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563
■ 562화. 영국 (3) □ ᓚᘏᗢ
영국의 역사를 설명하다보니 어쩌다가 영국 같은 놈이 되었다.
의식의 흐름 같이 느껴지겠지만 실제로도 맞는 말이라 무어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
이 세상도 내가 책을 쓰지 않았더라면 악마 숭배자의 존재도 몰랐을 것이며 마력 기관도 뒤늦게 발명됐을 테니.
적어도 지구는 흐름을 따라간 반면, 이 세상은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들 중 대부분이 내가 쓴 책 때문이고.
‘근데 영국 같은 놈이라 하니까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크게 와닿네.’
물론 여태까지 체감이 안 됐다는 건 절대 아니다. 체감은 제논 일대기를 썼을 때부터 겪었으니까.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체감들이 ‘영국’이라는 단어 하나로 응축된 기분이다. 모래알을 뭉치고 뭉쳐서 명치를 강타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
한 대 세게 얻어맞았다는 뜻이다. 전생에서도 세계사를 좋아했던만큼 그 수식어는 나에게 큰 충격을 선사했다.
오죽하면 피와 강철을 써도 되는가 재차 고심할 정도. 그래도 악마 숭배자 문제도 있어서 금방 폐기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담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 명성도 하늘을 뚫고 올라간지 오래다.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의미를 찾겠다며 기행을 저지를 텐데 이쯤되면 포기하는 게 편하다.
아무튼 세계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입을 모아 십새끼라 칭하겠지.
나로 인해서 역사에 천재지변이 발생했으니 연구하는 것조차 골칫덩어리일 것이다.
우선 원인을 전혀 알 수가 없다. 역사의 흐름을 무시하는 지식들을 책으로 출판했는데 그 이유를 파악하기 어렵다.
제논 일대기야, 상상력으로 커버할 수 있다지만 피와 강철부터 머리가 깨지겠지. 포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게 있지 않을까.
그래서 궁금해졌다. 현재 학자들이 나를 어떤 식으로 연구하고 있는지를.
영국은 확실한 흐름이 있는 반면, 나는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존재나 다름없어서 연구할 게 산더미처럼 쌓여있을 것이다.
“때려치우고 싶은 연구거리 0순위이니라.”
“뭐?”
제논 축제가 개최되기까지 약 보름 정도 남은 기간.
나는 축제 참가를 위해 알븐하임에서 넘어온 아르웬의 이야기를 듣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때려치우고 싶은 연구거리 0순위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모두 알고 있지만 아르웬은 알븐하임의 여왕이자 마법사 즉, 학자에 가깝다. 평소 나처럼 책을 좋아하기도 하고.
더군다나 알븐하임에는 전세계의 학자들이 모이는 나라다. 지난번 성지를 방문했을 때도 다양한 학자들이 모여 토론하는 걸 지켜봤다.
“출생과 가문, 외모 등등. 기본적인 골자와 그대가 집필한 작품을 제외하면 무엇 하나 뚜렷하게 밝혀진 게 없지 않느냐? 수많은 책을 읽었다는 걸 제외하면 어디서 영향을 받았는지는 제대로 알 수 없겠지.”
“아르웬 여왕님의 말씀이 맞아. 우리 헬리움도 너를 구원자로 작성하고 있지, 객관적인 면모는 난감해. 그나마 작가로서 다양한 단어를 창조하고 문맥을 다듬었다는 것 정도가 있겠네.”
아르웬 다음으로 세실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녀는 아르웬의 말에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비록 헬리움은 고립된 환경 탓에 기초 학문이 떨어지지만, 나에 대한 건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걸로 알고 있다.
오죽하면 나를 구원자로 생각하는 걸 넘어서서 신앙에 준할 정도로 추종하고 있으니 말 다했지. 마족 한 명 한 명이 케이트라 보면 편하다.
세실리도 비슷하지만 이제는 사랑하는 남자로 각인돼 있다. 다만 알게 모르게 신앙심 비슷한 마음을 품고 있는 걸로 안다.
“가끔 역사를 보면 하늘에서 툭- 떨어진 듯한 위인이 등장하지.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신의 축복을 받거나 흐름에 따라 등장한 케이스이니라. 그대처럼 신들께서 직접 데리고 오진 않았지.”
