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499
■ 498화. 철의 혁명 (4) □ ᓚᘏᗢ
몬스터는 크기에 따라 소형, 중형, 대형, 초대형으로 분류된다.
대형까지는 ‘인류’를 기준으로 분류되는 편인데, 간단히 말해 사람보다 작으면 소형이고 비슷하거나 살짝 크면 중형, 3m를 훌쩍 넘으면 대형이다.
그렇다면 인간형 몬스터가 아닌 네 발 달린 짐승은 어떻게 구분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
이 같은 경우는 ‘체고(體高)’를 기준으로 삼는다. 참고로 옆으로 넓은 곤충은 넓이가 기준이다.
이처럼 대형 몬스터까지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규격 외의 존재들 즉, 초대형부터는 큰 의미가 없다.
드래곤부터 시작해 바다의 재앙 크라켄, 걸어다니는 산으로 칭해지는 마운틴 터틀, 회색 사막의 자이언트 샌드웜 등등.
단순히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인류에게 극악의 재앙을 낳는 존재들. 등장했다는 소문만으로도 국가가 크게 긴장해야 된다.
아스카날 사건을 보다시피 미네르바 제국은 드래곤 한 마리를 막느라 어마어마한 국가적 손실을 입었다.
만약 그 자리에 호크가 없었더라면 군단 하나가 모조리 소실되었을 터. 초대형 몬스터는 그만큼 ‘재앙’이라 할 수 있는 존재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건 대부분 오랜 시간 동안 삶을 영위한 탓에 ‘잠’에 빠져드는 일이 많고, 쉽사리 활동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문명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미지의 지역을 개척하는 일이 잦아지고, 그 일로 인해 초대형 몬스터를 깨우기 일쑤다.
아스카날 사건도 그 일환이었으니 각 나라마다 경각심을 가졌으며 히르트의 ‘시험’으로 여기는 중이다.
자연을 파괴하면서 땅을 넓히려는 자, 히르트의 시험을 통과해야 할 지어니.
그 시험에 통과하는 문명은 강력한 자연의 힘을, 그렇지 못한 자는 재앙을 얻을 것이리라.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초대형 몬스터가 있나? 이거 전부 납품한 거 아니었어?] [일단 조용하고 페달이나 밟아! 이러다 더 맞는다!]에인스의 의문이 채 가기도 전에 기아스가 버럭 소리쳤다. 그 대화는 호스를 통해 한다이에게로 전달됐다.
쇠창은 운전석에 꽂혔지만 다행히 깊숙히 박히진 않았다. 깊숙히 박혔다면 에인스가 무사하지 못했겠지.
허나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초대형 몬스터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발명된 공성 무기, 쇠창.
발명 시기 자체는 의외로 종족 전쟁부터다. 마법을 쓸 수 없던 인간은 드워프에게 한 가지 부탁을 건넸다.
성은 대포로 뚫으면 된다. 그러나 마법 장벽은 화력이 아닌 관통력이 필요하다.
그 말 하나로 발명된 게 쇠창이었으며 지금은 몬스터의 두터운 가죽 및 피부를 관통하는 데에 쓰이기 시작했다.
아스카날 사건 당시에도 쇠창이 드래곤에게 자잘한 피해를 주는 동안, 호크가 치명적인 일격을 가격하여 쓰러뜨렸다.
‘저 새끼들 설마 빼돌린 건가?’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빼돌렸다기보다는 공장들을 속였다는 말이 맞겠지.
실제 납품량보다 훨씬 많이 제작하고, 그 일부를 성에 보관했을 것이다. 그것마저 조만간 거래에 사용됐겠지.
예로부터 국가가 떼돈을 벌기에 안성맞춤인 건 무기상이다. 종족전쟁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전통 아닌 전통.
미네르바 제국이 팽창하면 팽창할수록 더 많은 무기가 소모될 테니 미리미리 준비했을 터.
그리고 공장들을 쥐어짜서 제작한 무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공장들을 위해 싸우는 가이스트에게 겨누어졌다.
까앙!
