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567
■ 566화. 뽕 (1) □ ᓚᘏᗢ
이제는 별 생각 없지만, 대한민국의 의무 교육 과정은 참 비효율적이라 생각하고 있다.
적어도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그랬다. 심지어 학원까지 다녀야 했기에 쉴 틈이 없었다.
문제는 저렇게 해도 공부할 사람만 공부한다는 것. 학원을 하나도 안 다니는데 상위권 대학을 간 놈도 있었다.
비결을 물어보니 문제집만 풀면서 공부했다고. 풀이도 답안지를 보면서 했단다.
그걸 듣고 정말 재수없는 놈이라고 생각했지. 아무튼 고등학교 시절의 나는 결코 공부를 잘하는 애가 아니었다.
훗날 웹소설도 쓰는데 국어 등급이 높지 않았냐고?
‘수능에서 5등급 맞았는데 무슨.’
그 소리 내가 소설을 쓴다고 했을 때 맨날 듣는 소리였다. 작문과 풀이는 전혀 다르다.
차라리 영어를 잘하기라도 했지. 게임만 주구장창하면서 독해력이 자동적으로 올라간 덕분에 영어 실력도 따라 올라갔다.
그나마 다행인 건 부모님이 나에게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 내 친구 중 한 명은 3학년이 되자마자 피처폰으로 바꿨더라.
물론 그 놈도 공부와 인연이 없어서 공기계를 몰래 가지고 다녔다. 공부를 안 하는 사람은 죽어도 안 한다.
“여기서 코사인값을 대입하면······”
쇼생크 탈출을 방불케하는 야자 째기 이후에는 평범한 수업을 보여줬다. 칠판에서 수학 선생님이 느긋하게 수업을 하고 계셨다.
이제는 거의 잊혀진 얼굴이었지만 이 장면을 보면서 새록새록 기억이 떠올랐다.
그것과 별개로 퍼질러 자는 학생들이 반 이상이었지만. 선생은 개의치 않고 수업을 이어갔다.
“······진짜 감옥 같은데? 학교 맞아?”
헤일로 아카데미와 전혀 다른 광경에 마리가 떨떠름한 투로 묻는다.
다른 사람들, 특히 헤일로 아카데미를 재학하는 애인들도 비슷한 표정이다.
현재 내가 보여주고 있는 장면은 고등학교 시절의 내 모습,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이다.
의무라는 감옥 안에 갇혀서 듣기도 싫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 집중하는 학생들은 극히 소수다.
“학교 맞아. 아카데미 이전에 받는 의무 교육이라 생각하면 편해.”
“의무 교육이라 해도 저 정도로 강압적이진 않을 텐데······ 레오나 너는 어떤 식으로 교육을 받았어? 우리는 전부 귀족이라 따로 받을 수 있다지만 평민은 잘 모르거든.”
“너희들이 들었던대로야. 애니머즈에서 기본적인 교육을 받고 아카데미 입학 시험을 쳤지. 그러다 운 좋게 합격했고.”
이 세상도 일손이 더 필요한 농촌이 아닌 이상 의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시대가 시대인만큼 역사를 비롯한 기본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몬스터의 존재로 무력을 중시하는 풍토가 상당히 짙다. 무력을 기르는 학생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원래 헤일로 아카데미도 문학생보다 무학생이 더 많았다. 제논 일대기가 징검다리 역할을 한 덕에 신입생이 대폭 늘어났을 뿐.
더군다나 이 세상의 의무 교육은 기본 골자가 ‘문맹인’을 없애는 것이다. 간단한 상식 및 지식 전달만으로 충분하다.
“너희 세상은 몬스터가 없다고 했지? 아마 그것 때문에 지식을 더욱 숭상하는 거야?”
지루한 수업을 지켜보는 세실리의 질문이 날아왔다. 이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 말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대한민국 교육 제도가 비정상적이다. 그나마 중국이 대한민국에 비견될 정도로 교육열이 높지.
유럽에서는 하교 시간이 3시를 넘는다는 이유로 시위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본은 방과 후 시스템이 알뜰해서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고.
“그런 면모도 있지만 대한민국이 이상한 거야. 말 그대로 강제로 배워야했지. 난 안 했지만.”
“으음······ 난 네가 항상 성실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니었나 봐?”
“나도 하기 싫은 건 안 해. 더욱이 저때는 강제여서 더 하기 싫었고.”
막상 생각하면 저 시기를 어떻게 버텼는지 궁금하다. 병신 같은 친구들이 있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아무튼 대한민국의 의무 교육은 여기서 끝내고, 대학교 시절을 보여줬다. 대학교 시절은 아카데미와 매유 유사하여 이해시키기 쉽다.