“그 누가 너를 다른 세상에서 온 인물이라 생각하겠어? 너가 직접 밝히지 않는 이상 평생 불가사의로 남을 걸?”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나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하기야 내가 다른 세상에서 왔다는 건 알려주지 않는 이상 절대 모를 것이다.
아마 이 사실은 내가 수명을 다하기 직전에 밝히지 않을까 싶다. 세상이 믿을지는 미지수지만.
그냥 영국 같은 놈으로 남는 게 가장 편할 것 같다.
“그렇구나. 확실히 연구하기는 힘들겠네.”
“그래도 마냥 어렵지는 않을 거야. 아랫도리로 세계의 평화를 이끌었다는 걸로도 어마어마한 업적이잖아?”
“부정할 수 없구나. 실제로 그러고 있으니.”
“··· ···”
익살스레 말한 세실리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는 아르웬에 할 말이 없어졌다.
어이가 없는 것도 어이가 없는 거지만 팩트라서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훗날 마족과 엘프는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게 될 운명인데 내가 억제기 역할을 하고 있었으니.
만약 여기서 내 후손이 각각 헬리움과 알븐하임을 통치한다? 이러면 최소 1000년은 보장된 셈이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네. 헬리움은 그렇다 쳐도 알븐하임은 투표로 선출하지 않아?”
“그대의 후손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선출되고도 남을 것이니라. 오히려 투표하지 않는 가문이 눈칫밥을 먹겠지.”
“너와 관련이 있다면 모든 분야에서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할 거야. 당장 너와 연을 맺으려는 사람들을 생각해 봐.”
세실리의 말처럼 지금도 나에게 혼약 관련 편지가 날아오고 있다. 당연하지만 첩이라도 좋으니 받아달라는 요구다.
어머니가 전부 거절하고 있지만 나에게 당부하셨다. 제논 축제에서 마리 곁에서 떨어지지 말라고.
설령 떨어져도 가족 혹은 애인들과 같이 있으라고 했으며 누군가 접근하면 무조건 경계하라고 말이다.
남들은 축제를 즐기는데 나는 정치적인 부분까지 고려해야 할 판이다.
‘이번 기회에 세실리 누나와의 관계도 보여주고.’
나는 화사하게 웃으며 아르웬과 대화 중인 세실리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들은 이번에 상영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원래 세실리와의 관계를 공표할 타이밍을 잡고 있었으나 계속 어긋났다. 그래서 이번 제논 축제에서 보여줄 것이다.
참고로 마리와 상의한 상황이다. 정실 선언과 더불어 임신까지 한 마당에 무엇이 두렵겠냐고.
무엇보다 나와 세실리의 기묘한 관계는 진작부터 알음알음 퍼져있는 상황이다.
공표해봤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세실리는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게 함정이지만.’
이른바 폭탄 선언이다.
여태까지 세실리가 나를 골렸던 것처럼, 나 또한 세실리에게 한 방 먹여줄 계획이다.
똑똑똑-
[아이작? 케이트 씨가 찾아오셨어.]어떻게 하면 세실리에게 한 방 먹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방 밖에서 아델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케이트가 찾아왔다는 소리에 의아한 표정도 잠시, 이유가 있겠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덜컥-
“안녕하세요, 아이작 님. 혹시 바쁘신가요?”
문을 여니 케이트가 새하얀 수녀복을 입은 채 맞이해줬다. 부드러운 미소는 덤이다.
“아뇨. 바쁜 건 아니에요. 그나저나 훈련을 받고 있던 거 아니었나요?”
“오늘은 휴식이라고 클라크 씨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카데미가 방학하면서 케이트는 우리 저택에서 머물고 있다. 여기에 그녀의 후계자, 로라도 포함돼 있다.
전에 말했듯이 클라크 할아버지로부터 특훈을 받기 위함이다. 이때문인지 저택에 머무르는 것과 별개로 얼굴을 보는 건 힘들다.
새벽 일찍 기도를 하기 위해 신전을 방문해야 하지, 그 후에는 훈련을 받으면서 실력을 점검하지, 로라의 교육도 맡아야 하지.
일정으로만 따지자면 나보다 그녀가 훨씬 바쁠 것이다. 나는 아버지를 도와 서류 작업을 하는 것밖에 없었으니.
“그렇군요. 헌데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세실리 님께서 여기에 있다는 걸 들었습니다. 실례지만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세실리 누나랑요?”
