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530
■ 529화. 관종 (2) □ ᓚᘏᗢ
히틀러의 본성을 눈치챈 사람이 등장했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그냥 어그로에 지나지 않았다.
자세히 조사해본 결과 과거 문학계를 주름 잡던 거장이었다고. 그러나 제논 일대기 등장 후 몰락했다고 마리가 알려줬다.
솔직히 김이 확 빠졌다. 군데군데 뿌려놓았던 복선과 떡밥이 작용한 건가 싶어서 기대했으니까.
하지만 커뮤니티에 똥글을 싸지르는 것과 유사한 거라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히틀러는 금욕적일지언정 품위와 거리가 멀다. 다소 즉흥적이고 계획적이지 못하다.] [승리에 도취돼 본성을 꿰뚫지 못하고 있다.] [전쟁은 사람의 본성을 드러내는 곳. 필시 히틀러의 악행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그나마 다행인 건 똥글이 마냥 똥글이 아니었다는 것. 그 사람의 선동으로 히틀러의 본성을 분석하는 기류가 서서히 생겨났다.
선동한 사람들과 달리 평론가들은 천천히 히틀러의 문제점을 꼬집기 시작했다.
유대인 탄압부터 시작하여 우생학적 마인드가 가득한 사상.
더 나아가 ‘폭군’이 되기 가장 좋은 독불장군식 권력까지.
[설령 히틀러가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조만간 깨닫지 않겠는가?] [원래 부족한 점을 차근차근 보충하고, 잘못된 점을 깨닫는 거야 말로 성장이다.] [제논 일대기도 그런 방식이었지 않았는가. 무작정 폭군이라 매도하는 건 시기상조.]그러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제논 일대기에서 보여준 이미지 때문인지 히틀러 또한 성장할 거라 굳게 믿는 사람들도 많다.
히틀러도 정신 차리고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거라고, 유대인도 마족처럼 구원할 거라고 말이다.
물론 그딴 거 없다. 십새끼가 개과천선하는 경우는 있어도 그레이트 십새끼는 그레이트 십새끼로 남을 뿐이다.
이에 나는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고 가만히 구경만 했다.
‘내가 나서기에도 애매하고.’
결정적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함도 있었으나 제일 먼저 똥글을 남긴 작가가 줄다리기를 잘한 것도 있다.
신의 천벌이 두렵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는데, 신은 본인을 능멸하거나 모욕했을 때만 직접적인 천벌을 내린다.
그게 아니라면 타락한 추기경 사태처럼 악마 숭배자와 깊은 연관이 있는 사람이 기도를 하는 방법도 있다.
이해가 쉽지 않다면 그리스·로마 신화와 비슷하다고 보면 편할 것이다. 심심하면 내세에 간섭하는 신들.
단, 오만 간섭을 가하는 그들과 달리 명분을 엄청나게 따진다는 게 차이점이다.
‘이 사람이 신을 능멸한 것도 아니니까.’
그는 영리하게도 신의 존재를 의심하거나 권위를 깎아내리는 게 아닌, 순수히 작품에 대한 위험성만 언급했다.
이게 참 줄다리기를 잘했다고 느껴지는 게, 노스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보험을 들어놓은 상황이다.
신의 천벌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그것대로 좋고 설령 떨어뜨리고 싶어도 힘들다.
‘애초에 바크 추기경마저 교황청에 있는데도 멀쩡했잖아.’
타락한 추기경, 바크가 아주 쉬운 예다. 그는 악마 숭배자의 간부였는데도 멀쩡히 성직자 행세를 하고 다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잘 모르지만 신들의 권한이 그다지 막강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정확히는 현세에 개입하기 위한 제약이 걸려있다고 봐야겠지.
내 작품을 깎아내리는 것만으로 노스를 천벌하기는 한참 부족하다는 뜻이다.
‘틀린 말도 아니고.’
결정적으로 노스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천벌을 내렸다가 훗날 그의 말이 맞다는 게 드러나면 엄청난 파급력을 몰고 오겠지.
자연스레 내 명성이 하락하는 건 물론이고, 더 나아가 그 행위를 집도한 사람을 매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금으로서는 가만히 책만 내는 게 최선이다. 어차피 다음 권이 폴란드 침공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다.
‘이렇게만 보면 지구의 신들보다 자비롭고 착하긴 해.’
