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546
■ 545화. 불타는 (1) □ ᓚᘏᗢ
케이트로부터 맹세를 받은 후에는 곧장 엘레나 일행을 찾아갔다.
그들을 찾아간 후에는 대강적인 전후사정에 대해 알려줬다. 궁전 안에서 출몰하는 원령들과 지박령처럼 남게 된 모건 왕까지.
여기서 모건 왕이 내 선조인 것과 신들의 진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구태여 말할 필요성을 못 느꼈으니.
그리고 게리오스 최후의 왕, 모건 왕의 원령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엘레나 일행의 반응은 신기했다.
놀람과 납득. 놀람은 당연하게도 모건 왕의 존재고, 납득 또한 모건 왕의 존재였다.
이유를 들어보니까 엘레나와 신디는 한때 전세계를 모험하면서 다양한 원령들을 만나봤다고.
그 원령들의 한을 풀어주면서 단서를 얻기도 하고, 가끔 가다 뒤통수도 얻어맞았다며 얘기해줬다.
“아마 모건 왕뿐만 아니라 다른 원령들이 있을 수도 있어. 궁전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나쳐 온 지역에서 말이지. 한 번 샅샅이 뒤져야겠네.”
“그 원령들의 한을 풀어줘야 하나요?”
“풀어주는 게 좋아. 안 그러면 신들께서도 곤란하거든. 영혼은 신들의 보살핌 아래에 다른 생명으로 태어나니까.”
이른바 윤회가 망가질 수도 있다는 소리다.
여기에 원령 같은 경우는 루미너스보다는 모라의 신자가 담당하는 게 좋다고 설명해줬다.
모라의 교단은 안식 즉, 장례를 담당하기 때문이라고. 모라 교단은 루미너스 교단과 달리 장례와 퇴마에 특화돼 있다고 한다.
“어쨌거나 탐사대가 지하 묘지에 진입하기 전에 연락을 달라는 거지?”
“네. 그전에 제가 한 번 들어가야 되거든요. 지금 들어가봤자 위험할 수도 있고.”
“알겠어. 시리스 씨를 통해 연락을 보내면 되겠지. 곧바로 돌아갈 거야?”
“하루빨리 피와 강철을 연재해야 되거든요.”
예정대로라면 탐사대가 수도로 도착하기까지 최소 반년이 넘게 걸릴 것이다.
꾸준히 언급했던 것처럼 게리오스 왕국의 영토가 워낙 넓은데다가 점령지마다의 문화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몬스터를 비롯한 다양한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는 탓에 발굴 작업은 천천히 진행하고 있는 상황.
그때까지 피와 강철을 끝맺은 후, 약간의 간극을 살려 지하 묘지에 몰래 들어갈 예정이다.
‘시간이 부족하면 또 그 방에서 써야지.’
나에게는 정신과 시간의 방까지 있다. 되도 않은 고행을 겪은 탓에 여러모로 힘들었지만 이제는 그런 것도 없겠지.
그곳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독소전쟁 직전 파트까지 집필했다.
다시 한 번 들어간다면 스탈린그라드 전투까지 쓸 수 있겠지.
“그럼 전 이만 가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이랑 신디 씨는 꾸준히 탐사할 거죠?”
“아마 그렇겠지. 마음 같아서는 궁전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만 네 말대로라면 당분간 삼가해야겠네. 성격이 괴팍한 원령은 상대하는 것조차 버겁거든.”
“조금 괴팍하긴 하죠.”
성격도 성격이지만 더 무서운 건 존재 자체다. 무려 루미너스를 허물없이 대하고 있었으니까.
그것 하나만으로도 모건 왕이 어떤 존재인지 대략적으로 눈치챌 수 있었다.
“골치 아픈 일이 생긴다면 언제든지 연락해주세요.”
“그래. 너도 조심하고. 요즘 악마 숭배자들이 조용하다지만 그래도 조심해.”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눈 후에는 텔레포트를 위해 쉼터로 돌아갔다.
쉼터로 돌아가니 먼저 대기하고 있던 케이트, 그리고 그녀와 대화하고 있는 데이모스 추기경을 볼 수 있었다.
“아. 오셨군요, 제논 님. 복귀하실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헌데······”
데이모스 추기경은 말을 흐리며 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나 또한 그런 데이모스를 말없이 바라봤다.
송충이 눈썹과 두터운 눈썹 때문에 표정을 알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그의 속마음을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또한 진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궁전 안으로 들어가서 모건 왕까지 만나고, 더 나아가 지하 묘지까지 방문했으니.
“······아닙니다. 이것 또한 루미너스 님이 원하시는 거겠죠. 루미너스 님의 축복이 있기를.”