그 말을 듣자마자 세실리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녀도 케이트가 자신을 부를 줄은 예상치 못했는지 붉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실리와 케이트의 조합. 무언가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안 어울리는 조합이다. 둘이 따로 대화를 나눈 적도 없었고.
그래도 케이트가 허튼 이유로 부르지는 않을 것 같다. 이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
“예, 뭐. 누나가 허락한다면 상관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세실리 님?”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가겠습니다.”
세실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 전만 해도 아르웬과 대화하고 있었지만 궁금증을 참을 수 없던 모양이다.
나는 세실리가 이쪽으로 오는 걸 확인하면서 다시 케이트를 쳐다봤다. 그녀는 특유의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다.
“무슨 이야기를 하시려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아이작 님과 관련된 겁니다.”
“······?”
알 것 같으면서도 알 수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 * *
케이트는 세실리를 데리고 저택 밖으로 향했다. 저택 밖, 그러니까 마이샬 영지는 현재 축제 준비로 바쁜 상태.
게다가 자리를 미리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관광객들이 몰린 상황이다. 엘프, 마족, 드워프, 수인 구분없이 말이다.
세실리는 가끔 가다 자신을 알아보는 마족에게 인사를 하면서도 케이트의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의심이라기보다는 호기심이다. 이 여인이 어째서 자신을 불렀는가에 대한 호기심.
친하지는 않지만, 그렇다 해서 적대하지도 않는 여인이 바로 케이트다.
‘······루미너스 님의 신전?’
그들이 도착한 곳은 루미너스 신전. 세실리는 더욱 의문이 들었다.
모라를 신봉한다고 해서 루미너스를 멀리하는 건 아니다. 루미너스와 모라는 쌍둥이 남매이자 서로 친한 관계였으니.
비록 루미너스 교단의 세가 가장 크다지만 모라도 점점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딱히 상관은 없다.
“여기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윽고 케이트의 뒤를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엄중한 경계를 보아 높은 직위의 사람만이 머물 수 있는 방인 듯했다.
세실리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는 자신과 다르게 흰색 계열의 신전을 둘러보다가 케이트의 뒤를 따라갔다.
신전 전체가 백색 계열인 것처럼 방 안도 이와 비슷했다. 책상을 비롯한 가구가 놓여있는 걸 보니 개인적으로 머무르는 방인 것 같다.
하지만 그것보다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이 있었다.
“어? 설마 체리?”
“안녕하세요······”
놀랍게도 방 안에는 아이작의 동업자 겸 제자, 체리가 미리 도착해 있던 것이다.
풍만한 가슴을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벛꽃색 드레스. 밝은 옷과 다르게 두 눈은 여전히 어두침침하다.
세실리가 깜짝 놀라며 얼떨떨해져 있을 때 체리는 미리 언질을 받았는지 가라앉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어······ 안녕. 그동안 잘 지냈니?”
“네······ 책도 완결 내고······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어요······”
세실리는 어색하게 인사하면서도 시선을 아래로 힐긋거렸다.
남들에 비해서 크기에서는 절대 밀리지 않는다 생각한다. 이건 주관적인 의견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체리를 보아라. 1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보다 확실히 작았는데 지금은 엇비슷하거나 더 커진 것 같다.
뭔가 추월당한 느낌이랄까. 세실리는 체리의 가슴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옮겨 케이트를 쳐다봤다.
어째서 체리가 이곳에 있냐는 무언의 표현이었다.
“세실리 님. 제가 듣기로는 세실리 님은 모라 님에게 총애를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아닌가요?”
그 표현에 케이트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되려 질문했다. 이에 세실리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총애를 받는다면 총애를 받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끔씩 장난도 치시고요.”
모라는 자신이 아끼는 아이에게 장난을 친다. 이건 모라의 아이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있는 이야기다.
세실리도 모라의 장난에 당한 적이 있다. 자신감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가슴이 납작하게 변해버린 것이다.
그때 얼마나 절망했는지 모라가 허겁지겁 되돌렸던 걸로 안다. 이때문에 몸과 관련된 장난은 절대 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그것과 체리가 무슨 상관인가요? 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은 상황이라.”
“세실리 님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제 도움이요?”
“네. 모라 님이 총애하는 신자이면서 아이작 님의 애인이니까요.”
더욱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세실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둘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명석한 두뇌로도 파악할 수 없었다.
