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630
■ 629화. 성자 (1) □ ᓚᘏᗢ
아이작이 크레토······ 아니, 루미너스에게 훈련을 받는 동안 바깥 세상은 다양한 의미로 난리가 난 상황이다.
여태까지 극구 부인하던 아이작 성자설. 그 가설이 거짓이 아니라 진실로 판명났다.
아이작은 신문을 통해서만 소식을 접했기에 큰일났다라는 정도였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우선 가장 크게 반응했던 집단은 바로 교단이다. 루미너스든 모라든 가리지 않고 격렬한 반응을 표출했다.
무려 신들께서 직접 데려온 영혼이었으며 세상을 구한 성자다.
3000년 전 신들이 직접 세상을 구했듯이, 이번에는 신의 성자가 세상을 다시 한 번 구한 이야기.
신앙이 큰 폭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었지만, 여기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제논은 루미너스 님이 아닌 모라 님에게 더 사랑받고 있다!]누가 퍼뜨린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저 말 하나로 교단과 교단 사이에 잡음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루미너스 교단과 모라 교단 간의 사이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관여하는 분야가 전혀 달라 서로 존중하는 편이다.
그러니 저 말을 듣고나서 두 교단 모두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다. 대체 무슨 근거로 저런 말을 하는가.
[만약 루미너스 님이 제논을 사랑하셨다면 모라 님이 그랬듯이 자신의 아이를 선물하셨을 것.] [세실리 공주는 모라가 가장 아끼는 신자로 알려져 있다.]아이작의 복잡한 여자 관계는 이미 전세계가 알고 있다. 5살짜리도 알고 있으니 말다했지.
하지만 그건 성자가 아닌 작가 제논의 관계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자 성격을 보여주는 관계.
더구나 여자들의 사이는 매우 좋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애당초 ‘정실’ 마리가 허락한 관계다.
하물며 결혼식 때 아이작이 부른 축가도 그렇고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마리를 안고 침실로 달려갔던 것도 그렇고.
사적인 부분들만 본다면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이것이 ‘종교’와 엮이다보니 흐름이 이상해진 것이다.
[루미너스 님은 제논에게 무엇을 해주셨는가?]신성력을 쓰는 법을 알려주고 있지만 일반인은 모른다.
[모라 님께서는 세실리 공주를 선물한 것부터 시작해 많은 사랑을 퍼부어주고 계신다.]되도 않는 고행으로 아이작을 고생시켰으나 일반인은 모른다.
[제논은 모든 종족들을 각 개성에 맞게 발전시켰다. 새로운 문화로 세상을 이롭게 만들었으며 종족 간의 벽을 허물어뜨렸다.] [제논은 종족을 차별하지 않는다. 종족차별은 곧 그에 대한 모욕이자 모독이다!]우연과 착각이 절묘하데 겹쳐져 일반인들은 아이작을 박애주의자로 숭배했으나 실상은 아니다.
입, 손, 아랫도리를 잘못 놀리다보니 이리 된 건데 위업이 위업이다보니 ‘의미’를 담게 됐다.
이에 종교적인 파급력이 서서히 거세지자 각 교단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두 교단은 결코 사이가 나쁘지 않다. 쌍둥이 남매신의 신자여서 충돌 자체를 꺼린다.
그러나 아이작에게 그랬듯이 세상이 억까를 시전한 탓에 제스쳐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모라 교단이다.
세이비어 교국이 루미너스를 국교로 삼는 것처럼, 모라를 국교로 삼는 헬리움이 대표가 되어 입을 열었다.
[헬리움의 국왕이자 모라 교단의 교황, 데스칼. 나는 이것이 운명이라 생각한다. 제논이 없었다면 마족은 여전히 고립돼 있었을 것이며, 우리 때문에 모라 님께서 피해를 입으셨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제논이 등장한 이후로 모든 ‘운명’이 바뀌었다. 내 딸이 제논에게 푹 빠진 것도 운명이라 생각하고 있다.] [신들께서 보여주시는 운명을 믿어라.]데스칼은 직접적인 충돌을 최대한 피하는 발언을 하되, 그렇다고 손가락만 빨 거냐는 충고도 담았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 복잡하게 생각할 것없이 운명이라 단정지으면 모든 것이 편해진다.
