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507
■ 506화. 속죄 (3) □ ᓚᘏᗢ
예정에도 없던 고행은 꾸준히 이어졌다.
내가 타이핑을 하면 할수록 주변의 사람들은 점차 붉은색으로 변해갔다.
나를 향한 원망이 더 강해지고 있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타이핑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니까. 신들이 써도 된다고 했으니까. 반응도 엄청 좋았으니까.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무책임했다고? 그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내가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나 무작정 나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나는 예언자가 아니라 스스로 말했고 신들이 어여삐 여겼을지언정 긍정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서로에게 어느 정도 책임을 분배해야 함이 옳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위이잉-
11권의 집필이 순식간에 끝났다. 나는 인쇄된 원고를 곁에 두고는 주위를 다시 둘러봤다.
내 주위에는 몸 곳곳에 붉은 반점이 있는 사람들이 무심하게 걷는 중이다.
맨 처음에 나를 똑바로 쳐다봤을 때가 언제라는 듯, 그들은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지 제 갈 길을 가는 중이다.
아주 가끔, 정말 가끔씩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붉은 반점이 온 몸을 잠식하고 있었다.
‘······어쩌라는 거야.’
세상아 한 번 좆 돼 봐라라는 마인드로 글을 쓴 것도 아니고, 대공황은 언젠가 한 번쯤 터졌을 사건이다.
고행을 겪을 거라는 언질을 한 번이라도 했으면 모를까, 너무 뜬금없이 진행시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써도 된다면서. 매번 확인시켜줬으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저들의 몸에 붉은 반점이 생기는 것처럼, 나 또한 마음 속에 붉은 반점이 생기는 기분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크게 공감되는 명언이자 직접 체험까지 했다. 큰 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된다.
제논 일대기 집필 당시에는 그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으나 이제는 아니다.
내 한 마디 한 마디를 예언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널려있었으며 가이스트는 나에게 조언까지 받았다.
이건 내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마키나에서 혁명이 터진 것은 순전히 내 책임이다.
헌데 대공황은? 이건 아니잖아. 어째서 나에게 책임을 모조리 덮어씌우는 거냐고.
‘내 책이 예언서라서?’
개소리다. 지구의 이야기라지만 나는 분명 가상의 이야기라 강조했으며 따라한 건 그들이다.
가상의 이야기가 거짓이었다고? 내 가족들과 소중한 사람을 제외하면 전생을 알려줄 생각이 추호도 없다.
다시 말해 독자들 입장에서는 정말 가상의 이야기다. 판타지라는 의미다.
모방 범죄가 발생했다고 그 매체를 질책하지 않는 것처럼, 책에서 나온 걸 따라 했을 때 책임은 그 주동자에게 가야 된다.
만일 내가 어쩌라고? 라는 식으로 반응했다면 이 고행은 이해가 간다. 그건 개념을 밥 말아먹은 짓이니까.
하지만 나는 ‘조언’이 필요했을 뿐이지 ‘고행’은 필요 없었다. 서둘러 책을 집필하고 급한 불만 끄기를 원했다.
‘모라님이 어째서? 아니, 히르트 님과 루미너스 님도 허락하신 건가?’
대체 왜? 할 거면 진작에 하지 왜 이제 와서?
제논 일대기 때는 룰루랄라하며 가만히 뒀으면서 이제 와서 이런 식으로 대한다고? 도대체 뭐 때문에?
주변의 사람들처럼 원망이 쌓여 큰 화를 입게 되는 건가? 이거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몹시 간사한 인물이었으니까. 대공황이 일찍 터지긴 해도 피해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나도 알아. 나도 안다고.’
나는 이를 꽉 깨물며 다음 권으로 넘어갔다. 짜증나긴 하지만 이것도 책임이라면 책임이겠지.
11권의 끝은 수정의 밤. 12권은 중일전쟁과 미국의 상황을 묘사할 예정이다.
동시에 끝을 향해 달려가는 스페인 내전까지. 스페인 내전은 온갖 이념들의 격전지라 중간중간 묘사해 놓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국의 상황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툭-
다음 권을 집필하려고 하자 누군가 내 손을 건드리는 느낌이 났다.
