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589
■ 588화. 절멸 (5) □ ᓚᘏᗢ
악마 숭배자는 이 세상에게 암적인 존재이자 죽어마땅한 단체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로 양지가 아닌 음지는 대부분 악마 숭배자의 관할 아래에 놓여있다 해도 무방하다.
타락한 추기경부터 시작해 강경파 마족을 이용하여 헬리움 전복을 노리기까지.
이뿐만이 아니라 노예매매, 인체 실험, 비윤리적인 제사, 단체 세뇌 등등.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것들만 골라서 하는 중이다.
당연히 인식은 바닥을 칠 수밖에 없으며 그 악명은 1년도 채 가지 않아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갔다.
그나마 아이작의 이벤트 겸 전반적인 토벌을 통해 활동이 잠잠해졌다지만, 워낙 암덩어리 같은 존재들이라 경각심을 갖고 있다.
또한 악마 숭배자들이 기계를 파괴했던 직조공을 전부 매달면서 존재를 똑똑히 보여줬다.
덕분에 사람들은 악마 숭배자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며 판단할 수 있었지만,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악마 숭배자들의 요람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미네르바 제국에서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원래부터 기승을 부렸던 범죄 조직만 잡힐 뿐.
악마 숭배자와 약간이나마 연결 고리가 있어도 놈들이 재빠르게 꼬리를 자르고 도망갔다. 이 탓에 추적하기가 힘들다.
이처럼 조용하게 생활하고 있어도 언제 어디서 역병처럼 퍼질지 모르는 단체.
[악마 숭배자는 이 세상에 없어져야 할 ‘악’이다.] [그들은 악마를 불러 이 세상을 혼란으로 몰고 올 것이다.] [경계해라. 그들은 지금까지 실패했지만, 한 번의 성공만으로 멸망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세상은 악마 숭배자의 목적이 3000년 전 발발했던 악마 전쟁의 재림이라 추측하고 있었다.
실제로 몇몇 장소가 소환 의식소로 추측되고 있었으며, 최근에는 성공 직전까지 갈 뻔했던 지하 사원마저 발견됐다.
하루 먹고 살기 바쁜 평민들은 악마 숭배자를 단순히 악으로만 생각하고 있으나, 고위층은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지하 사원까지 발견된 마당에 다른 곳이라도 안전하지 않을 테니까. 세이비어의 성전에 힘 입어 열심히 추적하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악마의 기원이 밝혀지면서 여러모로 혼란스러워진 상황이다. 악마는 다른 차원의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었다.
이 기원만으로 소환 의식으로 추정되던 사원이 실은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게 아닌가? 라는 의문이 피어올랐다.
[미네르바 제국민 전체를 악마로 변질시킬 용도일 수도 있다.] [헬리움의 마족들도 마찬가지. 다른 사원이 숨어있을 가능성이 높다.]기원이 밝혀지면서 악마 숭배자의 목적도 불분명해졌다.
무언가를 소환할 계획이었던 건지, 아니면 게리오스 왕국처럼 인간을 악마화시키려던 건지.
공교롭게도 피와 강철이 등장함과 동시에 악마 숭배자의 활동도 뜸해졌다.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꼬리마저 잡기 힘들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대공황이 터지면서 수습할 게 상당히 많아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악마 숭배자는 뒷전으로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
그렇다면 악마 숭배자는 현재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인가. 적지 않은 사람이 궁금해 할 질문이다.
“놈이 물 먹였는데도 현황을 그대로 유지하실 겁니까?”
로브를 뒤집어 쓴 젊은 남자가 탐탁치 않다는 어조로 질문을 꺼냈다.
어두운 공간 속에서 촛불 하나만 의지하고 있었지만, 날렵한 턱선으로 하여금 그의 외모를 짐작케 해줬다.
그리고 남자가 질문한 대상, 노인은 아래로 나온 수염을 쓰다듬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늘 그랬듯이 늙수레하면서 가래가 끓는 듯이 불쾌한 목소리였다.