에인스가 페달을 밟는 동안 또다른 쇠창이 옆면부를 강타한다. 다행히 각도가 맞지 않아 관통하지는 않고 그대로 튕겨나갔다.
한다이는 한시름 놓았다는 듯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무조건 통하는 건 아닌 듯하다.
이에 그는 연락용 호스에다 입을 대며 상황을 알려줬다.
“빗나갔어. 걱정하지 마.”
[걱정은 개뿔! 바람 휘는 소리 안쪽까지 들린다! 어서 위치나 말해!]목숨이 왔다 갔다하는 순간이라 그런지 버럭버럭 소리치는 기아스.
한다이는 그의 외침에 서둘러 망원경으로 쇠창의 위치를 파악했다.
쇠창은 하나하나의 가격이 매우 비싼만큼 얼마 없을 테지만, 몰래 빼돌렸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찾았다! 10시 방향 400m!”
[확인했다! 장전!]“발사!”
[발포!]쾅!
시원한 발포음과 함께 쇠창을 발사하는 포, 그러니까 쇠창포가 싸그리 산산조각난다.
덤으로 주변에 모여있던 군인들도 큰 피해를 입어 전열이 망가졌다.
까앙!!
“으윽!”
문제는 다른 쪽. 다른 쇠창이 발사되어 전차의 전면부를 다시 한 번 꿰뚫어버렸다.
제아무리 전차라 해도 차체는 하나. 강력한 방어력이 장점이었던 전차의 장점이 퇴색되는 순간 판도가 뒤바뀌었다.
강력한 전력은 숫적 우위를 의미 없게 만들지만, 상대방에 대응책이 있다면 전황이 달라지는 법.
한다이는 전차 전면부에 꽂힌 두 개의 쇠창에 이를 꽉 깨문 것도 잠시, 서둘러 다른 쇠창포를 확인했다.
“제길…”
그리고 욕지거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놈들은 쇠창포가 통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곧장 전술을 바꿨다.
포탄을 발사하는 건 여전하지만 가장 중요한 전력인 쇠창포에는 이곳저곳 이동시키는 게 아닌가.
기동성을 위해 포란 포에 바퀴를 달아놓아 가능한 일. 저걸 일일이 처리하자니 골치 아프다.
깡!
발포 준비를 마쳤던 쇠창포가 불을 뿜는다. 이번에도 각도가 맞지 않아 옆면을 스쳐지나간다.
보아하니 각도가 90도 가까이 되는 게 아닌 이상 장갑을 뚫진 못 하는 모양.
불행 중 다행이다. 정면에서 발포되는 쇠창만 어떻게든 처리하면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 것 같다.
쾅!
전차의 포신이 거친 불을 뿜으면.
까앙!
쇠창이 날아와 전차를 강타한다. 세 번째 쇠창이 전차 중심에 박혔다.
[아. 젠장! 회전 포탑 고장!]“뭐?!”
최악이다. 한다이는 기아스의 외침을 듣고 기겁했다.
회전 포탑의 가동이 불가능하다면, 결국 차체를 기동할 수밖에 없다.
그리 된다면 원래 쇠창에 관통되지 않는 각도에도 뚫릴 수 있다.
까앙!!
하지만 생각할 시간은 짧았고, 판단은 빨라야 된다. 한다이는 이를 악 깨물며 뒤의 보병들에게 외쳤다.
“현재 전차의 회전 포탑이 고장났다! 전차를 기동할 테니 뒤를 잘 따라와!”
“예, 예!”
“알겠습니다!”
“발사!”
쾅!
이제는 소모전이다. 저쪽이 먼저 쓰러지느냐, 아니면 전차가 기동 불능이 되느냐.
한다이는 발포를 명령하고, 전차 내부의 인원은 그의 명에 따라 서둘러 포를 발사했다.
할 일 없이 페달만 밟고 있던 에인스도 운전대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지휘에 따랐다.
-으아아악! 내 팔!
-모두 정신 차려라! 한 발만! 한 발만 맞추면 돼!
