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535
■ 534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1) □ ᓚᘏᗢ
겨울전쟁은 소련이 핀란드를 침공한 전쟁이다.
소련은 단순히 영토뿐만 아니라 군사적, 경제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핀란드를 압도했다.
핀란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평소에는 소련의 비위를 살살 맞춰주면서 어떻게든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했다.
안 그래도 바로 아래에서 폴란드가 양측의 합공으로 쥐어터지다 못해 반으로 쪼개졌는데 핀란드로서는 설설 길 수밖에.
하지만 스탈린의 욕심은 끝이 없었고 핀란드를 소련 내로 편입시키기 위해 온갖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걸었다.
[소련의 입장은 이거다. 네 땅이 좀 탐나니까 내놔라. 쥐어터지기 전에.]평론가의 말처럼 진짜 딱 저런 식이다. 핀란드는 제대로 선을 넘어버린 소련에 딱 잘라 ‘안 되오’라고 답했다.
그 이후는? 붉은 군대의 물결이 쏟아지는 것밖에 없지. 핀란드도 이를 알고 있어서 대비책을 갖췄다.
멀리서 본다면 다윗과 골리앗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전쟁이다. 당시 사람들도 그리 예상했다.
하지만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무난히 점령할 줄 알았던 소련이 고전을 넘어 막심한 피해를 입기 시작한 것이다.
[핀란드에게는 물자와 병기가 부족할지언정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이 강했다. 반면에 소련을 보아라.] [소련은 지도자를 향한 ‘공포’를 가지고 있었다. 그 공포가 스스로 좀먹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추위는 그 무엇보다 무서운 존재다. 잠깐 눈을 감는 순간 신과 대면하는 환경.]소련을 아득히 추월하는 핀란드의 추위. 의외로 빽빽한 숲의 지형. 마지막으로 스탈린의 대숙청.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스탈린의 대숙청이다. 하필이면 겨울전쟁이 발발했을 때가 군부의 숙청이 이루어진 지 얼마 안 됐을 시간.
제아무리 팔다리가 튼튼해도 머리가 띨띨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법이다.
스탈린은 그저 자기 권력을 보존하겠다고 군부의 유능한 인재를 죄다 숙청시켰다.
이처럼 내부적인 혼란이 심한 와중에 핀란드의 ‘동장군’이 들이닥쳤으니 병사들은 죄다 얼어죽었다.
오죽하면 전쟁에서 죽은 사람들 중 반 이상이 동사자일 정도. 반면 핀란드는 조국의 지형과 환경을 잘 이용하면서 분투했다.
[몸만 커다란 돼지가 허우적거리다가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지는 것 같다.]소련의 현황을 정말 잘 설명해주는 평론가의 말이다. 그만큼 소련은 그 어떤 칭찬조차 못할 정도로 못 싸웠다.
비록 압도적인 체급차를 이용해 어찌 저찌 승리했지만 본래의 목표로부터 한참 멀어진 승리다.
핀란드 점령은커녕 영토 및 산업 지대의 10%밖에 못 가져왔으니까.
그야말로 피로스의 승리에 딱 어울리는 결말이다.
[도대체 스탈린의 권한이 얼마나 막강하기에 일선의 장교들조차 두려움에 떨고 있는 건가?] [황제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남자. 그 이름이 바로 강철의 원수, 스탈린이다.]사람들은 스탈린의 실책을 비난하면서도 두려워했다.
전선에 나서는 장교들은 어떻게든 승리를 따기 위해 윗사람의 명령마저 무시하는 일이 잦다.
그러나 소련의 경우는 달랐다. 앞에서는 핀란드군과 동장군이 떡하니 대기하고, 뒤에는 스탈린의 총구가 기다리고 있다.
그런 두려움에 잡아먹혀 아무것도 못하다가 얼어죽거나 핀란드군의 총에 맞거나 둘 중 하나를 맞이했다.
