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523
■ 522화. 러다이트 운동 (1) □ ᓚᘏᗢ
예상치 못한 신체적 구조(?)로 타자기 선물은 뒤로 미루어졌다.
가까이 당겨서 타자를 치자니 가슴에 눌리고, 멀리 떼어놓으니 팔이 안으로 굽혀지지가 않는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겠지만 내 눈으로 보니까 가능한 일이더라.
만화나 소설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를 내 눈으로 보니 솔직히 조금 어이없었다.
“······로즈베리 가문의 특징이니?”
“아뇨······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거예요······”
어머니가 아주 훌륭한 유전자를 갖고 계신 모양이다. 덤으로 레티시 백작의 취향 아닌 취향을 알게 됐고.
아무튼 타자기 문제는 개량 쪽으로 노선을 잡았다. 괜스레 무리까지 하면서 적응하는 건 좋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건 손으로 집필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 그 정도로 컸다면 일상 생활에도 지장이 생겼겠지.
딱 타자기. 타자기를 치지 못할 정도만 크다고 할 수 있다. 개량만 한다면 그녀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것이리라.
“앞으로 나에게 묻고 싶은 게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 그렇지 않아도 일주일에 한 번씩 내가 찾아갈게.”
“선배님을 귀찮게 하고 싶진 않은······”
“내가 그러고 싶다는데 안 되니?”
“··· ···”
내가 강하게 나서자 체리가 움찔거렸다. 그리고는 불안하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아마 지금도 자기 때문에 내가 귀찮음을 감수하고 있다 생각하겠지. 떠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좀 전에 말했잖아. 그동안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편지를 받았을 때 너한테 무슨 일이 생겼을까봐 걱정까지 했고. 그러니 앞으로는 꾸준히 얼굴을 비출 테니까 너무 자책하지 마. 알겠지?”
“······네.”
내 설득에 체리도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관심을 주시는구나······”
“··· ···”
심히 불길한 말이 귀에 들어왔지만 작게 중얼거린 거라 확실치도 않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얼굴을 볼 예정이니 무슨 일이 생겨도 즉각즉각 대응할 수 있겠지.
체리와의 상담 아닌 상담은 이것으로 종료됐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때가 피와 강철 10권 발매 이후 보름이 지났을 때다.
마음 같아서는 11권과 12권, 그리고 폴란드 침공이 이루어지는 13권까지 발매하고 싶었으나 조금은 자제할 예정이다.
적어도 마력 기관이 도입되고 난 후. 망가졌던 공급량이 어느 정도 충당되어 대공황이 약간이나마 진정된 이후에 발매할 것이다.
‘폴란드 침공까지는 단기간에 발매를 해야 되니까 어쩔 수 없어.’
그 이유는 3권 내에 보여줄 ‘민족자결주의’ 때문이다. 스타비르크에 발발한 독립의 불씨는 건재하다.
여기서 민족자결주의가 나온다면? 당연히 난리가 나겠지. 히틀러는 아직까지 주인공이었으니까.
그러니 짧은 기간에 폴란드 침공까지 발매해야 된다는 건데, 대공황의 여파가 이어지는 이상 불가능하다.
무리를 한다면 발매할 수 있다. 하지만 제지 관련 종업자들이 고통 받겠지.
게다가 머스크에게도 크고 작은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종이가 쌓일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아.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집필을 멈춘다는 건 아니다.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독소전쟁 파트를 쓰는 건 잊지 않았다.
또한 미국이 참전하게 된 결정적 원인, 진주만 공습도 슬슬 두각을 보일 예정이다. 빌드업만큼은 차곡차곡 쌓는 중이다.
그리하여 시간이 흐르고 흘러 약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때쯤.
[에인스의 마력 기관. 미네르바 제국에 상륙하다!] [제논의 말에 따라 마력 기관이 다수 도입됐으며 에인스를 비롯한 드워프 장인들이 제작법 및 사용법에 대해 알려줬다.] [드워프 공장이 제작한 물품보다 품질은 떨어지겠지만 공급량은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것.] [세계 최초의 ‘공장’이 가동되는 장소는 제국의 수도.]에인스의 마력 기관이 미네르바 제국에 상륙했다. 게다가 세계 최초의 ‘공장(工場)’까지 설립시켰다.
마력 기관이 대공황을 풀어줄 열쇠라고 내가 직접 말하긴 했지만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
드워프 특유의 손재주와 미네르바 제국의 강력한 황권 덕분에 일사천리로 진행시킬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곧바로 공장을 가동시키는 것이 가능했는데, 그 이유는 상당한 양의 석탄을 비축했기 때문.
미네르바 제국판 뉴딜 정책을 통해 도산될 뻔한 상회 및 상단을 회생시킨 적이 있다.
이걸 토대로 석탄 운반에 몰빵하고, 더 나아가 장인이란 장인은 다 끌어모아 일자리를 창출시켰다.
