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513
■ 512화. 면회 (1) □ ᓚᘏᗢ
군대는 별의별 사건사고가 터진다. 고학력자마저 멍청이 내지 얼간이로 만드는 기적의 집단.
이중 가장 유명한 격언이 있는데, 군대에서 일어난 일들 중 대부분은 거짓말 같지만 진짜라는 것.
예를 들어 부대에서 키우던 고양이에게 진 후임이라던가, 심심풀이로 대검을 던졌다가 새가 물고 튀었다던가, 레토나만한 멧돼지와 차가 부딪혔다던가 등등.
온갖 괴악한 사건들이 터져서 의심을 받을 법하지만 대부분 진실인 경우가 많다.
이유는 모른다. 온갖 인간군상이 한데 모여서 그런 거라는 말과 사회도 알고 보면 다양한 일이 일어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원인은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해 즉, 심심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이 발전해도 군대는 환경 자체가 열악하다.
가만히 있어도 스트레스가 겹겹이 쌓이는데 그 스트레스를 푸는 건 한정돼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심심풀이로 이상한 짓을 했다가 사건이 터지는 것이며, 특히 남자라는 동물은 병신 같은 짓이면 함께 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신빙성이 높다.
더구나 군대는 전시 상황이 아닌 이상 일머리와 잔머리를 교묘하게 혼합하는 집단. 그러니까 가라로 돌아간다.
가라로 돌아가는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다양한 인간군상이 모여있는 집단에 ‘명령’을 내리다 보니 각종 사건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명분을 찾기 위해서라면 조작이라도 했을 것. 그런데 왜 굳이 이런 상황을 만들어야 됐는가?] [병사가 변을 보러 갔다는 이유가 필요했는가? 제논이 무리를 둔 것 같다.]병사가 똥을 싸러 간 사이 누군가 실종 신고를 한 탓에 발발한 중일전쟁.
심지어 그 실종 신고를 당한 병사조차 자기 자신을 찾았다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원인이자 일본군의 비범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실 폭넓게 보자면 억지 명분 만들기다. 명분 없이 욕심만으로 전쟁을 일으킨다면 욕이란 욕은 다 처먹을 테니.
그 내막이 범상치 않았을 뿐, 결론적으로 중일전쟁은 언젠가 터졌을 거라는 게 중론이다.
[일본군은 명분이 필요했을 뿐이다. 조금 어이없긴 하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 [총성이라는 명확한 원인이 있었으며 서로 간의 신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평화 속에서 살기에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전선에서 생활하는 군인들은 매우 고된 환경에 놓여있다.]이에 평론가가 아닌 군사 전문가들이 내 편을 들어줬다. 내막이 병신 같아도 억지 명분 만들기는 똑같으니까.
특히 미네르바 제국은 영토가 미친듯이 넓은 탓에 수많은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정세가 불안하던 시절에는 국경 다툼으로 인해 전쟁까지 일어날 뻔했으나 다행히 어찌저찌 넘어갔다.
게다가 국경이 딱- 딱- 나뉘어진 게 아니고 나라마다 기준점이 다르다. 이로 인해 시시때때로 트집을 잡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것이, 현재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라 국경선이 제대로 확립됐다고 할 수 없다.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것도 아니고서야 힘들겠지. 국경 문제는 차차 해결해야 할 문제다.
어쨌거나 복잡한 국경 문제에서 본론으로 돌아와, 전쟁의 원인이 황당할지언정 억지 명분 만들기는 일리가 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억지 명분 만들기라지만 군대를 너무 희화화하는 것이 아닌가? 제논이 이보다 더한 모습을 묘사할까봐 걱정된다.] [그건 아닐 것이다. 마지막 히틀러가 악몽을 꾸었을 때는 전쟁의 위험과 죽음의 공포를 보여줬다. 마지막에 등장한 전차를 보듯이 결코 희화화하지 않을 것이다.] [군대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희화화가 아니라 단순 해프닝으로 취급할 수 없는 건가?]하지만 아버지가 우려했던 것처럼 사람들은 중일전쟁을 보며 걱정했다.