1년밖에 안 됐지만.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자들이 거치는 1학년 후 군대 트리를 탔으니까.
“저······ 유환아.”
“응.”
“우리······ 무슨 관계야?”
그리고 처음으로 여자 친구도 사귀었지. 나는 부끄러워하며 고백 아닌 고백을 건네는 여자의 모습에 썩소를 지었다.
기억난다. 온갖 순수한 척했으면서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년. 세상에서 제일 좆 같았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제일 슬펐던 기억은······
“아이작? 설마 저 여자······”
“··· ···”
“흠. 흠. 다른 건 없어?’
이런 분야에 민감했던 마리조차 내 표정을 보고는 화제를 돌렸다. 역시 이럴 때는 눈치가 빠르다니까.
나는 잠시나마 씁쓸했던 기억을 넘기고 다음 장면으로 넘겼다. 이제 내 과거가 아니라 ‘문명’을 제대로 보여줄 작정이다.
예를 들자면 현대 문명의 완성, ‘비행기’에 탑승한다던가. 수학 여행으로 제주도를 갔던 기억이 있으니 딱 적합할 것이다.
이에 눈을 감고 그때의 일을 떠올렸다. 몇 년 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불우한 사고로 인해 수학 여행을 가네마네 했던 시기.
뒤이어 눈을 여니 좁지만 어딘가 익숙한 공간이 펼쳐졌다.
“야. 야. 나 창문 자리 좀 양보해줄 수 있냐?”
“왜? 비행기 처음 타?”
“어. 처음 탐.”
“어휴. 촌놈. 이 형님이 착해서 비켜준다.”
저때의 나는 친구에게 부탁하여 창문 쪽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시점을 보아하니 3인칭이 아니라 1인칭이다.
다시 말해 가족들과 애인들은 내 시점으로 비행기 탑승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승객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XX항공은 곧 출발할 예정이며······]창문 바깥을 지켜보고 있을 때 안내 방송으로 곧 출발한다는 알림이 들려왔다.
앞에서 예쁘장한 승무원이 예의 있게 안내를 하고 있었으나 신경도 안 쓰고 바깥을 구경하기 바빴다.
머지않아 비행기가 한 번 크게 흔들리고,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오오! 간다! 간다!”
“으휴. 촌놈.”
내가 흥분하자 친구 놈이 나를 귀엽다는 듯이 반응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창문 밖을 지켜보기 바빴다.
가족들과 애인들도 마찬가지. 이들도 거대한 철덩어리, 그것도 인간의 피조물이 하늘을 난다는 게 신기했을 것이다.
하늘은 신의 전유물이자 선택 받은 자들만이 자유롭게 활공할 수 있는 공간.
그 공간을 평범한 인간, 그것도 신분조차 높지 않은 평민들이 나아가는 것이다.
“우와아아.”
저건 전생의 내가 입으로 내지르는 감탄사고.
“우와아아! 진짜 대단하다! 정말로 하늘을 나는거야?”
“마법도 없이 오직 과학으로만······ 이게 가능했던 거구나.”
“우리가 사는 세상도 언젠가 등장하겠지?”
나머지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감탄사다. 왠지 몰라도 괜히 우쭐해지는 기분이다.
나에게 창문 자리를 양보했던 친구의 마음이 이랬겠지. 하나 같이 창문 밖을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느새인가 1인칭이 아닌 3인칭으로 바뀐 상황이라 구경하기 더 편하다. 모라의 센스 넘치는 보조였다.
하지만 비행기의 진정한 면목은 이게 다가 아니다.
“오! 구, 구름! 저거 구름 맞지?”
“지금 구름 위로 올라온 거야?”
구름을 올려다 보는 게 아닌, 구름을 내려다 보는 위치에 도달한다던지.
“와아······ 예쁘다.”
“이 세상은 밤이 되어도 빛이 나는구나.”
밤하늘 위에서 내려다 보는 야경의 황홀함이라던지 등등.
비행기, 그리고 화려한 야경으로 지구의 문명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우주도 보여주고 싶지만······’
압도적인 과학이라함은 단연코 우주 관련 분야라 할 수 있다. 천문학부터 시작해 우주항공은 과학의 최정점이다.
행성에 갇혀있던 인류가 진정한 의미의 ‘독립’을 시작하게 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또한 지구의 신들이 다른 세상으로 넘어갈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했고.
당장 비행기만으로도 감탄사를 연발하기 바쁜데 여기서 우주의 모습까지 보여준다면? 경악 수준을 아득히 넘기겠지.
다만 걱정되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나는 야경을 보며 감탄하는 가족들과 애인들을 바라보면서 모라에게 물었다.