어찌 보면 책임 전가라 할 수 있겠지만 데스칼로서는 이게 최선책이다.
신들의 뜻을 필멸자가 어찌 헤아리겠는가. 게다가 제논은 마족을 구원한 은인이다.
헬리움은 본인이 직접 인증(?)하기 전에도 제논을 성자라 추종하고 있었다. 이제 와서 무슨 문제가 있냐는 뜻과 같다.
어찌 보면 루미너스 교단이 ‘성자’ 아이작을 뒤늦게 알아본 셈이다.
심지어 타락한 추기경 사건도 아이작이 직간접적으로 해결했지 않았는가.
데스칼의 발언 이후로 세이비어 교국도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루미너스의 세가 강하다지만, 이대로 간다면 모라를 믿는 신자가 더 늘어날 것 같았으니.
[루미너스 교단. 루미너스 님께서도 조만간 선물을 주실 것. 조급해 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니라 루미너스 님께서 정하시는 것.]다행히 어느 나라처럼 여왕을 선물로 바쳐야 된다! 라는 공산주의식 마인드는 없었다.
이러다가 과열된다면 종교 분쟁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사안이라 루미너스 교단은 현명하게 대처했다.
물론 아이작을 성자로 추종하는 건 잊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간에 신들이 직접 보필하는 영혼이었으니까.
이처럼 종교 간에 기묘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을 때, 종교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격한 반응들이 튀어나왔다.
[제논 일대기 및 피와 강철의 판매량 급증! 인쇄소가 마비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이 판매되어······]원래부터 잘 팔리던 작품들의 판매량이 폭발한 건 기본이요.
[피와 강철을 통해 발발한 대공황. 어쩌면 미래에 더 큰 공황이 발생할 것을 미리 터뜨린 게 아닐까?]좋게 좋게 해석하는 경향이 강해지다보니 신들이 우려하던 일을 정확히 맞췄으며.
[영웅과 성자의 도시, 마이샬. 죄악을 저지른 자가 아니라면 모든 종족이 조화롭게 살 수 있다.] [새로운 문화의 시작점. 마이샬 영지야말로 미래를 볼 수 있는 곳이다.]자연스레 마이샬 영지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었다. 게다가 클라크의 영웅적인 행보도 알려진 참이라 효과가 극대화됐다.
다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를 표방했던만큼 예상치 못한 효과도 낳았다.
[자유. 평등. 박애. 그리고 문화의 도시.] [제논은 모든 종족이 조화롭게 살 수 있도록 문화를 발전시키는 걸 선택했다.] [콜 오브 듀티는 운이 중요하다. 그리고 운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이제는 제논 일대기와 피와 강철을 자기 멋대로 해석하는 걸 넘어, 아이작의 행보를 원하는대로 해석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물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는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다. 아이작이 아니더라도 시대가 발전하면 자연스레 변화한다.
문제는 시대의 흐름을 깡그리 무시한 아이작이 등장했다는 것. 마력 기관부터 시작해 건드리지 않은 부분이 없다.
훗날 역사학자들에게 ‘역사적인 개새끼’라 칭송받아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이며, 이것이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제논이 직접 창조한 축구는 세계로 뻗어나가야 된다! 마이샬 영지에서만 즐긴다는 건 제논에 대한 모독이다!]미네르바 제국에서 푸쉬할 계획이었던 축구도 알아서 뻗어나갔다. 제국 입장에서는 숟가락만 올리면 끝인 셈이다.
본래 축구는 영국이 제국주의 시절 당시 퍼뜨린 문물이지만, 이곳은 아이작 한 명 덕분에 알아서 퍼져나갔다.
