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522
■ 521화. 체리 (2) □ ᓚᘏᗢ
나는 맨 마지막을 장식하는 어구를 보며 정신이 순간 혼미해질 수밖에 없었다.
여름이었다. 내가 이곳으로 넘어오기 전, 인터넷에서 자주 보이던 글귀다.
앞에 온갖 헛소리를 씨부려도 ‘여름이었다’ 하나면 감성적으로 느껴지는, 마법의 문장.
문장 자체만 따지자면 다소 서정적이고 감성적이라 훌륭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일종의 밈으로 변화했다.
다시 말해 여름이었다 문장 하나면 앞의 모든 이야기가 ‘헛소리’로 치부된다는 것.
한껏 집중하고 있다가 저 문장 하나로 앞서 나온 모든 이야기가 허구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는 형식이다.
‘설마 빛길 엔딩······?’
그렇기 때문일까. 나는 체리의 처녀작, 붉은 노을을 다시 한 번 결말부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아주 잠깐, 약 1초 동안 설마? 라며 체리를 의심했다. 그게 아니고서야 이 문장이 툭- 튀어나올 일은 없을 테니.
허나 체리는 순도 100% 이 세계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나와 달리 다른 세상에서 건너온 이민자가 아니다.
환생을 하고 약 2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인터넷에 절여졌던 뇌가 자동적으로 반응한 것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문장 자체만 따지자면 서정적인 결말을 맺기 안성맞춤이다.
결단코 ‘아, 시발 꿈’ 혹은 ‘형님, 이 새끼 웃는데요?’라는 전개는 아닐 것이다.
그리 믿고 싶다. 안 그럼 활활 불탄다.
“······체리야?”
“네······”
나는 그 문장에서 시선을 떼어내고 체리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녀가 특유의 흐린 눈으로 답했다.
이어서 한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쳤다가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결말은 이렇게 낼 거지?”
“일단은요······”
“갑자기 이 모든 게 꿈이었다거나 아니면 신이 주인공을 위해 환상을 보여줬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게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뇌리에 깊숙히 박혀있다.
충격과 공포의 빛길 엔딩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마무리이자 나도 읽었다.
평범하디 평범한 소설인줄 알고 접했다가 트라우마까지 생길 뻔했지.
심지어 더 놀라운 건 중간중간 복선이 존재했다는 것. 그러나 그런 결말을 예상한 독자는 단 하나도 없었다.
“··· ···”
체리는 내 질문을 듣고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눈을 느릿느릿 깜빡이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나는 그 반응을 보며 속으로 안심했다. 역시 내가 과민반응한 거구나 싶어서.
하기야 세상이 다른데 그런 의미로 넣은 건 아니겠지. 괜히 불안에 떤 것 같다.
“오······”
안심하고 있을 때 이유는 몰라도 체리가 탄성을 흘렸다.
저 탄성 하나에 억지로 집어넣었던 불안감이 꾸물꾸물 기어올랐고.
“괜찮은데요······?”
차마 꺼내서는 안 될 말이 튀어나오자 온 몸의 피가 싸늘히 식는 기분이 들었다.
안 돼. 그거. 그러면 진짜 안 돼.
나는 화들짝 놀라며 체리를 바라봤다. 드물게 관심이 간다는 표정이다.
평소는 어둡고 칙칙한 무표정을 짓고 있는데 지금은 약간이나마 입꼬리가 올라간 상태다.
“선배님의 말처럼 그런 식으로 결말을 맺어도 괜찮겠어요······”
“······왜?”
“선배님의 조언이잖아요······?”
이건 내가 직접 스스로 무덤 아니, 지뢰를 매설해버렸다. 이건 입이 두 개여도 할 말이 없다.
순간 뇌정지가 왔으나 서둘러 정신을 차렸다. 일단 이유라도 물어보는 게 낫겠지.
나는 그녀에게 들키지 않게 호흡을 갈무리한 후, 살짝 떨리는 음성으로 체리에게 말했다.
“······아냐. 그냥 못 들은 척 해줘.”
“음······ 그러면 왜 그런 말을 하신 거예요······?”
인터넷에 절여질대로 절여진 내 머리 때문에 그래. 이건 환생해도 고칠 수 없더라.
마음 같아서는 이리 대답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직 그녀에게는 말할 때가 아니다.
대신 적당한 대답 하나가 있었다.
“전에 내가 루미너스 님께 물어본 적이 있거든. 과거로 돌아가는 행위 즉, 회귀가 실제로 가능하냐고. 그러더니 가능은 하다고 하셨어. 너도 이건 알고 있지?”
