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534
■ 533화. 폴란드 침공 (4) □ ᓚᘏᗢ
피와 강철은 지금까지 세계에 수많은 충격을 선사했으나 폴란드 침공을 시작으로 다양한 ‘무기’를 선보였다.
가장 먼저 프롤로그에서 등장한 총이 어떤 위력을 갖고 있는지, 마키나 혁명에서 사용된 전차가 본래 어떤 역할이었는지, 마지막으로 포병이 어떤 화력을 지녔는지 등등.
이처럼 많고 많은 병과가 등장했지만 사람들이 제일 관심 있어 하는 건 ‘공군’이었다.
단단하고 무거운 강철 기계가 하늘을 난다니? 새처럼 날개를 펄럭거리는 것도 아니고 대가리 앞에 빙빙 돌아가는 회전기밖에 없는데?
심지어 비행기가 하늘 위에서 폭탄까지 떨어뜨리고, 그걸 맞은 대상이 민간인이다. 여러모로 파격적인 데뷔전인 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시 제논다운 발상이라며, 마법으로도 할 수 없을 텐데 어떻게 했냐고 의문을 자아냈다.
그러나 머지않아 ‘판타지’라 취급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어찌됐든 간에 전쟁 병기였으니.
무엇보다 폴란드 침공으로 대학살이 시작되면서 다른 부분에 신경이 쏠린 것도 한몫하고 있다.
지금 세상은 히틀러는 개새끼다라는 독자들과 언젠가 갱생할 거다라는 독자들이 서로 혈투를 벌이는 중이다.
비행기라는 문물 자체가 혁신을 넘어 신화에 다다른 영역 즉, 하늘과 깊은 연관이 있다보니 의외로 큰 관심은 없었다.
단지 하늘을 지배한 인간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보여주는구나~ 라며 넘어갈 뿐.
게다가 지구와 달리 이 세상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몬스터마저 존재하여 판타지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물론 사고방식이 단순한 사람들에게는 로망 그 자체나 다름없지만 말이다.
“몬스터가 무서우면 그 몬스터를 조지면 되지!”
“그래! 그래! 내 말이 그 말이다 이거야!”
힘들었지만 보람찬 노동을 끝낸 드워프들을 위한 주점. 시끌벅적하기 그지 없는 주점 안에서 두 드워프가 껄껄 웃으며 소리쳤다.
한 명은 홀쭉한 몸매에다가 다소 풍성한 머리카락 및 수염을 가진 반면, 맞은편의 드워프는 퉁퉁한 몸매와 더불어 대머리였다.
인상과 목소리 또한 서로 대비되었다. 홀쭉한 몸매를 지닌 드워프는 가녀린 외모와 목소리를, 퉁퉁한 드워프는 거칠고 걸걸하다.
물론 서로 술이 들어가니 드워프답게 맛있는 입담을 자랑했지만.
“그래서 형. 이거 만들 거야?”
홀쭉한 몸매의 드워프가 그림 한 장을 스윽- 보여주며 질문했다.
그에 안주거리로 닭다리를 뜯던 퉁퉁한 드워프가 동생에게서 그림을 받았다.
그림의 정체는 이번에 등장했던 하늘에서 내리는 죽음, 폭격기. 폭격기가 민간인에게 폭탄을 떨어뜨리는 장면이다.
“이거랑 똑같이 만들었다가 와이번한테 죽으라고? 너 평소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냐?”
“그, 그런 거 아냐! 그냥 물어본 거지! 지금은 하늘을 나는 기계만 생각해줘.”
“흠······”
대머리 드워프, 발락 래프트는 그림을 보며 턱을 긁적거렸다. 술을 너무 마신 나머지 얼굴이 붉었으나 사리분별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엔진을 동력 삼아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비행기. 마법이 아니라 순수한 기술로만 제작한 기계.
하늘은 언제나 선택받은 자만이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는 곳이라 알려져 있다. 실제로 맞는 말이기도 하고.
허나 피와 강철에서는 기술력만 충분히 받쳐준다면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는 곳으로 묘사돼 있다.
게다가 전쟁터로도 사용됐다. 독일 공군에 비해 약할지언정 폴란드에도 공군이 있었으니.
“충분히 만들어 볼만한 가치는 있지. 때마침 에인스 씨도 마력 기관의 설계도를 뿌렸잖아. 못할 건 없지.”
“그렇지?”