‘혹시 신앙이 흔들릴 수도 있나요? 하늘은 곧 신이라는 인식이 있잖아요.’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오히려 더 경배하겠지. 너는 우리가 ‘물리적인’ 공간에 있다고 생각하는 거니?]신답다면 신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그 말을 듣고 나서 내심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하기야 초월자는 필멸자들이 ‘감히’ 상상치 못할 권역에 속해 있을 터.
지구는 하늘이 아닌 우주에서조차 그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음에도 강인한 신앙심을 가지고 있다.
물리적인 공간을 초월한 어딘가에 있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겠지. 실제로도 그렇다.
‘알겠습니다. 대신 이건 마지막에 알려줘야겠네요.’
[그러렴.]모라의 허락까지 받았겠다, 나는 다음의 문화를 보여줬다.
“다양한 악기로 다양한 음악을 창조할 수 있구나. 역시 음악은 어딜 가나 통하는 것 같네.”
“음악이 아니라 음유시인이 부르는 듯한 노래라······ 왠지 마음이 끌리는 것 같구나.”
“저런 노래를 매일매일 들을 수 있다고? 부럽다.”
세상이 허락한 마약으로 유명한 음악부터 시작해서.
“이게 만화라는 거구나. 단순한 그림 같은데 생동감이 느껴지네.”
“상상력이 파도 수준이 아니라 해일처럼 몰아치네.”
“저거는 마법으로밖에 안 되겠네.”
단순한 그림을 넘어선 만화와 애니메이션까지.
현대 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들은 대부분 다 보여줬다. 전부 내 기억을 빌린 것들이다.
특히 만화 같은 경우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만화 자체가 상상력의 결정체여서 그렇다.
팔다리가 고무처럼 늘어난다던지, 닌자가 손장난으로 마법(…)을 부린다던지, 사람 대가리에 톱이 달린다던지 등등.
다양하다 못해 범람할 것 같은 문화의 해일에 다들 정신이 없었다. 그들이 놀랄 때마다 흐뭇한 기분이 든다.
“아르웬 여왕님. 저기 손기술로 마법을 펼치는 거 보셨죠?”
“혹시 그대도 느꼈느냐? 한 번 연구할 가치가 있을 것 같구나. 제논 일대기에도 비슷한 게 있었지?”
“네. 메리가 특정 동작을 마법으로 발현시키도록 만든 이론이죠. 저건 좀 더 체계화된 것 같네요.”
“··· ···”
가끔씩 만화를 현실로 만드려는 시도도 있어서 얼떨떨하지만. 그나마 저건 양반이다.
“흠. 정말 쓸데없이 현란하구나. 왜 저딴 검술을 펼치는 거지?”
“아버지도 그리 생각하시죠?”
“그래. 정말 비효율적이야. 나라면 당장 내쫒았어.”
아버지와 형제들은 만화를 하나하나 둘러보며 효율성을 따지더라. 쓸모 없고 허영심만 가득 찼다고 비판한 게 대다수다.
나는 여기서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세상은 평범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판타지’라는 것을.
만화 같은 현상이 곧 ‘현실’인 사람들이다. 뭔가 역으로 당한 기분이라 괜스레 뻘쭘해진다.
“······뭐, 만화는 여기까지 할게요. 다음으로 넘어가죠.”
“혹시 저기 손으로 마법을 부리는 것 좀 알려줄 수 있느냐?”
“나도. 나도. 알려줄 수 있어?”
다음으로 넘어가기 전에 아르웬과 세실리가 눈을 반짝이며 나에게 부탁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쉽지만 나는 그 만화를 보다 말아서 모른다. 눈깔대전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나.
“미안. 저건 나도 안 봐서 몰라.”
“아······ 알겠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겠구나.”
“그러면 우리가 알아서 연구하는 게 좋겠네요.”
나중에 마법사가 닌자로 변신하는 건 아니겠지. 그런데 막상 만화를 보면 마법사 비슷한 존재이긴 하다.
괜히 이상한 문화를 퍼뜨린 게 아닌가 싶어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다음이 ‘진짜’다.
특히 아르웬과 세실리가 큰 감명을 받지 않을까. 나는 눈을 감고 그 장면을 상상했다.
어릴 때 본 영화였으나 뇌리에도 깊게 박혀있는 명장면. ‘판타지’하면 두고두고 회자되는 영화다.
“암흑의 무리들을 두려워 말라! 세오덴의 기마병들이여!”
이윽고 눈을 뜨니 우렁찬 외침과 함께.
“적의 창을 부러뜨리고 방패를 부숴버려라!”
거대한 기마병들의 군세가 펼쳐졌다.
‘어디 한 번 뽕을 좀 주입시켜볼까.’
판타지도 반지의 제왕은 못 참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