하지만 영향력이 강한 사람이 있다고 해서 알아서 퍼지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누가 퍼뜨리느냐.
[세이비어 교국에서 퍼지기 시작한 축구.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로운 유흥에 큰 만족을 느끼고 있다.] [헬리움에서도 축구를 향한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다만 머리에 자라나는 뿔로 인해 부상자가 속출해······] [알븐하임도 축구를 수용하는 분위기가 증가하고 있어······]각 교단에서 퍼뜨렸다. 거짓말이 아니라 교단이 서로 입을 맞춰 퍼뜨렸다.
콜 오브 듀티는 사행성이 강력해 꺼려졌지만, 축구는 아니다.
신체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며 페어플레이 정신 또한 기를 수 있었으니.
운이라면 운이라 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콜 오브 듀티는 아이작의 손에서 반쯤 떨어졌기에 나름대로 명분이 있었다.
히르트를 믿는 애니머즈와 마키나도 다를 바가 없었다. 오히려 애니머즈는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원래 신체 하나는 종족 중에서 제일 강한 수인이고, 유흥 거리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으니.
마키나도 드워프 공산주의의 아버지(…) 제논이 퍼뜨린 문화여서 쉽게 수용할 수 있었다.
[테르스 왕국도 수용하기로 결정. 그러나 내부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지연될 수도 있다.] [악마 숭배자가 직접 처단한 언론사는 어째서 제논을 공격했던 것일까? 당국은 수사 중이라며 간섭하지 말 것을······] [마리아 여왕. 테르스의 문화가 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우리의 문화를 최대한 유지하되, 성자의 뜻을 받아들일 것.]테르스 왕국도 내부적으로 혼란스러울지언정 깔끔하게 승복했다. 도리어 그들 입장에서는 전화위복이다.
아이작이 스스로 성자인 걸 밝히지 못했더라면 욕을 먹을대로 먹었겠지만, 이제는 ‘씁. 어쩔 수 없지’라며 모두를 납득시켰다.
과연 그 누가 신의 대리인이자 성자를 거절할 것인가. 세상을 구원하고 여러 문화를 만들어 건강하게 만드는 그를.
지금까지 둑으로 어찌어찌 막았지만, 그 둑이 모조리 파괴되면서 거대한 홍수가 일어났다.
그리고 그 범람은 세상뿐만 아니라 아이작의 주변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성자가 직접 선택한 마리 하우젠 레킬리스. 그녀는 누구인가?] [눈처럼 아름다운 여인. 비록 신체적 한계로 인해 다른 여자를 불렀으나 제논은 그녀를 첫번째로 택했다.] [아카데미 재학생의 증언에 따르자면 평소 권위와 거리가 멀고 괄괄한 성격이었다고······] [아카데미 재학 당시에도 두 사람은 한시라도 떨어지지 않았다. 결혼까지 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 학생들이 대부분······]제일 큰 관심을 받은 사람은 단연코 아이작의 악혼녀 아니, 정실부인 마리였다.
평소에도 꿀이 떨어질 듯이 달달한 연애사를 보여준 건 물론, 최근에는 기어코 결혼식까지 치렀다.
결혼식에서 아이작이 축가를 부르고, 새로운 문화를 보여줌으로써 화제의 인물로 부상했다.
물론 그의 여자 관계가 복잡하게 꼬여있다보니 구설수가 만들어졌지만, 마리는 쿨하게 넘어가며 대인배스러운 면모를 드러냈다.
겸사겸사 아이작의 뜨거운 밤일까지 친절히 알려주고 여자를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 설명하기까지.
사람들은 아이작이 직접 선택한 이유가 있다며 그녀의 넓은 마음을 칭송했다.
“아이작의 기분을 알 것 같아.”
“무슨 기분?”
“난 가만히 있는데 자기들 알아서 떠들고 있잖아.”
정작 장본인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렸지만. 날마다 신문은 아이작에 대한 이야기로 빼곡하다.
