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551
■ 550화. 6주 (1) □ ᓚᘏᗢ
신들의 과거를 소설로 보여주겠다는 다짐과 함께, 아이작은 최대한 빠른 기한 내에 피와 강철을 완결 지으리라 마음 먹었다.
기한은 회색 사막 탐사대가 게리오스 왕국의 수도를 탐사하기 전까지.
그때까지 어떻게든 피와 강철을 끝내리라 생각하며 집필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비록 신성을 섭취하는, 생각치도 못한 변수가 발생했으나 그렇다고 차질이 발생한 건 아니다.
시간과 정신의 방에서 연재를 하면 그만이고, 정 안 되겠다 싶으면 두 작품을 동시에 연재하면 됐으니.
이에 아이작은 거의 사흘에 한 권씩 신간을 발매했다. 실로 무시무시한 집필 속도이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은 이 집필 속도에 환호하면서도 의구심을 가졌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빠르지 않나 싶어서.
마족의 선물, 타자기로 집필 속도가 대폭 상승했다지만 공장도 아니고 사흘에 한 권은 비정상적이다.
물론 이때까지는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넘어갔지만 낫질 작전 이후로 의심이 피어올랐다.
[제논 일대기는 몰라도 피와 강철은 판타지다. 새로운 세계를 구축한 셈인데 여기에 혁명적인 전략전술까지 고안했다.] [이런 세상에서 살았던 게 아닌 이상 거의 불가능하다.] [정말로 제논은 피와 강철 속 세계에서 온 인물일까?]아직까지 주류가 되진 않더라도 슬슬 피어오르는 의견들이었다.
마나와 마법, 더 나아가 신마저 존재가 불확실한 세상을 만든 것도 놀라운데 생활상까지 표현한다?
심지어 각 국의 문화와 사상, 그리고 실현 가능한 전쟁 병기까지 보여준다?
천재를 넘어선 무언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성자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며 다들 추측하는 추세다.
그렇다 해서 아이작을 모함하는가. 그건 또 아니다.
오히려 추종하는 자가 늘어나면 늘어났지, 폄하하지 않았다.
[제논은 앞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지식들을 선사할 선지자다!] [제논을 믿으라! 그는 우리에게 시련을 내릴지언정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신이 데려온 성자가 확실하다!]전화위복이라고, 대공황 당시에는 아이작을 의심했지만 그걸 타개하는 ‘공장’이 등장하면서 기류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심지어 가이스트는 공산주의와 전차를 등에 업고 혁명까지 성공시키지 않았는가.
제논 일대기가 ‘미래’에 일어났던 일을 알려줬다면, 피와 강철은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다.
아이작을 성자라 믿어 의심치 않는 자들은 대부분이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무기의 발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구릿빛 피부와 은색 눈동자. 마지막으로 오른쪽 안면에 독특한 문양까지.
스타비르크 민족 고유의 특징을 간직하고 있는 남자, 아살라는 앞의 노인에게 말을 걸었다.
노인 또한 스타비르크 특유의 외모를 갖고 있었으며, 아살라와 다른 점이라면 나이로 인해 흰머리가 많았다는 것.
그럼에도 훤히 드러난 두 팔은 오밀조밀한 근육으로 가득 차 있어 범상치 않은 기백을 드러냈다.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화약 구매는 신중하게 하셔야 할 겁니다. 자칫하다가는 제국이 눈치챌 수도 있으니까요.”
“그건 저희 쪽에서 해결하면 됩니다. 미랄 님께서는 발명에만 신경 써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마력 기관의 설계도도 입수했으니 발명만 한다면 대량생산도 가능할 겁니다.”
미랄이라 불린 노인은 이후 꾸벅 고개를 숙이며 자리를 옮겼다. 그가 들어간 곳은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대장간.
머지않아 대장간 안으로부터 땅! 땅! 망치질 소리가 시원하게 울려퍼졌다.
아살라는 ‘총’을 제작하기 위해 비밀리에 마련된 대장간을 바라보다가 등을 돌렸다.
등을 돌리고 걸음을 옮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여인과 마주할 수 있었다.
“좋은 소식이라도 있으신가요?”
“그저 그래.”
아살라와 대화한 여인 또한 스타비르크 민족 고유의 외모를 갖고 있었다.
차이점이라면 아살라는 푸른빛을 띄는 검은색 머리카락을 갖고 있는 반면, 여인은 은색에 가까웠다는 것.
“너희 쪽은 어때, 메르샤? 제국 쪽에서 수상한 움직임은 없어?”
아살라는 여인, 메르샤로부터 옷가지를 받으며 근황에 대해 물었다.
자신이 전반적인 독립 운동을 주도한다면 메르샤는 국제 정세, 그리고 제국의 동태를 살피는 역할이다.