케이트도 충분히 예상했는지 세실리에게 자리에 앉아달라 부탁했다. 세실리도 이야기를 듣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체리는 케이트 옆에 앉았으며, 세실리는 그들과 마주 바라보는 자리에 앉았다.
“우선 이 말부터 하겠습니다. 세실리 님.”
“네. 말씀하세요.”
“저는 아이작 님의 인생이 담긴 책을 쓰고 싶습니다.”
“예?”
세실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이작의 인생이 담긴 책이라니, 이게 무슨 말이지.
저택에서 나눴던 말처럼, 아이작과 관련된 연구는 지금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더럽게 어려울 뿐이지.
하물며 케이트는 아이작의 진짜 정체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 어디까지나 신화에 가까운 의미로 추앙하고 있다.
물론 케이트도 머지않아 아이작의 여인이 될 거라고 들었다. 이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바여서 놀랍지는 않았다.
그러나 완전히 이루어진 건 아니어서 아이작이 다른 세상에 왔다는 건 전혀 모르고 있다. 이런데 책을 쓰겠다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무슨 의미로 그런 제안을 하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아이작 님은 현재도 신들께서 보내주신 성자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음······ 네.”
실제로 신들이 데려온 영혼이 맞으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그것이 ‘신앙’에 가깝다는 게 흠이지만.
케이트는 그런 세실리의 속마음도 모른 채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아이작 님께서는 불평등한 차별을 받고 있던 마족을 구원하셨고, 더 나아가 세상을 좀 먹고 있던 벌레들을 박멸하셨죠. 스스로 모든 위험을 감수하시고 말이죠. 또한 마키나에 혁명을 일으켜 드워프들을 깨우쳤습니다.”
“그것도······ 맞죠······?”
대외적인 시선으로 보자면 말이다. 정작 아이작은 별 생각없이 저질렀다.
그래도 마족의 구원만큼은 진심으로 경배하고 싶다. 지금은 신앙보다 사랑이 더 깊어져서 티가 나지 않는 것이다.
당장 헬리움에서 아이작의 위치는 ‘국부’ 그 이상을 넘어서는 ‘구원자’다.
모라에게 아이작을 하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기도를 드릴 정도이니 위상이 얼마나 높은 지 알 수 있다.
“저는 이 모든 것들을 기록하고 싶습니다. 체리에게 부탁한 것도 저의 형편 없는 글솜씨 때문이었죠. 체리도 저와 동조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러면 저는 왜······”
“제가 글을 쓴다면 루미너스 님의 시선으로 쓰게 될 겁니다. 기록은 언제나 ‘객관적’이야 하는 법. 다른 시선 즉, 모라 님의 총애를 받는 세실리 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겁니다. 또한 세실리 님은 아이작 님이 사랑하시는 여인이기도 하죠.”
“··· ···”
“어떻습니까? 거부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제안이니까요.”
케이트는 미소지은 얼굴로 세실리에게 제안했다. 아이작의 일생을 ‘신화’에 가깝게 기록하자는 그녀의 제안.
어차피 아이작이 직접 본인의 과거를 밝히지 않는 이상 인과를 밝히기는 어렵다.
하지만 신이 데려온 영혼이라 한다면? 모두가 납득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학자들이 연구해도 ‘아, 이러니 우리가 뭘 연구할 수가 없지. 신들의 의도를 우리가 어떻게 알아?’라며 넘어가지 않을까.
때마침 글솜씨가 훌륭한 체리도 동참한다고 하니 설득력이 매우 높았다.
그에 세실리는.
“······나쁘지 않은 제안이네요.”
기꺼이 허락했다. 다시 말하지만 사랑 속에 그를 향한 신앙심도 포함돼 있다.
진실을 알고 있다지만 신들이 아이작을 데려온 건 엄연한 사실이다.
게다가 신화는 다소 과장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대신 저는 검토에 가깝게 돕겠습니다. 모라 님의 시선이 필요하다지만 큰 차이가 없을 테니까요.”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거죠?”
“예를 들면 아이작의 개인적 면모 즉, 넓은 그릇이라던가? 수많은 여인을 품고도 그의 그릇을 채우기에는 부족했다. 이런 식이면 되겠네요.”
“역시 세실리 님에게 부탁하기 잘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핵융합을 넘어선 무언가가 일어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