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570
■ 569화. 뽕 (4) □ ᓚᘏᗢ
거대한 우주에 비해서 인류는 한 줌의 먼지에 불과하다. 우주와 관련된 명언 중 하나다.
나는 내가 상상하는 우주의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줬다. 상상이라 하지만 매체가 워낙 발달된 덕분에 생생히 보여줄 수 있다.
사방이 검은색 공간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으나 별들을 비롯한 은하수가 촘촘하게 박혀있다. 경외감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풍경.
그리고 바로 앞에는 푸르디 푸른 ‘지구’가 있었으며 우주 정거장이 그 주변을 빙글빙글 배회하고 있었다.
“여기는······ 대체?”
“하늘 너머의 공간······”
“··· ···”
우주를 처음 목도한 사람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꺼냈다.
아버지를 포함한 몇 명은 침착을 유지하려 애를 썼으나 흔들리는 눈동자만큼은 막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게 하늘조차 정복하지 못한 자들이 우주를 목도했다. 지구의 인류조차 간신히 여행 정도만 할 수 있는 공간.
하늘 너머 우주에도 신이 없다는 건 둘째치고 이 광활한 공간을 맞이한다면 경외감이 들 수밖에.
비단 저들뿐만 아니다. 지구의 저명한 과학자들조차 우주를 향한 경외감을 품고 연구를 하고 있지 않은가.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여기는 하늘 너머의 공간 즉, 우주예요. 저거 보이시죠?”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상황에서, 나는 지구를 정확히 가리켰다.
내가 지구를 가리키면서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대부분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워한다.
광활한 우주를 둘러보느라 정신이 나간 나머지 이제서야 지구를 발견한 듯했다.
“저건······”
“푸른색 사탕 같은데? 저거 뭐야?”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도 있어.”
아까처럼 저마다 이야기를 나눴지만 마땅한 대답은 없었다.
별을 관측하는 것조차 학문을 총동원해야 하는데 실제 ‘행성’은 처음 보겠지.
나는 빙긋 웃으며 마리가 언급한 사탕의 정체를 가르쳐줬다.
“저 세계의 이름은 지구야. 내가 태어난 곳이지.”
“지구?”
“응. 하늘 너머의 공간에서 관찰한 지구. 아마 이 세상도 비슷할걸?”
“저 곳이 네가 살던 세상인 게냐? 엄청 크구나.”
가까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일까. 아르웬은 우주에서 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착각한 모양이다.
나는 그 착각을 모조리 부술 거고. 이런 건 굳이 눈을 감고 상상하지 않아도 된다.
지구로부터 서서히 멀리 떨어지면 되니까. 먼지보다 작아지도록 말이다.
“어? 어어? 점점 작아지는데?”
“작아지는 게 아니야. 점점 멀어지는 거지.”
“세상에······ 대체 얼마나 넓으면······”
이쯤 되면 알고 있겠지. 문명이 몇 단계나 발전된 지구조차 우주에 비하면 한 톨의 먼지조차 안 된다는 것을.
나는 모두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아까의 위치로 돌아왔다. 푸르런 지구가 선명하게 보인다.
여기서부터 설명하는 게 좋겠지. 나는 천천히 자전하는 지구를 가리키면서 입을 열었다.
“느꼈다시피 내가 살던 세상, 그러니까 지구조차 우주에 비해서 작디 작은 세상에 지나지 않아. 저 세상 속에서 치고 박고 싸우기 바쁜 인류는 말할 것도 없지.”
“우주로 나아갔는데도 너희 세상은 신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았어? 우리 세상과 달리 너희 세상은 신의 존재가 불분명하잖아.”
세실리가 이해가 안 된다는 말투로 나에게 질문했다. 그녀의 질문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당장 신의 존재가 확실한 이 세상도 우주야말로 신들의 안식처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구는 둘 다 아니다. 신의 존재가 불확실할 뿐더러 우주로 진출까지 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신앙심이 없어지는커녕 꾸준히 유지되고 있으니 이해가 안 갈만도 하다.
“그런 건 없어. 모두 깨달았다시피 신들께서는 물리적인 공간에 존재하지 않으시니까. 지구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테고.”
“필멸자가 닿을 수 없는 신성한 공간에 계시는 거구나.”
그리 말한 세실리가 두 손을 꽉 모으더니 무어라 중얼거린다. 대충 들으니 모라를 향한 기도문인 듯하다.
다른 사람들도 신에게 기도를 하거나 이름을 중얼거리는 등. 내 말을 듣고 뭔가 느끼기라도 한 모양이다.
이 세상은 과학적 접근법이 등장해도 신을 향한 숭배는 사라지지 않을 듯했다.
당장 나조차도 알게 모르게 경외감을 갖고 있었으니. 인간적인 신들이긴 해도 초월자는 초월자다.
‘케이트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별거 없어. 신성력이 2배 정도 상승하고 끝이야.]‘··· ···’
음. 케이트를 부르지 않아 다행이다.
