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607
■ 606화. 스탈린그라드 (2) □ ᓚᘏᗢ
검은 악마와 붉은 군대 간의 물러설 수 없는 싸움,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발발했다.
거인과 달리 평소에도 수위가 상당히 높은 붉은 군대였기에 독자들은 어떤 싸움이 터졌는지 기대를 가졌다.
미군은 과다카날 전역에서 일본을 때려잡느라 여기저기 옮겨다닌 반면, 나치 독일과 소련은 오직 스탈린그라드 한 곳에만 있었다.
[시가전의 탈을 쓴 공성전. 건물 한 채 한 채가 성이다.] [포격으로 건물을 부술 수는 있어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없었다. 이게 가능한가?] [돌로 세워진 건물이 나무로 세워진 건물보다 강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이 세상은 언밸런스한 과학 발전도를 보여주는만큼 건축물 자체는 근대에 가깝다.
문명의 기초를 전파했다고 알려진 엘프, 손재주에 통달한 드워프, 마지막으로 상하수도의 개념을 알린 마족.
건축학은 문명의 거울이라 칭해질 정도로 발전도를 자연히 따라간다. 이에 따라 건축물의 양식을 보면 꽤 발전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 예술품으로 분류되는 건축물에 한해서지, 평민들의 건축물은 여전히 목재로 사용되는 중이다.
예산도 예산일 뿐더러 이전까지는 대량 생산이 불가능했기에 어쩔 수 없는 면모도 있었다.
[목재는 불에 잘 타고 화력에 매우 취약하다. 하지만 콘크리트로 제작한 건물은 매우 단단하다.] [이제부터라도 성벽에 의존할 게 아니라 건물을 바꿔야 할 것.] [아스카날 사건 당시에도 콘크리트 건축물이었다면 피해가 덜 했을 것이다.]사람들은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보면서 콘크리트 건축물의 필요성을 어필했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대인지라 여전히 성벽이 존재했고, 미네르바 제국의 수도도 성벽에 둘러쌓여 있다.
그러나 최근에 마키나에서 비행기와 철갑함을 연구 중이라는 소식도 있었으며, 폭격 앞에서는 성벽이 의미가 없었다.
하물며 화력 그 자체인 전차마저 등장한 상황에 성벽은 그다지 큰 효과를 못 볼 것이다.
[하지만 몬스터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성벽은 포기해서 안 된다. 최후의 보루로 삼아야 할 것.]물론 성벽을 아예 없애자는 의견은 없었다. 몬스터 때문이라도 성벽은 필요했으니.
비행 몬스터에게는 무용지물이라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성벽은 필수다. 이건 다들 동의해서 별 말 없이 넘어갔다.
혹여 중세에 웬 콘크리트 건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콘크리트 자체는 지구에서 일찍 발명될 수도 있었다.
무려 로마에서 시멘트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존재했으니. 안타깝게도 멸망 이후 기록이 대부분 유실돼 발전이 늦어진 것이다.
이 세상은 드워프의 존재 덕분에 시멘트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달았으며, 이후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물론 대량 생산이 불가능했기에 대부분 중요한 곳에만 사용됐지만. 이를 보듯이 건축학 자체는 크게 발달된 상황이다.
[시가전은 현재나 미래나 껄끄러운 상황. 그러나 방어군 입장에서는 최적의 요새다.] [나치 독일과 소련군은 스스로 연옥에 빠지기를 택했다. 남은 건 죽음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뿐.]사람들은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양상을 보며 저마다 각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치 독일이 기어코 뚫을 거라는 쪽과 소련이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며 방어할 거라는 쪽.
그러나 이때까지 사람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으니.
“아니. 그냥 싸우지 말고 다른 곳으로 가면 되지 않나?”
북부 지대를 담당하고 있는 사령관, 마티우스 후작은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보며 의아함을 품었다.
지도에서 보여준 스탈린그라드는 지리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무시했다가는 나치 독일군이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었으니.
하지만 여기서 나치 독일은 큰 실수를 저질렀다. 바로 본인들의 장점을 스스로 제한시키고 전투에 나섰다는 것이다.
육중한 전차는 시가전에서 큰 효력을 발휘할 수 없고, 폭격기를 이용한 폭격도 건물을 완전히 무너뜨리지 못한다.
