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490
■ 489화. 오우거 (1) □ ᓚᘏᗢ
전차의 삽화를 세상에 드러냈다. 히틀러와 구데리안이 생산 중인 전차들을 바라보는 그림.
하지만 모두가 생각하는, 기다란 ‘주포’를 단 전차는 아니다. 당시 전차는 참호만 뚫을 수 있다면 그만이었으니 기관총만 탑재했다.
이후로 시간이 흐르고 흘러 전차를 상대해야 되는 전차의 필요성이 증가하여 발전한 것이다.
따라서 그림에서 보여지는 건 1호 전차 즉, 주포가 아닌 기관총만 장착된 전차다.
전차의 효능성은 입증되어도 어디까지나 보병지원에만 국한돼 있었으며 독일군도 딱 거기까지 생각했다.
제대로 된 전차라 부르는 독일의 3호 전차도 마찬가지. 별의별 이유로 인해 개발이 늦어졌고 양산마저 처참한 수준으로 변했다.
만약 독일군이 조금 더 일찍 3호 전차를 개량 및 양산했다면 프랑스는 6주가 아니라 4주 내에 함락됐겠지.
기병대와 이권 다툼을 하느라 발전이 더딘 것도 있고 전차 자체가 새로운 개념인지라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이렇듯 제대로 된 전차가 등장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소요될 예정이다.
내가 알기로는 독소전쟁 때 중형전차 즉, 소련의 T-34가 최초로 실전 배치되는 걸로 안다.
‘3호 전차는 적어도 주포를 달고 있으니 베이스가 될 수는 있겠지.’
사실 전차도 전차지만 가장 무서운 점이 따로 있었으니, 바로 전차마다 장착된 ‘무전기’다.
프랑스 침공에 사용된 독일 전차들은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영-프에 비해 후달렸다. 3호 전차마저 제대로 된 양산이 불가능했고.
그러나 구데리안이 각 전차마다 무전기를 배치하면서 체계적인 전술 시행이 가능해졌다.
본래 10마리의 사자를 지휘하는 양보다 10마리의 양을 지휘하는 사자가 더 강한 법.
프랑스 침공은 통신이 힘의 우열을 어떻게 뒤집을 수 있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움직이는 강철 요새. 저 안에서 화살을 쏠 수만 있다면 어마어마한 병기가 될 것이다.] [저 무거운 철덩어리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막대한 마나가 필요할 것.] [한 번 타고 싶다.]전차의 모습이 등장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평가를 내리는 건 당연하다. 다들 처음 접하는 강철 병기를 보며 여러 의견을 내놓았다.
몇몇은 움직이는 강철 병기라는 것만으로 호평을 내렸고, 몇몇은 너무 느릴 것 같다며 혹평했다.
‘기관총’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아 말을 탄 기사에게 털릴 것 같다니, 돈을 너무 잡아먹을 것 같다니 등등.
많고 많은 의견들이 오고 갔으나 대부분 ‘이건 뭐에 쓰는 물건임?’에 가까웠다.
1권을 발매하기 전에 여러 삽화를 공개했듯이 전차에 대해 무엇 하나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으니 자연스러운 거다.
대신 딱 보아도 육중해 보이는 몸체와 무한궤도를 보면서 각자 그럴 듯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저 길쭉한 건 총구인 것인가? 저 안에서 총을 발사한다면 말 그대로 움직이는 강철 요새일 것이다.] [차라리 대포를 장착하는 게 낫지 않을까.]몇몇 눈썰미가 좋은 평론가들이 재미있는 말을 꺼내기도 했지만.
[바퀴가 매우 독특하다. 구멍에 쉬이 빠지지 않는 구조. 연구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 [험지에서 주로 사용된다면 좋을 것. 질척한 땅이 많은 농사에 매우 유용하다.] [당장 제작해서 시험할 것.]이중에서 단연코 호평 받은 건 바로 ‘무한궤도’였다. 자칫하면 모든 기동성을 잃을 수 있으나 험지를 통과하기에 적합한 바퀴.
이 세상은 석유의 유용성이 알려지지 않아 대부분의 도로가 비포장 상태에 놓여있다.