말 그대로 스탈린의 명령 거부가 ‘죽음’과 동일시된 상황. 독자들은 스탈린의 권력이 얼마나 무서우면 저럴까, 라며 측은지심을 가지기도 했다.
[그런 스탈린에게 쓴소리를 뱉은 클리멘트 보로실로프. 알고 보니 스탈린의 절친.] [절친이기에 저런 소리가 가능했던 거지만, 스탈린도 보로실로프를 숙청하는 순간 감당하지 못할 후폭풍이 올 거라고 직감했을 것이다.] [인간 백정에게도 저런 면모가 있다니 의외라면 의외다.]물론 스탈린의 절대권력에 당당히 맞설 수 있던 사람이 아예 없던 건 아니다.
스탈린의 절친이자 동지, 클리멘트 보로실로프가 바로 그 사람이다.
겨울전쟁에서 스탈린에게 ‘네가 유능한 장군들을 다 죽여서 이 꼴이잖아!’라며 소리쳤던, 강심장 중의 강심장.
심지어 스탈린이 들은 척도 안 하자 접시를 집어 테이블에 내동댕이쳤단다.
현실적으로 보로실로프를 숙청하면 군부가 산산조각나고, 스탈린 본인마저 위험했겠지. 그걸 배제하더라도 서로 친했던 건 사실이다.
[핀란드는 패배했지만 승리했다.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단결하고, 압도적인 전력 차에도 굴하지 않았다.] [우리는 소련보다 핀란드에게서 배울 점을 찾아야 한다.] [비록 패배했지만 핀란드는 많은 것들을 얻었다. 이건 패배가 아니라 교훈으로 남을 것.]핀란드에 대한 평가는 당연하게도 소련보다 훨씬 좋은 편이다. 아예 극과 극을 달리는 중이다.
소련보다 더한 추위와 더불어 소련의 자멸이 합쳐졌다지만 핀란드가 잘 싸운 건 엄연한 사실이다.
특히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넘어선 것 같은 저격수, 시모 해위해가 인기를 끌었다.
‘저격’이라는 단어 자체는 이 세상에도 존재할 뿐더러 레인저가 저격수의 역할을 겸하고 있었으니까.
[역사는 반복되지만 그걸 통해 얻는 교훈도 있다. 소련도 지금은 망가졌지만 내실을 잘 다진다면 옛날의 위상을 찾을 것.]안타깝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러시아가 딱 겨울전쟁의 소련이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정확히 들어맞는, 아주 기이한 현상. 이처럼 겨울전쟁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교훈을 부여했다.
아무리 강한 국가여도 내실이 튼튼하지 못한다면 소련꼴이 나기 쉬우며, 반대로 핀란드처럼 똘똘 뭉친다면 불가능한 일도 해낼 수 있다고.
더구나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여서 폴란드 침공의 이야기가 약간이나마 수그러 들 정도다.
[혹시 히틀러가 소련의 이런 면모를 보고 공격을 하는 게 아닐까?]또한 소련이 속 빈 강정이었다는 게 드러나자 나치 독일의 소련 침공 가설이 제기되었다.
히틀러의 궁극적 목표, ‘레벤스라움’을 위해서는 소련 침공이 필수다라는 게 이유다.
[절대 아니다. 가짜 전쟁이어도 히틀러는 영·프 연합과 전쟁 중이다. 양쪽에서 가해지는 공격은 치명적.] [한 쪽에서 공격을 받아내는 것도 힘든데 어지간한 국력이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하지만 그 의견은 머지않아 무수한 반박에 휘말렸다.
현실적으로 ‘양면전쟁’은 파멸을 불러일으킨다는 게 첫번째 이유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제국도 양면전선을 펼쳤다가 패배하지 않았는가.