발락의 의견에 동생, 개리 래프트가 싱긋 웃으며 동의했다. 그와 동시에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본래 이들은 발에 치일 정도로 많고 많은 장인들 중 한 명이었다. 부르주 5세의 폭정에 짓눌려 그 어떤 창작조차 허가받지 못한 장인.
그러나 혁명 이후 에인스는 모든 드워프에게 기술 공유 및 진정한 창작을 허용했다. 종족 단위로 눌려있던 창작 욕구를 제대로 폭발시켰다.
이렇다 보니 현재 마키나에서 온갖 기계들이 뚝딱뚝딱 제작되는 중이다. 미네르바 제국에서 가동되기 시작한 세계 최초의 공장?
드워프는 집단이 아니라 개개인이 마력 기관을 제작할 능력을 갖고 있다. 공급만을 위한 공장에 크게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난 안 할 거야.”
“아. 어째서?”
“난 그것보다 배를 만들고 싶거든. 생각해 봐. 바다 위에 거대한 강철 괴물이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멋지지 않냐?”
하지만 발락의 생각은 개리와 달랐다. 폴란드 침공은 공군뿐만 아니라 해군의 모습 또한 보여줬다.
온몸이 강철로 뒤덮인 배. 그 배에서 쏘아지는 무시무시한 포격들.
폴란드 침공 당시에는 영국 해군에게 찌그러질 수밖에 없었으나 그림만으로 무시무시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애당초 거대한 철덩어리가 바다 위를 둥둥 뜬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이다. 비행기가 ‘판타지’라면 철갑함은 ‘현실’에 가까웠으니.
“그 배 위에서 맥주를 마시는 거지! 크으! 어때? 죽이지?”
“난 하늘에서 맥주를 마시는 게 나을 것 같아. 상상만 해도······”
래프트 형제는 상상만 해도 정신이 나갈 것 같은지 잔뜩 풀린 표정을 지었다. 역시 드워프답게 기승전맥주로 귀결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상상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발락이었다.
“하늘을 나는 건 깔끔히 포기해. 차라리 이 형이랑 같이 전함이나 만들자. 그게 더 현실성 있잖아?”
“전함을 만들어서 뭐 하려고? 세계일주라도 하게? 바다에서 크라켄한테 쥐어짜여야 정신을 차리지.”
“그러는 너는 드래곤한테 들이박혀야 정신을 차리냐? 드래곤 이전에 와이번한테 갈갈이 찢길 걸?”
“내가 만들고 싶은 건 단순한 비행기가 아니야. 무려 배를 하늘로 띄우는 거라고.”
“흠?”
비행기가 아닌 비행’선’을 만든다는 소리에 발락이 한 쪽 눈을 치켜떴다.
그 반응에 신이 났는지 개리가 술술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도 비행 몬스터 때문에 비행기가 발명되기 어렵다는 건 알아. 하지만 여러 무기가 무장된 배라면? 설령 비행 몬스터가 날아와도 버틸 수 있겠지. 여의치 않으면 바다로 비상 착륙할 수도 있고. 내가 괜히 배를 하늘로 띄운다는 게 아니야.”
나름 일리 있는 설명이다. 처음부터 무장된 배를 날려보낸다면 비행 몬스터로부터 쉽게 방어할 수 있을 터.
그러나 발락의 생각은 달랐는지 핀잔을 늘어놓았다.
“에이. 그럴 바에야 차라리 철갑선부터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러면 방어력도 훨씬 올라갈 거 아냐?”
“아니지. 일단 배를 먼저 하늘로 날려보낸 후 철갑선을 만들어야지. 당장 바다 속에 뭐가 있는지 밝혀진 게 거의 없잖아? 크라켄이 철갑선마저 우그러뜨리면 어떡하려고? 그때는 하늘로 올라가야지.”
“너 지금 내가 생각하는 배를 무시하는 거냐? 크라켄 따위는 가볍게 무시할 수 있어.”
모르는 사람이 듣는다면 망상만 재잘재잘 늘어놓기 바쁜 취객으로 생각하겠지. 그러나 이들은 드워프다.
에인스가 그랬던 것처럼 만들고자 하는 게 있다면 모든 걸 바쳐서라도 만드는, 괴짜 중의 괴짜라 할 수 있는 종족.
