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569
■ 568화. 뽕 (3) □ ᓚᘏᗢ
보통 영화는 하나 제작하는 데만 해도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들어간다.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3부작으로 종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2008년부터 시작해서 2019년까지 영화계를 평정했던 서사시는 그러지 않았다. 자그마치 10부작이 넘는 방대한 양을 자랑하고 있다.
영화 각각마다 개인의 스토리가 있어도 거대한 틀을 따라간다는 건 변하지 않았으며, 그 거대한 틀을 위한 영화까지 따로 제작했다.
꾸준히 모으던 원기옥을 한꺼번에 터뜨리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원기옥에 모으는 기운마저 하나같이 평범과는 거리가 멀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내가 말하는 영화, 아니 유니버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히어로의 본고장으로 유명한 미국 만화가 원작인 영화들이다.
한때 내가 제일 좋아했던 시리즈이기도 했고.
“뜨아! 하하하하!!”
강철 슈트를 처음으로 착용한 주인공이 환희에 찬 포효를 터뜨린다. 가면 속의 얼굴은 마치 해냈다! 라는 듯이 웃고 있다.
그와 함께 경쾌한 음악이 울려퍼지면서 강철 슈트가 하늘 높이 비상했다.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다.
아이가 걸음마를 떼는 것처럼 상당히 위험한 첫 비행. 과학으로 이루어낸 마법의 첫 도약.
물론 실제로는 저 슈트를 발명하기는커녕 가슴팍의 에너지조차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동력 꺼.”
콰앙! 콰득! 콰콰광!
기지로 돌아온 주인공이 시동을 끄자마자 지하까지 그대로 추락한다. 지반이 강철 슈트의 육중한 무게를 이기지 못한 탓이다.
푸아아아아!
화룡점정으로 그동안 말을 듣지 않던 로봇을 소화 분말 분사까지.
분말 가루를 직격당한 주인공은 심한 현타가 왔는지 고개를 뒤로 떨궜다. 솔직히 현타가 올만하지.
“하하하!”
“킥킥. 결국에는 제대로 당했네.”
“말도 참 안 들어.”
유쾌한 포인트에 관객 모드로 돌입한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다들 편안하게 관람객 모드로 돌입한 상황이다.
나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많고 많은 영화들 중에 이 영화를 고른 이유는 간단하다.
주인공, 스토리, 음악, 영상미 등등. 무엇 하나 빠질 수 없는 요소들이 한가득 들어있으니까.
비슷한 시기에 ‘배트맨’과 ‘조커’를 주역으로 둔 영화가 등장했지만 그건 생략했다.
‘스토리가 너무 암울하니까.’
현재 보여주는 영화처럼 자극적인 장면은 거의 없다. 반대로 뜻깊은 순간들이 많다.
하지만 빌런으로 타락하는 ‘투 페이스’의 흉측한 몰골도 그렇고, 결정적으로 조커 때문이다.
연기를 너무 잘해도 문제라고, 어릴 때 한 번 봤다가 밤에 못 잤다.
초등학생 시절이라지만 트라우마로 남을만큼 소름끼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이다. 가벼운 오락 영화로 즐길 수 있으면서도 중간중간 웃을 수 있는 영화.
“사실대로 말하자면······ 내가 아이언맨입니다.”
시간이 흘러 전설적인 명대사가 나오면서 영화가 종료됐다.
저 대사는 거대한 서사시의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대사다. 팬이라면 눈물을 안 흘릴 수 없는 대사.
나도 한때 저 영화를 비롯한 마블을 지켜보면서 상상력, 그리고 작문법을 키워나갔다. 패러디로 줄기차게 이용했거든.
특히 이 유니버스의 가장 큰 장점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것.
보통 히어로물은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았으나 캐릭터 자체가 워낙 매력적이라 성별을 가리지 않았다.
다시 말해 내 가족들과 애인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 나는 영화가 끝나자 뒤를 쳐다봤다.
“진짜 재밌다! 다음 편 없어?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며!”