그나마 마름돌을 이용한 도로가 있어도 비포장도로가 훨씬 많다. 다시 말해 툭하면 마차의 바퀴가 진탕에 빠지기 일쑤다.
여기서 무한궤도를 장착한다면 진흙탕에서도 쉽게 빠져나올 수 있고 농사에도 많이 쓰일 것이다.
‘너도 나도 만들어도 상관없지.’
비록 내가 그림으로 보여줬다지만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제대로 된 물건이 나올 것이다.
철로 된 무한궤도는 가격도 가격인데다가 제작이 힘드니 아마 나무로 된 것만 나오지 않을까.
이것만 하더라도 충분하다. 당장 지금 마차에 달아도 충분히 제 값을 할 것이다.
“부탁이오! 우리에게 전차의 설계도를 전수해주시오!”
“썩어빠진 조국을 구원할 공산주의의 지식도!”
“부디 우리에게 힘을 빌려주십시오!”
그런데 이 난쟁이들은 또 뭐야. 나는 납작 엎드린 채 애원하는 드워프들을 멍한 얼굴로 쳐다봤다.
짜리몽땅한 체격으로 납작 엎드린 모양새가 조금 웃기긴 했으나 상황은 전혀 웃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3명은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얼굴들이었으니까. 절대 잊을 수 없는 얼굴들이다.
마력 기관의 발명가 에인스와 그의 동료들. 지난 제논 축제 당시 자동차를 이끌고 왔던 그들이 나를 찾은 것이다.
‘갑자기 찾아와서는 이게 뭔······’
나는 황당과 난감이 뒤섞인 심정으로 드워프들을 내려다 봤다. 너무 급작스러운 상황이라 뭘 해야 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우선 이 드워프들이 어떻게 나를 찾아왔냐면 정말 간단하다. 바깥에서 웬 소란이 들리길래 나갔더니 이들이 나를 찾고 있었다.
그것도 제논 축제 당시 끌고 왔던 마력차를 탄 채로. 무슨 폭주족마냥 어그로란 어그로를 전부 끌고 있더라.
다행히 내가 익히 알고 있던 얼굴들인데다가 때마침 궁금한 것도 있어서 들여보냈다.
그리고 기숙사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납작 엎드리며 애원하더라.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장면처럼.
당최 무슨 일인지 짐작조차 못 했으나 최근 마키나에서 발생한 일을 떠올리니 무언가 잡힐 듯 말 듯했다.
“······일단 세 분 모두 일어나주세요.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으니까.”
나는 그리 말하면서 아델리아에게 눈짓했다. 이에 아델리아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주방으로 향했다.
추레한 행색을 보아하니 마력차를 타고 꽤 급히 달려온 모양이라 먹을 게 필요해 보였다.
마음 같아서는 석탄 때문에 까매진 얼굴들을 씻기고 싶었다만 그건 나중에 하자.
아무튼 내 말에 드워프 삼인방은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석탄 때문에 얼굴이 까매진 건 그렇다 쳐도 다소 초췌해진 인상이다.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러진 않았는데.’
마키나의 마력 기관 국유화 사건도 그렇고, 최근 발생한 시위도 그렇고 뭔가가 있다. 나는 그리 직감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건가요?”
“그건······”
“에인스. 이건 내가 하겠네.”
에인스가 다급한 얼굴로 말하려던 찰나, 대머리가 인상적인 드워프가 손을 뻗으며 제지했다.
보통 드워프는 바이킹마냥 풍성한 머리카락과 수염이 인상적이나 이 드워프는 누구인지 알고 있다.
맨 처음 나를 보았을 때부터 특유의 점잖은 말투로 인사했던 기아스 바르트손.
그는 기침을 하며 기침을 하더니 예의 정중한 태도로 대화의 문을 열었다.
“우선 무례를 끼쳤다는 것부터 사과하겠습니다. 제논 님이 바쁜 몸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저희에게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점,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딱히 바쁜 몸은 아닌데 말이지. 오히려 마키나에서 발발한 시위 덕택에 탱자탱자 놀고 있다.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기아스가 말을 이었다.
“또한 이미 실례를 끼친지 오래지만 정중하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제논 님께서 가진 지식을 우리에게 전수해주십시오. 저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보답을 하겠습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런 말을 하니까 제가 더 당황스럽네요. 마키나와 관련된 일입니까?”