“네에······ 하지만 신앙심이 깊은 영웅이라 해도 하루 이상은 매우 힘들다고 들었어요······”
본인이 회귀물을 직접 쓴 만큼 회귀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러면 설명이 조금 더 쉬워질 것 같다.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여기에 부가 설명을 덧붙였다.
“맞아. 그건 나라고 해서 다르지 않지. 내가 제논 일대기를 썼을 때도 한 달 정도? 그 정도밖에 못 했어.”
“아······ 그러면 여주인공이 회귀한 이유를 좀 더 상세히 설명해야 된다는 건가요······?”
체리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가끔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녀가 딱 여기에 속한다.
나는 좋은 쪽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나오자 고개를 끄덕거렸다. 세상에 이유 없는 결과는 없으니 나름 개연성도 챙길 수 있다.
“맞아. 이때까지의 전개를 보면 여주인공이 난관과 시련을 거치는 부분만 조명된 것 같거든. 외전으로라도 이유를 설명하는 게 좋지 않을까? 예를 들자면 여주인공이 죽고 난 이후의 세계가 어떠한 이유로 더 망가졌고, 이걸 알게 된 신이 여주인공을 과거로 돌아가게 만든 거지.”
“오······”
내 설명에 체리의 눈동자에 약간의 생기가 돌아왔다. 입 밖으로 내는 탄성을 보아 진심으로 감탄한 듯했다.
이렇게까지 설명했으니 빛길 엔딩은 나오지 않겠지. 최대한 수습했다.
“그런 방법이 있었네요······ 개연성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고······”
“그렇지?”
체리가 납득하는 걸 보며 한시름 놓으려던 찰나.
“······어려운데요.”
“응?”
“너무 어려워요······ 그냥 선배님이 말씀하신대로 하면 안 될까요······? 그건 상정을 아예 하지 않아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체리가 난감하다는 기색으로 나에게 부탁했다.
망치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는 느낌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돌고 돌아 빛길 엔딩이라니.
전부 이 놈의 입이 방정이다. 그냥 괜찮은 마무리라 하고 입을 싹 닫는 건데 불안감에 그러지 않았다.
자기실현적예언이라고, 예언대로의 미래를 믿기 싫어서 하던 발악들이 기어코 예언을 이루기 직전이다.
“······상정하지 않았다고?”
나는 마른세수를 하며 착잡한 마음을 담아 물었다.
회귀의 원인을 생각하지 않았다니, 빛길 엔딩은 둘째치고 체리가 큰 실수를 저질렀다.
물론 내가 이곳으로 넘어오기 직전에는 개나 소나 회귀, 환생, 빙의를 하는지라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이 세상의 회귀물은 체리가 가장 먼저 스타트를 찍었다.
나조차 적지 않았던 장르를 새로 구축한 셈인데 어긋나면 잘못될 수도 있다.
“네······ 그냥 주인공이 불쌍해서 회귀시킨 거라······ 깊게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나중에 독자가 이유를 물어보면 어떻게 하려고?”
“신의 뜻이라고 말하려고 했죠······”
전생이었다면 그게 뭔 개소리야? 라는 식의 대답이 돌아왔겠지만 여기는 아니다.
신의 뜻이라고? 아, 하긴 신은 우리 같은 필멸자가 이해할 수 없으니 이유가 있겠지. 이런 식으로 넘어갈 것이다.
당장 나조차도 악마 숭배자의 모략으로 이곳에 넘어왔지 않았는가.
여러모로 신권이 강해도 너무 강한 탓에 발생한 책임 넘기기다. 그러나 마냥 체리를 탓할 수도 없다.
아까 말했듯이 회귀물이라는 장르를 체리가 구축하는 중이니까. 그녀 입장에서는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겠지.
‘그래도 해야 돼.’
이건 작가로서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밟아야 되는 단계다. 어물쩍 넘어간다면 성장할 수 없다.
빛길 엔딩은 더욱 안 되고. 불타는 것보다는 욕만 약간 먹고 끝내는 게 낫다.
“미안하지만 외전으로 회귀의 개연성을 챙기는 게 좋을 것 같아. 네 말처럼 신의 뜻이라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건 네가 쓴 책이야. 적어도 이 책의 세계관에서는 네가 신이자 모든 일의 원인이며 동시에 결과지. 여주인공을 회귀시킨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야 성장은 물론 너의 가치도 올라갈 거야.”
