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566
■ 565화. 과거 (3) □ ᓚᘏᗢ
“죽여. 개새끼.”
그만.
“죽여. 이 씨발새끼.”
그만해.
“야이, 좆만한 새끼야. 이리 와. 간나 새끼.”
그만하라고.
“이겼다! 이겼다고, 씨발!”
“씨발 이게 섹스지!!”
“입 털더니 꼴 좋다. 바로 나가는 거 봐. 존나 추하네.”
전생의 내 불알친구들아. 사이좋게 욕하지 말라고. 거 참 정겹구나.
소리없는 내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불타는 고등학생 3명은 멈추지 않았다.
그중 한가운데에 앉아있는 나는 패드립부터 시작해 섹스 타령 등등. 구수한 욕을 퍼붓기 바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피시방에서 나와 친구들이 하고 있는 게임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AOS 게임.
고등학생이었던 시절에는 인기가 최절정에 달했을 시기로, 중간고사 전 날 승급전을 치렀을 정도로 푹 빠졌던 게임이다.
문제는 날이 가면 갈수록 스트레스를 얻는 게임으로 바뀌어서 친구들만 했던 걸로 안다. 게임은 재밌는데 유저가 문제다.
“앞구르기 스노우볼 인정하는 부분?”
“지랄. 너 케어하느라 내가 똥꼬쇼를 얼마나 했는데.”
“그래도 캐리했잖아~ 이기면 됐지.”
“어휴. 벌레 새끼. 말을 말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삼인방이 재차 큐를 돌린다. 큐가 잡히고 나서는 어떤 챔피언을 고를 거냐고 서로 묻는다.
과거를 보여준다는 게 하필이면 이 장면이라니. 부끄러움에 고개를 못 들겠다.
이건 모라의 잘못이 아니라 엄연히 내 실수다. 그래서 더 부끄럽다.
“······아이작?”
“··· ···”
어머니가 내 이름을 조심스럽게 불러도 나는 얼굴을 들지 못했다. 이대로 쥐구멍에 들어가 숨고 싶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머니는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나에게 물었다.
“저 애 너 맞지? 가운데에 있던 애 말이다.”
“······네. 맞아요.”
“그······ 문화가 달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부모님 욕이 얼마나 심한지는 너도 알고 있지?”
알다마다. 내가 패드립을 할 수 있던 것도 ‘익명성’에 가려져서 그렇지, 실제로 누구 면전에다 하지 않는다.
패드립은 동서고금 막론하고 제일 심한 욕으로 간주됐으니까. 부처조차 패드립을 들으면 목탁으로 뚝배기를 박살내실 거다.
하물며 명예를 중시하는 이 세계는 오죽할까. 특히 귀족들에게 부모 욕을 한다는 건 가문 전체를 싸잡아 비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영지끼리의 전쟁이 발발해도 황제조차 ‘저건 좀······’ 이라며 넘길 것이다. 오히려 패드립을 한 쪽을 처벌하겠지.
“혹시 너희 세상은 부모 욕이 일상화된 곳이니? 그런 곳이 결코 건강한 곳이라 생각되지 않는구나.”
“나도 동의한단다. 정말 괜찮은 나라가 맞는지 의문이 드는구나.”
“그······ 일단 진정하세요. 어떻게 된 거냐면······”
아버지까지 염려 섞인 목소리로 물으셔서 다급히 해명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내가 플레이하는 게임과 컴퓨터에 대해 설명했다. 때마침 게임이 시작돼 마우스를 딸깍거린다.
“좆 같은 오소리 쉑. 대가리 찍힐 준비나 해라.”
욕 좀 그만하자. 전생의 나야. 저때는 진짜 욕을 많이 했구나.
나는 뒷통수를 한 대 후려치고 싶은 욕구를 최대한 억누르며 설명을 이어갔다.
“이건 뭐랄까······ 보드 게임 아시죠? 체스와 제가 알려준 바둑. 게임이라는 틀은 똑같아요. 하지만 현재 저와 친구들이 하고 있는 비디오 게임이죠.”