“제국 쪽은 늘 똑같아요. 다만 공장이 세워진 이후로 우리 지역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요.”
“뭐 때문에?”
최근 스타비르크 쪽에 관심이 갈만한 사안은 셀 수도 없이 많다. 그중 대표적인 건 단연코 독립이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꾸준히 이어져 온 스타비르크의 독립 운동.
누가 주도했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민족의 숙명으로 남았다.
더군다나 미네르바 제국에서도 알음알음 스타비르크를 찬밥 취급한 탓에 당위성도 충분했다.
“우리 지역에 공장들을 세운다고 하더군요. 아마 감시하기 위해서겠죠.”
“겸사겸사 노동력도 빨아먹고 말이지.”
뻔히 보이는 음흉한 속셈에 아살라는 코웃음쳤다. 효과 하나는 확실할 것이다.
그러나 소문으로만 그럴 뿐 실행될 가능성은 한없이 낮다. 제국이 원하는 건 내부의 혼란이었으니까.
이 정도로 쉽게 정보를 흘릴리가 없다.
‘민족자결주의의 열풍이 꾸준히 이어졌다면 좋았을 텐데.’
아살라는 한때 독립의 열기가 끓어올랐던 사상, 민족자결주의를 상기했다.
그걸 보면서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독립을 외쳤지만 다음에 이어진 건 히틀러의 패악질.
하물며 대공황까지 겹쳐진 바람에 제아무리 스타비르크여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허나 민족자결주의만큼은 그대로 남게 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독립 운동에 동조했다.
“제논과의 접촉은 거의 불가능한 건가?”
“당장은요. 본인부터 두문불출한 데다가 제국측에서 최대한 막고 있어요.”
“쯧.”
아살라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혀를 찼다. 어떻게든 아이작과 만남을 가지고 싶었으나 여력이 되지 않았다.
이것도 제국 쪽에서 막고 있는 거겠지. 안 봐도 비디오다.
“곧 있으면 제논 축제가 열리니 그때 기회를 봐야겠지. 아무리 제국이어도 마찰을 일으키면 곤란할 테니까.”
“그러고 보니 제국의 황녀가 제논에게 반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진실일까요?”
“소문은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돼. 하지만 정략혼으로 갈 가능성은 높지. 지금은 제논 축제만 신경 쓰자고.”
가급적이면 아이작에게 조언을 얻고 싶다. 가이스트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원래는 조언을 받든 말든 상관없다는 취지였다. 중요한 건 그가 아닌 독립이었으니까.
그러나 가이스트가 혁명에 성공하고 왕정을 무너뜨리는 걸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정말 총이라는 무기가 독립에 힘을 줄 거라 생각하십니까?”
“엄밀히 따지자면 기관총까지 발명해야지. 기사의 방어력을 뚫을 수 있을 정도의 화력이 필요해.”
기사의 방어력은 개개인마다 천차만별이지만 화살은 가뿐히 튕겨낼 수 있다.
게다가 마법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기술을 따로 배우는데, 일종의 ‘쉴드’ 같은 개념이다.
아이작이 봤다면 그거 프로토스 쉴드 아니야? 라며 적절히 비유했을 능력.
아무리 신체를 강화해도 충격 자체는 모두 방어하기 힘들다.
대포의 위력을 방어할 수 있는 신체를 가졌다고 한들, 정통으로 맞았다가 내장이 전부 손상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래서 아예 외부의 공격 자체를 차단시킬 수 있도록 훈련한다.
허나 이것조차 숙련된 기사만이 가능하다. 엘프는 밥 먹듯이 하지만 말이다.
“마나 쉴드라고 해서 무적은 아니지. 마나도 언젠가 소진될 테니까.”
마법이 아닌 본인의 마나로 쉴드를 사용하는 기사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하나밖에 없다.
쉴드의 방어력을 한참 넘어서는 화력을 퍼붓거나, 아니면 쉴드에 이용되는 마나를 전부 소진시키거나.
대포나 마법이 아닌 이상 마나 쉴드를 파훼하기는 어렵고, 이것들 모두가 전부 명중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기사는 기사끼리 맞붙는 일이 다반사다. 종족전쟁 당시에도 엘프 기사 한 명을 상대하기 위해 인간 기사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우리는 그 쉴드만 부수면 돼. 기관총이 바로 그 해답이겠지.”
“피와 강철 세계관은 마나를 사용할 수 없잖아요. 기사의 방어력을 뚫을 수 있을까요?”
메르샤가 다소 회의적인 의견을 꺼냈다. 총이 발명된다면 인구가 곧 병력이 될 수 있으니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박수가 너무 짙다. 총이 굉장한 무기인 건 분명하지만 최소한 이 세상에서 ‘입증’되지 않았다.