“으음······”
내 단호한 말에 체리의 입이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 말에 수긍한 모양이다.
채찍을 가했다면 이제 당근을 줄 차례. 나는 명문(…)이나 다름없는 마지막 구절을 언급하며 그녀를 칭찬했다.
“그래도 본편의 마무리는 정말 좋았어. 특히 마지막 어구는 두고두고 회자될 가능성이 높아.”
“정말이에요······?”
“그럼. 이 문장 하나로 모든 게 감성적으로 느껴졌거든.”
“··· ···”
진심이 듬뿍 담긴 내 칭찬에 체리의 입꼬리가 눈에 띄게 올라갔다. 어두침침한 눈은 그대로라서 다소 음산한 기운을 띠는 미소다.
그래도 원판이 워낙 예쁘다 보니 저것조차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특유의 분위기에 익숙해진 것도 있고.
밝아지기만 하면 학급 내에서 충분히 인기 있는 학생으로 남을 텐데 그 놈의 과거가 발목을 붙잡았다.
게다가 본인 성격부터 자발적 아싸에 가까웠고. 내가 부모도 아닌데 뭐라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질 나쁜 놈도 안 꼬이니 다행이라 여겨야 되나?’
나는 체리의 얼굴에서부터 시선을 슬쩍 아래로 내렸다. 책상 위에 턱- 하고 얹어진 압도적인 존재감.
한창 성장기라 그런지 최근 보면 세실리보다 더 커진 것 같다. 원래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처럼 남자의 음심을 들끓게 만들기 충분한 몸매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파리도 꼬이지 않았다.
외모가 못생긴 것도 아니다. 분위기가 어두울지언정 객관적으로 봐도 체리는 매우 아름다운 미모의 소유자다.
‘대체 왜지?’
절벽 위의 꽃과 같아서 건드리지 않는 건가. 아니면 그녀의 가문과 분위기 때문에 그런 건가.
가끔 심심찮게 사건사고가 귀에 들어오는데 유독 체리의 주변은 깨끗하다.
‘뭐, 지금 괜찮다고 앞으로도 괜찮다는 건 아니니까.’
지금처럼 조금씩 자존감이 회복된다면 얼굴도 서서히 밝아질 거고, 조만간 친구도 생기겠지.
만약 거기서 어두운 손길이 뻗쳐온다면 내가 칼같이 막을 거다.
나는 다시 시선을 올려 체리와 마주했다. 그녀는 나와 시선을 마주하자 눈을 느릿느릿하게 깜빡거렸다.
“그러면 체리야. 완결까지 냈으니 차기작은 생각한 게 있어?”
“아직 외전이 남아있는데요······”
“외전은 천천히 생각해도 돼. 내가 다급해서 빨리 낸 거지, 너는 시간을 들이면 될 거야.”
“차기작······”
차기작이라는 말에 체리가 시선을 아래로 내린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나는 그녀가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테이블 위에 올려진 타자기를 가져왔다.
이전에 말했다시피 체리를 위한 선물이다. 적응하려면 오래 걸리겠지만 적응만 한다면 집필 속도가 대폭 늘어날 터.
같은 동업자이자 비밀을 공유하는 파트너인데 나 혼자 쓰는 건 불공평하다.
이걸 선물받은 체리가 얼마나 기뻐할까. 물론 격하게 기뻐하진 않겠지.
다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뭔가 햄스터 키우는 느낌이다.
“체리야. 잠깐 이거 볼래?”
“으응······?”
체리가 내 부름에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나는 타자기를 들고 그녀 앞에 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이어 그녀의 옆에 앉기 위해서 의자까지 끌고 왔다. 덕분에 나란히 앉게 된 우리 둘.
그녀는 내가 곁에 앉자 몸을 움찔거리며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이렇게 가까이 앉은 줄은 몰랐겠지.
하지만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이해하기 쉬운 기계라 어쩔 수 없다.
“너에게 줄 선물이 있어. 나도 사용하는 거야.”
“선물······? 선배님이 사용하시는······?”
“응. 마족, 그러니까 세실리 누나가 나를 위해 발명한 물건이야. 이걸 이렇게 누르면······”
나는 타자기에 대한 설명 및 사용 방법에 대해 차근차근 알려줬다.
처음에 어리둥절했던 체리도 작가 아니랄까봐 눈에 생기가 돌아오며 관심을 드러냈다.
버튼 하나로 허공에 글자가 나타나고, 그 글자는 머지않아 단어로 변한다.
