 있어야 하지만 넣을 기회가 거의 없었고 언급으로만 지나갔다.
하지만 슬슬 전쟁을 준비할 시기이니 등장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히틀러가 전쟁 준비를 하고 있구나라고 직감할 테니.
‘그렇다고 무턱대고 전차만 생산하면 뭔가 이상해.’
최초로 전차가 등장한 시기는 1차 세계 대전 후반부터다. 그때 기록을 보면 전차는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웬 거대한 철덩어리가 굴러다니고 기관총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데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지.
1차 세계 대전에서 독일이 패배한 이유는 미군의 참전 때문이었으나 전차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초의 전차였던만큼 툭하면 퍼지기 일쑤고 수류탄에도 터지는 등. 기관총 이상의 방어력은 상정하지 않아 펑펑 터져나갔다.
‘바꿔말하자면 그만큼 참호와 기관총이 괴랄했다는 거니까.’
그래서 나는 히틀러의 악몽을 통해 1차 세계 대전을 묘사할 계획이다.
참호 안에서의 끔찍한 생활과 툭하면 머리 위로 쏟아지는 포격. 상대방 쪽에서 불을 뿜는 기관총과 쓰러져 가는 전우들.
악몽으로 1차 세계 대전을 묘사하는 건 그리 개연성에 어긋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 현실의 히틀러도 악몽을 꿨을 것이다.
히틀러는 병사였기에 참호전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고 있으며 전차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감하던 사람 중 한 명이다.
‘참호전의 끔찍함을 누구보다 알고 있어서 혁신을 일으킬 수 있었지.’
재미있는 점은 만슈타인은 히틀러가 군부를 장악하느라 발생한 사건 때문에 좌천됐다는 점.
이후로 우연히 히틀러와 인연을 가져 ‘낫질 작전’을 채택했으며 그 일로 프랑스가 ‘6주’ 당해버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히틀러는 말 그대로 독일을 구원해주기 위해 하늘에서 보내준 인물 같았겠지.
실제로 독일 국민들은 프랑스를 점령한 히틀러에게 광신도에 가까운 호응을 보냈다.
‘그전에 수정의 밤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네.’
수정의 밤은 1938년 말에 터진 사건으로, 홀로코스트의 분수령이 된 사건이다. 동시에 괴벨스의 무시무시한 선동 능력도 보여줬다.
그렇지 않아도 ‘유대인은 위험하다’라는 인식이 지천에 깔려있는 분위기 속에서 터진 거라 더욱 좋지 못했다.
‘생각해 보면 1938년에 별의별 사건들이 다 터졌구나.’
수정의 밤뿐만 아니라 뮌헨 협정, 오스트리아 병합 등등. 수많은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했다.
바로 1년 뒤에는 2차 세계 대전의 서막을 알리는 폴란드 침공이 터졌고. 진정한 의미의 전쟁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과연 사람들은 전쟁에서 보여줄 각종 강철 병기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당장 전차만 해도 이게 뭐지? 싶을 것이다.
“이게 기병의 역할을 대신 했단 말이냐?”
“네. 최대 속력으로 따지자면 말과 비슷해요. 방어력도 출중한데다가 공격도 가능한, 말 그대로 움직이는 강철 요새죠. 여기에 대포가 나간다고 보면 돼요.”
“호오······”
아버지는 칼즈가 그린 전차를 보면서 호기심을 드러냈다. 전에도 설명한 적이 있지만 이처럼 그림으로 보는 건 처음이다.
게다가 지금 그림에서 보여주는 건 1호 전차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전차와 많이 다르다.
일단 주포가 생각보다 짧고 빠르기만 하지 방어력이 뒤떨어진다. 기관총 이상의 공격력을 가진 무기에 다 뚫린다.
“움직이는 요새라지만 너무 겉으로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구나. 이것보다 빠르거나 원거리 공격에는 많이 취약할 것 같은데.”
“맞아요. 무적의 요새처럼 보여도 많은 단점을 안고 있죠. 하지만 전차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요. 아버지도 화살을 맨몸으로 들이박진 않잖아요?”
“박는다만.”
“··· ···”
저러니 할 말이 없어지네. 아버지 기준으로 말하면 안 되려나.
아버지는 내가 눈을 깜빡이며 황당한 표정을 짓자 피식거리셨다.
“다른 사람은 힘들겠지. 네 말대로 이런 병기가 있다면 전진하기 매우 쉬울 게다. 특히 공성전에서 큰 효과를 볼 것 같구나.”
“······네. 뭐, 그렇죠.”
공성전은 없지만. 2차 세계 대전은 공성전이 아니라 도시 자체가 하나의 성이 되어 방어전을 펼쳤다.
“그런데 강철로 만들었다지만 기동력을 상실하면 그냥 쇳덩어리지 않아?”
내가 떨떠름히 대답하는 동안 아델리아가 손가락으로 그림을 가리키며 질문을 날렸다.