이러다가 군대를 이상하게 표현하는 건 아니냐고. 명예로 죽고 사는 군인들, 그러니까 기사들에게 해가 가는 건 아니냐고.
군인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명예에 죽고 명예에 사는 사람들이다. 유사시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 명예에 매달릴 수밖에 없지.
가끔 명예가 밥 먹여주냐고 하는데, 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진짜로 밥까지 먹여준다.
게다가 이 세상은 몬스터의 존재로 인해 기사는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다.
몬스터를 비롯하여 외세로부터 나라를 지켜주는, 모범적이면서 숭고한 존재.
기사의 명예는 결코 더럽혀져서는 안 되고, 또 더럽히면 안 된다.
사람들은 이 부분을 우려하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다가 내가 직접 군인들의 명예를 더럽힐까봐.
그러나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 형누나가 기사인데 그들의 명예를 모욕하면 내 손으로 내 가족을 버리는 셈이다.
대신 기사는 선택받은 자만 될 수 있는 ‘영웅’이 아니라 ‘인간미’를 물씬 풍기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나는 기사들, 그리고 군인들의 명예를 더럽힐 생각이 없다. 당장 내 형제들이 기사이며 아버지 또한 기사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으며 무엇보다 아버지로부터 말을 들었다.]그래서 해명했다. 여태까지 논란이 일었을 때 입을 꾹 다물었지만 이제는 관망해서는 안 된다.
아버지를 통해 군대는 군대다라는 걸 알았으니 해명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물론 나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둔 거지만 저들이 알 리가 없으니 상관없다.
내가 직접 해명을 한 덕분일까. 사람들은 안도하면서도 저마다 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미네르바 제국군은 전생의 대한민국과 달리 폐쇄적이지 않고 상당히 열려있다. 누구라도 영웅이 될 수 있으니 그럴 수밖에.
다만 열려 있음에도 항상 인력난에 시달린다는 소리를 얼핏 들은 적이 있다.
사람의 목숨은 하나밖에 없는 데다가 전생과 달리 1년 이상 훈련을 받아야 되니까.
이것만으로도 빡세기 그지 없는데 마나를 무기에 담으려면 최소 5년이 소요된다.
어릴 때부터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는 이상 무력을 키우기 어렵다.
‘그래도 해명은 했으니 제국이 알아서 해야지.’
아, 물론 일본군이 머저리라는 건 변치 않으니 그대로 진행할 생각이다.
내가 대한민국 출신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일본군은 진짜로 머저리들의 집합소다. 정상적인 인물이 거의 없다.
반자이 돌격과 카미카제. 이 두 개만 봐도 일본군의 막장스러움을 알 수 있다.
“후우······ 으드드드······”
내가 길게 숨을 내뱉자 새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다가 공중에 흩어진다.
집에 있을 때는 분명 후덥지근한 여름이 다가오는데 여기는 춥다. 그것도 엄청.
아버지가 품위 따위는 집어치고 무조건 껴입으라 했을 때는 그럴 필요까지 있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전생에서 군복무를 했을 때, 최전방의 겨울과 엇비슷할 정도로 춥다. 심지어 초여름인데도!
영지의 겨울도 매서운 편인데 여기는 바람이 조금이라도 불면 살이 베일 것 같다.
“많이 춥지?”
온갖 방한복이란 방한복을 껴입은 나와 달리 간단한 코트 하나만 걸친 아버지가 넌지시 물었다.
저건 아버지가 상남자라서 그런 것도 있으나 마나를 가속시켜서 열을 내는 거다.
왜, 모 해적 만화의 주인공이 쓰는 스킬 있잖은가. 설명을 들으니 그거랑 비슷한 원리라더라.
헌데 아버지는 마실 나가는 것마냥 쉽게 사용하시니 그의 능력을 다시 절감하게 됐다.
“네. 엄청 춥네요. 북부는 1년 내내 이러는 건가요?”
“그런 셈이지. 겨울이 오면 기온이 더 내려가기도 하고. 네가 근무했던 곳은 어땠느냐?”