아주 찰나의 접촉이었지만 내 손 위에 붉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설마 내가 흩뿌렸던 원망이 업보가 되어 돌아온다는 의미일까.
“진짜······”
대체 왜 이제 와서 이러는 거야. 할 거면 진작에 하던가.
나는 내 손등에 묻은 붉은 반점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잘한다고 어화둥둥했을 때는 언제고 느닷없이 고행이라니. 내 멘탈을 완전히 부술 작정이신 건가.
클라크 할아버지가 예전에 신을 맹신하지 말라고 했던 조언. 설마 이것 때문에 그러셨던 걸까.
‘도대체 뭘 바라시는 거지? 도대체 뭘 깨닫기를 바라시는 거지? 도대체······’
나는 다시 이를 악 깨물었다가 집필로 들어섰다. 지금으로서는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글을 쓰는 게 우선이다.
고행이라고 해도 내 집중력을 끊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공간이 공간인지라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조차 까맣게 잊었다.
툭- 툭- 툭-
하지만 중간중간 집중력이 깨질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자꾸만 내 손을 건드렸으니까.
손뿐만 아니라 팔, 어깨, 심지어 얼굴까지. 하체를 제외하면 안 건드리는 곳이 없었다.
덕분에 내 몸은 붉은 반점 투성이로 변했다. 그들의 원망이 나에게 돌아온다는 뜻이겠지.
위이잉-
그럼에도 내 집필을 멈추기는 무리다. 어느새 12권 마지막 원고가 인쇄되어 나왔다.
나는 그 원고를 곁에 두려고 하다가 멈칫거릴 수밖에 없었다.
누가 건드렸는지는 몰라도, 그 원고에도 붉은 반점이 덕지덕지 묻어있었다.
“······씨.”
욕을 하려다가 가까스로 억눌렀다. 슬슬 선을 넘기 시작한다.
아니지. 선은 진작에 넘고도 남았지. 나는 머리를 거칠게 헤집었다.
잠깐 생각해 보자. 이 반점들이 내 몸을 서서히 잠식한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설마 죽는다는 건가?
아니면 나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칠 거라는 뜻인가? 솔직히 말해 내가 죽을 일은 거의 없다.
내 주변을 지키는 사람만 해도 각 국의 정상급인데다가 강력한 무력까지 갖췄으니.
다시 말해 즉, 이 반점들은 죽음에 가까운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부모님? 아니면 형이랑 니콜 누나? 마리? 아니면······’
모르겠다. 하지만 점점 화가 난다.
이 정도는 알려줄 수 있잖아. 나를 해치려는 자들에게 경고할 수 있잖아.
대공황은 내 책임이 아니라고 신탁을 내려줄 수 있잖아. 내가 쓰는 글을 믿는 건 상관없지만 따라 한 책임은 자기들 거라고 말해줄 수 있잖아.
신이잖아, 신. 황제니 교황이니 뭐니 하는 사람들마저 ‘따위’로 취급할 수 있는 초월자.
도저히 모르겠다. 당최 신들이 뭘 원하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나는 곳곳에 묻은 반점들응 신경질적으로 비볐다가 곧장 집필에 집중했다. 다음은 13권······
덥썩-
13권을 쓰려던 순간, 이제는 아예 접촉 정도가 아니라 도장을 찍듯이 손을 갖다 댄다.
덕분에 내 손등은 붉은 반점으로 가득 채워졌다. 나는 그 자국을 황망하게 쳐다봤다.
뒤이어 황망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방금까지만 해도 갈 길을 가던 하얀 사람들.
이제는 하얀 부분보다 붉은 부분이 더 많아졌다. 나를 원망하는 사람들이 훨씬 증가했다.
“······씨발.”
어쩌라는 거야.
“대체 뭘 원하시는데요.”
이런 건 말로 해도 되잖아.
“저에게 뭘 바라시는데요.”
전처럼 상냥한 투로 교육하듯이 말해주면 되잖아.