왕궁의 문을 지키는 병사들도 다급한 건 마찬가지였다. 저 강철 괴물을 먼저 쓰러뜨리지 못한다면, 죽는 건 자신들이었으니.
뚫으려는 자들과 막으려는 자들. 한치 앞도 양보할 수 없는 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쪽은······
꽈앙!
“어?”
[머, 멈췄······ 다······] [제길······]막으려는 자들, 즉 병사들이었다. 어떻게든 쇠창포를 부수고 나아가고 있었으나 마지막 한 발.
하나의 쇠창이 하필이면 바퀴를 강타한 탓에 ‘무한궤도’가 손상된 것이다.
무한궤도는 무게 분산에 유용하고 험지를 지나가는데 유용하지만, 끊어지면 기동성을 완전히 상실한다.
병사들이 생전 처음 목격한 전차의 약점을 알 리가 없지만, 가이스트가 탑승한 전차는 초기형.
무한궤도의 노출 면적이 많은 탓에 한 번 가격당하니 그대로 끊어진 것이다.
“······고칠 수는 있냐?”
[공구도 있어. 문제는······]콰앙!
에인스가 채 말을 잇기도 전에 바로 옆에서 포탄이 터진다. 높게 솟아오른 흙먼지가 한다이를 덮쳤다.
한다이는 서둘러 해치를 덮고 안으로 들어섰다. 안쪽은 이미 우울하기 짝이 없는 상황.
에인스는 물론, 기아스와 장전수도 참담한 얼굴이다. 아마 그들도 느꼈을 것이다.
본인들이 너무 자만했다고. 전차를 맹신할 게 아니라 따로 힘을 키워야 됐다고.
“이럴 줄 알았으면 예비분을 더 만드는 건데······!”
에인스가 분하다는 듯이 운전대를 내려치며 울분을 토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를 탓하지 않았다.
최초로 전차를 발명한 사람이 바로 에인스였고, 여기까지 올 수 있던 것도 그 덕분이었으니.
시간만 있었더라면 다른 전차도 제작할 수 있었겠지만, 이거 하나 만드는 데에만 한 달이 소요됐다.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매서운 탄압이 이어지는데 이 이상 질질 끌 수도 없다. 그는 최선을 다했다.
-괴물을 지켜라! 엄폐물로 사용해!
-포탄 발사!
쾅!
뒤를 쫄래쫄래 따라오던 보병들도 이상을 느꼈는지 직접 나서기 시작했다.
전차가 무력화됐다는 걸 깨달은 상대방도 포탄을 마구잡이로 날리는지 사방이 진동한다.
한다이는 사방에서 울리는 진동과 병사들의 외침을 듣다가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야. 에인스. 이 포탑 수동으로 돌아가지?”
“응? 돌아가기야 하지. 그런데 바깥에서 직접······”
“그거면 됐어. 기아스 넌 내가 신호를 주면 그대로 발포해. 알겠냐?”
“어, 어?”
한다이는 친구들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해치를 열었다. 해치를 열자마자 귀가 멀듯한 폭음이 들린다.
이어서 그는 증원이 된 건지 숫자가 더 많아진 왕의 군대를 노려봤다.
탐욕에 눈이 먼 왕의 개들. 오늘 죽더라도 저 놈들의 숫자는 어떻게든 줄여야 된다.
“하, 한다이 님!”
전황이 뒤집어졌다는 걸 직감한 듯, 병사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한다이를 쳐다봤다.
한다이는 그런 병사들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했다가 옆에 포탄이 터지자 다급히 외쳤다.
“너희들은 에인스가 전차를 고칠 때까지 버텨라!”
“하, 한다이 님은······”
“난 이 포탑을 직접 움직일 거다! 이게 깡통이 되도 수십 톤짜리 엄페물이 생긴 거니 겁 먹지 마!”
그리 말하면서 한다이는 해치 밖을 나와 전차 뒷면으로 향했다. 이윽고 포탑의 각진 부분에 두 손을 갖다 대었다.
원래라면 포탑을 수동으로, 그것도 맨손으로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미친 발상이지만······
“흐으읍!”
