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547
■ 546화. 불타는 (2) □ ᓚᘏᗢ
신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압도적인 신성력?
마법을 상회하는 권능?
그 신을 상징하는 신성?
아니다. 신이 존재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다름아닌 신자의 ‘신앙’이다.
그 누구도 신을 믿지 않는다면 신의 존재 가치가 무의미하다.
잔인한 폭군으로 유명한 신이어도 일단 그 존재가 있다는 걸 인지시켜야 한다.
따라서 다른 것들이 충족되어도 신자의 신앙심이 없다면 그 신은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렇다면 신앙의 제외한 위의 것들이 필멸자의 몸에 깃들게 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흘러가는 것일까.
이 같은 경우는 둘 중 하나다. 첫번째는 필멸자의 신체가 버티지 못해 그대로 세상을 떠나는 것이요.
“콜록! 콜록! 어으······”
두번째로는 온갖 고생이란 고생을 거치며 전부 소화하는 일밖에 없다. 그리고 나는 다행스럽게도 후자에 속했다.
지난번에도 루미너스와 대화하던 도중, 모라가 난입하는 바람에 흔히 ‘신열’을 앓았다.
두 신의 신성이 서로 충돌하는 바람에 생기는 열병.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작지만 무려 모라에게서 떨어져 나온 ‘신성’을 직접 섭취했으니까.
신성은 신성력이 한데 모인 기운. 필멸자가 감당하기 힘든 신성력을 한꺼번에 밀어넣었으니 그릇이 위험한 것이다.
신열을 앓는 건 똑같지만 그 증상이 전보다 훨씬 오래 진행됐으며, 용암에 몸을 담근 것처럼 뜨겁다.
만약 내가 신들에게 예쁨을 받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히르트로부터 순수한 권능을 받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세상을 떠났겠지.
‘진짜 죽을 것 같아······’
빈말이 아니라 보름 내내 열병을 앓고 있으니 당장이라도 신들의 품으로 돌아갈 것 같다.
그리 된다면 지구의 신들이 이때다! 하며 이 세상을 침공하겠지. 신들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내 영혼이 떠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된다.
“괜찮으신가요?”
“아뇨······”
“조금만 참으시면 됩니다. 첫날보다 열은 많이 가라앉았습니다.”
소식을 듣자마자 부랴부랴 간호하러 달려온 케이트처럼. 그녀는 불덩이처럼 뜨거운 이마에 손을 얹더니 이런저런 진단을 내렸다.
내가 침대 신세를 진지 오늘로서 정확히 2주일이 지났다. 히르트 님의 말씀으로는 소화시키는데에 보름이 걸린다고 했으니 조만간이겠지.
그 기간동안 내가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모르겠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그 시간동안 연재는커녕 비축분마저 발매하지 못했다.
“세실리 님. 모라 님께서는 말이 없으셨습니까?”
의기소침한 눈으로 나를 살펴보던 케이트가 고개를 돌리며 세실리에게 물었다.
루미너스에게 총애를 받는 케이트처럼, 세실리 또한 모라에게 총애를 받는 신자다.
또한 이번에 섭취한 신성은 모라의 것이다보니 내 곁을 간호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신들께서도 아이작 님의 미래를 읽을 수 없어요. 다시 말해 어찌 될 지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죠.”
“어째서 아이작 님의 미래를 읽을 수 없는지는 알려주실 수 없습니까?”
이번 사태를 통해 케이트도 신들이 내 미래를 엿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자세한 내막까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아무래도 다른 여인들과 달리 케이트는 나와 맺어지지 않았기 때문인 듯하다.
“······지금은 힘들어요. 케이트 님께서 아이작 님과 완전히 이어지기 전까지는.”
“씨앗을 받겠다고 맹세를 했는데도 말입니까?”
“··· ···”
케이트의 말에 세실리가 다소 무시무시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 봤다. 이에 나는 일부러 기침을 토했다.
빌드업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마무리 일격을 가한 거라 나도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훗날 신작을 위해서라도 그녀가 필요하고.
게다가 이미 나와 이어진 여인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세실리도 이 점을 깨닫고는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답했다.
“그럼 그때 가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아이작의 상태가 더 중요하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실제로 이들의 지극정성 덕분에 중간중간 위험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순간적으로 열이 40도를 넘긴 적도 있었으니까.