[소련 침공을 위해서는 독소불가침조약을 파기해야 된다. 10년도 가지 않는 조약은 조약으로서 의미가 없다.] [여태까지 외교를 통해 오스트리아와 체코를 합병한 히틀러다. 미쳤다고 그러지는 않을 것.]두 번째로는 결정적으로 독소불가침조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를 완전히 맹신하지 않는다지만 조약마저 깰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하고 있다.
하지만 히틀러가 상상하던 것보다 또라이였다는 게 문제지. 소련의 서기장마저 경악하게 만든 본좌가 바로 독일의 총통이다.
2차 세계대전은 여러 의미에서 ‘상식’이 모두 파괴되는 전쟁이다. 애당초 전쟁에 상식이 통하는 경우가 몇몇 없으나 기본적인 골자는 유효하다.
그 골자들마저 와르르 무너지고 있으니 독자들, 특히 전문가들로 하여금 충격을 넘어 경악이겠지. 지금도 분석하고 난리지 않은가.
그냥 아침 드라마 본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여기에 아침 드라마는 없지만 그에 준하는 수준이라는 뜻이다.
[고작 추위 때문에 저만한 피해를 입는다니. 말도 안 된다. 그냥 핑계일 뿐이지 않나?]아주 가끔 가다가 헛소리를 하는 사람이 나오긴 했지만.
[어디서 불과 마나를 발견하지 못한 원시인이 헛소리를 하고 있다.]곧바로 저지당했다. ‘전개’가 아닌 ‘상식’에서 나오는 헛소리는 칼 같이 차단당했다.
그렇다면 전개와 관련된 헛소리는 어떻게 취급할까. 말도 안 된다고 매장을 당할까.
원래라면 그랬다. 특히 히틀러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라도 한다면 득달 같이 달려들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노스의 선동 아닌 예언 이후에 그 기류가 살짝 변화했다. 전개에 대한 예측은 말이 안 되더라도 용인하자고.
제논 일대기의 주인공, 제논과 달리 히틀러는 완전히 별개로 두어야 된다고. 비슷한 행보를 보일 거라고 단언하지 말자는 여론이 나왔다.
그리고 그런 기류를 만든 선지자(?), 노스는 현재······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소련이 진짜 왜 지는 거야? 아무리 내부가 망가져도 체급 차이가 있는데!!”
본의 아니게 두번째 예측이 성공해버려 극심한 혼란에 빠진 상태다.
지난번에는 폴란드 침공에서의 학살을 예언했고, 이번에는 겨울전쟁에서 소련의 민낯을 전부 까발렸다.
당연히 사람들은 노스의 안목에 열광했다. 입으로 똥만 싸는 줄 알았는데 역시 과거의 명성이 헛된 게 아니라면서.
정작 관심 아닌 관심에 노스는 하루가 멀다 하고 덜덜 떨 수밖에 없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막 저지른 게 죄다 들어맞고 있다.
‘이, 이러다 왕실에서도 나를······!’
테르스 왕국의 전직 작가, 노스는 얼마 남지 않는 머리를 감싸안으며 불안에 떨었다.
원래 이런 헛짓거리가 가능했던 이유는 제논의 명성을 깎으려는 이유도 있지만 ‘뒷배’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건 다름아닌 왕실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 인사들. 그 인사들이 직접 말하길, 뒷배가 될 테니까 마음껏 저지르라고.
어떻게든 제논을 ‘바깥’으로 끌어들이도록 노력하라고 말이다. 처음에는 찝찝했지만 보상도 주어졌기에 허락했다.
그런데 모든 게 꼬여버렸다. 히틀러는 정말로 학살자였고, 소련은 요란하기 그지 없는 빈 수레였으니.
‘다, 다른 거! 다른 거를 해야 돼!’
테르스 왕실 입장에서는 이 새끼가 자신들을 이용하는 건가? 싶을 것이다. 그러면 쥐도 새도 없이 끌려갈 터.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다. 현재 마리아 여왕의 성격이 온화한 것과 별개로 무서운 건 무서운 거다.