“체감상으로는 비슷해요. 대신 거기는 눈까지 내려서······”
“아.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
“하하하.”
아버지의 농담 아닌 농담에 내가 약하게 웃었다. 아버지 또한 내가 웃자 작은 미소를 지으셨다.
지금 나와 아버지가 향하는 곳은 다름아닌 네이비 기사단의 기지.
전에 말했던 대로 데이브와 니콜의 면회를 가기 위해서 직접 찾아온 것이다.
기지라고 해서 출입금지인 건 아니다. 기지는 말 그대로 기지지, 임무 구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임무 구역은 이곳으로부터 한참 멀리 떨어진 오지 중의 오지다. 더럽게 추울 뿐이지 있을 건 다 있다.
게다가 아버지가 국경을 대충 정리한 후, 마셜의 활약으로 보급로가 활발해져 물자가 부족할 일도 없었다.
“근데 아버지. 여기로 올 거라고 말은 하고 온 거 맞죠?”
“했지.”
“누구한테 한 건가요?”
“마티우스 후작. 내가 근무할 때는 함께 고생하던 지휘관이었지. 전에 너도 만났다고 들었다만?”
“··· ···”
인맥이 군단장이다. 나는 아버지가 얼마나 뛰어난 기사였는지 다시금 상기할 수 있었다.
대위였던 인맥이 지금은 군단장으로 승진한 건가. 전생에서도 있을 법한 이야기다.
다만 아버지의 명성마저 하늘을 찌를 듯이 높다는 거지. 네이비 기사단이 어떤 상황일지 대충 유추가 간다.
“······조금 시끄럽겠네요.”
“그렇겠지. 기왕 가는 거 사인이라도 해줄 수 있느냐?”
“상관없어요.”
네이비 기사단 근무지는 나와 아버지만 찾아온 상황이다. 아델리아는 휴가 겸 마리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라고 말해놓았다.
누군가 습격을 해도 걱정 없는 것이, 내 옆에는 드래곤마저 때려잡은 아버지가 떡하니 지키고 계신다.
하물며 누가 미쳤다고 이런 추위를 뚫으며 나를 추적하겠나. 이 정도는 안심할 수 있다.
“흠.”
“······아버지?”
“아니. 아니란다.”
그러다 아버지가 잠깐 발을 멈추며 다른 곳을 쳐다보셨다. 마치 거기에 누군가 있다는 듯이.
뒤이어 그는 내 물음에 다시 고개를 돌리고는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아버지가 지그시 바라보던 곳을 바라봤다. 매서운 추위에도 굳건히 버티는 나무들만 보일 뿐,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버지가 그런 쓸데없는 행동을 하실 리는 없으실 테니까.
‘······긴장을 놓으면 안 되겠다.’
나는 마음을 다지며 아버지와 함께 근무지로 나아갔다.
이윽고 근무지에 다다른 순간, 나는 입을 헤- 벌리며 감탄을 내뱉었다.
“······의외로 넓네요? 소수 정예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건 사람이 너무 많이 죽어서 생긴 편견이란다. 인원이 사라지는 것보다 보충되는 속도가 빠르니 전력도 늘어났지. 그 전력을 보좌할 인원들도 필요하고. 듣자하니 보급로가 활성화되면서 리모델링을 거쳤다는구나.”
근무지는 상상 외로 넓었다. 양옆으로 넓게 펼쳐진 바리게이트만 해도 나무가 아닌 돌이다.
흡사 성에 가까운 외양이라고 해야 되나. 근무지 수준이 아니라 마을 하나를 세운 것 같다.
물론 저 안에는 마을이 아니라 네이비 기사단이 기거하는 부대가 있겠지. 나는 기대감을 가지며 숨을 내쉬었다.
새하얀 입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다가 그대로 조용히 흩어진다.
“정지! 신원을······ 어? 호크 대장님?”
정문을 지키고 있던 기사들 중 한 명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다. 뒤의 기사들도 마찬가지.
나는 제복이 아니라 갑옷을 착용 중인 그들을 면밀히 살펴봤다.