다시 말해 오직 보병만으로만 상대해야 된다는 뜻인데, 이것이 소련이 노리는 바였으며 나치 독일은 완전히 걸린 것이다.
“굳이 스탈린그라드가 아니더라도 노릴 곳은 많은데······”
제국의 사령관이었던만큼 마티우스 후작도 전략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피와 강철은 전개가 이어질 때마다 지도를 보여주는데, 그 덕분에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어디에 사용하냐면 당연하게도 본인들의 가신들에게 일종의 시험을 치르게 하는 것이다.
물론 생소한 무기들이 연달아 튀어나오는 바람에 얼마 지나지 않아 시험은 폐기했지만, 대신 다른 걸 얻을 수 있었다.
“워게임은 돌리고 생각하는 건가?”
피와 강철은 전쟁과 깊은 연관이 있던만큼 군사 관련 지식을 상당수 얻을 수 있었다.
나치 독일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임무형 지휘체계부터 시작해서 워게임까지.
특히 워게임은 병사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마티우스 후작 입장에서 정말 고마운 존재였다.
워게임을 돌리고 이건 아니다 싶으면 곧바로 다른 전략을 세우면 됐으니까.
설령 어쩔 수 없이 행해야 되는 작전이라면 최대한 돌리고 돌려서 확률을 끌어올렸다.
‘미드웨이 해전 때 일본이 행한 짓거리는 다시 봐도 어이가 없지.’
동시에 워게임에서 해서는 안 될 일도 보여줬다. 바로 자기 마음대로 결과를 뒤바꾸는 것.
미드웨이 해전이 발발하기 전, 일본 해군에서 워게임을 돌렸는데 마음에 들지 않자 자기들 입맛대로 바꾼 장면이 있다.
정작 실전에 돌입하니 시뮬레이션대로 흘러간데다가 오히려 더 최악의 결과만 불러일으켰다.
‘정보가 중요하다는 것도 알려줬으니 다들 정신 좀 차렸겠지.’
무엇보다 미드웨이 해전은 정보의 중요성도 부각시켰다. 그래서인지 작전보다 정보에 집중하는 사령관도 많이 늘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근무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북부 지대에 큰 힘을 실어준 셈이다.
‘공격권을 스스로 날리는군. 지금 정신을 차리지 않는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주도권이 바뀌겠어.’
마티우스 후작은 지옥이 현실화되기 시작한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보며 혀를 쯧쯧 찼다.
히틀러가 어째서 고집을 부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자존심 때문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모스크바 공방전에서도 이길 수 있는 걸 괜스레 딴 곳에 눈을 돌렸다가 패배했지 않았는가.
여러모로 비슷한 과정을 흐를 것 같다. 그 과정에 시체가 산처럼 쌓이겠지.
‘롬멜은······ 어휴.’
붉은 군대 다음으로 거인을 읽었는데 눈물이 앞을 가렸다. 사막의 여우라 칭해지는 롬멜의 눈물 나는 분투 때문이다.
롬멜은 북아프리카 전선을 유지할만큼 유능한 지휘관이지만, 나치 독일이 문제다.
그 놈의 보급은 죄다 소련으로 몰리지, 이탈리아는 형편없지, 사막의 날씨는 거지 같지.
심지어 엘 알라메인 전투는 롬멜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터진 거라 수습할 수도 없었다.
‘사령관 입장에서는 상층부를 거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전쟁에서 패배할 수도 없고.’
롬멜이 폭주한 것도 패배의 이유지만 애시당초 보급이 빵빵했다면 폭주할 이유 자체가 없었다.
심지어 나치 독일 수뇌부는 드디어 롬멜이 한 방 먹겠다고 환호까지 했을 정도로 막장이었다.
문제는 그때마다 롬멜이 귀신 같은 기동전으로 다 틀어막았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보급의 중요성을 제대로 보여주는군.’
피와 강철은 교보재로 삼아도 될 만큼 완성도가 훌륭하다. 우선 보급을 기본 전제로 깔고 갔기에 마음에 들었다.
괜스레 보급을 등한시했다가 어떤 결과를 보여주는지 명확하게 보여줬다. 어느 전투에서나 보급이 망가지면 무조건 패배로 직결했다.