이윽고 단어가 단어가 모여 문장이, 문장과 문장이 모여 문단이, 문단이 문단이 모여 하나의 글로 변화했다.
손으로 썼을 때보다 걸리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단축될 뿐더러 오타가 났을 때 즉각적으로 지울 수 있다.
그게 바로 타자기의 능력이자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필수 요소.
“어때? 이해가 가지?”
“와아······!”
타자기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체리가 입까지 벌리며 감탄사를 나타냈다. 체리로서는 이례적으로 격한 반응이다.
그만큼 타자기가 놀라움을 넘어선 혁신이라는 거겠지. 나도 처음 타자기를 받았을 때 비슷한 반응이었다.
더군다나 전생이 존재하는 나와 달리 그녀는 아니다. 말 그대로 꿈에서나 등장할 법한 기계인 것이다.
“이, 이걸 저, 저에게······ 저, 정말로······”
체리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나와 타자기를 번갈아본다.
꿈에서나 나올 법한 물건을 자기에게 덜컥 주면 고마움보다 망설임이 가장 먼저 들겠지.
하지만 나에게 이미 타자기가 있는데다가 평소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것도 있다.
이에 나는 빙긋 미소지으며 걱정말라는 듯이 살살 달래줬다.
“맞아. 너에게 주는 거야. 그동안 신경 써주지 못해서 미안한 것도 있고, 이미 나도 갖고 있거든.”
“서, 선배님······”
“같은 일을 하는 동업자로서, 그리고 선배로서 챙겨줄 건 챙겨줘야지.”
“저, 저는······ 아무것도······ 못 드리는데······”
체리의 목소리로 급격하게 떨어진다. 보아하니 본인의 처지를 깨닫고 자존감이 수직낙하는 모양이다.
허나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제는 뻔한 레퍼토리라 이정도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가슴이라도 만지게 해드릴까요······?”
“··· ···”
이건 예상치 못했는데. 체리가 가슴 위에 손을 얹으며 조심히 묻자 어안이 벙벙해졌다.
부끄러운 기색 하나 없이 묻는 걸 본다면 정말 ‘보답’ 차원에서 제안한 것 같다.
순간 정신이 어질어질했으나 간신히 붙잡았다. 저런 건 어디서 들은 거야.
“······아니. 괜찮아. 꼭 그럴 필요는 없어.”
“네······”
“그런데 그건 어디서 들었니?”
“아까 제 가슴을 쳐다보시길래······”
나는 입을 조개처럼 다물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온갖 현타란 현타가 몰려온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남자라는 생물은 어쩔 수 없다. 커다란 열매가 맺혀있는 걸 어찌 무시할 수 있을까.
제아무리 내 주변에 아름다운 여인이 많다지만 동물의 본능은 거스를 수 없는 법이다.
물론 내가 쓰레기처럼 느껴지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마음 같아서는 손을 자르는 게 아니라 두 눈을 뽑아버리고 싶다.
“······일단 한 번 사용해보렴. 옆에서 알려줄게.”
“네에······”
몰려오는 현타를 뒤로 하고 체리에게 타자기 사용법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이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 해야 되지.
“저······ 선배님······”
“응?”
“이거 고장난 거 같은데요······”
“뭐?”
멍해진 머릿속을 정리하고 있을 때 있을 수 없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타자기가 고장나다니? 이거 세실리에게 부탁해서 신형으로 제작한 건데?
나는 놀람보다는 의아함이 가장 먼저 들어서 타자기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어? 이거 왜 이래?”
정말로 고장난 것처럼 홀로그램 창이 이상하다. 알아서 글이 내려가는데다가 중간중간 이상한 단어가 타이핑됐으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기계가 왜 이러는 거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체리야. 잠깐만······”
이에 고개를 돌리자마자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선배님······?”
“··· ···”
이제는 교복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게 아니라.
“······체리야?”
“네······?”
“그······ 살짝 떨어져줄래?”
“그게 무슨······ 아······!”
타자기가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더라.
체리도 내 말의 뜻을 알아차렸는지 깜짝 놀라며 의자를 살짝 뒤로 끌었다.
그러자 무거운 가슴에 질식할 뻔했던 타자기가 자유를 되찾았다. 홀로그램창이 멀쩡해진 건 덤이고.
잠깐 분위기가 어색해졌지만 어찌저찌 가르쳐 주······
“너무 불편해요······”
“··· ···”
······진 못했다. 가슴이 너무 커서 타자를 치는 것조차 버거워하더라.
“······세실리에게 물어볼게.”
맞춤제작형 타자기를 따로 만들어야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