‘뉴딜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지.’
물론 뉴딜 정책이 만능은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일종의 땜방이라 한계가 명백할 수밖에 없다.
지구에서는 2차 세계 대전으로 뉴딜 정책이 진정한 효과를 봤고, 이 세상은 마력 기관이 열쇠가 됐다.
덤으로 혁명 때문에 한창 혼란스러웠던 마키나도 점차 안정되기 시작했다. 세상이 점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우리는 대공황을 겪으면서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미네르바 제국을 풍선 근육이라 놀리지만, 이제부터 풍선 근육이 아닌 진짜 근육으로 채워질 것이다.] [미네르바 제국에만 생산량을 의존하는 건 좋지 않다. 각 나라마다 공장을 세워야 된다.] [공장을 세울 수 있는 능력이나 있나? 아직 ‘공학’이라는 학문조차 발달되지 않은 상황.]또한 미네르바 제국의 저력 아닌 저력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
모두 알다시피 대공황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미네르바 제국이다.
경제 규모가 상대적으로 컸던만큼 그 파급력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으며, 문제는 그것이 다른 나라로도 이전됐다는 것.
많은 국가들이 미네르바 제국을 보며 풍선 근육이라니, 거품밖에 없었다니라며 놀려댔다.
하지만 마력 기관이 도입되자 어? 하며 서둘러 정신을 차렸다.
저러다가 옛날보다 더한 공급량을 갖게 된다면?
이러다가 그 공급량을 차단시키는 것만으로 우리나라 망가뜨리는 거 아냐? 라고.
‘여기서부터는 내가 뭘 할 수가 없지.’
저건 나라와 나라 사이의 문제지, 내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
어차피 에인스가 마력 기관의 설계도를 전세계에 뿌린다고 공표했지 않은가.
에인스를 부른 건 내가 직접 ‘간청’한 거다. 그도 당장 혁명 이후 사후 처리 때문에 한창 바쁠 때다.
물론 미네르바 제국이 현재로서는 큰 이득을 봤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나도 제국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에인스를 부른 거고.
[피와 강철에서도 ‘증기 기관’이 발명돼 다양한 발명품이 나왔듯이, 우리도 마력 기관을 토대로 다양한 발명을 이룩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더 이상 마법이 아니라 기계에 집중해야 할 때.] [우리는 다른 종족보다 압도적인 인구수를 가지고 있다. 그걸 이용해야 된다.] [마키나에서도 ‘전차’를 통해 혁명을 성공했지 않았는가? 기계는 막강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공장이 가동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수많은 학자들이 기계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특히 이번 대공황에서 느낀 바가 많았는지 인간들이 발전해야 된다는 쪽이다. 그 부분이 바로 기계 즉, 공학이고.
마법은 죽어라 노력해도 안 될 놈은 안 된다. 그러나 기계는 ‘교육’만 한다면 설계도를 보는 것만으로도 따라할 수 있다.
[기계에 집중하는 건 인간이라는 종족을 더 나약하게 만들 뿐이다.] [마나와 마법을 버리고 기계에 집중하자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아직은 시기상조.] [드워프가 있는데 기계에 집중하자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렇게 따지자면 마법도 교육으로 기본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다.]기계공학에 집중해야 된다는 부류가 등장한 것처럼, 아직까지는 유지해야 된다는 분파도 존재했다.
기계에 의존하는 순간 인간이라는 종족은 끝도 없이 나약해질 것이며, 무엇보다 불확실하다.
당장 엘프와 마족이 마법을 숨 쉬듯이 사용하면서 수많은 이점을 얻고 있는데, 굳이 기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냐면서.
비록 초기 단계에 지나지 않지만 베리트 황제가 예측했던 것처럼 ‘기계파’와 ‘마법파’가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의 공장이 가동되면서 시작된 다양한 갑론을박.
“러다이트 운동이 발발할 거야.”
“러다이트 운동?”
이러한 상황에서, 나는 리나와 만남을 가져 예언 아닌 예언을 해줬다.
리나는 러다이트 운동이라는 내 말에 호기심과 의문이 두루 섞인 표정을 지었다.
지난번에 보여준 원고와, 최근 가동된 공장으로 얼굴이 훨씬 밝아진 상태다.
줄넘기를 할 것처럼 내려온 다크 서클도 대부분 사라졌고, 피로한 기색은 여전했으나 전보다는 훨씬 낫다.
“응. 숙련공들이 기계를 파괴하는 행위야. 기계들이 노동자들의 일거리를 줄일 거라는 생각 때문이지.”
“그냥 테러리스트 아니야? 어째서 거창하게 운동 같은 이름까지 붙여?”
상상만 해도 짜증이 솟구치는지 리나가 울컥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리나 입장에서는 ‘테러’라 규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수도에 건립된 세계 최초의 공장은 ‘국가 소유’다.