“나도. 나도. 빨리 보여줘.”
“너 혼자 저런 거 알고 지냈어? 치사해.”
마리를 시작으로 다들 눈을 빛내며 다음 편을 요구했다. 배경지식이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즐기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나는 여기까지 중단했다. 10편이 넘는 영화를 몰아서 보면 너무 힘들 테니까.
지금은 설명이 필요한 순간이고 영화를 보기 위해 이곳으로 부른 게 아니다.
‘뭐, 가끔 가다가 보여주면 되겠지. 조금 낭비긴 해도.’
백색방은 훈련이나 고행을 위한 수련장인데 어쩌다 보니 영화관으로 바뀐 것 같다.
나는 병아리처럼 다음 편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간신히 진정시킨 후, 단호한 어조로 딱 잘라 말했다.
“안 돼. 영화를 보기 위해서 여기 온 건 아니잖아? 그래도 질문하고 싶은 게 있다면 질문해.”
“나! 나!”
질문 타임을 시작하자마자 마리가 손을 번쩍 들며 방방 뛰었다.
얼마나 재미있게 봤으면 아이처럼 눈까지 반짝거릴까.
나이가 20살도 안 됐다는 걸 고려하면 지극히 자연스럽다.
“저거 전부 배우가 연기를 한 거 맞지? 실제로 있던 걸 찍은 게 아니라?”
“절대 아니야. 다시 말하지만 전부 영화야. 등장하는 사람도 전부 배우나 엑스트라고.”
“정말 대단하네. 실제 있던 상황을 찍은 것 같아.”
조커를 보면 얼마나 까무러칠지 궁금하네. 물론 안정기에 돌입하기 전까지는 사양할 것이다.
마리가 눈을 감으며 영화를 떠올리는 동안 다른 사람을 쳐다봤다. 질문할 게 산더미처럼 쌓여있는지 죄다 손을 들고 있다.
일단 마리 다음으로 세실리였으니 그녀부터 하는 게 좋겠지. 나는 세실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세실리 누나?”
“저 강철 옷들은 전부 제작한 거야? 마법도 없이 연기를 할 수 있는지 궁금해.”
“제작이 아니라 조금 전에 말한 컴퓨터 능력을 이용한 거야.”
정확히는 모션 캡쳐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나는 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줬다.
아르웬도 주의 깊게 듣는 걸 보아하니 이번 기회에 더 좋은 영화를 만드려는 것 같다.
스칼 감독이 이끄는 매트릭스 극단은 세계 최고라 무방할만큼 뛰어난 연출을 자랑하지만, 지구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은 건 사실이니.
“그렇구나. 우리는 그런 기술이 없으니 마법으로 할 수밖에 없겠네.”
“변신 마법 말이지?”
“응. 현재 영화계는 특수 분장이랑 변신 마법을 연구하고 있어. 배경은 아르웬 여왕님의 도움을 받으면 그만이고.”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마법은 너무 사기인 거 같아. 그걸 숨 쉬듯이 사용하는 마족이랑 엘프는 더욱이.”
몇 세기 이후에나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마법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사기다.
내 말에 이견을 못 달겠는지 세실리는 어깨를 으쓱거렸고, 아르웬은 헛기침을 하며 딴청을 피웠다.
그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본인들이 얼마나 ‘사기’에 걸맞는 종족인지.
“다른 질문 없어?”
“저 배우 유명해?”
“유명하지. 다만 한때 마약사범이었어. 어떻게 된 거냐면······”
영화 하나 보여줬다고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배우부터 시작해서 배경이 되는 나라, 자잘한 소품들까지.
그 어떤 것도 빼놓을 수 없었기에 질의응답만 해도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혹시 제논 일대기에 등장한 몇몇 장면도 너희 세상의 매체에서 따온 거야?”
그러던 중 레오나가 아주 예리한 질문을 꺼냈다. 역시나 가끔 가다가 번뜩이는 지혜를 발휘하는 그녀다.
이에 나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를 보여준 것도 저 질문을 위해서다.