아니었으면 유례 없는 괴물이 탄생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
지금도 감당하기 힘든 신성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2배나 상승한다니, 대체 어떤 구조인지 심히 궁금해진다.
“헌데 저건 뭐야? 지구 주변을 빙글빙글 돌아다니는 거.”
한동안 신앙심을 키우던 와중에 마리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다른 사람도 그쪽을 향했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건 우주 정거장. 인류 과학 기술의 정점 중 하나다.
“우주 정거장이야. 우주는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달리 매우 가혹하거든. 특수 제작된 옷이 아니면 무조건 죽어.”
“그렇구나. 정거장이라는 말은 저기에 사람들이 산다는 거야?”
“응.”
이외에 다양한 질문이 쏟아지고, 나는 그 질문 하나하나 성심성의껏 응답했다.
하늘은 어느 정도 파악한 반면 우주는 그 어떤 것조차 제대로 파악된 게 없다.
지구는 적어도 이 세상보다는 많은 진실을 알고 있어도 여전히 티끌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에도 마나를 쓸 수 있느냐?”
“어······ 그건 잘 모르겠는데. 모라 님?”
[이건 너희들이 알아야 한단다. 너무 많은 진실을 알려주면 그 과정이 빛을 바래기 마련이니까.]모르는 부분을 모라에게 물었지만 그녀는 이 부분만큼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우주의 존재는 일종의 ‘진실’에 가깝지만, 아르웬이 질문한 건 결과에 가까웠으니.
대신 나는 우주에서 마법을 사용하지 못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우주는 모든 것을 품을 수 있지만 그 어느 곳보다 가혹하니까.
‘진짜 지구는 어떻게 우주까지 진출한 건지 궁금하네.’
대답을 하다보니 새삼 지구의 위대함을 알게 된다. 지구는 진짜 아무런 도움도 없이 스스로 헤쳐나가지 않았는가.
비록 역사의 반 이상이 전쟁이고, 근래에는 세계 대전이 연달아 터지며 끔찍한 희생을 낳았다.
하지만 그러한 희생과 역사를 발판 삼아 무한한 발전을 이루어냈다. 인류 스스로가 말이다.
문제는 그 발전이 되려 모든 이의 어머니이자 요람인 지구를 해치고 있다는 것.
‘답을 찾겠지. 늘 그랬듯이.’
이곳으로 넘어오기 전만 해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전쟁이 발발하고, 그 전에는 흑사병 못지 않은 전염병까지 창궐했다.
21세기에 이르러서 일생일대의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짝 걱정되긴 해도 잘 해낼 거라 믿는다.
“더 질문할 거 있어요?”
“으음······”
“모르는 걸 묻고 싶은데······”
“정작 무엇이 모르는지 몰라서 질문조차 힘드네.”
의외로 우주에 관한 질문은 얼마 되지 않았다. 레오나의 말처럼 뭘 모르는지 몰라서 생긴 상황이다.
나는 약하게 웃고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둘러봤다. 이제 적응이 됐는지 혼란스러운 기색은 없다.
이윽고 세실리와 딱 눈이 마주쳤을 때였다.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묘한 미소를 지었다.
저 미소는 장난을 칠 때나 나오는 미소인데. 살짝 불안해진다.
아니나 다를까, 세실리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것 보라는 듯한 뉘앙스로 말했다.
“그나저나 이런 걸 보여주면서 스스로 성자가 아니라고? 난 이제 저 말을 안 믿을 건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음. 솔직히 신앙심이 생기는 느낌이야. 다른 분이 아니라 아이작한테.”
“이런 걸 직접 보여주면서 신이 아니라고 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
“내 동생이지만 슬슬 다른 존재로 느껴진단 말이야.”
이 장난꾸러기 여자가 누구를 진짜 성자로 만드려고 하네. 여기에 장난인지 아니면 진담인지 모를 반응까지.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이는 걸로 답했다. 솔직히 말해 나조차 없던 신앙심이 생기는데 이들은 오죽할까.
무엇보다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슬슬 마무리를 할 때다.
“질문이 없으시다면 마무리를 하고 넘어갈게요.”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곧바로 백색방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여전히 우주가 펼쳐져 있겠지.
내가 원하는 마무리는 ‘막장 인생 제조기’로 유명한 게임의 트레일러다.
게임 속의 트레일러처럼 찰흑 같은 그래픽이 아닌, 모라의 도움을 빌려 실제 상황처럼 보이게 할 것이다.
이른바 업그레이드라고 할 수 있지. 신성력이 조금 소비되긴 하겠다만 가치 있는 일이다.
[겨우 이런 거에 신성력을 낭비하는 건 좀······]모라가 투덜투덜거렸지만 한 귀로 흘려넘겼다. 지금은 지구 문명의 ‘과정’을 보여줄 시간이니.
머지않아 대략적인 상상을 끝마치고 눈을 떴다. 눈을 뜨니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가족들과 마주했다.
그러나 우주와 지구에 변화가 생기면서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어? 움직인다.”
