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624
■ 623화. 엿 (2) □ ᓚᘏᗢ
테르스 왕국은 다사다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왕국이다.
문화강국이라는 명성에 반해 문화를 검열하려다 제이로스 혁명이 터진 것부터 시작이다.
이후에는 잠잠하다가 프리드리히 국왕에게 사생아가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지고, 끝까지 잡아뗀 탓에 국서로 밀려났다.
다행히 새로운 왕으로 즉위한 마리아 여왕이 유야무야 사태를 정리하고, 국정을 잘 운영한 덕분에 당분간의 잡음은 없었다.
또한 전세계가 요동쳤던 대공황 당시에도 왕국을 잘 다스리며 큰 피해 없이 지나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마리아 여왕은 국민들의 시선에서도 ‘피해자’로 비추어졌기에 군말없이 따르는 게 가능했다.
이처럼 테르스 왕국은 마리아 여왕의 통치 하에 무난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최근따라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마이샬 영지로 이동하는 문화의 중심지?] [테르스 왕국에서 마이샬 영지로 자리를 옮기는 예술가들이 늘어나······] [이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얼굴들이 마이샬 영지에서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그건 바로 마이샬 영지가 문화도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 단순히 빠른 정도가 아니라 그 비정상적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테르스 왕국이 문화강국으로 자리잡을 수 있던 이유는 다양하다. 하나로 정립할 수 없는 것들이 섞이고 섞여 테르스 왕국이 된 것이다.
하지만 마이샬 영지는 제논 일대기부터 시작해 전에 없던 새로운 문화들을 선보이면서 무시무시한 지지를 얻기 시작했다.
우선 ‘영화’라는 신문물부터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단순히 끈 정도가 아니라 영화 하나를 보기 위해 먼 곳에서 방문객들이 찾아왔다.
최근에는 ‘축구’라는 스포츠 문화를 선보임으로써 지대한 관심을 이끌었다. 축구는 남녀노소 및 계급을 불문하고 즐길 수 있다.
반면 테르스 왕국이 종주국이었던 럭비는 특정 계급만 즐길 수 있는 유흥거리다. 완전히 반대였으나 범위에서 이길 수 없다.
이처럼 마이샬 영지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를 표방하는 반면, 테르스 왕국은 고귀하면서 허들이 매우 높다.
고인물은 썩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테르스 왕국이 딱 그러한 형식을 띄고 있었다.
[앞으로 젊은층은 테르스 왕국보다 마이샬 영지를 찾아갈 것이다.] [사람은 새로운 유흥거리를 찾고 싶어한다. 마이샬 영지는 그 조건을 충족한다.] [5년 후면 문화강국은 테르스 왕국이 아닌 미네르바 제국이다.]테르스 왕국으로서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물며 ‘승강장’이 마이샬 영지에 배치된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될 터.
때마침 공장의 설립으로 대공황의 여파도 조금씩 사라지는 추세다. 사람들이 점점 유흥에 쓸 여유를 가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테르스 왕국은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된다는 뜻이다. 문화강국이라는 말은 문화에만 투자했다는 뜻이니.
강점이 사라지면 약점만 되듯이, 자칫하다가는 미네르바 제국에게 먹힐 수도 있다.
[테르스 왕국. 예술가들을 위한 후원 단체 설립. 평민 의회와 조율해······] [위기 의식을 느낀 테르스 왕국. 이제는 경쟁자로 변모할 것이다.]마리아 여왕도 심각성을 미리 알아채고 서둘러 대책에 나섰다. 그중 하나가 후원 단체 설립이다.
아이작도 제논 재단을 설립해 후원을 할 예정이었지만 형식이 달랐다.
아이작은 문화를 따라잡을 수 있는 과학을 위해, 마리아 여왕은 고인물을 흐르게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괜찮은 절충안이지만 아이작이 쏟아내는 문화를 따라잡기에는 벅찬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무엇보다 명성부터 큰 차이가 난다. 아이작은 예언가 수준이라 무슨 문화든지 쉽게 퍼뜨릴 수 있는 반면, 마리아 여왕은 녹록치 않다.
단지 현상 유지를 위한 정책만 발표하는 것이 현실적인 사안이다. 그래도 이 노력이 통했는지 나름대로 예술가를 끌어모을 수 있었다.
마이샬 영지의 최대 강점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 이 말은 즉, 허들이 매우 낮을 뿐더러 질 낮은 결과물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소위 말하는 ‘양산형’이 마구 쏟아나올 수 있었기에 ‘심심한’ 거장들이 아닌 이상 굳이 마이샬 영지로 찾아갈 필요가 없었다.
여기에 시기적절하게도 테르스 왕국에서 후원까지 해주니 팽팽한 구도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해 그 구도가 무너질 상황에 다다랐다.
“후우······”
테르스 왕국의 여왕, 마리아는 땅이 꺼져라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현재 집무실에서 국정을 살피는 중이다.
사랑하는 남편, 프리드리히 대신 국왕의 자리에 올랐을 때만 해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그저 남편이 실수를 했다고 생각했다.
남편의 사랑과 애정은 누구보다 진심이었고, 말 그대로 실수했을 뿐이다. 그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비록 어른스럽지 못한 대처로 왕국을 큰 혼란에 빠뜨렸지만 그건 이제는 옛날 일.
지금도 예전 못지 않게 금슬이 좋은 편이고, 프리드리히 본인도 나름대로 후회하며 살고 있다.
“이 자들은 왜 쓸데없는 말을 하는 거지······?”
왕위에 오른 후에는 하루하루가 업무의 나날이었다. 프리드리히가 경험을 살려 도와주고 있으나 그것조차 벅차다.