“그렇습니다. 어떤 상황이냐면······”
기아스는 이때다 싶어 마키나의 현황을 전부 알려줬다. 드워프 공장들의 열악한 환경부터 시작하여 최근에 더욱 거세진 탄압까지.
여기에 마력 기관의 국유화 사태까지 터졌다. 말이 국유화지, 사실상 마력 기관의 소유권을 강탈한 거나 마찬가지다.
심지어 그 마력 기관을 이용하여 드워프 공장들을 더욱 몰아넣을 예정이라고. 이건 에인스가 왕으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다.
‘진짜 똑같네?’
산업 혁명 시절 노동자들의 상황과 거의 흡사하다. 심지어 드워프 공장들은 산업 혁명이 터지기 전부터 시작됐다.
드워프 한 명 한 명이 말 그대로 ‘공장’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데다가 종족전쟁 당시 ‘돈맛’을 알아버려 이렇게 된 거라고.
자본주의사회에 가까우면서도 군주제를 유지하는 이유조차 납득이 간다. 무기 판매로 가장 큰 돈을 버는 곳은 국가 즉, 왕이었으니.
무기 판매는 종족전쟁 이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성행하는 장사였기에 돈이 마르지가 않았다.
반면 드워프 공장들이 받는 착취는 날이 가면 갈수록 더욱 심해졌다. 최근 종이 생산에 차질을 빚은 이유도 이때문이라고.
“드워프 소년이 과로로 쓰러지다 못해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해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공장주들은 부품을 갈아치우듯이 다른 드워프 공장을 구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죠. 저희는 더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목소리를 내도 돌아오는 건 군대의 화살이었죠.”
“화살이 날아왔다고요?”
“예. 다행히 화살 끝이 뭉툭한 특수 화살이었으나 눈에 맞고 실명을 하는 사람마저 발생했습니다.”
마키나판 피의 일요일이잖아. 다행히 비살상용 화살에다가 대포도 없었으나 그것만으로 위험하다.
왕은 드워프 장인들을 진짜로 노예 취급하고 있다. 지금쯤 마키나 내에서 드워프 왕을 향한 민심은 바닥을 찍고 있겠지.
그러나 돈이 많은 공장주들은 아니다. 지독한 자본주의사회인 만큼 대부분의 힘과 권한이 공장주들에게 있을 터.
“그런 상황에서 제 절친한 친구, 에인스가 화살은 물론 대포에도 버틸 수 있는 전차를 제작하고 있었습니다.”
“······잠깐만요. 뭘 만들고 있다고요?”
잠깐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결코 쉬이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이에 화들짝 놀라 되물었다.
그러자 기아스는 특유의 진중한 얼굴로 또박또박,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담아 입을 열었다.
“제논 님께서 먼저 공개하신, 전차 말입니다.”
“······?”
미친. 그걸 왜 만들어. 당황을 넘어서서 황당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전차에 대한 정보는 그 어느 곳에서도 발설하지 않았다. 그나마 지인들에게 전생을 밝히면서 흘러가듯이 얘기했으나 자세히는 하지 않았다.
아버지와 아델리아도 전차를 보며 이거 뭐 하는 물건이냐? 라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가.
그런데 에인스가 미리 전차를 발명하고 있다니. 무언가 심히 어긋난 느낌이 든다.
차라리 내가 먼저 전차를 공개하고 이들이 만들겠다고 하면 모를까, 앞뒤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걸 왜 만들고 있었어요? 아니, 그전에 무슨 생각으로?”
“화살 다음으로 날아오는 건 분명 대포일 겁니다. 대포 다음으로 날아올 건 마법이겠죠. 그걸 방어하기 위해 만드는 겁니다. 제논 님이 공개하신 전차도 이런 용도로 사용되지 않습니까?”
“어······”
맞긴 맞다. 마법은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차라는 것 자체부터 수십 톤이 넘는 거대한 쇳덩어리다. 따라서 파이어볼 같은 하위 마법은 뚫기 어려울 터.
하지만 어디까지나 예측에 불과하다. 세실리, 아르웬 이 둘은 최상위 마법사이나 그들이 살상 마법을 사용하는 건 한 번도 못 봤다.