“당분간은 유지해야지. 적어도 지금 작품이 완결될 때까지는.”
“하! 언제는 입에 거품을 물면서 씹어죽여도 시원찮을 놈이라 하더니.”
그런 노인의 대답이 짜증났던 것일까. 남자는 헛바람을 뱉으며 신경질을 부렸다.
게다가 아이작을 향한 증오심을 은연 중에 풍기기까지. 하지만 노인은 아무렇지 않은지 담담하게 말했다.
“놈은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세계를 보여주고 있어. 그리고 그 가증스러운 신들의 품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올 거라며 찬성하는 이들도 많아졌지.”
신들은 인류에게 많은 것을 선물해줬으며 살아갈 수 있는 힘도 기꺼이 하사했다.
하지만 신에게 너무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보니 발전에 제약이 걸려버린 상황이다.
지구는 폭력에 더 큰 폭력으로 대항하는 방식으로 발전했으나, 이 세상은 신들이 직접 나서서 해결했다.
신의 말에 거스른다면 그 즉시 천벌이 떨어지니 누구라도 순응할 터. 이것이 발전을 가로막는 제약이었다.
“군주님도 고민을 많이 하셨지. 허나 마키나에서 등장한 전차를 보시고 생각을 완전히 굳혔다네. 피와 강철이 완결될 때까지는 절대 건드리지 않기로 말이야.”
“그 전차가 뭐라고 그러는 겁니까? 실력 있는 기사가 나서면 금방 파괴되는 것 아닙니까? 저도 제논 축제에서 봤습니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군.”
노인은 남자의 말이 같잖았는지 혀를 끌끌 찼다. 그에 남자가 눈 밑을 꿈틀거렸다.
전까지만 해도 서로가 합의된 상황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지만, 피와 강철이 등장한 이후로 점점 틀어졌다.
아이작이 노린 것처럼 악마 숭배자 사이에서도 내분이 발생한 건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 둘은 그런 것처럼 보였다.
“성직자, 마법사, 기사. 이들은 재능 즉, 누가 더 신에게 사랑을 받느냐에 따라 편차가 갈리지. 하지만 전차는? 재능이 아니라 교육만 받는다면 누구나 운행할 수 있다네. 제작도 마찬가지고.”
“··· ···”
“신의 축복을 받은 자가 아닌, 인류 스스로가 쌓은 기술력으로 세상을 뒤바꾼다. 신은 오직 믿음의 대상으로만 남고, 행동과 방향성은 모두 인류가 정하는 거라네.”
재능은 하늘 즉, 신이 내리는 법이다. 마법사는 두말 할 것없이 재능의 영역이고, 기사와 성직자는 허들이 낮아도 재능에 따라 갈린다.
그러나 전차를 비롯한 기계는 교육만 받는다면 충분히 제작할 수 있다. 강력한 병기를 스스로 창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굳이 전차가 아니더라도 총만 발명된다면 인류사는 크게 달라질 터. 개개인에게 기사급의 무력이 쥐어지는 격이다.
신에게 선택받은 자가 아닌, 인류 스스로 역사를 좌지우지하는 날이 도래할 것이다.
“그리 된다면 신은 자연스레 그 위치가 낮아지고, 인류 또한 의존도를 낮추겠지. 아무런 힘이 없는 평민마저 기사를 쓰러뜨릴 수 있는 무기, 총이 바로 그 시작이네.”
“하지만 전쟁이 터진다면 다들 신을 찾지 않겠습니까?”
“승리한 쪽도 패배한 쪽도 신을 찾겠지. 나치 독일처럼 미치광이가 아닌 이상 선뜻 누구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걸세.”
맞는 말이다. 전쟁에는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법.
양측 모두 신을 찾으며 전투에 나서겠지만 살아남은 병사도 신을 찾고, 죽기 직전의 병사도 신을 찾을 것이다.
전쟁에 있어서 신에게 선택받은 곳은 없다. 오직 인류가 서로를 향해 창칼을 겨누고, 더 강한 자가 승리를 쟁취할 뿐이다.