성격이 개판이기로 악명 높은 그리스·로마 신들이었다면 경고 수준이 아니라 직접 끌고 갔을 것이다.
명분? 아무런 근거도 없이 내 작품을 깎아내렸다는 죄목으로 충분하다. 설령 진실이어도 말이지.
지난번 고행은 조바심을 품은 나머지 일을 그르친 거지만 상대적으로 착한 건 맞다.
‘헌데 유독 다른 신화에 비해서 신들의 숫자가 적단 말이지.’
가끔씩 드는 의문이다. 보통 신화에서는 다양한 신들이 등장하기 마련인데 이 세상은 3명밖에 없다.
만약 5명 정도였다면 이해라도 하겠다만 적어도 너무 적은 수준.
관장하는 영역을 좀 더 쉽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신들이 많아야 하는데 유독 적다.
‘아니면 지구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건가?’
그럴 수도 있겠지. 더군다나 객관적으로 보아도 이 세상은 지구보다 크기가 작다.
또한 결정적으로 민족이 아닌 ‘종족’마다 명확히 분류돼 있으니 신들이 적은 건 당연한 일일 터.
여태까지 찾은 신화 서적에서도 루미너스와 모라, 마지막으로 히르트 이 3명만 존재했으니 행성마다 다른 걸로 추측하고 있다.
‘뭐, 신경 쓸 건 아니지.’
내가 초월자도 아니고 그런 부분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나는 내 할 일만 하면 된다.
그런고로······
“당장 찾으러 가자! 그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놈을 어떻게 가만히 놔둘 수 있니?”
찌라시 아닌 찌라시에 격노한 세실리부터 말려야지. 나는 씩씩거리며 울화통을 터뜨리는 그녀를 간신히 말렸다.
노스가 성지순례급 스포일러를 터뜨리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격노했으며 이중에는 세실리도 포함돼 있다.
알다시피 그녀는 현재 핍박받는 유대인에 깊이 몰입하고 있다. 그리고 그 주동자가 히틀러고.
히틀러가 중간에 정신 차리고 유대인을 구원할 거라 굳게 믿고 상황인데 저런 말이 오가니 노발대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참아, 누나. 내가 제지해봤자 여론만 안 좋아질 뿐이야.”
그리고 맞는 말이라 내가 뭐라고 할 수도 없어. 이 말만큼은 꾹 삼켰다.
그런 내 사악한(?) 마음도 모르는지 세실리는 화를 참지 못한다는 어조로 나에게 말했다.
“너는 화도 안 나? 너희 세상의 역사를 온갖 음모로 색칠하고 있잖아.”
음모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이야. 심지어 히틀러는 개새끼 정도를 넘어선 그레이트 개새끼지.
당장이라도 스포일러를 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거렸지만 다시 인내심을 발휘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세실리에게만큼은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었다.
이유는 모두 알겠지만 그녀의 맛있는 반응을 보기 위함이다. 여기에 거창한 이유 같은 건 없다.
물론 예기치 못한 독단행동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약간의 진실 정도는 알려줘야겠지.
또한 아주 적절한 명분도 있었기에 세실리를 설득시키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내가 직접 나서서 제지하면 진·릴리 사태와 다를 게 없어. 그때도 내가 하지 말라고 했잖아. 뒷부분이 나오지 않는 이상 의견 제시는 의견 제시일 뿐이라고.”
“그래도······”
“그리고 그 사람 말도 맞긴 맞아. 히틀러는 누나가 생각하는 것만큼 착한 사람이 아니거든.”
“히틀러가 착한 사람이 아니라고?”
“응. 그러니까 어떤 거냐면······”
다른 사람들에게 했던 것처럼, 나는 세실리에게 히틀러의 ‘편린’에 대해 가르쳐줬다.
그러더니 새빨간 눈동자가 동그랗게 떠지며 엄청 놀라워하더라. 정말 귀여운 반응이라 하마터면 껴안을 뻔했다.
이후로 그녀는 몹시 당황스럽다는 듯,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말까지 더듬거렸다.
“그, 그럴수가······ 히틀러가 악당이었다니······ 그, 그럼 유대인들은? 유대인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안타깝지만 누나가 상상하는 대로일 거야.”