한동안 입을 오물거리던 데이모스는 이내 복잡함이 깔린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루미너스 교단 특유의 성호를 그리며 나에게 축복을 건네는 건 덤.
지금 가장 생각이 많은 사람은 데이모스이지 않을까.
“감사합니다. 추기경 님께서도 루미너스 님의 축복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예. 그러면 케이트 추기경? 제논 님을 부탁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대에게 루미너스의 빛이 있기를.”
마지막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교단식 인사를 건네고 곧장 복귀했다.
복귀한 장소는 미네르바 제국, 정확히는 황궁에 설치된 텔레포트 기관이다.
미네르바 제국측에서도 미리 대기하고 있었기에 아무 탈없이 헤일로 아카데미로 돌아갔다.
“아참. 아이작 님.”
“무슨 일이시죠?”
이제 막 기숙사로 도착할 때쯤 케이트가 무언가 떠올랐는지 나를 불렀다.
“실례지만 나중에 시간이 되신다면 체리를 불러주실 수 있습니까?”
“체리······ 요?”
“네..”
체리를 불러달라는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이유로 불러달라는지 도통 감을 못 잡겠다.
케이트와 체리는 이때까지 딱 한 번, 그것도 초면에 봤을 때를 제외하면 만난 적이 없다.
핵융합처럼 위험한 조합이긴 했지만 케이트가 그녀를 부를만한 이유는 마땅히 없었다.
그래도 부탁이니까 들어줘야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쉽게 승낙했다.
“부르는 건 상관없어요. 언제 부를까요?”
“언제든지 상관없습니다. 다만 다음 주에는 본국으로 귀환해야합니다.”
“그럼 오늘 부르도록 할게요. 때마침 주말이니까.”
“감사합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누려는지 모르겠지만 어련히 잘하겠지. 나는 빙긋 웃으며 숙소 문을 활짝 개방했다.
회색 사막에 하루도 있지 않았는데 뭔가 오랜만에 돌아오는 기분이다.
덜컥-
“나 왔어.”
“아빠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힘찬 외침과 함께 누군가 나에게 오도도 달려왔다.
기다란 붉은 머리카락을 힘차게 휘날리며 달려오는 소녀. 예상했다시피 아리엘이다.
와락!
나에게 펄쩍 뛰어오른 그녀를 가볍게 안아줬다. 충격이 전달되지 않는 걸 보면 이제 힘조절은 완벽히 할 수 있는 모양이다.
이어서 오동통한 젖살이 매력적인 아리엘과 얼굴을 마주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따스한 미소가 저절로 나왔다.
“우리 아리엘. 아빠 기다렸어?”
“응! 아빠 보고 싶었어!”
“아빠 떠난지 하루도 안 됐는데?”
“아빠는 매일매일 보고 싶어!”
어쩜 이렇게 예쁜 말만 골라서 할꼬. 이게 딸 키우는 맛이라는 거구나.
나는 얼굴이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기분을 만끽하며 기숙사 안으로 들어갔다.
기숙사 안으로 들어서니 케이트의 후계자, 로라가 멀뚱멀뚱 서 있었다. 그 옆에는 아델리아가 반가운 얼굴로 나를 맞이해줬다.
“의외로 빨리 돌아왔네? 며칠 정도 걸릴 줄 알았는데.”
“일정이 길어질만한 일은 없었거든. 마리랑 다른 사람들은?”
“잠깐 밖에 나갔어. 네가 이리 빨리 돌아올 줄은 아무도 몰랐겠지.”
하기야 그럴 수밖에 없겠지. 자그마치 루미너스가 직접 가라고 해서 간 거다.
물론 그렇다 해서 섭섭하다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니다. 돌아올 때까지 아리엘과 신나게 놀면 그만이었으니.
나는 아리엘을 안은 채로 소파에 엉덩이를 붙였다. 아델리아도 내 곁에 조신히 앉았다.
그 사이 케이트는 로라에게 다가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대화를 열었다.
“있는 게 더 이상하겠지만 별일 없었지?”
“당연히 없었지. 아리엘이랑 로라도 서로 친해졌고. 그러는 너는 별일 없었어?”
“있긴 있었지. 나중에 천천히 설명할게.”
어쩌면 나의 환생 고백보다 더한 일일 수도 있다. 한 명 한 명 따로 설명하는 것보다 한 번에 설명하는 게 낫다.
“아이작 님.”
그때 로라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케이트가 나를 불렀다.
나는 아리엘의 찹쌀처럼 부드러운 아리엘의 볼을 주물럭거리다가 말고 그녀에게 시선을 옮겼다.
“지금 체리를 만나러 가도 되겠습니까?”