“맞아. 대표적으로 사크란의 죽음. 엘프와 다크 엘프의 융합. 알븐하임 수복. 최종장의 진의 폭주까지 있어.”
“그거 전부 보여줄 수 있어?”
“물론이지.”
그래서 전부 보여줬다. 하나 같이 인상 깊었던 것들밖에 없어서 몰입감이 굉장하다.
특히 대부분 제논 일대기와 연관이 깊은 장면들이라 영화를 찍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걸 제외한 나머지 장면들은 알아서 촬영해야겠지만. 스칼 감독의 역량이라면 충분하겠지.
‘어차피 다른 세계이니 저작권 문제도 없고.’
나도 양심이 있어서 대놓고 가져오지는 않았다. 오마주 정도라 해야 될까.
게다가 종족 자체부터 닮은 부분들이 너무 많아 떠오르는 게 그것밖에 없다.
그렇기에 더욱 ‘뽕’이 차오르겠지. 상상만 해도 짜릿할 것이다.
“이건 여기까지. 모두 잘 봤지?”
“그대여. 저기 등장한 종족은 우리 엘프와 유사한 것이냐?”
게임 트레일러를 감명 있게 본 아르웬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얼마나 흥분했는지 아이처럼 주먹을 꽉 쥐고 있다.
나는 그 질문을 듣고 잠시 생각했다. 게임 속에서나 등장하는 종족이지만 비슷한 점은 많다.
타종족보다 강력한 전력을 보유했음에도 위기 상황에는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조직력.
꼰대를 넘어서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매달리는 전통과 분열된 민족.
그걸 타파하는 영웅들까지. 정말 똑같다.
“응. 하나하나 따지면 정말 놀라울만치 똑같아. 옛날에 즐겨하던 게임에 등장하는 종족이지.”
옛날이 아니라 내가 죽기 직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했던 걸로 안다.
대한민국에서는 ‘민속놀이’ 취급 받고 있으며 E-스포츠의 스타트를 끊은 작품.
비록 그 게임을 제작한 회사는 거의 다 쓰러져 가고 있었지만, 설정 하나는 기가 막히게 짠 게임이다.
“그러면······”
“자. 그 전에! 보여줄 게 있어.”
나는 아르웬이 다른 질문을 꺼내려고 할 때 딱 잘라 말했다. 이제 슬슬 다음으로 넘어갈 차례였으니.
또한 그녀가 원하는 걸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이에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눈을 조용히 감았다. 상상이 아니라 모라와의 대화를 위해서다.
‘모라 님. 괜찮죠?’
[물론. 진실을 빨리 알게 되는 건 아쉽지만 우리의 신앙이 약해지는 건 아니니까.]아까 전에도 허락을 받았지만 혹시나 해서 물었다. 다행히 모라도 기꺼이 허가를 내려줬다.
나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둘러봤다. 이번에는 무엇을 보여줄지 다들 기대하는 표정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보여줄 건 상식을 초월한, 아득히 먼 ‘공간’이다. 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 천천히 빌드업을 꾸려나가면 될 터.
“아르웬.”
“말하거라.”
“천문학이 어떤 건지 알려줄 수 있어?”
아르웬은 내 질문에 갸웃거렸다가 아는대로 설명해줬다.
“수학과 물리학을 근간으로, 하늘의 별들을 관찰하는 학문이지. 그 별들을 통해 미래를 관찰하는 학문이니라.”
“그럼 별자리는 어떤 걸 의미하는지 알아?”
“신들께서 직접 수놓은 나침반이니라. 별들의 위치로 방향을, 움직임으로 운명을 점지할 수 있지.”
천문학은 모든 학문을 총망라한, 기본이 없으면 꿈에도 못 꾸는 학문이다.
또한 아르웬의 설명처럼 ‘점성술’의 역할을 하는데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신의 존재로 인하여 과학적 접근이 좀처럼 힘들고, 더 나아가 신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이 연달아 발생하다보니 점성술은 오래 갈 것이다.