그러나 노인도 나치 독일만큼은 예외로 뒀다. 나치 독일의 능력은 부러웠지만, 악마 숭배자인 그조차도 미쳤다고 할만큼 광기에 오염돼 있다.
“전쟁을 하면 할수록 인류는 깨닫게 될 거야. 신은 결국 스스로 준비된 자의 손을 들어준다는 것을. 내가 자네의 나라를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세. 자네가 속한 나라는 신의 선택받은 자가 아닌, 스스로 혁명을 일으켰지 않았는가.”
“··· ···”
“자네가 제논에게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네. 하지만 이것만큼은 명심해. 우리의 목적은 신의 가증스러운 면모를 낱낱이 파헤치고, ‘절대적인’ 위치에서 끌어내리는 것. 이게 궁극적인 목표라네.”
노인은 ‘절대적’이라는 단어를 유달리 강조했다. 하기야 신들은 절대적인 위치에서 군림하고 있는 황제나 다름없다.
비록 입맛대로 세상을 다스리는 건 힘들지만, 선을 넘으려는 순간 가차없이 응징하는 초월적 존재들.
악마 숭배자의 목적은 그 위치에서 끌어내리는 것이다.
“······그러면 하나만 묻겠습니다.”
다소 불만스러운 기색이었던 남자가 질문을 꺼냈다. 노인은 선심 쓰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허면 미네르바 제국에서 발견했다던 그 지하 사원의 용도는 대체 무엇입니까? 저도 처음에는 악마 소환이 목적인 줄만 알았습니다.”
“계속 이야기하게.”
“그런데 악마의 기원이 인간임이 밝혀지고 목적 자체가 불분명해졌죠. 당신에게 듣기로는 승천자가 아닌, 무려 군주들이 한데 모여 의식을 치렀다고 들었습니다.”
“잘 알고 있군.”
“대체 무엇을 위해 의식을 행한 겁니까?”
남자도 지하 사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들었다. 또한 그 의식이 반쯤 성공했다는 비밀도 알고 있다.
문제는 반쯤 성공한 데다가 의식을 치른 군주들이 전부 몰살당해 여파를 모른다는 것.
가끔 가다가 아이작을 그 잔재로 의심하고 있었지만, 제논 일대기의 등장으로 모두 폐기됐다.
악마 숭배자를 도와주기는커녕 전부 도륙내고 있는데 성공은 무슨 성공. 씹어먹어도 시원찮은 개새끼일 뿐.
물론 피와 강철의 등장 이후 약간이나마 우호적으로 바뀌었지만 악마 숭배자에게 있어서 아이작은 척결 대상이다.
“알려줄 수 있지만 자네가 이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로군.”
이에 노인은 애매하다는 대답을 꺼냈다. 남자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정말 애매한 모양.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는 인상을 와락 구기며 짜증을 숨기지 않았다. 로브로 얼굴로 가려져 있었으나 분위기 자체가 험악했다.
노인은 남자의 험악한 분위기에도 콧방귀를 뀌었다. 어린 놈이 벌써부터 감정 조절을 못하는 모습이 참 우습다.
그래도 알려줄 건 알려줘야지. 비록 마음에 들지 않다지만 자신들에게 좋은 놈이다.
“자네는 다른 차원을 믿나?”
“다른······ 차원?”
생뚱맞는 소리에 해괴한 표정을 짓는 남자. 남자로서는 예상을 한참 벗어나는 질문이다.
노인도 이 반응을 예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말했듯이 남자가 이해할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다.
“만물의 아버지께서는 일찍감치 다른 차원의 존재를 알게 됐다네. 그곳으로부터 다양한 문화를 습득하고, 인류의 진정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노력하셨지. 그 가증스러운 신들 때문에 허투로 돌아갔지만.”