하물며 몸이 신성을 버티지 못한 탓에 피까지 토했다. 아마 그때 몇 번 기절했던 걸로 안다.
24시간 내내 곁에 떨어지지 않고 지켜준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신성을 섭취한 거라 섹스로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했나······’
얼핏 들은 것 같아. 지난번의 신열은 성관계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지만 지금은 안 된다고.
어마어마한 양의 신성력이 이양돼 환자가 두 명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케이트가 설명해줬다.
그걸 들었을 때는 황당했지만 달리 말하자면 그만큼 위험했다는 뜻이다.
“아빠······”
고열로 인해 혼미한 상황에서 내 귓가로 자그만한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왔다.
나는 어지러운 정신 속에서 간신히 고개를 돌렸다. 흐릿한 시야였으나 나와 똑닮은 붉은 머리카락과 황금색 눈동자가 선명하게 빛나고 있다.
이 모든 일의 원흉이자 그렇다고 미워할 수 없는 사랑둥이, 아리엘이었다. 그녀는 침대 가장자리에서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나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상황에도 그녀를 보자마자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줬다.
“왜 그러니, 아리엘? 아빠한테 할 말이라도 있어?”
“··· ···”
내 물음에도 아리엘은 우물쭈물거리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나를 기쁘게 만들기 위해 쿠키에 신성을 박았던 그녀다. 이것만 본다면 아주 불타는 효녀가 따로 없다.
허나 문제는 허락도 없이 남의 물건에 손을 댔다는 것. 설령 그것이 나를 위한 거라지만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위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내가 쓰러지자마자 마리에게 제대로 혼났다. 무려 3시간이 넘도록 훈육을 받았다고 들었다.
여기에 무릎 꿇고 두 손을 번쩍 올리는 체벌까지. 아리엘도 심각성을 깨닫고나서 펑펑 울었다고.
우는 모습을 직접 봐야했는데 아쉽다. 그래도 이번 일을 계기로 성장할 테니 나름 괜찮을 것 같다.
“······아빠.”
“응.”
“아리엘이 도와줄 거 없어?”
나는 그녀의 귀여운 제안에 약하게 웃어줬다. 마음 같아서는 허락하고 싶지만 거절했다.
“또 아빠 얼굴에 냉수 부으려고?”
저번에 허락했다가 얼굴에 물을 왕창 부었거든. 내 몸이 불처럼 뜨거우니까 시원한 물을 부으면 해결될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이불과 침대보를 교체할 때도 위험했다. 힘조절에 실패해 나를 침대 밑으로 떨어뜨릴 뻔했으니.
이외에 영양식이 아닌 쿠키를 입에 넣어준다던지 등등. 불타는 효녀 속성을 제대로 보여줬다.
그때마다 마리에게 된통 혼나서 직접 나서는 일이 없어졌지만.
“아닝······ 그냥······ 아빠 몸이 뜨겁잖아.”
“그렇지.”
“반대로 아리엘 몸은 평범하고······ 그러니까 껴안고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일리 있는 말이다. 내가 앓는 신열도 역병이 아니라 전염될 위험도 없다.
만에 하나 있을 신성력의 이양도 마찬가지. 그녀는 필멸자가 아닌 천사 즉, 초월자다.
하물며 히르트가 언급했던 보름이 코 앞까지 다가왔다. 위기는 전부 넘겼으니 저 정도 애교는 받아줄 수 있다.
“안 돼. 아빠는 지금 많이 아프니까 아리엘은 아무것도 하지 마.”
내가 허락을 하려던 찰나, 마리가 등장하며 아리엘을 만류했다.
여태까지 아리엘이 저지른 만행들 때문인지 어지간해서는 그녀의 행동을 저지하고 있다.
아리엘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별다른 항의는 하지 않았다. 다만 애원의 목소리로 마리에게 부탁했다.
“······안는 것도 안 돼?”
“안 돼. 엄마가 말했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남을 도와주는 건 되려 피해가 될 수도 있다고.”
“··· ···”
“어차피 아빠도 내일이면 나을 거야. 그러니 어서 가자.”
마리는 아리엘의 겨드랑이 안쪽에 손을 집어넣었다. 아리엘도 본인이 저지른 걸 아는지 군말없이 몸을 맡겼다.
