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615
■ 614화. 강의 (1) □ ᓚᘏᗢ
수많은 사람들에게 문화 충격을 선사했던 결혼식이 끝났다.
나와 마리는 화끈한 신혼밤 아니, 신혼낮을 보내기 바빴고 다른 사람들은 결혼식 이후의 축제를 즐겼다.
축제는 귀족, 평민 가릴 것없이 재미있게 즐겼다. 이미 문화 영지로 탈바꿈된 이상 온갖 즐길 거리가 넘쳐났다.
게다가 다양한 나라에서 VIP들이 참석한만큼 사실상 제논 축제가 열린 것과 똑같다. 그래서 제논 축제 때와 같은 형식에 가까웠다.
다른 점이라면 계급을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더 추가됐다는 것. 당연하게도 콜 오브 듀티와 축구다.
[알븐하임이 선보인 신기술! 환영 마법을 이용한 증강현실.] [콜 오브 듀티를 더 생생하게 할 수 있다. 오직 마이샬 영지에서만.] [영화에서 사용된 환영 마법을 이용했으며 앞으로 기술을 더 발전시킬 거라······]그런데 알븐하임에서 입이 떡 벌어질만한 선물을 들고 왔더라. 환영 마법을 이용한 거라는데 내 눈에는 그냥 오버 테크놀로지다.
무슨 유희왕도 아니고 진짜 저걸 발명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듣자하니 마법사 남매의 재능 기부라던데 재능 기부 수준이 아니다.
아무튼 아르웬이 선물한 마법은 마이샬 영지에 큰 도움이 되었다. 양산이 거의 불가능한 마법이라 저 기술은 마이샬 영지에서만 즐길 수 있다.
때마침 트레이딩샵도 세웠겠다, 그곳에 적용시키니 사람이 물 밀듯이 밀려들어왔다고.
안 그래도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곳인데 증강현실까지 들어오니 큰 사고가 날 뻔했다.
다행히 치안대의 눈물 나는 활약으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
[마이샬 영지는 세계에 축구라는 유흥을 보여줬다.] [교단이 금지한 럭비와 다르게 축구는 종족, 계급, 나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모두 즐길 수 있다.]축구의 홍보도 톡톡히 이루어졌다. 여태까지 알음알음 퍼지고 있던 축구가 전세계로 뻗어나갈 기회를 얻은 것이다.
조용한 걸 좋아하는 귀족들조차 축구를 한 번 관람하고는 다들 열정적으로 바뀌더라. 유흥이 너무 없다보니 유흥에 미칠 수밖에 없다.
참고로 심판은 말했던대로 가르츠가 봤다. 어차피 그가 리퍼라는 것도 모르는데다 축구라는 종목 자체만 보여주면 끝이다.
시비가 털릴 일도 없는 것이, 내가 직접 지명한 사람인데 그 누가 불만을 가질까. 그냥 즐기면 끝이다.
[제논의 폭탄 선언. 결혼식을 빙자한 영지 홍보. 배보다 배꼽이 더 크지 않은가?]가끔 몇몇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시비를 털긴 했지만 다 무시했다.
이미 나와 마리의 사이가 더욱 단단해진 상황에서 저런 평론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더구나 결혼식에서 부른 축가 때문에 저 비판은 죄다 묻혀버렸다. 결혼식은 결혼식대로, 축제는 축제대로 집중조명을 받았다.
여기까지만 해도 거대한 파란을 몰고 오기 충분하겠지만, 다음 날에 내가 직접 폭탄 아닌 폭탄을 터뜨렸다.
[곧 있으면 헤일로 아카데미에서 강의를 할 예정이다.]단순히 이름만 있는 명예 교수가 아닌, 진짜 교수가 되어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딱 일주일 정도만.
아직 피와 강철도 마무리된 게 아닌데다가 편성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지른 건 아니다. 이미 아카데미 측과 연락을 주고 받았으니.
어디까지나 일종의 예행 연습에 가깝다. 내가 누구를 가르칠 재목이 되는지 판단하기 위해.
[벌써부터 떠들석해지기 시작한 헤일로 아카데미. 제논의 강의를 듣기 위해 세계 곳곳의 학자들이 방문해······] [미네르바 제국측은 제논의 강의를 오직 학생들만 들을 수 있도록 한정했다. 이에 차별이라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논의 강의는 겨울 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이루어질 계획이다.]난리가 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여태까지 글만 쓰던 내가 강의를 한다니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겠지.