“··· ···”
“하지만 아버지의 존재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닐세. 그리고 아주 미세하게나마 이 세상에 영향을 준 차원과 연결된 길이 남아있었지. 우리는 그걸 이용하기로 계획했네.”
“그걸 이용해서 무엇을 얻으려고 한 겁니까?”
“성질 한번 급하군.”
저러다가 나중에 큰 실수를 할 것 같은데. 노인은 인내심은 찾아볼 수 없는 남자의 언행에 다시 한 번 혀를 끌끌 찼다.
“우리가 원하는 건 그쪽 차원의 영혼이었다네.”
“영혼?”
“그래. 우리와 같은 필멸자의 영혼.”
“진짜 악마도 아니고 겨우 필멸자?”
남자는 어이가 없었다. 의식이 이루어지기까지 무려 80년에 가까운 세월이 걸린 것으로 안다.
그 오랜 세월의 결과가 약 20년 전 클라크로 인해 송두리째 박살났고.
헌데 대가가 겨우 필멸자의 영혼이다. 거대한 걸 기대한 남자로서는 어이가 없다 못해 다른 차원으로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겨우라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아버지가 남긴 기록에는 이런 게 남아있다네. 한 차원의 인류가 다른 차원에 도달하기 전까지 신을 포함한 그 어느 존재도 순리에 간섭할 수 없다.”
“그 말은······”
“우리는 그 차원의 순리에 개입했다네. 아버지가 남긴 유산을 통해서.”
물론 실패했다. 정확히는 악마 숭배자들조차 알지 못하게 반만 성공했다.
여기까지만 듣는다면 엿을 먹이기 위한 거라고 생각하겠지. 그러나 악마 숭배자는 매우 치밀했다.
“문제는 우리는 그 차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거지. 어떤 세상인지, 어떤 형태를 띠고 있는지, 어떤 문화를 갖고 있는지, 어떤 사상을 갖고 있는지.”
“평민이 넘어올 수도 있다는 소리군요.”
“그것만큼은 방지하기 위해 시간을 들였던 걸세. 의식이 이루어지기까지 80년이 소요됐지만, 우리가 원하는 영혼을 데려오기 위해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지.”
“무슨 영혼을 원하신 겁니까?”
그 질문에 노인이 담담히 대답했다.
“역사를 바꾸는 영혼.”
악마 숭배자는 미꾸라지가 아닌 나비를 원했다. 날개짓 하나로 거대한 폭풍을 만들 수 있는 나비를.
그건 반쯤 성공했다. 아이작이 넘어오면서 대한민국의 운명이 크게 바뀌었으니.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뀌면서 세계의 운명이 요동치는 건 당연한 수순.
이 세상도 그에 버금갈 정도로 혼란에 빠졌으니 어찌 보면 반은 성공한 셈이다.
그렇다면 곰곰히 생각해보자.
“제논을 그 잔재로 생각한 이유가 이때문일세. 놈의 존재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으니.”
클라크의 영웅적인 행적으로 악마 숭배자의 소환 의식은 반만 성공하여 아이작이 소환됐다.
“잔재라고 하셨으니 반은 성공했다는 겁니까?”
“그래.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과 전혀 동떨어진 ‘시간’의 영혼이 넘어왔네.”
아이작이 넘어온 시기는 2022년.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상황이다.
즉, 악마 숭배자가 설정했던 시간대는 대충 어림잡아 1930년 후반~ 1940년 초중반.
“하지만 사원이 너무 망가져서 뭐가 잘못된 건지 지금도 모른다네. 무엇보다 우리는 인간이 아니라 마족의 몸으로 보내려 했어. 그걸 위한 제물도 존재했고.”
그 시대에 ‘역사’를 바꿀 사람이라면 누가 있을까.
아무도 모를 일이다.
“아우우. 아우.”
“아이구. 그래, 그래. 우리 사랑스러운 동생. 배고팠어요?”
“아빠. 아리엘은 밥 안 줘?”
“물론 아리엘도 줘야지. 아빠랑 같이 먹을까?”
“응! 응!”
단 한 명만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