“비디오 게임?”
“예. 어떤 거냐면······”
이들에게는 워낙 생소한 개념이라 설명하는데에만 시간이 오래 걸렸다. 컴퓨터는커녕 코딩조차 없는 세계니까.
그래도 최근 ‘영화’가 발명된 덕분에 하나부터 열까지 입에 쑤셔넣는 정도는 아니었다.
둘부터 열까지 쑤셔넣어야 할 뿐이지.
“그러면 한정된 동작과 규칙으로 전투에서 승리를 점해야 된다는 말이냐? 다른 게임들처럼?”
“그런 셈이죠. 굳이 이거 말고 다른 게임도 많지만 일일이 설명드리기에는 너무 많아서.”
“재미있는 것 같기도 하고 답답할 것 같기도 하고······”
게임 플레이 자체에는 호불호가 갈렸다.
우선 호감인 쪽. 유흥 거리가 별로 없는 세상에서 비디오 게임은 혁신에 가깝다.
상상에서나 볼 수 있는 세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소리였으니 기대가 되는 건 당연하겠지.
하지만 저 장점은 곧 불호로도 직결된다. 흥미가 없는 세계관이면 아예 관심이 없을 테니까.
더군다나 흥미를 이끄는 세계여도 정작 그 결과물이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무엇보다······
“아아악! 우리 정글 뭐함!! RPG할 거면 단풍이나 하러 가, 씨발!”
“아. 진짜 밸런스 똥망겜.”
“이 깡통 새끼 존나 쓸모 없네.”
저 꼬라지를 보면 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겠지. 나는 고등학생 삼인방의 시원한 욕설에 딴청을 피웠다.
마음 같아서는 장면을 스킵하고 싶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인 거, 내 과거를 시원하게 드러내기로 결정했다.
스트레스는 왕창 쌓이지만 행복했던 기억인 건 틀림없었으니까.
참고로 저기서 같이 게임하고 있는 두 명은 전역을 하고나서도 꾸준히 만남을 가진 놈들이다.
지금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하네. 내 장례식에 왔을지도 궁금하고.
이제는 만나지 못할 친구들이지만.
“그, 그래도 난 재미있어 보이는데? 상상력을 총망라해서 자기가 직접 세상을 창조하는 거잖아.”
“나도 그건 동의하니라. 한정된 세상이라지만 그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거잖느냐?”
욕설로 인해 어색해진 분위기 속에서 세실리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세실리 다음에는 아르웬이 동의한다는 듯이 거들었다.
게임 플레이에는 호불호가 갈려도 게임 제작에는 대부분 호감을 이끌었다.
두 사람 모두 제논 일대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제작하고 있으니 흥미가 가는 것일 터.
“너희 세상에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돼?”
“너무 많아서 꼽기도 힘들어. 게임을 제작하는 회사, 그러니까 단체가 셀 수도 없이 많거든.”
“대단하다. 어째서 네가 제논 일대기를 쓸 수 있었는지 알 것 같아.”
또한 마리의 평가처럼 내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다시금 일깨워줬다. 적어도 지구 기준으로는 말이다.
“보기에도 발전의 차이가 나는 건 알고 있었다만······ 파면 팔수록 놀랍구나. 먼 거리에서 메테오를 발사하는 것부터 시작해 가벼운 유흥거리까지. 우리가 사는 세상에 비해 모든 것들이 진보돼 있어.”
“저도 동의해요. 평민들도 이런 오락거리를 즐길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과학과 문화 모두 크게 발전됐다는 뜻이니까요.”
“어떤 세계인지 더 궁금해지네.”
가족들과 애인들의 시선에서 지구는 그야말로 ‘신세계’나 다름없을 것이다. 모든 분야에서 압도적으로 진보된 세상.
실제로 마법을 제외한다면 많은 것들이 앞서 있기는 하다. 정치, 사상, 과학, 문화, 철학 등등.