처음에 미네르바 제국은 강의를 듣는 인원을 학생으로만 지정할 계획이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혼란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나름 적절한 이유였다.
그러나 차별이라는 소리가 점점 커지다보니 결국 제국도 한 수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다양한 인원이 포함된 제논의 강의. 학생은 물론 저명한 학자들이 모였다.] [제논의 머릿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학자들.] [그는 정말로 신이 보낸 성인인 것인가? 아니면 그저 우연의 산물?]벌써부터 뜨거운 감자로 군림했다. 반응을 예상치 못한 건 아니지만 몇몇 찔리는 부분들이 있었다.
신이 보낸 성자는 아니지만 신들의 비호를 받는 건 사실이고, 우연의 산물인 건 맞지만 지구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골똘히 생각해 본다면 내가 진짜 영국 같은 놈이 맞긴 하다. 흐름에서 완전히 벗어난 문화를 퍼뜨리고 다니니.
그래도 빈 깡통이라는 평가만큼은 피하고 싶었기에 열심히 공부했다. 겸사겸사 글도 쓰고.
[나치 독일 최강의 병기, 6호 전차 티거. 연합군들에게 공포 그 자체로 군림하다.] [나치 독일은 어떻게 명장들을 배출하고 강력한 병기들을 발명할 수 있는 것인가?]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패배했지만 하르코프 공방전으로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다. 하지만 보급 문제는 여전히 산재해······]여기서 나치 독일측에서 애물단지로 취급 받던 티거 전차가 크게 부상했다.
처음에는 노획까지 당하며 굴욕을 겪었으나 시간이 지나며 진정한 ‘호랑이’로 탄생한 것이다.
특히 티거 전차는 ‘중간 보스’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틈만 나면 티거에게 탈탈 털리는 전개였으니.
실제로 연합군은 초기에 티거를 뚫을 방법이 없어 상당히 고전했다.
그나마 격파한 것도 티거 자체적인 결함 때문에 그런 거지, ‘소수 정예’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나치 독일의 과학은 세계 제일! 악마는 결코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썩어도 준치라고. 나치 독일이 악마라지만 사람들의 팬심은 줄어들지 않았다.
도리어 순순히 당하지 않는다면서 호평을 내렸으며, 이번에 활약한 티거 전차가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티거 전차가 나치 독일의 강력함을 표방했다고한들, 미국과 소련의 압도적인 물량 앞에서는 의미가 없었다.
원래부터 전쟁은 소수 정예의 활약보다 일정한 수준 이상의 대군이 승리를 쟁취하는 법이었으니까.
이건 판타지라고 다를 게 없다. 자국 내 최강이라 알려진 기사들은 웬만해서 전선에 잘 나가지 않는다.
괜히 나갔다가 다치거나 죽기라도 한다면 그 나라의 전력이 크게 깎이니까.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가축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죽겠다. 바르샤바 게토에서 발발한 봉기.] [봉기는 실패로 돌아갔으나 이들은 가축이 아니라 한 명의 사람으로서 생을 마감했다.] [불꽃은 꺼졌지만 불씨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언젠가 커다란 화마가 되어 나치 독일을 덮칠 것.]바르샤바 게토에서 발발한 봉기도 큰 주목을 받았다.
절멸수용소로 향하던 폴란드의 유대인들이 힘을 합쳐 나치 독일군에게 저항했던 사건.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바르샤바 시내에 폴란드 국기가 걸린 부분일 것이다.
이 사건의 영향으로 훗날 바르샤바 전체에 봉기가 일어나 나치 독일에게 빅엿을 먹인다.
안타깝게도 이 봉기조차 실패로 끝났다는 것. 그래도 인간으로서 죽었다는 점으로만 봤을 때 큰 상징으로 남았다.
[악마와 괴물은 또다른 한 판 승부. 쿠르스크 일대에서 전투가 벌어질 예정이다.] [놀라운 건 사람 대 사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강철 병기들끼리의 전투다. 우리로 치자면 말을 탄 기사들의 전투.] [티거를 위시한 소수 정예의 나치 독일. 그냥 많이 만든 소련. 승자는?]거대한 기갑 전력끼리 맞붙는 쿠르스크 전투에 대한 떡밥도 충실히 뿌렸다.
