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602
■ 601화. E=mc² (1) □ ᓚᘏᗢ
영지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축구 경기. 처음에는 건전한 유흥 문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여파는 그 이상이었다.
전생을 통해 규칙을 정립하고 경기장도 어렵게나마 만들었다지만 부족한 게 많다는 건 사실이다.
전생의 사람들이 이 경기를 봤다면 눈이 썩는다며 욕을 했겠지.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교단조차 건드리지 못하는 구기 종목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으며 관중들의 환호까지 받을 수 있었으니.
관중들도 팀에게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줬다. 마치 콜로세움에서 활약하는 검투사에게 힘을 실어주듯이 말이다.
[루미너스 교단과 모라 교단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질서가 없는 구기 종목이 아닌 확고한 질서와 규율이 있는 종목은 상관없다.]걸림돌이었던 교단도 시원하게 승낙했다. 본인들이 제시했던 명분에 벗어나는지라 견제조차 할 수 없었으니.
오히려 정말 건전한 방법으로 욕망을 풀 수 있다며 칭찬했다. 단순한 립서비스인지 아닌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결과적으로 축구의 존재는 대성공을 이루었다. 공식 경기 이후 팀들이 우후죽순 불어났으며 귀족들도 큰 관심을 기울였다.
[남녀노소 즐길 수 있지만 패배하면 자존심이 상하는 종목. 색다른 경쟁심을 부추긴다.] [럭비는 귀족이나 기사만 즐길 수 있지만, 축구는 모두가 즐길 수 있다.]모토 아닌 모토에 걸맞게도 축구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축구는 공만 있다면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 편의성 하나는 최강이라 퍼지기만 하면 즐기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공식적인 경기장은 마이샬 영지에만 있다. 따라서 공놀이나 풋살이 아닌 진짜 경기는 오직 마이샬 영지에서만 즐길 수 있었다.
[거대한 경기장에서 축구를 관람한 귀족들은 다음에 다시 한 번 더 방문하게 된다.] [한 명 한 명이 골 하나를 넣기 위해, 그리고 상대를 막기 위해 폭력 없는 전투를 벌이고 있다.] [축구의 가장 큰 장점은 피지컬 대신 기술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피지컬이 강한 기사여도 평민에게 뚫릴 수 있다.]럭비와 달리 축구는 발을 주로 사용하는 구기 종목. 피지컬이 강해도 발기술로 뚫을 수 있었기에 다양한 의미로 공평했다.
하물며 약하다고 평가받던 팀이 강팀을 이기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이 의외성이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세인에게 건드려서 안 되는 것 즉, ‘자존심’과 긴밀한 연관이 있었다.
“제국의 귀족들이 우리 영지에서 경기를 치를 수 없냐고 묻더라고.”
“허락했어?”
“당연히 허락했지. 그런데 자기네 땅에 경기장을 지을 곳이 없다고 하더라.”
축구장은 평야에 지어야 된다. 우리 영지는 농사를 짓기에 적합한 평야 지대여서 축구장 신설도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영지는 아니다. 축구장뿐만 아니라 잔디가 자랄만한 환경을 찾아야 된다.
작금의 기술력으로는 막대한 예산이 드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 영지에 찾아오는 거고.
“의외네. 축구가 재미있어 보인다지만 자존심 강한 귀족들이 참여할 줄은 몰랐어.”
마이샬 영지뿐만 아니라 제국 전체에 퍼진 축구 열기에 마리가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녀는 현재 마이샬 영지에서 경기를 치르고 싶다고 의사를 표현한 귀족들의 목록을 살펴보는 중이다.
“자존심이 강하니까 이런 공놀이에도 매달리는 거지. 특히 축구는 럭비랑 달리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잖아.”
“그들만의 리그?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귀족들이나 기사들의 자존심 싸움이 아닌, 그 지역 자체의 자존심을 거는 싸움이라서 그래.”
럭비는 귀족들이나 기사들만 참여할 수 있는 종목이다. 그래서 평민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하지만 축구는 계급을 막론하고 모두가 즐기는 종목으로 탄생했다. 명예의 범위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아까 말했듯이 중세인들, 특히 귀족들은 명예를 목숨처럼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이거 하나 때문이라도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어쩌면 명예를 건 승부가 될 수도 있겠지. 대신 축구라는 종목이 어떤 건지 보여줘야 된다는 단점이 있어.”
“널리 퍼져야 그 효과를 톡톡히 본다는 거구나.”