마법으로 시행해야 가능한 것들을 기술로 대체하고 있으니 아득하게 느껴질 것이다.
“전생을 기억하는 것도 있지만 이런 세상에서 왔기에 권위와 거리가 멀었던 거구나.”
“근데 썩 건강한 곳은 아닌 것 같네. 아이작이 저런 욕을 서슴없이 꺼내는 걸 보면······”
“흠. 흠. 다음으로 넘어갈게요.”
흑역사는 최대한 빠르게 넘겨야지. 나는 헛기침을 하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게임’은 꼭 비디오 게임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스포츠도 게임에 포함돼 있다.
특히 스포츠는 문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 자체는 영국에서 시작됐으나 기원은 고대 그리스였으니까.
이 세상에도 스포츠 비슷한 게 있긴 하다. 하지만 사냥이나 마상 시합, 마지막으로 검투 정도밖에 없었다.
애니머즈에서 올림픽 비슷한 경기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정형화되지 않았고.
그리고 지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라 하면 단연코 이것이다.
“슛! 아······ 어? 어어?!”
“들어갔어요!! 대한민국!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로 득점을 성공합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구기 종목, 축구.
대한민국 축구는 2002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야구와 함께 순위를 다툴 정도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비록 이후에 기나긴 암흑기에 빠져들었지만,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을 침몰시킨 후 쇄신에 쇄신을 거듭했다.
“우와아아아!! 고오오오올!!”
“독일을 무너뜨립니다! 독일을 무너뜨립니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은 더이상 월드컵에서 볼 수 없습니다!!”
해설자들이 갈라진 목소리로 외친다. 모두 알다시피 경기 막바지에 터진 대한민국의 두 번째 골.
이윽고 휘슬이 울리면서 경기가 종료된다. 16강은 진출하지 못했지만 대한민국이 축구 역사에 커다란 획을 그은 순간이다.
저 모습은 생중계로 똑똑히 지켜봤다. 그래서인지 텔레비전을 지켜보는 나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경기 전체를 재생시켰다.
설명도 짧게 해서 그렇지, 축구라는 룰을 이해시켜주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줬다.
“······혹시 저기는 전쟁을 공으로 해?”
“푸핫.”
올림픽 비슷한 경기를 개최할 예정인 애니머즈 출신이라 그럴까. 레오나가 나에게 설마하는 목소리로 조용히 물었다.
그녀의 심정을 알 것 같으면서도 뭔가 웃긴 말이라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실제로 축구 하나 때문에 전쟁이 일어난 적도 있었으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특히 축구에 죽고 사는 유럽은 틈만 나면 축구 때문에 다양한 트러블이 발생하고 있다.
“그건 아니야. 조금 과격해 보이긴 해도 어디까지나 스포츠, 그러니까 게임에 지나지 않아. 우리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기도 하고.”
“나라끼리 붙는 거야? 보아하니 너네 나라 이름이 들리는 것 같은데.”
“맞아. 그리고 우리나라랑 맞붙는 독일은 세계 최강으로 정평나 있었지. 전 월드컵 우승자이기도 하고.”
축구는 룰이 간단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다양한 부분에서 영향을 받는다.
기본적인 선수의 컨디션부터 시작해서 심판의 성향, 관중들의 분위기 등등.
‘공은 둥글다’라는 명언이 괜히 생긴 게 아닐 정도로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소위 ‘기적’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월드컵이라면······ 피와 강철에도 언급됐잖아. 4년에 한 번마다 열리는 대회였던가?”
“응? 그러고 보니까 독일? 피와 강철에서 전쟁을 일으킨 히틀러의 나라잖아. 지금 보면 국기가 전혀 다른데?”
“어? 그렇네?”
“설마 히틀러가 졌나? 소련이 이긴 거야?”
나는 그 말들을 듣고 아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들에게 독일은 ‘나치 독일’이다.
뜻하지 않게 스포일러를 해버릴 수도 있었기에 서둘러 입을 열었다.