“뭘 보여주려나?”
지구에 점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들이 흥미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딱 한 분, 아버지를 제외하시고.
아버지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지 팔짱을 끼며 특유의 근엄한 표정을 짓고 계셨다.
아마 이 마무리가 끝나면 나에게 따로 질문을 하실 듯하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태양빛을 후광 삼아 점점 가까워지던 지구가 어느 나라로 빠르게 접근했다.
가장 오래된 문명 중 하나이자 지금도 무수한 유물이 발굴되고 있는 지역, 이집트.
그리고······
[바바 예투 예투 울리예. 빙구니 예투 예투 아미나!] [우리 우리 아버지시여. 하늘에 계신 분이여, 아멘!]‘문명’을 설명하는데 적합하기 그지 없는 배경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바바 예투 예투 울리예. 움지나 라코 엘리투쿠즈웨.] [우리 우리 아버지시여. 그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도다.]이집트에 불가사의 중 하나, ‘피라미드’가 실시간으로 건설되면서 웅장함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게임 트레일러는 그래픽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모라의 도움을 받아 현실처럼 생생한 형태를 보여줬다.
내가 원하는 마무리는 바로 이것이다. 지구의 문명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어떤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인지.
[우투사메헤 마코사 예투. 헤이!] [저희 죄를 용서하소서!]무엇보다 곡 자체가 ‘신’을 향한 찬양과 고해성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신의 존재가 명확한 이 세상 사람들에게 딱 어울리는 곡이다. 곡 자체도 중독성이 강하고.
지금도 초반부밖에 되지 않았는데 다들 멍하니 집중하고 있지 않은가. 괜히 마성의 음악이라 칭해지는 게 아니다.
‘누구는 인류 통합 노래라고 했던가.’
쓰잘데기 없는 상상을 하는 동안에도 영상은 정지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무수한 불가사의들이 건축되는 걸 넘어서서, 역사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전쟁’ 파트.
중세를 배경으로 둔 전쟁이었기에 몰입감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바바 예투 예투 울리예. 빙구니 예투 예투 아미나!] [우리 우리 아버지시여. 하늘에 계신 분이여, 아멘!]세계를 변화시킨 대항해시대 이후, 총이 발명되면서 미국의 독립전쟁이 발발했다.
이후에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이 이어지고, 링컨이 동상으로 변하는 연출로 하여금 시간의 흐름을 드러냈다.
하지만 빛이 있다면 어둠도 있는 법. 노래 자체는 시대의 발전에 맞도록 웅장해지고 있으나 그만큼 희생도 많다.
지금 보여주고 있는 2차 세계 대전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는 전투기가 추락하고, 전차 뒤에 보병들이 옹기종기 모이며 전진한다.
[바바 예투 예투 울리예. 움지나 라코 엘리투쿠즈웨.] [우리 우리 아버지시여. 그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도다.]전쟁 이후에는 거센 불을 내뿜으며 하늘 높이 날아가는 우주선의 모습을 보여줬다.
선택받은 자만이 나아갈 수 있다는 하늘을 뚫어버리고, 어두컴컴한 우주로 나아가는 인류의 모습.
뒤이어 우주 정거장이 세워짐과 동시에 그 안에서 태양빛을 마주하는 사람이 비추어졌다.
그 빛을 받으면서 맨 처음 보았던 우주의 풍경이 이어졌다.
푸르런 지구와 그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우주 정거장.
처음과 끝이 동일한, 수미상관의 구조를 정확히 이루었다.
우우웅-
나는 사람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백색방으로 되돌렸다. 그러자 다들 눈을 깜빡이며 정신을 차린다.
5분도 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영상도 영상일 뿐더러 노래 자체가 몰입감을 불렀겠지.
“여기까지가 지구의 문명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질문 있는 사람?”
“······무슨 질문부터 해야할지 모르겠어.”
“나도······”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으나 다들 정신을 못 차리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들이 진정할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기로 정했다.
딱 한 분. 영상이 시작됐을 때부터 근엄한 표정을 짓고 계시던 아버지를 제외하고.
“아들아.”
“네, 아버지. 하실 질문이라도 있으신가요?”
“지구의 문명에 대한 건 아니란다. 지구의 문명에 대한 건 잘 알았으니. 다만······”
뒤이어 아버지는 깔끔하게 정돈한 수염을 매만지더니 의아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너에 대한 건 왜 안 알려주는 건지 모르겠구나?”
“저에 대한 거요?”
“그래. 정확히는······ 가족.”
“······가족?”
생각치도 못한 질문에 어리둥절할 때, 아버지가 말씀을 이어가셨다.
“그래. 가족. 지금이 아닌, 전생의 가족을 한 번 보고 싶구나.”
“그런 거라면 뭐······”
별로 어렵지 않다. 전생의 가족도 지금 못지 않게 화목했으니.
이에 입을 열려던 순간.
[여기까지.]헌데 난데없이 모라가 난입하더니.
[여기서부터 내가 대신 설명해줄게.]적어도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