“응.”
마이샬 영지에서 축구 광풍이 불고 있다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똑같을지는 알 수 없다.
허나 리나는 경기를 지켜보자마자 무한에 가까운 지원을 해주기로 결정했다.
이건 절대 실패할 수 없는 거라며, 내가 원하는 대로 홍보 및 지원을 해줄 거라고.
나에게도 좋은 이야기였기에 거부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였다.
‘럭비의 종주국이 테르스 왕국이었지?’
꾸준히 언급했듯이 테르스 왕국의 문화는 미네르바 제국에 깊게 파고든지 오래다.
리나 입장에서는 그걸 훨씬 상회하는 구기 종목이 등장했으니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처음에 회의적이었던 반응은 깔끔하게 사라진지 오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홍보밖에 없을 것이다.
“우승하면 상금이나 상품을 주는 건 없어?”
“거기까지 가려면 몇 년은 있어야 할 걸? 지금은 영지민들끼리 즐기는 수준에 지나지 않으니까.”
황실에서 지원을 해줄 거라지만 산업화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애당초 축구라는 종목 자체가 이 세상에 생소한 스포츠고, 퍼지는 것만 해도 족히 몇 년은 걸린다.
나는 그때까지 영지에서 치러지는 경기를 조율할 계획이다. 다른 귀족에게는 아쉽지만 그들은 참여가 힘들 것이다.
물론 구경하는 건 문제가 없다. 예상보다 관중들이 많이 몰려와서 관중석을 더 많이 만든 차였으니. VIP를 위한 관중석도 있다.
“그래도 우리 상품을 주는 게 어때? 큰 금액은 아니더라도 동기부여는 확실할 테니까.”
“음······ 알겠어. 순번은 정해놓았으니 우승하면 소량의 상품을 주면 되겠네. 돼지나 소 같은 가축으로.”
“그거면 충분하겠다. 심판은 역시 네가 할 거야?”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네. 규칙을 숙지한 사람이 거의 나밖에 없어서.”
덕분에 일거리가 많아진 상황이다. 책을 쓰는 건 지장이 없으나 전보다 훨씬 바빠졌다.
심판도 맡아야 하고, 마리를 보필해야 되고, 아리엘과 놀아야 되고 등등.
신성력이 충만한 신체여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피곤하다고 드러누웠을 것이다.
“조만간 아카데미에도 축구장이 신설될지도 모르겠네. 리나도 그리 계획하는 거 같더라.”
“그래? 거기는 럭비가 있잖아. 과연 괜찮을까?”
“어쩌면 문학생들 중에서 좋은 선수가 나올 수도 있겠지. 문학생들 중에 너처럼 기초 훈련을 받은 학생이 있거든.”
“재미있겠네.”
나는 마리와 담화를 나누다가 시선을 슬쩍 아래로 옮겼다. 복부를 압박하는 옷이 아닌, 다소 펑퍼짐한 드레스를 입은 그녀.
드레스 너머의 복부를 조심스레 만지니 그녀가 꺄르르 웃어줬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살포시 붙잡았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믿기지 않는다. 내가 한 아이의 아빠가 된다는 게. 오묘한 감정이다.
“보통 이 시기에 입덧을 한다는데 괜찮아?”
“아무 문제 없어. 오히려 그 반대인 걸? 계속 입에 뭔가를 넣고 싶더라.”
“신기하네.”
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아이다. 실제로 요즘들어 마리는 평소보다 더 많이 먹는다.
또한 하루의 반 정도를 잠으로 채우며 활동적인 운동은 사실상 힘들다. 때문에 하루의 대부분을 침실에서 지내는 편이다.
불편하지는 않다. 오히려 진짜로 부부가 된 듯한 기분이어서 서로의 마음을 채워주는 중이다.
“빨리 안정기에 들고 싶다. 다른 애들이 너랑 할 때마다 나는 못하니 질투 나서 죽겠어.”
“······아이한테 안 좋지 않을까?”
“시어머니에게 들었어. 안정기에 접어들면 뭘 하든 상관없다고. 지금 세실리만 살 판났지.”
질투심도 더욱 강해졌지만. 나는 쓴웃음을 지어줬다가 그녀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줬다.
마리도 배가 불러 나른해진 곰마냥 내 가슴에 기대었다. 편안한 숨소리를 보아하니 조금 있으면 잠에 들 모양이다.
아무도 없는 침실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평화로움을 만끽하고 있을 때, 마리가 살짝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작.”