왕실에는 마리아 여왕만 있는 게 아니니까. 애당초 테르스 왕실은 제논에게 덤볐다가 망신만 당했다.
‘독일의 다음 상대. 다음 상대는 분명······’
노스는 피와 강철 지도를 살펴보며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비록 군사에 대해 아는 건 1도 없었지만 그렇기에 또다른 헛소리를 할 수 있다.
현재 폴란드는 쥐어터졌고 핀란드는 소련과의 처절한 전쟁 끝에 겨우겨우 휴식을 맞이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준비된 나치 독일의 창 끝이 어디로 향햐느냐. 그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다.
‘프랑스. 프랑스밖에 없어. 이건 문외한인 나여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어.’
독일 해군에 대한 묘사는 딱 이렇게 나와있다. 차마 눈물 없이 볼 수 없을 정도로 얄팍하다고.
반면 영국의 해군은 세계 전체를 정복할 정도로 막강하다고 나와 있다. 그리고 영국은 바다 건너의 섬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나치 독일은 프랑스를 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영국에서 지원군이 온다더라도 육지에서 싸우겠지.
노스는 여기까지 생각이 그치자 골똘히 생각했다. 군사에 대해 까막눈이라지만 ‘상식’은 갖고 있는 그다.
‘역사적으로 국력이 비슷한 국가끼리 붙는다면 장기전으로 흘러갔어. 게다가 나치 독일은 소련과 달리 속이 가득 차 있다. 프랑스는 예로부터 육군 강국이라고 묘사됐고.’
‘상식적으로’ 따지자면 이게 정상이다. 국력이 서로 비슷한 국가끼리 서로 전쟁을 벌인다면 최소 수 개월은 소요된다.
설령 한 쪽에서 자멸을 하더라도 상관없다. 썩어도 준치라고, 최소 2달 이상 버틸 여력은 남아있으니.
하물며 프랑스와 나치 독일 두 국가 모두 강대국이다. 대신 히틀러가 주인공이니 나치 독일이 승리하긴 하겠지.
순간 나치 독일이 프랑스에게 패배한다는 선동을 지껄일까 생각했으나 곧바로 묻어버렸다.
‘좀 더 비상식적인. 비상식적인 이야기가 필요해.’
나치 독일이 프랑스에게 패배한다는 건 그리 비상식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국력이 비슷한 두 국가 사이의 전쟁인데 그럴 수도 있지~ 라며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한 쪽이 압도적으로 패배해야 된다. 노스는 여기서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어느 쪽이 이기기보다는······ 그래. 차라리 전쟁이 2개월 내에 끝나는 걸로 잡자. 여기서 더 줄여서 6주 정도로 할까?’
강대국과 강대국 사이의 전쟁이 6주만에 종료된다. 상식에서 한참 벗어나다 못해 인지부조화가 올 정도의 가설.
정말 소설이 아닌 이상 불가능한 행보다. 전쟁은 전력이 비등할수록 길게 늘어지는 법이다.
‘하다못해 폴란드 침공이 한 달이나 걸리고 겨울전쟁이 4개월 넘게 이어졌는데.’
규격 외의 전술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강대국을 6주만에 꺾는 건 불가능하다.
아닌 말로 테르스 왕국이 미네르바 제국을 6주만에 점령한다는 것과 다를 게 있나.
이게 맞다. 노스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미묘한 웃음을 흘렸다.
‘이 정도면 제논을 바깥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거야.’
이처럼 어느 한 예언가 아닌 예언가가 자기 저택에서 꿍꿍이를 펼치고 있을 때.
“이 정도면 됐겠지? 사막은 처음 가는데.”
“화장품이라도 빌려줄까? 피부 다 타면 어떡해?”
“피부가 타면 타는 거지, 뭐.”
“시끄럽고 이거나 가져가.”
아이작은 회색 사막으로 떠날 채비를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