지난번의 고행 사건 때도 하루가 말 그대로 ‘정지’되었지 않았는가. 천문학은 신의 도움 없이 미래를 예측하는 데에 아주 중요한 수단이다.
마지막으로 신학과 밀접한 학문이 바로 천문학이다. 신의 뜻을 필멸자들이 알기 쉽도록 해석하기 위한 수단이라 보면 편하다.
별들의 움직임도 마찬가지. 별에 이상이 생긴다면 신이 운명을 점지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네 말이 맞아. 우리 세상에도 한때는 그런 식으로 해석했지. 시간이 흐르면서 예언적인 의미는 퇴색됐지만 말이야.”
“그러면······”
“아. 혹시나 말하지만 여기는 조금 달라. 우리 세상은 하루가 멈춘다거나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거든. 개기월식 같은 일이라면 몰라도.”
지구의 상식을 그대로 옮기는 짓은 절대 하면 안 된다. 상식따위가 모조리 파괴되는 곳인데 소용없을 테니까.
그러나 약간의 진실 정도는 알려줄 수 있다. 나는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신들께서 어디에 계시는지 아는 사람 있어요?”
“하늘 너머에 계신다고 들었다만.”
“나도 그리 알고 있어.”
아버지를 시작으로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저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겠지.
당장 하늘만 하더라도 신의 선택을 받은 자들만이 자유롭게 오가는 공간이라 믿고 있다.
천사에게 ‘날개’가 달린 것도 이 일환이겠지. 중세와 판타지가 합쳐진 결과물이다.
허나 나는 하늘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다.
“아니에요. 신들께서는 하늘 너머에 계시지 않아요.”
“······그게 무슨 뜻이야?”
“그······ 그런 말을 해도 괜찮아?”
다소 민감한 주제에 흠칫 떨거나 주변을 둘러보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그래도 나를 굳게 믿고 있기에 곧바로 진정되긴 했지만 불안감은 떨치지 못하는 표정이다.
아무리 날고 긴다 하더라도 신들 앞에서 필멸자는 나약하디 나약한 존재밖에 되지 않는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
나는 진실을 얘기했을 뿐이다. 이에 말없이 미소만 짓자 레오나가 설마하는 어조로 다급히 물었다.
“서, 설마 너희 세상은 하늘 너머의 공간을 뚫고 올라갔다는 뜻이야?”
“에이. 설마. 아무리 그래도······”
“맞아.”
마리가 레오나의 말을 불신하려던 찰나, 내가 딱 잘라 긍정했다. 그러자 무수한 시선이 나에게로 쏟아졌다.
하나 같이 전부 믿지 못한다는 표정들. 하늘 너머의 공간은 신들이 계시는 곳이라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신들은 ‘물리적인 공간’에 존재하지 않는다. 초월자가 괜히 초월자가 아니라는 뜻.
나는 눈을 감으며 하늘 너머의 공간을 상상했다. 그러면서 천천히 설명을 꺼냈다.
“좋지 않은 의도로 시작된 거지만, 우리 세상은 하늘을 너머 ‘세계의 밖’까지 도달했어. 완전히 정복한 건 아니지만 여행 중에 있지.”
냉전 시기, 소련과 미국이 서로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개시된 경쟁.
그 경쟁은 아이러니하게도 인류 기술의 크나큰 진보를 이루었다.
만약 그 경쟁이 없었더라면 여전히 골머리를 앓고 있었을 터.
“신들께서는 그곳에 안 계셨어. 필멸자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못할 차원에 계시다는 걸 깨달았지.”
나는 그리 말하며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머지않아 우리 앞, 아니 주위에 펼쳐진 건.
“우리가 사는 세계가 예상보다 훨씬 넓다는 걸 깨닫게 됐어.”
보기만 해도 경외감이 드는 ‘우주’였다.
‘이러면 신앙심이 더 깊어지겠죠?’
[너 진짜 내 신자하면 안 될까? 실시간으로 신앙이 차는 게 느껴지는데?]‘안 돼요.’
[힝.]어딜 날로 먹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