만약 총마저 기사를 뚫지 못한다면 여태까지 쌓은 것들이 물거품으로 변할 수도 있다.
“그건 걱정하지 마. 전에 말했듯이 똑같이 만들 필요는 없어. 우리는 피와 강철에서 등장한 ‘지식’을 이용하는 것뿐이니까. 기사들이 마나를 이용하는 것처럼, 우리도 마나를 이용하면 돼.”
“마나를 이용한다라······ 총알에 마나라도 씌울 생각인가요?”
“비슷하지. 우리 민족은 세심한 작업에 능하니까. 시급한 건 총이야.”
아살라는 그리 굳게 믿었다.
“어서 빨리 제국이 자랑하는 기사들이 당황해하는 꼴을 보고 싶어.”
왜냐하면 아이작이 쓴 책에서 그리 나왔으니까. 기사의 시대를 모두 끝내버렸다는 만병지왕.
메르샤는 열망으로 활활 타오르는 아살라의 표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원래는 아이작을 이용하여 스타비르크 독립에 힘을 실으려고 했지만, 이제는 완전한 추종자가 된 상황이다.
그걸 뒷받침해주는 것이 바로 마키나의 혁명이요, 또 하나는······
“‘현자’께서도 옳은 길이라 하셨으니 성공하실 겁니다. 설령 우리 세대가 아니더라도요.”
“그래야지. 현자께서도 제논을 호의적으로 보기 시작하셨으니까.”
스타비르크 민족에게 길을 열어준 ‘현자’ 덕분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독립의 길을 열어준 존재.
현자는 아이작에게 호의는커녕 부정적인 입장만 보였지만, 최근 들어서 태도가 바뀌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른다. 그러나 피와 강철이 기점인 건 확실하다.
“이 참에 한 번 방문해야겠어. 제논 축제 때 제논과 만난다면 어떤 질문을 해야할지. 현자께서는 어디에 계시지?”
“늘 그렇듯이 본인의 거처 안에 계십니다.”
“그럼 그리로 가자고.”
아살라는 메르샤와 함께 나란히 걸어갔다.
왠지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 * *
스타비르크에서 한참 무기 발명이 이루어지고 있을 때, 세상은 피와 강철 신간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전통적인 강대국 영·프 연합과 나치 독일과의 대결. 지금까지 뿌린 떡밥이 많았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가히 혁명에 가까운 낫질 작전까지. 독자들은 나치 독일의 낫질 작전이 과연 통할지, 아니면 무너질지 기대했다.
[나는 히틀러가 처절히 패배하기를 원한다. T4 작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는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다.] [그는 학살자다. 독일인들에게는 영웅이겠지만 제 3자 입장에서는 폭군이다.]예전이었다면 무지성으로 히틀러를 응원하는 사람들밖에 없었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폴란드 침공으로 나치 독일의 무자비함과 악랄함이 드러났으니까.
또한 대공황과 재선 준비로 한참 바빴던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을 통해 T4 작전의 진면목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전에 말했듯이 이 세상에서 장애인은 시대에 비해 대접이 그나마 낫다. 특히 정신질환자는 종교 쪽에서 필사적으로 보호한다.
T4 작전이 실행됐을 당시에도 종교인들이 거세게 반발했으며 이 세상도 다를 바가 없다.
교단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히틀러와 T4 작전을 비판했다. 신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평소 소와 닭처럼 바라만 보던 관계였던 루미너스 교단과 모라 교단. 하지만 T4 작전 덕분에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피와 강철은 신의 존재가 불분명하기에 필멸자들이 스스로 자정 능력을 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치 독일은 점점 그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만약 영·프 연합의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나치 독일은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 [이번 전쟁이 나치 독일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종교인들이 나치 독일과 히틀러를 비난한다면 중립적인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히틀러가 무슨 패악질을 부리든지 말던지 흐름에만 치중하는 평론가들.
이들도 나치 독일의 악행을 보며 비판하는 건 똑같지만, 피와 강철의 흐름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밋밋한 편이다.
마지막으로······
[나치 독일은 무적이다! 영·프 연합은 말끔하게 깔아뭉갤 것이다!] [강력한 전차 부대! 강력한 공군! 강력······ 하지 않고 멋진 유보트!] [뭣도 아닌 악당이 아닌, 차라리 멋진 악당이 되는 편이 낫지 않겠나!]대가리가 깨져 뇌수가 줄줄 흐르는 사람들. 좀 전에 언급했듯이 폴란드 침공과 T4 작전으로 히틀러는 악역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나치 독일이 갖고 있는 특유의 ‘멋’은 사라지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디자인 하나는 맛깔났으니.
그래서 히틀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악당이어도 멋진 악당이 낫다며 열렬히 환호하는 중이다.