“응.”
“축구는 11명이서 하는 거지?”
“그런데?”
그걸 왜 묻냐는 듯이 반문하던 찰나, 마리가 점점 잠에 빠져드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한 번 채우고 싶어서······ 우리 애들끼리 축구단을······ 만들 정도로······”
“··· ···”
“으음······”
소원 아닌 소원을 말하면서 잠에 빠져든 마리.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피식거렸다.
“한 번 노력해볼게.”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좀 더 노력해야겠지. 나는 잠에 빠져든 마리를 조심스레 안고는 침대에 내려놓았다.
뒤이어 그녀의 이마에 가벼운 키스를 해주고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축구도 축구지만 내 본업을 잊으면 안 된다. 게다가 최근 주목해야 될 부분이 있다.
‘맨해튼 프로젝트.’
신의 천벌로 정의할 수 있는 원자폭탄. 그 원자폭탄을 발명하기 위해 전세계의 두뇌를 총망라한 프로젝트.
뉴턴 다음으로 세기의 물리학자로 기록될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편지를 시작으로, 미국의 주도 하에 이루어진 계획이다.
정작 아인슈타인은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그가 쓴 공식이 맨해튼 프로젝트에 큰 영향을 끼쳤다.
‘E=mc²(질량-에너지 동등성)’
전생에서의 난 문과였다지만 이것만큼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왜 기억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어디서 들었겠지.
또한 이게 무엇이길래 맨해튼 프로젝트의 주축이 됐는지 모르고 있다. 때문에 약간 고민이 된다.
이걸 넣어도 될지, 아니면 말 그대로 판타지스럽게 넘어갈지.
‘이 세상은 다른 건 몰라도 물리학이 발달된 걸로 아는데.’
천문학으로 행성이 자전한다는 것마저 알고 있는 시대다. 천문학은 모든 학문을 총집합해야만 디딜 수 있는 영역.
사방에 뉴턴이나 아인슈타인 같은 괴물이 즐비한 나라가 알븐하임이다. 아마 마법이 물리학과 긴밀한 연관이 있기 때문일 터.
텔레포트마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걸 보면 물리학이 뛰어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어쩌면 지구보다 훨씬 뛰어날지도 모른다.
‘마법을 수학으로 분석하는 괴수들인데 이정도는 있지 않을까?’
마음 같아서는 아르웬에게 묻고 싶다만 그녀는 바쁘다. 바쁜 사람에게 복잡한 걸 묻는 것만큼 실례인 것도 없지.
세실리는······ 기초 학문이 부족하여 이해조차 하기 힘들 것이다. 그녀도 아카데미 입학 당시 수학에 애를 먹었다.
이건 세실리가 바보인 게 아니고 헬리움이 반강제적으로 고립되었던 탓이다. 학문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
‘이게 진짜 중요한 건지도 모르겠네.’
문과의 어쩔 수 없는 한계다. 물리? 수학? 그게 뭐죠? 전 글만 쓸 겁니다.
나는 질량-에너지 동등성 원리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머리가 아파서 그냥 넘어갔다.
‘어차피 화학이 발전하지 않아서 우라늄이 뭔지도 모를 거야.’
핵융합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헬리움조차 연금술이 극도로 발달한 거지, 제대로 정립된 화학은 없다.
지난번 플라스틱 사건 이후로 화학이 탄생할 기미가 보이기는 하다만 이것도 시간이 오래 걸릴 테고.
우라늄이 어떤 원소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이걸 밝혀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적어도 ‘문과’인 나는 그리 생각했다.
‘루미너스 님이나 모라 님에게 물어보기도 조금······’
특정 상황이 어떤 미래를 야기하는지 묻는 건 고행 이후로 꺼려졌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사소한 미래만 물을 예정이다.
‘어차피 나한테 물어봐도 모른다라고 넘어가면 돼. 판타지니까 가능한 이야기라고 두루뭉실 넘어가고.’
물리학은 나도 젬병이다. 미래에서 넘어왔기에 알고 있던 진실이라고?
그러라고 해라. 판타지의 물리 법칙이 지구에도 통용된다는 게 더 이상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여기 오면 뒷목 잡을 마법이 천지인데.’
신중에 신중을 거쳐서 맨해튼 프로젝트의 기반이 될 법칙을 그대로 원고에 올렸고.
[알븐하임. 우리는 진리를 찾았다.]물리학을 더 이해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