끼이이익-
인간이 아닌, 선천적으로 근력이 강하며 수십 년간 망치질을 했던 드워프라면 가능한 일이다.
포탑을 억지로 움직이자 한다이의 굵은 두 팔에 실핏줄이 돋아나며 얼굴은 순식간에 빨개졌다.
그러는 사이에도 포탄을 비롯한 온갖 포탄들이 날아오는 상황.
한다이는 머리 위로 쇠창이 스쳐지나가자 움찔했다가 곧바로 외쳤다.
“발사!”
텅!
신호를 위해 손바닥으로 밑바닥을 내려치자.
쾅!
기아스가 지시를 받은 대로 포탄을 발사했다.
-아아아악!
-저 새끼들 아직 안 죽었어! 더 쏴! 더 쏴라고!
가동 중지로 생각됐던 전차가 여전히 화력을 보이자 방심했던 군인들이 허겁지겁 움직였다.
이뿐만이 아니라 전차를 엄폐물로 삼고 있던 보병들도 대응에 나섰다.
몇몇 보병은 석궁을 발사하는 한편, 대부분이 대포를 끌고 와 화력 면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콰앙!
“악!”
“캐슬린!”
숫자가 적어서 문제였을 뿐. 포탄에 적중당한 보병 한 명이 피를 흩뿌리며 바닥에 쓰러진다.
미네르바 제국으로부터 훈련을 받았다지만 이들은 정규군이 아니다. 훈련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크다.
전향한 군인이 있어도 모두를 통솔하기에는 역부족. 전차마저 없었더라면 정면 대결은 꿈에도 못 꿨을 터.
그나마 전차가 존재해서 망정이지,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대단한 수준이다.
썩을대로 썩어도 군대는 군대였으니까. 지금도 일사분란하게 전열을 다듬고 있지 않는가.
“발사!”
쾅!
그래도 전차의 주포는 쉬지 않았다. 한다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포신의 위치를 바꾸고, 신호를 받은 기아스가 발포한다.
전차 하나를 엄폐물로 둔 채 시작된 공방전. 누구의 성이 먼저 부서지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보다시피 드워프는 전투에 적합하지 않은 신체로 근접전보다 이 같은 원거리전을 선호한다.
하지만 말 그대로 선호할 뿐이지, 근접전이 약하다는 건 아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몬스터에게 개털렸겠지.
오우거와 붙어서 이길 수 있는 전사도 있다만 그건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드워프 입장에서는 차라리 그 몬스터를 쉽게 잡는 무기를 발명하는 더 낫다. 가성비가 미치도록 떨어져서 그런 것뿐.
게다가 대포까지 꽝! 꽝! 발포하는 형국인데 돌진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돈을 지불하여 용병 혹은 모험가를 고용하는 게 훨씬 싸고 편하다.
“야! 나 화살받이만 되는 것만 막아줘!”
급박한 상황 속에서 더 이상 안되겠다 싶었는지 에인스가 해치 밖으로 나왔다.
그걸 본 한다이는 놀란 나머지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이내 그가 무슨 생각인지 깨달았다.
그의 손에는 야전 수리가 가능한 공구 키트가 들려있다. 보아하니 위험을 무릅쓰고 무한궤도를 수리하려는 모양이다.
“전위병! 앞에 가서 에인스를 보호해라!”
“예!”
한다이는 그 모습을 보며 보병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와 동시에 방패를 든 보병들이 에인스의 앞을 든든히 보호하기 시작했다.
포탄은 막기 힘들어도 화살 정도는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리라.
문제는······
콰직!
“끄으윽······!”
“크윽!”
저 빌어먹을 놈의 쇠창이다. 각도만 맞다면 전차의 전면부마저 관통하는데 방패는 오죽할까.
제아무리 드워프제 방패라지만 쇠창도 드워프제다. 같은 동지의 물건이 이리 원통할 수가 없다.
한다이는 방패를 넘어 몸을 관통당해 쓰러지는 보병을 보며 이를 악 깨물었다.
곧바로 또다른 보병이 충원되었지만 사실상 고기 방패나 다름없다.