폴란드 침공에서 일어난 학살극? 그건 전쟁이니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T4 작전도 마찬가지. 악당으로서의 ‘매력’을 더해준다며 눈치를 볼지언정 넘어갔다.
물론 그걸 한참 뛰어넘는 ‘홀로코스트’가 등장하지 않았기에 열광하고 있는 거지만.
[피와 강철 16권의 발매가 이루어진 지 이틀이 지나, 피와 강철 17권이 발매되었다.] [제논이 아니라 독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 개인 사정으로 잠깐 쉬고 있는 사이 5권이나 쌓였다는 말도 있으며······]초월적인 연참 속도에 이제는 독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다다랐다.
사흘에 한 권을 발매하고 있으니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그래도 피와 강철이 재미있다는 건 변하지 않아 너도 나도 할 것없이 구매하기 바빴다.
특히 피와 강철 17권은 영·프 연합과 나치 독일의 한 판 승부였기에 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서점에 몰려들었다.
출판사로서는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상황. 하지만 돈벼락이 쏟아지고 있었기에 울면서 웃고 있다.
그리하여 피와 강철 17권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흠흠흠~ 흠흠~”
전형적인 신사의 이미지를 풍기는 중년인, 노스는 콧노래를 부르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현재 그의 앞에는 동그란 테이블이 있었으며, 그 위에는 가벼운 먹을거리와 책 한 권이 놓여있었다.
책의 정체는 모두 예상했다시피 피와 강철 17권. 이번에 발매되자마자 곧바로 자신의 저택으로 발송됐다.
높은 명성을 지닌 작가들의 특혜라 할 수 있다. 이목을 끄는 작품이 등장할시 초판본을 바로바로 읽을 수 있도록 하는 특혜.
노스도 한때 저명한 작가였기에 남들이 서점에서 대기할 때 유유히 받을 수 있던 것이다.
“어디 한 번 볼까?”
그는 한결 여유로운 얼굴로 책을 들었다. 이번에도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였지만 상관없다.
자신의 목적은 아이작의 신경을 살살 건드리는 것. 그리고 그를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성자라 칭송 받는 그라지만 이렇게 신경을 긁어놓으면 언젠가 반응을 할 터.
게다가 자신은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한때 높은 명성을 자랑했던 몸이다.
세간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고, 아이작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 후로는 왕가가 알아서 한다고 했으니······’
자신은 어디까지나 미끼에 불과하다. 아이작을 테르스 왕국으로 부르기 위한 미끼.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아이작 때문에 갖고 있던 대부분의 것들을 잃었으니.
추잡하긴 해도 아이작을 끌어내릴 수만 있다면 그걸로 만족하고 있다.
팔락-
노스는 피와 강철 17권의 첫 페이지를 넘겼다. 자신은 6주 만에 프랑스가 함락될 거라 말했으나 실질적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게다가 영국까지 있는 마당에 6주 만에 전쟁이 끝난다면······ 그건 자신이 아니라 아이작이 욕을 먹을 일이다.
아무리 그래도 6주 만에 전쟁이 끝난다니?
“······어?”
그런데.
“뭐야?”
그것이.
“말도 안 돼!”
현실로 일어났습니다.
여유로웠던 노스의 얼굴은 시간이 갈수록 경악으로 물들더니 종래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정말로 6주 만에 프랑스가 함락됐다. 그토록 불안 요소가 많았던 낫질 작전 한 방으로.
중간에 ‘덩케르크 철수 작전’이 이루어지면서 후일을 도모했지만 노스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이,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어떻게······!’
노스의 눈동자가 지진이 난 것처럼 거세게 흔들린다. 근거 없이 씨부렸던 게 현실로 변했다.
잠깐이나마 아이작이 자신을 엿 먹이기 위해 전개를 바꾼 건가 싶었다.
그러나 16권이 나온지 사흘밖에 되지 않은 시간이다. 전개를 바꿀 시간 같은 건 없다.
‘서, 설마 그 놈이 이 모든 걸 예상하고?’
노스로서는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말이 안 된다.
영·프 연합이 나치 독일에게 참패한다는 건 물론, 프랑스가 6주 만에 함락당했다는 것까지.
관심을 끌기 위해 아무 생각없이 뱉었던 말들이 전부 실현됐다. 황당한 걸 넘어 슬슬 무서워졌다.
이런 일이 한 번이었다면 모를까, 지난번과 똑같은 상황이 펼쳐져서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제아무리 뒷배가 튼튼하다지만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을 건드린 건가 싶어서.
아, 물론.
“응? 오늘 데이트 하자고?”
“응. 오랜만에 마리랑 하고 싶어서.”
“나야 좋지. 어디로 갈 거야?”
우리의 아이작은 그런 거 모른다.
지구 작가가 쓴 이야기를 그대로 베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