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603
■ 602화. E=mc² (2) □ ᓚᘏᗢ
맨해튼 프로젝트의 기반이 되는 질량-에너지 동등성. 이 원리가 판타지 세상에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수많은 과정을 거처야 된다.
멀리 가지 않아도 마나와 신성력을 예로 들자. 마나는 인류가 불과 함께 발견한 기적의 에너지.
인류는 이 기적의 에너지에 감사를 전하면서도 동시에 의문을 품었다. 도대체 마나가 무엇일까.
마나의 정체를 밝히는 건 학문이 등장하고 난 이후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하지만 정확하게 밝혀진 건 전혀 없으며 단 한 가지만 알게 될 뿐이다.
[마나는 신이 인류에게 선물한 기적의 에너지다.]신학과 철학이 두루 섞여있는 명언이지만 모두가 동의하고 납득했다. 저 말을 제외하면 달리 설명할 게 없었으니.
신의 선택을 받았다던 엘프조차 분석은커녕 사용만 하고 있는 에너지가 마나다.
다만 분석을 완전히 못한 건 아니며 심도 있게 연구한 결과, 몇 가지는 밝혀냈다.
[마나는 무한하지 않다.]마나를 얻기 위해서는 음식 섭취 및 호흡을 해야 된다. 그게 아니라면 마나를 사용할 수 없으며 바닥이 나면 다시 충전이 필요하다.
저 하나까지는 쉬웠으나 그 다음부터는 오리무중이었다. 학문이 점차 발달되어도 마나만큼은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저것 하나만으로 사람들은 또다른 의문을 가졌다. 저 말은 즉, 마나도 언젠가 고갈된다는 뜻이지 않은가.
물론 확실하지 않다. 애당초 마나가 어떻게 발생하는지도 모르는데 고갈되는 건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마나는 자극하지 않는다면 존재조차 불분명하다.]말 그대로다. 마나는 ‘사용’하기 전까지 눈에 보이기는커녕 존재조차 의심스러운 에너지다.
만약 신이 마나를 발견하도록 도와주지 않았다라면 세상의 운명은 크게 바뀌었을 터.
수백 년간 학자들이 머리를 싸매며 알아낸 사실들은 저 둘밖에 없었으나 충분했다.
마나는 일상 속에 녹아있는 에너지로 취급하고 다음으로 넘어가기 바빴다.
[과연 신성력을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신들은 무엇을 대가로 우리에게 힘을 주는 것인가?] [마법을 수학적으로 표현해도 재능에 따라 편차가 극심하게 나뉜다. 법칙이 문제인 것인가, 아니면 다른 게 문제인가.]하지만 쉽지 않았다. 학문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사방에 널려있었으니.
마나, 마법, 신성력. 신들이 전달했다는 이 세 가지 힘은 기존의 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마법을 수학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조차 말 그대로 표현일 뿐이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학자들마다 공식이 달랐으며 유명한 기계화 또한 각각 편차가 나뉜다. 변환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량이 전부 다르다.
단지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인지’만 달라질 뿐, 모든 것을 관통하는 법칙은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았다.
[물리학은 결코 신의 그늘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어느 유명한 학자의 비관적인 명언을 보듯이, 다른 건 몰라도 물리학만큼은 신학에서 독립하기가 어려웠다.
학자들이 어찌어찌 자연적인 현상을 분석하고 싶어도 신들이 행하는 ‘천벌’ 하나로 입을 다물었으니.
그래서 신들이 행하는 천벌을 제외시키고 물리학을 정립했으나 여전히 질타를 받고 있었다.
감히 신들의 배제하고도 법칙을 규정할 수 있냐고, 신들의 선물을 무시할 수 있냐고.
신의 존재가 물리학의 발전을 억제하고 있던 셈이다. 그럼에도 물리학은 꾸준히 발전했다.
그 결과 중력의 존재를 알아냈으며 더 나아가 ‘역학’까지 정의할 수 있었다.
[물리학은 이단자들이 연구하는 학문이다.]허나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머나먼 과거, 종족을 막론하고 물리학자들은 이단자 취급을 받으면서 지냈다.
물리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신을 배제해야 된다. 불신자가 된다는 게 아닌,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로도 성직자들의 눈엣가시가 되기에 충분했다. 감히 신을 배제하고서 학문을 칭한다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
다행히 시간이 흐르면서 물리학자를 배척하는 기류는 없었지만 이단자의 학문이라는 낙인은 그대로였다.