“제가 언제 세상을 제 입맛대로 바꾸겠다고 말했어요?”
정말로 만약 그런 거라면.
“미래를 볼 수 있다면서요. 그 미래가 제 작품에 의해 바뀌어도 상관없는 거잖아요.”
제국의 황제 베르트. 테르스 왕국의 국서 프리드리히. 알븐하임의 아르웬 여왕. 마키나의 가이스트 등등.
“어째서 저만 책임을 지라는 거죠?”
이들은 왜 고행을 겪지 않는 건가.
저들도 나와 연결고리를 맺었기에?
내 한 마디로 저들의 운명이 싸그리 변할 수 있어서?
세간에 예언자라 칭해지는 제논이기 때문에?
쾅!
나는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전에 없던 분노와 억울함 때문에 힘이 들어간 탓일까.
우지끈!
세실리가 직접 준비해줬던 책상이 반으로 깔끔히 갈라졌다. 타자기는 물론 가지런히 정돈했던 원고들이 뒤섞인다.
나는 책상이 부서지든 말든 의자를 박차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윽고 나를 무심히 지켜보고 있던 사람 중 아무나 한 명 골라 천천히 다가갔다.
“이게 붉은색이 뭐를 의미하는지 알아요. 제가 쓴 책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저에게 가진 부정적 감정이겠죠. 그리고 제 몸에 묻은 건······”
나는 잠시 말을 삼켰다. 너무 화가 나서 목이 서서히 메이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이 정도로 억울하고, 또 화가 났던 적이 있었던가.
그래. 딱 한 번. 딱 한 번 있었다.
“제 가족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거죠? 그 원망을 저 또한 느낄 수 있도록.”
전생의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셨을 때. 그때는 미친듯이 억울했고 또 분노했다.
내가 뭘 잘못 했길래? 내가 뭘 했길래 우리 부모님을 마음대로 빼앗아가는 거냐.
신들이라는 작자는 왜 사람 하나를 쉽게 망가뜨리는 거냐. 정말로 신이 있긴 한 거냐.
“굳이 이래야 돼요? 제가 정신적으로 무너지기를 원해요? 대체 이딴 게 무슨 소용이냐고요!!”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해서 눈물이 흐른다. 모라를 비롯한 신들이 나에게 무엇을 말하는지 대강 알 것 같다.
내가 책을 쓰면 쓸수록 나를 향한 원망들이 늘어나고, 그 원망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해칠 수 있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순간에 잃어버렸던 적이 있던 나에게는 다시 겪기 싫은 경험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 스스로 절필하거나 손목을 잘랐겠지. 여태까지 내가 버틸 수 있던 건 가족들 덕분이었으니까.
“말로 해도 되잖아! 경솔함과 책임감을 깨우치라고? 그거랑 이게 무슨 상관인데! 최소한 미리 말이라도 하던가!”
여태까지 꾸준히 쌓였던 신들에 대한 호감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다.
클라크 할아버지가 말했던 경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다.
그렇지만······
“제가 영웅이 아니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전 그저 전생의 기억을 빌려서 책만 쓰는 작가라고요, 작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엿이나 먹으라지! 그런 힘을 갖고 있어도 여러분 앞에서 제가 뭘 하겠어요?! 저는 한낱 필멸자에 불과한데!!”
나는 필멸자다. 초월자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
이 세상의 신들은 그리스·로마의 신처럼 막나가지 않고 진심으로 필멸자들을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모욕하는 순간 가차없이 응징한다. 여태까지 천벌을 맞은 사람들은 널리고 널렸다.
“대체 무엇을 원하는 거죠? 제 힘이 무서운 거예요? 그런 거면 제논 일대기부터 그러던가! 아니면 피와 강철만 멈추기를 원하세요? 그러면 진작에 쓰지 말라고 하던가! 이도 저도 아닌데 무작정 책임을 져라? 그럴 거면 대공황이 올 거라고 신탁을 내리던가!”
모순덩어리다. 무엇 하나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
미래를 읽는 신들. 나는 그 미래를 신성력을 대가로 미리 엿볼 수 있다.