“아냐. 괜찮아.”
“아이작?”
“오늘은 아리엘이랑 같이 잘게.”
“······아빠?”
마리가 아리엘을 안아들기 직전에 내가 허락을 내렸다. 그러자 두 모녀가 눈을 깜빡이며 나를 쳐다봤다.
마리의 말마따나 어차피 내일이면 전부 나을 예정이다. 중간에 무슨 일이 터지지도 않을 테고.
이에 겨우겨우 이불을 들추며 아리엘이 들어올 공간을 마련했다.
“이때닷!”
그리고 우다다 안으로 파고드는 아리엘. 그녀는 이불 안에서 꾸물꾸물거리더니 이윽고 머리만 뿅! 하고 내밀었다.
자연스레 얼굴을 맞닿게 된 우리 둘. 아리엘의 황금빛 눈동자에서 내 얼굴이 거울처럼 비추어졌다.
“헤헤. 아빠.”
“그래. 그래.”
아리엘이 내 얼굴에다가 자신의 뺨을 비비며 행복한 소리를 낸다. 나도 사랑스레 웃어주며 반응해줬다.
그런 우리의 모습에 마리는 허리에 손을 얹더니 이내 못 말린다는 듯이 피식거렸다.
간호를 하던 케이트와 세실리도 매한가지. 세상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 부녀를 바라봤다.
정말로 미워하고 싶어도 미워할 수 없는 아이가 아리엘이다. 이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혼을 낼지언정 누가 미워할까.
“에휴······ 그래도 보기 좋네. 알았어. 엄마가 졌다.”
“고마워, 엄마.”
“대신 저번처럼 사고치면 안 된다?”
“응!”
그 말을 하면서 나를 꽉 껴안는 아리엘이다. 벌써부터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기분인데.
그러거나 말거나 아리엘은 나에게 찰싹 달라붙으며 평소 참았던 애정을 퍼부었다.
나는 손가락 까닥할 힘도 없었기에 그녀의 애교를 원없이 받았고.
‘슬슬······ 졸리네······’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지만 고열을 앓는 탓에 시간 개념이 뒤죽박죽이다. 그래서 눈이 서서히 감겼다.
나를 간호하는 사람들도 내가 점차 잠에 빠져든다는 걸 아는지 금방 조용해졌다.
아리엘도 나에게 껌딱지처럼 붙어있을 뿐, 나를 부르거나 시끄럽게 굴지는 않았다.
‘다 나으면······ 비축분부터 바로 보내야지······ 그리고······ 마리한테······’
내 의식은 점점 바닥 아래로 떨어지고, 머지않아 완전히 사라졌다.
* * *
나는 평소 꿈을 자주 꾸는 편이 아니다. 꿈은 원래 깊은 수면이 아닌, 얕은 수면 상태에서 발생하는 일이니까.
근래에는 워낙 바쁜 일들이 많아서 한 번 잠에 빠져드는 순간 어지간해서 깨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나와 관계를 맺은 애인들이 나를 껴안거나 장난을 치는 편이다.
내가 어째서 이런 말을 하는지 묻는다면, 지금 내가 ‘자각몽’을 꾸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클라크 할아버지와 만났을 때도 자각몽을 꾼 적이 있었으나 그 이후에는 단 한 번도 없다.
게다가 이번에 꾼 자각몽은 그때와 다르다.
[이제 어떻게 할 거요! 그대들이 우리 세계의 영혼을 앗아간 탓에 순리가 모두 엉망으로 변했다오! 할 말이 있으면 해보시오!]눈이 부실 것 같은 ‘빛’으로 인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지만, 풍성한 수염을 지닌 노인이 버럭 소리쳤다.
독특하게도 그 노호성은 입이 아니라 마치 머릿속으로 직접 전달되는 듯한, 기이한 울림을 선사했다.
또한 그 노인의 곁에는 두 명이 나란히 서 있었는데, 두 사람 모두 어디서 본 것 같은 외양이다.
비록 빛으로 인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으나 한 명은 어깨까지 기른 머리카락을, 다른 한 명은 짧은 곱슬머리를 갖고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셋 모두 펑퍼짐한 옷을 입고 있었으며 바라보기만 해도 절로 경외감이 드는 분위기를 풍겼다.