“지금요?”
“네.”
“아까는 불러달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렇긴 하지만 지금은 제가 직접 가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런 거라면 상관없다. 다만 체리가 어디에 있는지 아느냐가 문제다.
“괜찮긴 하다만 체리가 어디에 있는지 아시나요?”
“총장께 부탁하면 되지 않을까요?”
“··· ···”
아, 맞다. 이 여자 추기경에다가 대심문관이었지. 직위로만 따지자면 후작 혹은 공작급에 해당하는 사람.
게다가 케이트는 세이비어 교국 내에서 교황 다음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정작 본인은 관심 없지만.
또한 입지도 입지지만 나와의 연결고리가 가장 크다. 총장으로서는 까라면 까야 되는 상황이다.
‘총장도 함부로 떠벌리지 않을 테고.’
케이트와 체리가 만남을 가지게 된다면 의심을 품을 사람이 있겠지. 하지만 이처럼 비밀리에 만난다면 아무 문제도 없다.
설령 누군가 둘의 만남을 보고 소문을 퍼뜨려도 개의치 않다. 원래 주마다 한 번씩 체리와 만날 계획이었으니.
아무리 눈치가 없는 사람이어도 체리가 내 기숙사를 들락날락거리는 걸 본다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알겠습니다. 로라와 함께 갈 건가요?”
“네. 체리에게도 로라를 소개시켜주고 싶거든요.”
아무래도 케이트는 체리에게 꽤 깊은 호감을 갖고 있는 듯했다.
실제로 둘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핵융합에 버금가는 화합을 보여줬다. 조금 위험하긴 했지.
이윽고 케이트가 로라를 데리고 기숙사 밖으로 나가고, 자연스레 나와 아리엘, 마지막으로 아델리아만 남게 됐다.
“입이 심심하면 쿠키라도 구워줄까?”
“나야 좋지.”
때마침 입이 심심하려던 찰나였다. 회색 사막에서 입에 넣은 건 하나도 없었으니까.
앞으로의 일정의 조율할 겸 다른 사람들을 기다릴 겸 겸사겸사 시간을 보내면 될 터.
마지막으로 책상 서랍에 고이 보관돼 있는 ‘반지’를 재차 확인하면 하루 일과는 끝이다.
“나도! 나도 같이 구울래!”
내 품에 안겨있던 아리엘이 손을 번쩍 들며 귀엽게 부탁했다.
말똥말똥하게 떠 있는 황금색 눈동자가 그토록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아리엘도 엄마 도와줄거니?”
“응. 말랑말랑한 게 딱딱해지는 거 보고 싶어.”
“말랑말랑한 게 딱딱해지······”
순간 나쁜 생각을 한 건지 아델리아는 나를 힐긋거렸다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안 그래도 독심술을 사용하는 아리엘인데 이상한 생각이라도 했다가는 큰일난다.
다행스럽게도 아델리아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진 못한 모양이다. 아리엘이 아무 말을 안 하는 걸 보면 확실하다.
“알겠어. 그럼 엄마랑 같이 쿠키 만들자. 알았지?”
“응!”
“그럼 난 책상에 앉아서 기다릴게.”
모녀끼리 단란하게 쿠키를 만드는 동안 나는 할 일을 하러 갔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건 당연하게도 서랍에 꽁꽁 숨겨져 있는 반지의 존재.
다른 건 몰라도 책상만큼은 다른 사람이 건드리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랄까.
드르륵-
‘다행히 누가 건드리지는 않았구나.’
나는 책상 서랍 안에 꽁꽁 숨겨져 있는 반지를 발견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밖에 되지 않는 시간이라지만 혹여 누군가 살펴볼까봐 걱정했는데 기우였던 것 같다.
이건 내가 여인들을 못 믿는 게 아니라 정말 중요한 비밀이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 한 번······ 은 아니고 마리의 인생에 단 한 번 존재할 이벤트였으니.
‘데이트 코스는 어떻게 짜야하지? 평소 마리한테 어떤 식의 청혼을 받고 싶냐고 물어볼 걸 그랬나? 하, 씨. 갑자기 후회되네.’
서랍을 다시 밀어넣은 후에는 후회가 밀려왔다.
나와 맺어진 여인들이 너무 많은 탓에 마리에게만 신경 쓰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건 마리가 내 청혼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건 우리가 대놓고 연애를 한 영향도 있다.
보통 귀족들은 정략 결혼 문제도 있고 해서 공개적인 연애를 하기 힘드니까. 설령 한다고 해도 수많은 시선을 감내해야 된다.
애당초 ‘여자친구’라는 개념보다는 ‘약혼녀’라는 개념이 더 강한 시대다. 다시 말해 연애가 곧 결혼이라는 의미.