갑옷 자체는 무겁기보다는 가벼워 보였다. 색깔은 제복과 비슷한 검은색에 가까운 남색.
대신 혹독한 추위를 버티기 위함인지 갑옷 이음새 부분마다 모피가 달려 있었다.
여러모로 환경을 고려한 듯했는데, 아침보다 밤에 활동할 일이 많은지 어두운 색상이 특징이다.
“오랜만이구나, 릭. 그동안 별일 없었나?”
“아유. 별일 없긴요. 대장님이랑 제논······”
아버지가 릭이라 부른 기사는 너스레를 떨다 말고 시선이 나를 향했다.
아무래도 뒤늦게나마 내가 찾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은 모양. 거물급 인사가 하나도 아닌 둘이나 오는 바람에 잠시 뇌정지가 온 듯했다.
나는 투구의 이음새 사이로 보이는 그의 눈과 똑바로 마주하며 공손히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마이샬 가의 차남, 아이작 듀커르 마이샬이라고 합니다. 북부 지역을 지키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어······ 험. 험. 정말로 제논 님이셨군요.”
내가 인사하자 뇌정지에서 빠져나온 릭이 다급히 상황을 정리했다.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도 무슨 상황인지 눈치챘는지 저마다 술렁이기 시작했다.
전생으로 치자면 유명 연예인이 찾아온 격인가. 조금 다르긴 해도 비슷할 것이다.
“우선 들어가기 전에 몸수색부터 하겠습니다. 이건 제논 님이어도 응하셔야 합니다.”
“몸수색을 해봤자 의미 없을 텐데? 그냥 지나가면 안 돼?”
꽤 친한 사이였는지 아버지가 농담을 건넸다. 그런데 저거 농담이 농담 같지가 않은데.
실제로 아버지는 맨몸으로도 오우거를 패죽일 위인이다. 마나를 사용할 필요도 없이.
릭도 그 점을 알고 있는지 피식 웃으며 농담에 농담으로 받아쳤다.
“대장님이 맨몸으로 저희를 패죽일 수 있다는 건 잘 압니다. 그래도 무기가 없어야 인력 손실이 덜 나지 않겠습니까?”
“하하. 못 본 사이에 말재주가 늘었군.”
“최근에는 여유로워졌으니까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아버지는 군말없이 두 팔을 벌렸다. 나 또한 두 팔을 벌리며 그가 몸수색을 쉬이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흠? 이거는······”
그때 릭이 내 앞주머니로부터 마법필과 수첩을 꺼냈다.
이곳까지 갖고 온 이유는 별거 없다. 항상 갖고 다니던 거라 습관적으로 넣은 것이다.
이에 나는 당황한 목소리로 서둘러 말을 꺼냈다.
“아. 그건 제 수첩이에요. 마법필은 몰라도 수첩은 차라리 태워주세요.”
“어째서죠?”
“거기에 전개가 적혀있어서······”
“··· ···”
그리 말하자 릭은 말없이 내 앞주머니에 수첩을 넣어줬다. 네이비 기사단도 이건 무서웠던 모양이다.
마법필도 마찬가지. 혹여 내가 기밀 정보라도 빼앗을까봐 우려가 됐는지 애매하다는 표정이었지만······
“그거 사인해주려고 갖고 온 건데······”
“흠. 흠.”
다시 앞주머니에 넣어주더라. 사인은 못 참는다는 반응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버지도 이 상황에 소리없이 웃으셨다. 하기야 웃음 없이 못 볼 상황이긴 하지.
그렇게 몸수색이 전부 끝나고 릭이 문을 열어도 된다는 신호를 보냈다.
머지않아 신호를 받은 기사들이 두터운 문을 열기 시작했다. 형과 누나를 만날 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아참, 그리고 제논 님?”
“네?”
“혹시나 하는 말씀이지만 부대원이 ‘이상한 인사’를 해도 무시해주십시오. 보는 제가 다 부끄러워서 말입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눈치챘어야 됐다.
“······이상한 인사?”
뿌린대로 거둔다는 속담처럼, 내가 뿌린 씨앗이 대공황 하나가 아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