그녀의 손가락이 향한 곳은 다름아닌 바퀴 즉, 무한궤도였다. 전차의 상징이자 험난한 지형을 통과할 수 있도록 발명된 바퀴.
뒤이어 그녀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경악할만한 공략법을 내놓았다.
“여기를 공략하면 쉬울 것 같은데? 그러면 기동성이 완전히 없어질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측면으로 달려가서 검으로 베는 거지. 그러면 되지 않을까?”
“······누나. 다시 말하지만 내가 살던 곳은 마나도 마법도 없어.”
연금술사 만화의 중년간지 대총통이 할 법한 공략법이다. 총탄은 전부 검으로 다 튕겨내고 포탄은 반으로 가르던 괴수.
심지어 아델리아 말처럼 전차의 무한궤도를 칼로 베어 기동력을 상실시켰다. 안에 수류탄을 넣어 파괴한 건 덤이고.
물론 그건 그 캐릭터가 십사기여서 그렇지, 그걸 실제로 행할 기사는 소수에 불과하다.
일반 기사는 총탄을 일일이 튕겨내기는커녕 접근하기도 전에 벌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버지는 예외다. 아버지라면 그냥 다 버티고 도끼로 한 대 내려치겠지. 드래곤의 공격마저 버텼다는데 기관총 정도야.
“그래도 이게 끊어지면 기동력을 상실하는 건 맞아. 수리는 가능해도 그 전에 움직이는 건 불가능하지.”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많구나. 확실히 기존의 상식으로 생각하면 안 되겠어.”
아델리아가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옆에서 아버지가 평가를 내렸다.
“그렇지만 메리트가 어마어마하구나. 특히 ‘기사’가 아니라 ‘병사’가 가동시킬 수 있다는 게 커. 단순한 병사들이 움직이는 요새를 가동한다는 것부터 말이 안 돼.”
“과학의 장점이죠.”
생산은 더럽게 어렵지만 운용 자체는 조금만 교육 받으면 가능하다. 인구가 곧 군사력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전에 ‘총’이 발명되는 순간부터 기사무용론이 점차 부상하게 될 것이다. 총은 누구나 쓸 수 있는 만병지왕이니.
물론 기사가 쓸모없어질 가능성은 현격히 낮다. 마나는 그 잠재력부터 무궁무진하니까.
“그래도 궁금하긴 하네요. 전차와 기사가 싸우면 누가 이길지. 아, 그렇다고 제가 전쟁을 원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적어도 네가 살아있을 때 전쟁이 터지진 않을게다.”
“그렇죠?”
전쟁은 터지지 않을 것이다.
[마키나의 ‘공장’들의 시위.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시위를 주체하는 인물들은 제지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드워프들. 그들은 제논 일대기부터 이어진 고된 노동으로 혹사를 당했으며······]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위가 터질 뿐이지.
* * *
‘산업 혁명’이 터지지 않은 이 세상은 대부분의 작업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무기부터 시작해서 생활에 쓰이는 기본 물품들까지.
하지만 이 물품들이 부족할 일은 거의 없었다. 전에 말했다시피 장인의 종족, 드워프가 ‘대량 생산’하고 있었으니까.
마키나에서도 드워프의 막강한 제조 능력을 활용하여 막대한 부를 벌어들였으며, 종족 전쟁 당시가 최대의 호황기였다.
하지만 그로 인해 탐욕을 입에 물었으며 드워프와 돈 거래를 하면 안 된다는 등. 여러모로 좋지 못한 인식이 널리 퍼졌다.
무엇보다 공공의 장인, 그러니까 공장들이 받는 고통은 두말 할 필요도 없었다.
욕은 욕대로 먹지, 혹사는 혹사대로 당하지. 임금도 제대로 받은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허나 이때까지 별 탈 없이 버텼다. 드워프는 기본적으로 인간보다 체력이 좋은데다가 피로를 금방 회복시킬 수 있었으니.
공장으로서 혹독하게 굴려져도 불만을 가질지언정 꿋꿋하게 버텼다.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우리에게 시간을 달라!”
“시원한 맥주처럼 달콤한 휴식을! 따뜻한 소세지 같이 따뜻한 숙소를!”
“제논 일대기를 통해 마족은 구원받았다. 헌데 어째서 우리들은 더 고통받아야 하는가!”
이제는 아니다. 유쾌한 성정을 지닌 드워프라 해도 참을 수 있는 한계점이 있는 법.
그 한계점을 뚫어버릴 ‘뻔’한 적은 매우 많았으나 지금처럼 뚫어버린 적은 역사적으로 한 번도 없었다.
“이 손을 보아라! 하루종일 종이를 만드느라 피부가 다 벗겨졌어! 이걸로 어떻게 맥주를 마시라는 거야!”
“하도 종이에 베이다 보니 이제는 감염까지 됐다! 내 손가락을 봐! 이게 정상으로 보여?!”