연애를 막 시작하기 직전 나와 마리가 서로에게 했던 그 고백들은 사실상 청혼과 다를 바가 없다.
그때 당시는 전생의 상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었기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물론 그렇다 해서 중간에 깨질 것을 염두하고 만난 건 절대 아니다. 마리를 향한 내 마음은 언제나 진심이었으니까.
‘프로포즈 문화는 있긴 하지만······’
근데 이 놈의 빌어먹을 프로포즈가 내 마음을 어지럽혔다. 마리라면 기쁘게 받아주겠다만 혹시라도 얼떨떨한 반응을 지을까봐.
이미 결혼까지 확정된 사항이지만 전생의 영향이 너무 짙게 남아있다.
적어도 청혼만큼은 반드시 해야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아빠. 아빠.”
“음?”
인생 최대의 고민을 속으로만 삭히고 있을 때 아리엘의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이어서 고개를 들어올리니 따끈따끈하면서 고소한 향기를 풍기는 쿠키가 내 앞에 떡하니 내밀어져 있다.
“이거 먹어봐. 아리엘이 만든 거야.”
아리엘이 나에게 방금 만든 쿠키를 건네준 것이었다. 희한하게도 초코칩이 하나만 박혀있다.
나는 눈을 끔뻑거리며 쿠키와 아리엘을 번갈아보다가 이내 피식거렸다.
방금 전의 그 고민들이 무색하게 마음이 따스해졌다.
“이거 아리엘이 만든 거야?”
“응!”
“고마워. 아빠가 맛있게 잘 먹을게.”
딸이 친히 만들어준 쿠키인데 거부할 수 없다.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쿠키를 집었다.
보통 내 취향에 맞게 초코칩이 와다다 박혀있어야 하지만, 아리엘이 만든 건 달랑 하나밖에 없다.
게다가 쿠키 중앙에 콱- 박혀있어서 모양새가 약간 웃기다. 초코칩마저 동글동글하고.
“얌.”
나는 아무런 의심 없이 쿠키를 입 안에 넣고 턱을 움직였다.
쿠키 특유의 고소한 향기와 초코칩의 달달한 맛이······
파삭!
“음?”
······느껴지지 않고 뭔가 이상하다. 고소한 향은 그대로지만 초코칩을 씹으니 뭔가 산산조각나는 소리가 들렸다.
보통의 초코칩은 이렇게 부숴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맛도 뭔가 이상했다.
시원한 청량감이 입 안으로 퍼지는 건 물론이요 그 청량함이 목구멍이 아닌 몸 전체로 퍼지는 느낌이다.
뭔가 불안하다. 그것도 엄청나게.
나는 쿠키를 우물거리는 걸 멈추며 아리엘을 쳐다봤다. 그녀는 뭐가 좋은지 생글생글 웃고 있다.
“······아리엘?”
“응. 맛있어?”
“맛있긴 한데······ 쿠키에 뭘 넣은 거니?”
설마 내가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회색 사막에서 잃어버릴까봐 책상 서랍에 꽁꽁 숨겨놓았던 건데.
그런 내 불안함도 모르는지, 아리엘은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힘차게 대답했다.
“초코볼!”
“······무슨 초코볼?”
“아빠 책상에 있던 초코볼! 엄청 좋은 냄새 나길래 아빠한테 주려고 했어!”
그 대답을 듣고 서둘러 책상 서랍을 뒤졌다. 불길함이 몰아치며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다.
이윽고 설마설마했지만 그 설마는 언제나 들어맞는다고, 내 예상은 머지않아 적중했다.
없다. 누가 꺼내서 먹을까봐 반지보다 깊숙한 곳에 숨겨놓았던 모라의 ‘신성’이.
생각해보니 아리엘은 천사다. 신의 대리인이자 반기마저 들었던 초월적 존재들.
그런 존재들에게 신에게서 떨어져 나온 ‘신성’만큼 향기롭고 달콤한 건 없을 터.
정말로 눈물이 안 날 수가 없구나. 현타가 심하게 몰려와서 몸이 축- 처지는 것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리엘은 나에게 ‘맛있는 쿠키’를 줬다는 생각밖에 없는지 해맑게 웃고 있다.
아주 그냥 효녀가 따로 없다.
“······우리 아리엘 정말 착하네. 아빠한테 맛있는 걸 양보할 줄도 알고.”
“정말로? 히히.”
불타는 효녀 말이지.
그리고 어떻게 됐냐고?
“콜록! 콜록! 아으······”
“아빠. 괜찮아?”
“안 괜찮아······”
보름동안 침대 신세를 졌다.
뒤질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