보통 공장은 개인의 소유지만 이번만큼은 황실이 직접 주도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실험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그 공장의 마력 기관을 파괴한다는 건 황실 입장에서 테러나 다름없다. 그러니 짜증이 날 수밖에.
“이건 좀 차이가 있어. 적어도 지금의 공장은 미네르바 제국의 소유지만, 내가 살던 세계는 개인의 소유였거든. 그래서 테러가 아니라 운동이라 부르는 거야.”
“음······ 그럼 공장이 국가 소유가 아니라 개인의 소유로 넘어갔을 때 그 운동이 발발할 가능성이 커지겠네?”
“그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동의했다. 리나도 또한 이해했다는 표정이다.
다만 여기서 알아야 할 점이 있다. 러다이트 운동은 증기 기관이 발명되고 몇 십년 후에나 터진 운동이라는 점.
반면 이곳은 마력 기관이 발명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았고, 그 마력 기관을 이용한 공장 설립조차 최근에 이루어졌다.
그런데도 내가 경고하는 이유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도 있으나 이 세상의 언밸런스한 발전도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마나가 전기를 대신하고 있지.’
이 세상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마나다. 언뜻 본다면 역시 판타지! 라며 감탄하겠지.
잘 들여야 보면 감탄 정도가 아니라 경악할 수준이다. 마법도 마법인데 마나의 존재부터가 밸런스를 파괴시킨다.
지구의 문명이 발전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불’이라면 ‘전기’는 현대 문명의 알파이자 오메가.
전기가 사라지는 순간 인간은 원시 시대로 돌아가며 그걸 토대로 둔 아포칼립스 소설까지 존재할 정도다.
그리고 이 세상은 날 때부터 ‘전기’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마나가 동력이 된다는 사실은 일찍깜치 깨달은지 오래.
지구는 무려 몇 천년이 흐르고서야 전기를 활용했는데 여기는 처음부터 눈으로 보였다. 이러니까 말이 안 된다는 거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마나를 동력으로 삼은 기계들은 일찍깜치 발명됐어.’
제논 일대기가 한창 히트를 치던 시절, 인쇄되는 종이가 턱없이 부족해서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그러나 어느 기점부터 ‘기술’이 발명된 덕에 모두 해소되었는데, 알고 보니 기계를 발명한 거더라.
당연히 전기가 아닌 마나를 동력으로 삼아 움직이는 기계다. 이외에 냉장고와 에어컨 등등.
내가 판타지라며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던 것들 대부분이, 사실은 ‘마나’라는 전기로 가동되는 기계들이었다.
물론 그런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도 몹시 간단하다. 가성비가 심각할 정도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마나는 본래 사람만이 생산할 수 있는 힘. 사람이 일종의 배터리 역할을 하는 셈인데 효율이 극악일 수밖에 없다.
‘아카데미 같은 곳은 국가가 직접 투자하는 곳이니까 상관없다지만······’
다른 곳은 아니다. 사람을 쓰면서 기계를 가동시킬 바에야 차라리 수공업을 하고 말지.
더군다나 ‘윤리적인’ 문제도 약간 섞여있어서 어지간한 봉급이 아니고서야 나서지 않는다.
마나는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 식사를 통해 얻어야 하니까. 배터리 역할을 하는 사람은 10인분이 넘는 식사를 한다고 들었다.
‘과연 이 세상은 전기와 마나를 분리할 수 있을까?’
불현듯 떠오르는 의문이다. 마나가 완벽할 정도로 전기의 역할을 대신하는데 굳이? 라며 넘어가지 않을까 싶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나처럼 러다이트 운동에 대해 고려하던 리나가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 당분간은 안심해도 되겠네. 어떤 간 큰 놈들이 국가 소유의 공장을 건드리겠어? 한 1년 후에나 등장하겠네.”
“네 생각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나저나 이번에 세워진 공장은 어떤 공장이야?”
“가장 필요한 의류품 즉, 섬유와 관련된 공장이야. 다른 건 몰라도 폭등하는 의류품을 어떻게든 생산해야 되거든.”
사람에게 있어서 필요한 건 의식주다. 그리고 이번 대공황에 타격을 입은 것도 의류품이다.
다행히 식량과 땅은 안정된 상황. 리나의 말마따나 섬유 공장이 세워졌으니 조금 안심될 것이다.
“공장도 공장이지만 식량 문제부터 확보해. 아무리 생산량이 좋아져도 그 인구를 부양할 식량이 부족하면 의미가 없으니까.”
“그 조언도 받아들일게. 하~ 이제야 살 것 같아. 요즘에 잠도 잘 온다니까?”
“그거 다행이네.”
아. 물론.
[세계 최초 공장에서 발생한 파괴 공작! 대체 무슨 일이?]며칠 지나지 않아 진짜로 러다이트 운동이 터져버렸지만. 리나에게 애도를 표하겠다.
[노동자들은 이 모든 게 악마 숭배자들의 소행이라 증언했으며······]그런데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