시위에 나선 드워프들이 광장에 모여 거센 항의를 하고 있다. 대부분 얼굴에 짙은 피로가 새겨져 있었으며 두 손은 엉망에 가까웠다.
그들은 종이를 만드는 작업 즉, ‘제지술’에 몸 담고 있는 드워프 공장들이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재료가 무엇인가 묻는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종이’라고 답할 것이다.
제논 일대기부터 시작해서 피와 강철까지 이어지는 아이작의 작품. 이 작품들이 전세계에 영향을 끼치면서 자연스레 종이의 생산량이 폭증했다.
사실 제논 일대기까지는 어찌 저찌 버티는 게 가능했다. 인력이 부족하다면 다른 곳에서 가져와 투입하면 그만이었으니.
효율을 위해 에인스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자들이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기술 덕택에 책이 매진되어 구매할 수 없는 사태가 줄어들었으며 전세계로 유통이 가능했다.
“하루에 8시간은 자게 해달라! 우리는 단지 잠을 자고 싶을 뿐이다!”
“아이가 과로로 쓰러진다는 게 말이 돼?! 자라나는 꿈나무마저 노예로 키울 작정이냐!”
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드워프 공장들의 희생이 존재했다.
제논 일대기와 피와 강철은 아이작과 머스크에게 막대한 부를 선사했지만, 국가적으로 이득을 본 곳은 마키나다.
어째서 미네르바 제국이 아닌 마키나였냐면 아까 말했듯이 ‘종이’ 때문이다. 원자재를 대량 생산할만한 곳이 마키나밖에 없다.
사실 알븐하임도 마법을 통해 종이를 대량 생산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특유의 꼰대 기질이 발동해 굳이? 라며 하지 않았다.
헬리움은 조금 다른 이유인데, 종이를 대량 생산할만큼의 세세한 마법은 불가능했다. 여지껏 고립된 탓에 기초적인 학문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종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국가는 단 한 곳, 마키나밖에 없었으며 마키나도 그걸 잘 인지하고 있었다.
그 결과로 드워프 공장들을 말 그대로 갈아넣은 결과, 참다 못해 드워프 공장들이 광장으로 뛰쳐나온 것이다.
“그 빌어먹을 제논 탓을 할 거면 해 봐! 마족은 구했으면서 우리는 왜 안 된다는 거야? 종족 차별하는 거냐!”
“대지의 어머니가 가만두지 않을 거다! 우리는 그저 안락한 삶을 원할 뿐이라고!”
마키나도 바보가 아닌지라 이런 사태를 예견하지 못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제논 즉, 아이작을 들먹이며 진정시켰다.
너네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자그마치 ‘예언서’의 생산이 중단되는데 멈출 거냐? 그러면 드워프라는 종족 전체가 멸시를 받을지도 모르는데?
신권이 강한만큼 신에 대한 두려움도 큰 세상. 드워프 공장은 불만을 속으로 삭히면서 묵묵히 종이를 생산했다.
하지만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 어린 드워프가 과로로 쓰러지고,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해 떠나간 것이 시발점이었다.
심지어 공장주는 어린 드워프에게 보상을 하지도 않고 오히려 모욕까지 퍼부었다. 시위가 안 일어나면 이상한 수준.
이 시위에 대한 마키나의 반응은 몹시 단순했다.
“저 놈들 잡아! 전부 잡아들여서 감옥에 보내!”
“이, 이 자식들이! 커, 커억!”
“으아아악!”
무자비한 탄압과 폭력. 그리고 감옥행이었다.
시위대의 규모는 상당했으나 훈련 받은 군사 앞에는 속수무책. 더욱이 마키나는 자본주의면서도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다.
당연히 ‘왕’의 앞에서는 모든 귀족들이 합동하여 명령을 따른다. 시위대 해산도 그러한 수순을 밟았다.
“사, 살려주십시오! 저는 그저······”
“닥쳐! 감히 공장 주제에 시위를 해?! 너는 처형감이야! 알겠어?!”
시위대는 혼비백산하며 뿔뿔이 흩어졌으며 체포된 사람은 곧장 감옥으로 끌려갔다.
감옥에서 어떤 수모를 당할지는 불 보듯 뻔한 수준. 멀리서 시위를 지켜보던 드워프들은 그런 현실에 참담해 했다.
“······우리가 공장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닌데.”
“그러게 말일세.”
제논 일대기는 마족을 구원했다. 하지만······
“제논이 정녕 구원자가 맞는 건가? 어째서 우리는 더 힘들어지는 거지?”
“이 사람아! 입 조심해. 그러다 끌려가면 어쩌려고?”
전혀 예상치 못한 피해자를 낳았다.
또한······
“에인스! 오늘 광장에서 시위가 터졌다는데 들었냐?”
“당연히 들었지. 조금 있다가 그 사람들을 찾아가려고. 아, 근데 바퀴가 계속 구멍에 빠지는데 어떡하냐?”
혁명의 불씨를 피워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