“저때는 전쟁이 터지고 수십 년이 지났어. 사실상 별개의 나라지.”
“멸망했다는 거야?”
“멸망한 건 아니야.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스포일러를 최대한 피하기 위한 내 노력이 통했는지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갔다.
“월드컵은 올림픽처럼 4년에 한 번마다 열리는 세계구급 대회야. 전세계의 대부분 국가들이 참여하지.”
“각 나라의 대표를 선출해서 경기로 내보내는 거구나?”
“서로의 명예를 거는 경기라고 생각하면 되겠네. 어쩐지 죽을 듯이 뛰더라.”
“재밌어 보이는구나. 혹시 이 세상에도 전파할 생각은 없느냐?”
아르웬의 권유에 나는 애매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음 같아서는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를 전파하고 싶다.
그러나 종족마다 체급 차이가 나는 바람에 소위 ‘그들만의 리그’가 될 확률이 매우 높았다.
멀리 가지 않아도 드워프를 보아라. 아무리 공은 둥글다지만 대부분의 드워프는 신장이 160cm를 넘지 않는다.
물론 짜리몽땅한 키를 통해 예측이 불가능한 드리블을 선보일 수도 있지. 메시나 마라도나가 그 예다.
허나 기본적인 스펙 자체가 너무 부족할 뿐더러 수인에게 너무 유리하다.
“글쎄······ 전파하는 건 상관없어. 단지 종족마다 스펙 차이가 들쑥날쑥하잖아?”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할게. 그냥 전파해주면 안 될까? 엄청 재미있어 보여.”
의외로 수인인 레오나가 큰 관심을 끌었다. 눈을 반짝거리는 건 기본이고 꼬리까지 살랑거렸다.
당장 내놓지 않으면 깨물어버리겠다! 라고 온 몸으로 표현하는 듯했다.
살짝 얼떨떨했으나 축구와 수인을 조합하니 묘하게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어······ 한 번 고려해볼게. 무작정 도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약속한 거다?”
“잠깐. 내가 먼저 부탁했는데 어째서 그대가 받아들이는 것이냐?”
아르웬과 레오나가 잠시 투닥거리긴 했으나 별일 없이 넘어갔다. 아르웬도 스포츠는 수인이 유리하다는 걸 얼추 알고 있을 테니.
하지만 유리한 것과 별개로 스포츠는 변수가 차고 넘친다. 당장 디펜딩 챔피언 독일도 대한민국에게 격침당했지 않았는가.
영원한 강자는 없다고, 수인들이 스포츠를 독식하겠으나 변수 하나로 인기를 끌 것이다.
“우선 스포츠는 여기까지 하고, 다음에는 학창 시절을 보여드릴게요. 우선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보여줘야겠다. 나는 눈을 천천히 감으며 고등학교 시절을 상기했다.
10시를 넘어서까지 야자를 했다지만 그때도 공부는 하나도 안 했다. 재미없었거든.
환생 후에는 판타지 세상에서 태어났다는 호기심 하나로 열심히 공부했다.
그런 생각을 거친 후에 눈을 천천히 뜨니 추억 속의 기억이 재생되었다.
네모반듯한 공간. 그 공간 속에 배치된 책상과 의자들.
바깥은 해가 떨어져 어두컴컴하기 그지 없는데 학생들은 자리에 앉아있다.
그리고······
“야. 갔다. 지금이다, 지금.”
“내가 먼저 밑으로 내려가면 가방 던져주기다?”
“알았으니까 빨리 가.”
창문을 넘어 야자를 째려는 나와 친구들의 모습이 펼쳐졌다.
“··· ···”
“··· ···”
그 모습에 선뜻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상황 파악을 위해 다들 애를 쓰는 모습이다.
이윽고 나와 친구들이 창문을 통해 ‘탈출’을 시도하자, 아버지가 나에게 넌지시 물었다.
“······혹시 죄수였니?”
선량한 아들을 범죄자로 만들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