새로운 전법, 새로운 병기, 새로운 전황. 그리고 ‘첫번째 전투’.
무엇 하나 제대로 되지 않고 엉성하다.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과연 이게 맞는 건가 의문이 든다.
전차 덕분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것이 가능했으나 그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너무 얕본 건가?’
콰앙!
한다이는 그런 의문을 품은 채 발포되는 주포를 쳐다봤다. 보병을 꿰뚫었던 쇠창포가 고폭탄에 의해 산산조각난다.
이제 남은 쇠창포는 얼마 남지 않았지만 문제는 충원이다. 보고가 올라갔는지 왕궁 안에서 점점 더 많은 병력, 대포, 그리고 쇠창포가 쏟아져 나왔다.
후퇴도 불가능하다. 에인스가 어떻게든 빠른 시간 내에 무한궤도를 수리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게 언제까지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버텨야겠지.
그래야만 죽더라도 마키나의 공장들을 위해 이 한 몸 바쳤다는 걸 보여줄 수 있으니까.
퍽!
“끄악!”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한다이는 어깨에 화살이 박히자 비명을 지르며 포탑에서 손을 뗐다.
운이 없게도 눈 먼 화살에 맞은 모양이다. 해치 밖으로 나와 무방비 상태였으니 어쩔 수 없는 일.
[야! 한다이! 괜찮······!]까앙!
무슨 일이 발생했다는 걸 눈치챈 기아스가 황급히 상태를 물어보려던 찰나, 쇠창 하나가 빠르게 날아와 옆면부를 강타했다.
비록 관통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에도 충격이 갈 정도의 위력. 조금만 더 강했다면 옆쪽도 뚫렸겠지.
“크윽······”
한다이는 침음성을 흘리며 어떻게든 포탑을 움직였다. 화실이 깊숙히 박힌 어깨에 붉은 선혈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에인스를 보호하던 전위병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고, 사방에는 포격으로 파편들이 솟아오른다.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상황. 한다이는 눈을 부라리며 왕궁을 노려봤다.
‘개잡놈들······’
사고로 약지 손가락을 잃었을 때, 아무런 보상도 없는 걸 보고 울화가 치밀었으나 참았다.
그게 당연한 줄만 알았으니까. 모두가 그랬으니까.
그러나 에인스가 알려준 추악한 진실을 듣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저놈들은 죽어 마땅한 놈들이라고.
만약 여기서 혁명이 실패한다면, 공장들이 받을 고통은 지금보다 몇 배 더 심해지겠지.
손가락이 잘리는 걸 넘어 팔다리가 날아가도 상관없다. 그건 이미 각오한 일이었으니까.
혁명이 실패해 쿠데타로 역사에 기록되어도, 오늘날의 기억과 의지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리라.
가이스트는 원념으로 남아 마키나의 공장들 가슴 속 깊숙히 자리잡고, 다른 형태의 혁명을 탄생시키리라.
그것이 진정한 ‘개혁’이요, ‘파괴’ 뒤에 이어지는 ‘탄생’일지니.
퍽! 퍼벅!
한다이가 주포를 돌리려던 찰나 화살들이 연이어 그의 몸에 꽂히기 시작했다.
팔다리에 하나, 쇄골에 하나, 옆구리에 하나. 수 개의 화살들이 그의 몸을 과녁 삼아 꽂혀간다.
뇌를 강타하는 듯한 고통 속에도 한다이는 포탑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동된 포신.
이윽고 그는 숨을 헐떡였다가 쥐어짜내는 듯이 소리치며 손바닥을 내려친다.
터엉!
“발사!!”
쾅!
신호를 받자마자 불을 뿜으며 상대를 제압하는 전차. 전차의 발은 망가져도 힘은 부서지지 않았다.
한다이는 대포와 쇠창포가 밀집된 지역이 와해된 걸 확인하고 서둘러 손을 움직였다.
비틀-
그러나 화살을 너무 많이 맞아서 그럴까. 몸의 균형이 점점 무너지더니 이내 힘이 쫙 빠진다.