신의 존재가 명확하다보니 어쩔 수 없다. 필멸자들로서는 신이 노할까봐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겠지.
하물며 물리학은 자연의 여신이자 모든 이의 어머니, 히르트와 큰 연관이 있는 학문이다.
사실상 최고신을 필멸자가 정의한 법칙으로 설명하려는, 신성모독과도 같다.
이런 불안정한 입지 속에서, 모든 상황을 뒤집어버리는 이론이 튀어나왔다.
[질량은 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피와 강철에서 등장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기반, 질량-에너지 동등성.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지 대부분 모르고 있었다. 물리학자들을 제외하면은.
물리학자들은 아이작이 ‘친절하게’ 적어준 설명을 분석했고, 그 결과 입이 떡 벌어질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1g의 질량으로 빛의 속도의 제곱에 달하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질량과 에너지는 똑같은 본질의 다른 형태다. 우리 모두 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어디까지나 이론 및 가설에 지나지 않지만 알븐하임을 떠뜰석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동시에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아무리 그래도 겨우 1g에 지나지 않는 질량으로 거대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니.
심지어 마법도, 마나도, 신성력도 없는 오직 순수 과학만으로 입증할 수 있다는 것이 불신감을 심어줬다.
“입증할 수 있소.”
수염을 단정하게 기른 엘프가 짐짓 근엄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푸르게 빛나는 두 눈에는 총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오히려 인상까지 쓰면서 쓸데없는 말을 한다는 모습에 가깝다.
엘프 남자를 비롯한 학자들이 모여있는 곳은 알븐하임의 성지. 세상 모든 학자들이 한 번쯤 들어오고 싶다는 꿈의 도서관이다.
성지는 세계에서 저명한 학자들이 한데 모이는만큼 다양하게 회의를 하는 편이다. 지금 이 자리에 모여있는 학자들도 그 예다.
평소라면 서로의 서로의 말을 반박하면서 학문을 보충하겠지만, 오늘만큼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이보시오. 정말 그 이론을 믿는 것이오?”
“나도 동의하는 바요. 아무리 우리가 추구하는 학문이 신의 선물들을 배제하는 학문이라지만 이거는······”
학자들은 불만을 표시하거나 떨떠름한 반응을 내보였다. 그도 그럴게 책에 등장한 이론을 보고 진리를 찾았다고 한 상황이다.
그나마 소집한 엘프가 저명한 물리학자여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면전에다 욕을 했을 것이리라.
“그럴 줄 알고 자료를 준비했지. 모두 내가 분석한 자료를 읽어주시오.”
엘프 남자는 학자들의 불만 어린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에 학자들도 속으로 혀를 찰 뿐, 군말없이 자료를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이들도 물리학자들이었기에 엘프 남자가 준비한 자료를 이해하는 데에 무리는 없었다.
“······응?”
“잠깐만. 이거 정말로······”
처음 불만을 지녔던 학자들의 얼굴은 점차 경악으로 바뀌었다. 몇몇 사람은 믿기지 않는지 안경을 수시로 들어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자료의 내용은 이번에 등장한 질량-에너지 동등성관 긴밀한 연관이 있다. 다만 그 이론을 기반으로 둔 대입에 가까웠다.
마법, 신성력, 마지막으로 마나까지. 물리법칙을 전부 무시하는 것들과 연관이 있었다.
“물리학은 신을 배제하는 학문이 아니었소. 도리어 신들께서는 필멸자들보다 더 고차원적인 존재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지.”
“그게 무슨 뜻입니까?”
“말 그대로라오. 신께서 개입하지 않는 한, 모든 법칙에서 질량-에너지 동등성이 유효하다는 뜻이오. 마나, 마법, 신성력, 더 나아가 주술 이 모든 것을 포함해서.”
신성에 위해가 갈 수도 있는 발언이었지만 그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엘프 학자가 제출한 자료는 완벽했으니까.
하지만 모두가 입을 다문 건 아니었다. 학자 중 한 명은 의아한 구석이 있었는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마나는 자연의 일부이지 않습니까? 물리학은 자연현상을 수식화한 것인데······ 이것도 배제하실 겁니까?”
“마나는 자극하지 않는다면 존재조차 불분명한 에너지라오. 또한 마나는 신들께서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나 정작 필멸자는 그 에너지를 직접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소. 이게 자연적이라 생각하시오?”