“아······”
내 확언에 좌절하는 세실리. 나는 볼을 긁적이면서 그녀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잠자코 기다렸다.
그렇게 약 10초 정도가 흘렀을까. 그녀는 무언가 느낀 바라도 있는지 씁쓸하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뒤이어 자조적인 음성으로 한탄에 가까운 말을 꺼냈다.
“······하기야 과거에 세이비어가 마족을 악마라 규정하고 몰살했던 적도 있으니까. 크게 다른 건 없겠지.”
“··· ···”
“지켜주는 나라가 없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일 거야. 훗날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이 세워진다며? 헬리움도 비슷한 절차를 밟았으니 이해가 가.”
히틀러가 실은 악당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먹어도 합리적인 사고를 거친 모양이다.
실제로 마족 또한 비슷한 역사를 경험한 적이 있었으니 더욱 공감이 갈 터.
나라가 직접 학살을 주도한 것도 비슷하고, 민족 혹은 종족 단위로 차별을 받았던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유대인보다 마족이 더 암울한 삶을 살았다는 건 변하지 않았다.
유대인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동정표를 얻기라도 한 반면, 마족은 그런 것도 없었으니까.
때마침 세실리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나에게 질문을 날렸다.
“유대인들은 이후에도 마족처럼 차별을 받고 살았어? 헬리움처럼 이스라엘이 반강제적으로 고립되었니?”
“아니. 가끔 문제를 일으키긴 해도 엄연히 나라로 인정받았어. 그 안의 국민들도 마찬가지고.”
“그건 좀 부럽네. 우리는 제논 일대기가 등장하기 전까지 악마 취급을 받았는데······”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마족이 구원받은 시기는 고작 2년밖에 되지 않는다.
나로서는 그녀의 아픔을 이해할 수는 있어도 공감할 수 없다. 그저 말없이 위로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홀로코스트. 세이비어가 마족을 학살했을 때보다 몇 배는 심한 인종청소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때는 얼마나 분노할까.’
비단 세실리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히틀러를 씹고 뜯고 즐기겠지. 대체불가능한 악이 바로 히틀러다.
아무튼 분위기가 급속도로 가라앉아 그 누구도 쉬이 입을 열지 못하고 있을 때, 세실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약간 물기가 찬 것 같은 빨간 눈동자. 유대인보다 더 비참한 마족의 인생을 떠올리느라 감성에 젖어있던 모양이다.
그녀는 손으로 물기를 대충 닦더니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그 사람은 가만히 둘 거야? 그 사람의 말이 맞는 건 둘째치고 계속 방치하다가는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데?”
“음······”
나는 약간 고민하다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별 상관 없다는 투로 답했다.
“솔직히 방치해도 될 것 같아. 물론 무작정 방치하는 게 아니라 지켜봐야지. 내 작품이 아니라 나에 대한 모독을 한다면 곧바로 제지할 거고.”
“그래도 되겠어?”
“상관없지.”
말을 지껄이는 건 자유다. 하지만 그 말로 인해 발생한 상황에 책임을 질 수 있냐 없느냐가 관건이지.
“그 사람이 과연 나처럼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디 한 번 성지순례의 참맛을 보아라. 내가 당했던 이왜진도 추가로 넣어주마.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서둘러 비축분을 한꺼번에 풀어야겠지.
나는 노스라는 인간이 스포일러를 하자마자 지체없이 다음 권, 피와 강철 15권을 발매했다.
첨언하자면 14권이 발매된 지 사흘조차 되지 않은 시간이다. 중간에 수정할 시간도 없다.
[노스의 말이 옳았다! 모두가 생각한 것처럼 히틀러는 선인이 아니었다!] [역시 한때 문학계를 주름 잡았던 거장의 안목은 다른 것인가?] [이에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노스에게 관심이 쏠렸다. 다만 본인은 집에서 나오지를 않고 있으며······]이에 예상대로의 결과가 나타나는 건 물론이요.
[어째서 민간인의 땅마저 전쟁터로 변했는가? 숭고한 전투는 어디 가고 피비린내와 비명이 진동하는 전투만 존재하는가?] [민간인들에게마저 향하는 군대의 무력.] [안전한 장소 따위는 없다. 모든 장소에서 전투가 이루어지고 있다.]폴란드 침공은 다른 의미의 문화 충격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