애당초 텔레포트를 제외하면 마법을 사용할 상황이 나오지 않았다.
“그건 잘 모르겠네요. 마법은 상정하지 않아서. 대포도 막을 수 있는지 시험은 해봤어요?”
“자네 시험은 해봤나?”
“당연히 해봤지. 살짝 패이기만 하고 튕겨져 나가더군.”
대답은 기아스가 아닌, 전차 제작자 에인스가 대신했다. 저 정도 장갑이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마법도 막을 수 있을까. 나는 문득 궁금해져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제가 마키나에 대해 잘 모르는데 마키나에는 실력이 뛰어난 마법사가 있나요?”
“우리 마키나는 다른 나라에 비해 무력이 떨어집니다. 마법사도 마찬가지죠. 특히 살상 마법에 특화된 마법사는 거의 전무합니다. 대신 냉장고, 기온 조절 장치, 온수 저장 장치 등. 이런 기계를 제작하는데 능합니다. 에인스 이 친구도 그렇고요.”
“아하.”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드워프는 손재주가 좋은만큼 마법을 ‘기계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냉수를 온수로 바꾸는 마법이 있다고 치자. 드워프는 이 마법을 특정 기계에 탑재하여 똑같은 효과를 누리도록 만들 수 있다.
일반적인 드워프 공장과 달리 진정한 의미의 장인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마키나 내에서도 꽤나 좋은 대우를 받는다고.
대신 마나를 충전하지 않는다면 깡통에 지나지 않으며 이 탓에 대부분 ‘마나석’을 이용하고 있다.
마나석이 배터리 역할을 하는 셈인데 아카데미 숙소 전체에 배치돼 있는 에어컨도 이런 구조다.
그렇다면 이 마나석을 어떻게 충전하느냐? 간단하다.
‘사람을 갈아넣······ 흠흠.’
진짜로 갈아넣는 건 아니고 이것 또한 사람이 대신한다. 만약 마나를 사용할 수 없는 몸이라면 아카데미측에서 마법사를 대신 파견한다.
다시 말해 중앙 통제가 아니라 개개인의 마나에 따라 냉장고와 에어켄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마력 기관 발명 전까지 마나를 생산할 수 있는 수단은 사람밖에 없다. 생산이라 하니 느낌이 뭐 하지만 넘어가도록 하자.
마력 기관이 왜 증기 기관이 아니라 마력 기관이라 칭해지는지 여기서 이유가 나온다.
원래라면 ‘증기력’이 발생하나 에인스의 발명품은 ‘마나’가 발생한다. 그 마나가 동력이 되어 움직이는 것이다.
그야말로 세기의 역작. 석탄만 있다면 마나를 무제한으로 뽑을 수 있다. 훗날 석유도 이처럼 쓰이겠지.
‘대신 큰 물건에만 쓰지 않을까.’
지금 내 앞주머니 속에 고이 잠들어 있는 마법필. 이렇게 작은 건 내 마나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으니 예외다.
어쨌거나 다시 본론으로 넘어와, 나는 기아스에게 질문했다.
“그러면 에인스 씨의 능력을 이용하면 되지 않나요? 굳이 저에게까지 찾아올 필요는 없을 텐데.”
“절대 아닙니다. 그림에서 보여준 바퀴는 저희가 상상할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이걸 보고 깨달았죠. 아! 제논 님께서는 정말 미래에서 온 분이 확실하다!”
“······예?”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가 발명할 전차의 구조를 알 리가 없으며, 마키나를 구원할 공산주의를 알려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
잘 나가다가 갑자기 삼천포로 빠지네. 나는 두 팔을 펼치며 찬양하는 기아스를 멍하니 쳐다봤다.
그러는 사이 아델리아가 쿠키와 음료를 갖고 왔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니 무릎 꿇고 부탁드립니다. 부디 저희에게 전차의 설계도와, 공산주의의 진정한 정수를 알려주십시오. 그러면 저희의 망치와 손을 바치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또다시 넙죽 엎드리며 애원하는 세 드워프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이러다 나중에 비행기도 만드는 건 아니겠지?’
제발 우리 영지에 날아와서 추락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