“··· ···”
엘프 학자가 말하는 마나는 평범한 마나가 아닌, 순수한 마나 그 자체다.
가끔 기사들의 검에 마나가 띠처럼 형성되는 경우가 있으나, 자세히 파고들면 각각 색상이 다르다.
특히 신성력이 섞였다지만 케이트의 마나는 황금빛을 띠고 있지 않은가. 이건 순수한 마나가 아니라 ‘가공된 마나’라 해야 옳다.
“마나가 어떻게 에너지 형식을 보이는지, 또 마나가 어떻게 가공되는지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소. 우리가 자연적이라 생각하는 마나는 순수한 마나가 아니오. 어쩌면 형태를 바꾸는 도중에 에너지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지. 질량과 에너지가 동등하다는 이론에 의거하면 그런 가정이 나온다오.”
“어디까지나 가설이잖습니까. 이걸 정말로 진리라 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만······”
“그러니 그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오. 무엇보다······ 상당히 위험할 것 같아서.”
위험하다. 그 말을 들은 학자들의 표정은 의아함으로 채워졌다.
아까 말했듯이 물리학은 자연현상을 수식화한 학문. 사실상 히르트를 분석하는 것과 같다.
때문에 다른 의미로 위험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엘프 학자가 꺼낸 말의 뜻은 사뭇 달랐다.
말투가 사회적으로 위험한 게 아니라 ‘물리적으로’ 위험하다는 의미에 가까웠다.
“뭐가 위험하다는 거죠?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만.”
“······피와 강철에 등장한 이론에 의거하면, 질량이 에너지로 바뀔 때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방출되지.”
“그렇죠. 하지만 그건 이론에······”
“아니. 이론이 아니라오. 자료에는 없지만 그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있는 방법이 있지.”
“그게 사실입니까?”
학자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물리학자에 지나지 않은 자신들이 그 현상을 직접 목격할 수 있다니.
학자들 특유의 의욕이 무럭무럭 차오려던 찰나, 엘프 학자는 관자놀이에 흐르는 땀을 조용히 닦아냈다.
전과 달리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에 모두가 의문을 품었을 때, 엘프 학자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합일.”
“합일?”
“그렇소. 합일이오.”
“합일이라면······”
“제논 일대기에서 등장했던 현상이지 않은가? 두 엘프가 희생하여 거대한 에너지체가 된다는.”
제논 일대기에 등장했던 두 엘프 영웅들의 합일. 작중에서는 합체라는 명칭으로 바뀌었다.
스스로 희생하여 거대한 에너지체가 된 이후, 악마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며 세계수까지 나아갔다.
그 이후로는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3000년 동안 자리를 지켰던 세계수를 모조리 소실시켰다. 덕분에 디아볼스의 부활도 막았고.
처음에는 책에서나 나오는 이론이었지만, 알븐하임의 여왕인 아르웬이 직접 금지되었던 마법이라 밝혔다.
또한 시행하려는 자들은 전부 엄벌에 처할 것이며 실험을 하고 싶다면 허가를 맡아야 된다는 말까지 한 상황이다.
감히 어떤 간 큰 사람이 알븐하임의 여왕에게 그런 허가를 청하겠나. 그 누구도 하지 않았다.
“그렇소. 허나 이론이 아닌 사실로 밝혀진 현상이지. 그 현상에 진리가 담겨있었소.”
“······설마.”
“자네 제정신인가?”
“그런 건 아니오. 악마 숭배자도 아니고 살아있는 사람으로 실험할 생각은 추호도 없소.”
학자들이 경악한 표정을 짓자 엘프 학자는 서둘러 부정했다. 아무리 그래도 저건 악마 숭배자나 할 짓이다.
자신이 원하는 건 정말로 질량이 에너지로 변환할 때 거대한 에너지를 방출시키느냐다.
예언서로 취급받는 제논 일대기에서의 ‘합일’도 그런 현상을 보여줬으니 믿을 수 있다.
더군다나 아직까지는 ‘화학’이 발달되지 않아 원자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
이들이 원하는 건 단지 진리를 입증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만약 이 가설이 진실로 판명된다면 우리는 태양을 얻을 수 있소. 그리고······”
잠깐 말을 아낀 엘프 학자는 진지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태양의 힘을 정면에서 맞딱뜨릴 수도 있겠지.”
누구와 다른 진정한 예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