비록 근 300년 동안은 부르주 5세의 폭거로 창작 능력이 퇴보됐지만, 에인스의 마력 기관 이후 반등될 기미가 서서히 보이고 있다.
“철덩어리를 바다 위에 띄우는 것부터 해야지! 무턱대고 하늘로 날아갔다가 날개가 부숴지면? 너는 배가 뭔지는 알고 있냐?”
“절대 아니야! 배를 하늘로 올려보내는 것부터 시작이야! 우리가 바다에 갈 일이 뭐가 있어? 그러니 하늘이 훨씬 낫지!”
드워프 형제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을 이어나갔다. 인상부터 시작해 성격까지 무엇 하나 맞는 구석이 없는 형제의 모습이다.
“무슨 얘기를 하느라 이리 시끄러워?”
“꽤 재미있는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우리한테도 한 번 말해 봐.”
그런 형제가 눈에 띄었던 건지 주점 내 다른 드워프들이 하나둘씩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래프트 형제는 예기치 못한 관심에 살짝 당황했으나 알코올의 힘을 빌려 당당하게 서로의 의견을 표출했다.
그 결과.
“당연히 강철배가 먼저지! 우리가 바다에 나갈 일이 없다고? 그럼 나가게 만들면 되겠네! 산을 전부 무너뜨리고 바다와 연결시켜!”
“그 지랄할 돈으로 비행선을 먼저 만들겠다! 바다보다는 하늘로 날아가는 게 훨씬 낫지!”
“야이, 멍청한 놈아. 비행 몬스터를 생각하라니까? 해양 몬스터는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는데 비행 몬스터를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해?”
주점은 어느 순간 두 개의 파로 나뉘어졌다.
한 쪽은 동생, 개리 래프트를 중심으로 둔 비행선파.
한 쪽은 형, 발락 래프트를 중심으로 둔 철갑함파.
“내일 당장 가이스트로 찾아가세! 누구의 손을 들어주는지 한 번 가려보자고!”
“좋소! 자네들 이름이······ 래프트 형제? 아무튼 우리가 도와줄 테니 한 번 해보게!”
드워프에게 있어서 명예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상관없는 것이다.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 것뿐이다.
대신 만들고자 하는 걸 못 만들었을 때의 박탈감은 그 어떤 충격보다 심하다.
마음이 꺾이는 건 물론이요, 심하면 스스로 목숨까지 끊으니까.
그래도 단 하나, ‘로망’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포기할 수 있다.
“더 빨리 발명하는 사람이 기술을 나눠주는 거다. 알겠어”
때로는 아주 사소한 다툼이.
“거기에 맥주 하나 추가.”
거대한 불길로 번지기 마련이다.
* * *
루미너스와 대화를 끝낸 아이작은 곧바로 회색 사막으로 떠나겠다고 했지만, 곧장 떠나는 건 아니었다.
혹시 모를 혼란을 대비하여 각 국, 특히 세이비어와 알븐하임에 미리 말을 해놓아야 했으니.
세이비어는 현재 탐험을 주도하는 나라이기에 그런 거고 알븐하임은 당연하게도 아르웬 때문이다.
전에 아르웬은 아이케르를 비롯하여 다크 엘프, 시리스까지 파견했다고 언급했다.
괜히 혼란만 부추길 수도 있으니 미리미리 언질할 필요가 있다.
피와 강철을 발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홀로코스트 발발 이전까지 회색 사막으로 향하면 그만이었으니까.
[피와 강철 15권 발매 이후 칩거에 들어갔던 노스 교수. 이번에는 또다른 발언을 이어나가······] [폴란드 침공으로 소련 또한 이빨을 드러냈다. 하지만 소련은 속이 빈 강정이라 작은 나라도 점령하지 못할 것.] [소련은 당분간 헛짓거리를 할 것이다. 군사적 역량도 최악 중의 최악이다. 내 말을 믿어라.]그런데 지난번 선동했던 사람이 또 한 번 선동하더라. 아니지, 이제는 선동이 아니라 스포일러다.
실제로 피와 강철 16권은 ‘겨울전쟁’에 대해 보여줄 예정이었으니까.
아무래도 정신을 못차리고 또 나불거리는 것 같은데, 이번에는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피와 강철 16권의 발매! 소련이 핀란드를 침공하다!]그리고 피와 강철 16권이 발매됐을 때, 소련과 스탈린에 대한 평가는 딱 하나로 축약할 수 있었다.
[병신.]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