대장간에서 일하던 인내심으로 버티려고 노력했지만 소용 없었다. 이건 정신의 문제가 아니라 육체의 문제였으니.
쿠웅-
그 결과, 한다이가 전차 위로 힘없이 쓰러졌다.
-······다이······
-정신······ 야! 씨······
-포션! 포······ 고 와!
누군가 소리치는 것 같은데 귓가에는 웅웅거리는 소음만 들린다. 보나마나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외침이겠지.
중간중간 포탄이 터지는 소리도 들렸다. 저 소리를 계속 듣다보니 귀가 망가졌던 모양이다.
어디선가 들어본 말에 따르자면 사람은 죽어도 청각은 살아있다고 한다.
부디 귀만 문제였으면 좋겠는데.
“쿨럭!”
한다이는 점점 꺼져가는 의식 속에서 소리없이 웃었다가 기침을 토했다.
입 속에서 붉은 피가 터져나오며 수염을 따뜻하게 적신다. 드워프의 상징이었던 수염이 점점 붉게 물든다.
수염이 붉은색으로 변하는 걸 바라보던 한다이의 눈이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다.
‘불씨를······ 혁명의 불씨를······’
불씨는 아직 피어나지 않았다. 아직 여기서 쓰러져서는 안 되는데.
적어도 실패했는지, 아니면 성공했는지 눈으로 본 후에 죽고 싶다.
허나 제아무리 단련된 전사여도 죽음 앞에서는 무력한 법. 특히 한다이는 평범한 대장장이다.
그렇게 한다이의 눈이 완전히 감기기 직전.
-······아아아아!
-······해! 마키나의······
귓가를 파고드는 누군가의 외침. 아니, 누군가가 아니다.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외쳐야만 하는 목소리’들’.
한다이는 감기기 직전이었던 눈을 억지로 뜨며 소리의 근원지를 쳐다봤다.
공교롭게도 그의 입으로 어느 한 선홍색 액체가 졸졸졸 흘러가고 있다.
-우아아아아아!!
-단결하라! 왕을 무너뜨려라!
한다이의 눈에 들어오는 건 작디작은 불씨가 아니다.
-나아가자! 마키나의 공장들이여!
망치와 곡괭이를 든.
-우라아아아아!
거대한 화마 그 자체였을 뿐.
“··· ···”
됐어. 이거면 된 거야.
한다이는 물밀듯이 쏟아져 오는 군중들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남은 건 저들에게 맡겨도 되겠지. 그럼 이제 눈을······
“잠든 척 하지 말고 어서 깨 이 병신아.”
“······들켰나?”
“에휴. 진짜 뒤지는 줄 알고 놀랐네.”
······감진 못 하고 다시 깨어났다. 한다이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앞을 쳐다봤다.
잔뜩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는 기아스가 시야에 잡혔다.
그의 손에는 작디 작은 포션 한 병이 쥐어져 있었는데, 만일에 대비하여 구비한 물품이다.
아까 입으로 흘러들어가던 액체의 정체가 바로 저것이다. 위기 상황을 거뜬히 넘길 수 있는 상비약.
체력과 기력까지 회복시키니 포탑을 회전시키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수리 끝! 어서 가자고, 친구들!”
때마침 타이밍 좋게 에인스의 야전 수리가 모두 끝났다. 한다이는 끙끙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아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전차 옆으로 수많은 드워프 공장들이 해일처럼 달려간다.
저마다 곡괭이와 망치를 들고, 하나로 단결되어 왕궁으로 돌진하는 중이다.
한다이와 기아스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다가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본업에 들어갔다.
든든한 지원군이 왔을 뿐이지, 혁명은 끝난 게 아니다.
이윽고 기아스가 전차 안으로 들어가고, 한다이가 남은 힘을 쥐어짜내 포탑을 회전시켰다.
왕궁 앞의 군사들은 때아닌 인해전술에 당황했는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하는 중이다.
끼이이이익-
마침내 전차의 포탑이 회전되고.
“발사!”
[발포!]쾅!
괴물은 다시 한 번 우렁차게 포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