그 장면만 보여줘도 될 터인데 이건 너무 가혹하다. 가혹한 것도 가혹한 거지만 짜증나고 억울하다.
“그러니······ 그러니 제발······”
나는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닦으며 울먹거렸다.
평화로웠던 일상이 갈가리 찢길 수도 있다는 두려움.
전생처럼 사랑했던 사람들을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
평범하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다는 허탈감.
갖가지 감정들이 회오리치며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폭발한 느낌이다.
“저에게 맞는 책임을 알려주세요. 지금이라도 쓰지 말라고 하면 안 쓸 테니까. 아무 말이라도 해달라고요.”
명쾌한 답을 줬으면 좋겠다. 전처럼 조언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억지 고행이 아니라 나를 믿어줬으면 좋겠다. 나는 신들을 싫어하지 않고 오히려 좋아했으니.
결코 그들에게 반기를 들 생각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평생동안 서로 화목하게 지내고 싶을 뿐이다.
세상을 지배할 생각도 없다. 나로 인해 세상이 움직일지언정 통제할 계획은 눈곱만큼도 없다.
평범함. 나는 그저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
악마 숭배자가 가끔 나를 위협해도 상관없다. 내 곁에는 든든한 호위들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신이 이런 식으로 압박하는 건······ 너무 무섭다.
환생 이후 다사다난한 사건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숙해졌다지만, 내면의 그릇은 전생과 다를 게 없었다.
“대체 무엇을 걱정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미안해.”
멈추지 않는 눈물을 닦으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을 때, 바로 앞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여자의 아름다운 목소리. 이에 나는 어느새 퉁퉁 부어버린 눈을 힘겹게 뜨며 앞을 쳐다봤다.
어느 한 여인이 미안함이 담긴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주위를 가득 메웠던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으며, 공간 또한 맨 처음 보았던 흰 공간이다.
“······설마 모라님?”
나는 멍하니 중얼거리며 앞의 여인을 쳐다봤다. 이에 여인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세실리처럼 칠흑을 연상시키는 새까만 머리카락. 밤하늘의 은하수를 연상시키는 것처럼 곳곳에 은빛이 일렁인다.
눈동자도 마찬가지. 별을 담은 것마냥 검은색 눈동자에 은빛 별들이 반짝거렸다.
그걸 제외하면 정말 세실리와 판박일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갖고 있는 여인. 굳이 다른 점이 있다면 처진 눈꼬리 정도랄까.
“너를 속이려는 생각은 절대 없었어. 그저 최악의 상황만 막고 싶었을 뿐이었지. 정말 미안해.”
모라는 죄책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다시금 사죄했다. 나는 그 사죄에 서둘러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사죄와는 별개로 내 정신이 극한까지 몰렸던 건 사실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해할 수 없다.
어째서 나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고 했던 건가. 경각심과 책임감은커녕 두려움만 올라갔다.
“······저를 납득시키실 수 있나요?”
“······아니.”
“그러면 왜?”
순순히 인정하는 그녀가 더욱 이상하다. 나는 따지듯이 물었다.
신을 대하는 게 아닌, 사람 대 사람을 대하는 느낌. 나조차도 이게 가능한 일인지 의문스럽다.
내 질문에 모라는 눈치를 살금살금 보더니 이내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말했다.
“······무서웠으니까.”
“······네?”
“네가 혹시라도 잘못되기라도 할까봐 무서웠으니까. 너는 우리의 사랑과 신용을 받는 몸. 너를 향한 원망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우리를 향한 원망도 강해지게 돼.”
겨우 그런 거였나. 풀리지 않던 의문 하나가 해결되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의문은 여전하다. 나는 허탈하다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런 거라면 진작에 말씀하시면 되잖아요.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안 돼.”
“······네?”
모라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곧바로 부정했다. 은하수를 담은 것 같은 칠흑색 머리카락이 우아하게 움직인다.
뒤이어 그녀는 당황한 내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곧이어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
“우리는 너의 미래를 볼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