[그 영혼이 앞으로 행할 일은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져서 발생하는 파문과 같습니다. 잔잔한 파문은 거대한 파도가 되어 세상을 집어삼킬 예정이었죠.] [허나 그 파문을 일으킬 영혼이 그쪽으로 넘어갔으니······]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군. 하지만 심각한 일이라는 건 대충 알 것 같다.
나는 도통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세 명이 바라보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맞은편에도 세 사람이 서 있었다.
아니. 서 있다고 해야 될지, 아니면 공중에 떠 있다고 해야될지 모르겠다. 아무튼 자리에 당당히 서 있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니, 본 걸 넘어 만난 적이 있다.
거대한 자연의 형상화시킨 듯한 자연의 어머니, 히르트.
어둡고도 아름다운 밤하늘을 연상케하는 어둠과 안식의 여신, 모라.
마지막으로 찬란한 태양빛을 연상시키는 빛과 희망의 신, 루미너스.
얼굴들이 빛으로 가려져 있다지만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내가 왜 이런 꿈을······ 설마 저 사람들······’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무엇 하나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였다.
노호성과 불만을 터뜨린 신들이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들과 시선을 마주하자마자 몸이 절로 떨리기 시작한다.
뒤이어 풍성한 수염을 자랑하는 노인이 허, 하며 탄식을 터뜨리더니 이해 못할 말을 중얼거렸다.
[하다하다 이제는 영혼의 격까지 바꾸는군. 아이야.]이윽고 노인은 손을 내밀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만간 다시 만나자구나..]그와 동시에 꿈에서의 의식이 아래로 쑥- 하고 추락했다.
“··· ···”
나는 눈을 깜빡거렸다. 현재 내 시야에는 어두컴컴한 천장만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나도 생생했던 나머지 방금 전 그 꿈이 자각몽인지, 아니면 단순한 개꿈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무엇보다 하나도 안 아프다. 보름 내내 나를 괴롭혔던 고통들이 전부 사라져서 몸이 가볍다 못해 날아오를 것 같았다.
‘······다 나은 건가? 근데 아까 그 꿈은 뭐였지?’
한동안 눈을 깜빡거리다가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밖을 바라보니 커튼으로 창문을 모두 가리고 있다.
달빛마저 통과되지 않은 어두운 공간.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침이 된 것마냥 시야가 밝았다.
보통 같으면 어둠에 적응하기까지 오래 걸릴 텐데 그런 것도 없다. 그냥 밝다.
‘뭐지? 신성력 때문인가?’
나는 눈을 두어번 비비다가 문득 곁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옆을 쳐다봤다.
“코오······”
아리엘이 곤히 잠들어 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잠들기 전에 그녀가 나를 안고 있었지.
귀엽게 잠든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이내 피식 웃었다. 이어서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으음······”
간호를 하다가 지쳐 잠든 마리가 의자에 앉아있다. 오늘 불침번은 그녀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세실리나 케이트와 달리 마리는 일반인에 지나지 않았다. 거친 훈련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일반인.
어떻게든 나를 간호하기 위해 불침번을 자처했겠지만 체력적으로 무리였겠지. 그래서 그녀가 더욱 사랑스러워졌다.
‘우선 몸도 다 나았으니 정리를 좀 해야겠다.’
나는 혹여 아리엘이 깰까봐 조심조심 움직였다. 우선 이불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아리엘이 원래 이렇게 컸던가?’
자기 전보다 아리엘이 더 커보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니, 실제로 뭔가 더 커졌다.
이에 이불을 조심스럽게 내리며 아리엘의 전체적인 모습을 확인했다.
신성을 모두 소화한 덕분인지 어두운 밤이어도 아침마냥 시야가 훤하다.
“······어?”
이윽고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진짜로 커졌다. 전체적인 체구가.
5살 내외로 안 보였던 아리엘이었는데, 지금은 10살 언저리로 성장했다.
“으응······”
당최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고 있을 때 기척을 느낀 아리엘이 잠에서 깨어났다.
“하아암······”
잠에서 깨어난 그녀가 길게 하품을 한다. 여전히 졸리는지 눈을 끔뻑끔뻑거렸다.
“으으응······ 응? 아빠?”
비몽사몽한 얼굴로 나를 부르는 아리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마주 바라보기만 했다.
“언제 일어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