저 전투를 기점으로 나치 독일의 기갑 전력은 완전히 박살나게 된다.
얼마나 심하냐면 미국 보병 부대의 전차보다 나치 독일 기갑 부대의 전차 숫자가 모자를 정도.
소련? 소련은 나치 독일에 비해 인명 및 물적 피해가 훨씬 많았지만 아무렇지 않았다.
전차 같은 건 거푸집에 찍듯이 찍어버리고 사람은 그냥 갈아넣었으니.
이렇듯 내 본분을 잊지 않으면서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냈다.
“이렇게 된 거 축가도 강의에 넣는 게 어떨까?”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조금 부끄럽긴 해도 괜찮겠지.”
“부끄럽다는 애가 결혼식 때 그리 열심히 불렀어?”
마리가 내 뺨을 살짝 꼬집으며 귀엽다는 듯이 말한다. 나는 부끄러움에 베시시 웃었다.
그때는 노래를 부르는 데에 전념한 나머지 부끄러움따위는 못 느끼고 있었다.
이후에는 마리와 화끈한 밤, 아니 낮을 보내느라 정신이 없었고.
뒤늦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내가 부른 축가가 전세계로 퍼져나간 후였다.
“혹시 세실리가 녹화한 거 알고 있어? 지금도 심심하면 듣는다는데.”
“아니. 그걸 왜 녹화해? 내가 진짜 음유시인처럼 잘 부르는 것도 아니고.”
“음유시인보다는 파격적이잖아?”
그건 그렇다. 음유시인도 노래를 부를 때 멜로디를 섞는 게 아닌, 시처럼 읊는 경우가 대다수다.
나처럼 밴드 형식으로 부르는 경우는 잘 없다. 가창력이 정말 좋지 않고서야 힘들기도 하고.
음유시인은 세계 곳곳을 방랑하며 이야기를 전파하는 한량에 가깝다.
“그래도 좋은 문화는 퍼뜨렸네. 최근 악단이랑 음유시인이랑 합작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더라.”
“나도 들었어. 다음 제논 축제가 기대되네.”
지난 축제에도 노래를 부른 음유시인들이 많이 참여했으나 다소 밋밋했다.
그러나 결혼식을 기점으로 진정한 의미의 ‘가수’가 점차 등장하고 있다.
과연 근대 시대에 엔터테이먼트 사업이 통할지 모르겠으나 예술로 퉁친다면 안 될 건 없다.
“이렇게 보면 참 신기하단 말이야. 문화의 차이가 이런 결과를 나타낼 줄은.”
“설마 이때까지 생각없이 막 지른 건 아니지?”
“그건 절대 아니야. 축구는 내가 원해서 퍼뜨린 거지만 다른 건 억울하다고.”
콜 오브 듀티가 여기에 포함된다. 이건 내가 아니라 머스크가 시대를 뛰어넘는 천재인 탓이 크다.
나와 얽히는 바람에 알븐하임에서 증강현실이 발명된 거지, 그게 아니었다면 머스크만 집중 조명됐을 것이다.
“뭐, 어떻게 평가될지는 학자들이 알아서 하겠지. 그나저나 강의에 누가 참여하는지는 알고 있어?”
“잠깐만.”
마리의 물음에 나는 서랍을 열었다. 때마침 전에 리나가 나에게 리스트를 전달했다.
마리는 저택에서 지낼 거라 아카데미까지 따라오지 않는다.
다시 말해 호위 기사인 아델리아와 단 둘이 머무를 예정이다.
아니면 저택에서 출퇴근해도 상관없다. 아카데미 측에서 연구실을 마련해주겠다 했으나 내가 거부했다.
“딱히 신경 쓰이는 사람은 없고······ 체리가 있네.”
“체리? 걔 요즘 뭐 하는지 알아? 나도 아카데미에 안 가다 보니 통 모르겠네.”
“글쎄. 세실리 누나에게 듣기로는······”
나는 잠깐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애매하듯이 입을 열었다.
“신작을 쓴다는데?”
그런데 나한테는 안 알려주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