더 나아가 추축국의 역량도 정확히 꿰뚫을 수 있었다. 추축국은 연합군만한 보급이 불가능한데 기어코 이중전선을 만들었다.
시대가 어느 시대이던 간에 양옆에서 들어오는 합공은 제아무리 강력한 제국이어도 무너지기 마련.
마티우스는 붉은 군대에 이어 거인까지 완독하고는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그러니까 철도 좀 깔아줘. 개 같은 황제 놈아······”
그는 착잡한 목소리로 푸념을 늘어놓았다. 마력 기관차의 시승식 이후로 황제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북부 지역은 워낙 척박해서 보급이 상당히 힘들다고. 마력 기관차만 있다면 보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말이다.
더구나 네이비 기사단에는 제논, 그러니까 아이작의 형제들도 근무하고 있다. 베리트로서는 상당히 고민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각됐다. 대공황의 여파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을 뿐더러 예산조차 편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어떻게든 금리가 낮아져야 예산을 주든 말든 할 수 있는데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똑똑똑-
[마티우스 후작님. 칼라스 자작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마티우스가 투덜거리는 동안 칼라스 자작, 그러니까 마셜이 노크하며 허락을 구했다.
이에 마티우스는 기대었던 등을 떼고는 짐짓 엄숙한 목소리로 허가를 내렸다.
끼익-
허가를 내리자마자 마셜의 모습이 드러났다. 똘망똘망한 눈과 두꺼운 입술은 여전히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마티우스 후작은 아무 말 없이 표정으로만 말했다. 무슨 일로 왔냐고.
마셜은 그 표정을 읽고 손에 쥐어진 편지를 보여주며 말했다.
“황제 폐하의 전언입니다. 후작님께 보내달라더군요.”
“뭐?!”
그저 그런 이야기일 줄 알았더만 눈이 부릅 떠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마티우스 후작은 마셜의 말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서둘러 그에게 다가갔다.
혹여 마력 기관차와 관련된 건가 싶어서 편지를 낚아채듯이 가져갔다. 마셜은 그때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
한동안 편지를 읽어나가던 마티우스 후작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변했다.
처음에는 기대였다가 점차 실망하는 얼굴로. 지켜보던 마셜은 딱 봐도 좋지 못한 소식일 거라 짐작했다.
“뭐라고 적혀있습니까?”
“······축구.”
“예?”
“축구 보러 가라고 하는군. 요즘 유행하고 있다는 공놀이 있잖나. 기사단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함이라는데······ 하아······”
마티우스 후작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네이비 기사단은 축구가 아닌 럭비를 즐겨하고 있다.
그런데도 축구를 보러 가라고 하는 이유는 보나마나 하나다. 축구를 유행시키겠다는 계획.
그렇다고 안 갈 수는 없다. 안 가면 어떤 불이익이 있을지 모르니까.
군사적인 부분이 아닐시, 황제가 까라면 깔 수밖에 없다.
“자네도 같이 가지.”
“알겠습니다. 언제 가면 되겠습니까?”
“되는대로 빨리 가세. 아참. 그나저나 이번에 나온 신작 읽었나?”
“물론 읽었습니다.”
역시 빠르다. 고된 업무로 바쁜 마티우스 후작과 달리 마셜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다.
또한 모두 알다시피 피와 강철의 열렬한 팬이며 현재 포격을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다만 그조차 피와 강철을 ‘판타지’라 인지했던 상황이 있었다.
‘렌드리스를 영국과 소련에게 지원해주는 걸 보고 불가능하다고 했었나?’
미국의 압도적인 보급. 그 편린이나 다름없던 무기대여법조차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무려 두 나라의 존망을 결정지은 보급인데 자국의 보급은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하지만 미군은 과다카날 전역에서 점차 본인들의 압도적인 역량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래. 보고 느낀 점이 있나?”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어떤 점이?”
당연히 보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마티우스 후작의 예상은 틀렸다.
“화력을 앞세워 돌격하는 소련군이 대단하더군요.”
“··· ···”
“반면에 화력 없이 돌격했다가는 일본의 반자이 어택처럼 될 겁니다. 덕분에 많은 걸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어찌 주변에 정상인이 없을까. 마티우스는 본인의 처지를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