특히 대공황이 덮쳤을 때는 자신과 남편 모두 밤을 지새우며 지냈다. 한 번은 둘 다 나란히 쓰러져 신전으로 실려갔다.
그 경험 덕분에 애정이 더욱 돈독해졌지만, 최근따라 무언가 심상치 않다. 왕궁 밖에서의 일이든, 내부에서의 일이든.
“라오스 혹시······”
마리아 여왕의 눈매가 가늘게 떠졌다. 아델리아와 관련된 사건 이후로 왕궁은 혼란스러웠다.
사랑하는 둘째 딸, 히리야가 폐인이 되었다가 겨우겨우 회복됐고 막내딸 라라는 소녀의 티를 한꺼풀씩 벗어던지고 있다.
문제는 라오스다. 그때 일 이후로 라오스의 행동이 이상해졌다. 쥐도 새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빈번해진 건 덤.
다행히 왕궁에 피해를 주는 일은 없었지만 성격이 다소 날카로워졌다. 시종의 말을 듣자니 인상이 험악해졌다고.
아델리아와 관련된 일은 순전히 본인들의 잘못이었기에 다들 납득하고 넘어갔지만, 라오스만큼은 달랐다.
‘언론사는 왕궁에서 직접 건드리기도 힘든데······’
최초의 언론사는 테르스 왕국이다. 제이로스 혁명 이후에 등장했으며 대부분 좋은 취지로 등장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자극적인 이야기만 내놓더니 심지어는 가짜 기사까지 내놓는 경우가 허다했다.
물론 거짓 정보는 엄벌에 처한다는 법을 개정했다. 이런 게 가능했던 이유는 한때 테르스 왕국이 행했던 ‘검열’ 때문이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언론을 탄압한 증거가 나온다면 그 여파는 상상도 못한다. 그리고 테르스 왕국은 다른 나라보다 심하다.
이때문에 거짓 정보가 아닌 이상 언론사를 압박하는 일은 거의 없다. 지금 벌어진 상황도 마찬가지다.
‘악마를 등장시킨 게 마이샬 가문이긴 하다만······ 이제 와서?’
악마를 탄생시켜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든 마이샬 가문. 그 가문을 필벌해야 된다는 언론을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중이다.
단순히 주목을 끌기 위한 기자가 아닌 것이, 구구절절 쓸데없는 말을 장황하게 끌어내 시선을 끌고 있다.
하나하나 죄다 맞는 말만 적었다는 뜻이다. 악마들의 탄생과 그로 인한 세상이 받게 된 고통.
마지막으로 신을 조심스럽게 언급하며 화려하게 끝맺었다.
그에 대한 마리아의 반응은 간결했다.
“지랄하고.”
평소 고귀한 품성을 지닌 그녀지만······
“자빠졌네.”
내외의 혼란을 다스리느라 성격이 약간 첨예해진 상태다. 그녀는 혀를 쯧 차며 신문을 구겼다.
마음 같아서는 언론사를 싸그리 붙잡아 처형시키고 싶다. 하지만 언론사가 뱉은 말들은 엄연한 ‘사실’이다.
조미료를 약간 섞어서 사실을 퍼뜨린 건데 뭐가 문제냐? 이것까지 탄압하면 너희들이 더 피해를 받을 텐데?
마리아 여왕조차 어쩌하지 못하는 가불기에 걸린 셈이다. 보통 이런 내용은 이미지에도 타격이 가기에 잘 내지 않는다.
허나 목숨을 걸고 이런 기사를 냈다는 건······ 분명 뒷배가 있다는 것과 다름없다. 여왕인 자신도 전혀 모르는 뒷배.
‘정말로 라오스가 이런 짓을 한 건가?’
정황상 왕태자, 라오스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다. 문제는 심증만 가득하지 물증이 전혀 없다는 것.
정치판에 활개치는 왕궁에서 누구를 믿어야 할 지는 개인의 선택에 따라 달렸다. 라오스의 동태를 보고하는 사람들을 쉬이 믿을 수 없다.
‘그 자라면 이런 수작에 걸려들지 않겠지만······ 어쩔 수 없이 물겠지.’
아이작은 이런 뻔한 수작질에 걸려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과 연관된 사안이라 미끼를 물 수밖에 없다.
하물며 악마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 마족과도 크게 관련된 사항이다. 당장 기사에서도 언급돼 있다.
여기서도 비겁한 전략이 나왔는데, 마족을 비판한 게 아니라 도리어 피해자라며 옹호했다는 것이다.
마이샬 가문 때문에 마족이 차별을 받고 있던 거라며, 마족들의 역린을 제대로 건드렸다.
게다가 마족은 수명이 1000년 가까이 되는 종족. 그들 입장에서는 할아버지 세대가 피해를 받은 셈이다.
‘우선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겠어. 개인적인 편지는 부쳐야겠지.’
국가를 통솔하는 지도자로서도, 개인적으로도 지켜보는 게 최선이다.
이 일로 아이작의 명성에 타격이 간다면 문화의 중심지는 자연스레 테르스 왕국 쪽으로 쏠릴 거고, 그게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아무리 그의 위상이 강하더라도 국가 차원에서 먼저 고개를 굽히고 들어갈 수는 없는 법. 나중에 배상하면 된다.
물론 그 전에 아이작이 크게 한 방 터뜨릴 거라 예상했다. 그것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마리아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며칠 지나지 않아 아이작의 반응이 신문에 드러났으니.
[사실 제논 일대기는 실존하던 영웅의 이야기를 각색해서 쓴 겁니다.]전혀 생각치도 방향으로 드러났다는 게 흠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