그 와중에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별 거 없었다. 자기들 알아서 추측을 내놓는, 이른바 찌라시였으니.
“미래를 확인하고 선택한 여인? 웃기고 자빠졌네. 서로 좋아서 사귄건데.”
“그 사람들은 진실의 반만 알고 있잖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아델리아는 마리의 투덜거림에 피식거렸다. 이전까지만 해도 아이작에게만 초점이 맞춰졌는데 더이상 아니다.
유명해져도 너무 유명해지다보니 주변 사람들까지 알아보려는 사람이 늘어났다. 그나마 다행히 직접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은 없다.
접근하기도 전에 전부 칼같이 차단당하며, 성자로 추앙받다보니 잘못을 저지른다면 그 즉시 천벌이다.
신권이 너무 강해서 생기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겪고 있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앗. 여기 언니에 대한 기사도 있다.”
“뭐? 정말?”
“응. 테르스 왕국의 사생아인 것부터 시작해서 아이작이 구원한 여인이라는데? 내가 밤일을 버티지 못해 데리고 온 여인이라는 것도 있네.”
“전부 맞는 말이긴 한데······”
아델리아는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사생아인 것도 맞고 아이작에게 구원받은 것도 맞다.
밤일을 버티지 못해 데리고 온 여인은······ 전에는 아니었으나 최근에는 맞다.
다만 종교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고 있는지라 뭔가 오묘하다. 맞는 말인데 이상하게 느껴진달까.
자신들은 아이작의 진실을 알고 있는데다가 그가 얼마나 바보인지도 안다. 그래서 느낌이 더 이상하다.
“그나저나 이대로 지내도 괜찮아? 약간 부담스러울 텐데.”
“상관없는데? 귀찮게 인맥을 다질 필요도 없고 영지에서만 지내면 되잖아. 순풍순풍 아이만 낳고 지내면 끝이지.”
원래부터 정치를 싫어하던 마리다. 가문을 위해 일부러 사람을 만나러 갈 필요가 없다. 도리어 이쪽을 만나러 와야하지.
유흥거리야, 아이작이 전부 만들어줘서 지루할 틈도 없었다. 솔직히 그가 집필하는 책만 읽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대신 몇 개월 후부터는 육아를 시작해야겠지. 그때를 대비하며 몸과 마음을 건강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
“언니는 정말 안 낳으려고?”
“내가 아이를 가지면 너희는 누가 지켜주니?”
“다른 사람들이 지켜주면 되잖아. 그러지 말고 욕심 좀 부려봐.”
“새, 생각해볼게.”
마리의 진심어린 조언에 아델리아가 얼굴을 붉히며 어색하게 웃었다. 마리는 그걸 보며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아이작을 지켜야 된다는 생각에 욕심을 잠시 뒤로 물린 듯했다. 아델리아답다면 아델리아다운 마인드.
어차피 시간은 많다. 그녀는 푹신한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배를 쓰다듬었다.
시간이 흐른 덕분인지 이제는 배가 약간이지만 부풀어올랐다. 정말로 이 안에 아이가 있다는 게 느껴졌다.
“언니.”
“응?”
“언니도 아이작이랑 평생 있고 싶지?”
여운에 잠기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작과 평생동안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
아델리아는 그 말을 듣고 눈을 깜빡였다가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다른 건 몰라도 저건 욕심이 난다.
“당연하지. 너는?”
“나도. 세실리랑 아르웬이 부럽다. 아이작이랑 더 오래 있을 수 있어서.”
어느 정도 직감한 상황이다. 아이작은 평범한 인간에서 한참 벗어났다고.
자연스레 수명도 늘었을 테지만 자신은 인간이다. 아이작이 선택했다고 해서 수명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나도 아이작이랑 더 오래 있고 싶어.”
“설마 그동안 아이도 계속 낳을 거야?”
아델리아의 농담에 마리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웃음기가 담긴 목소리다.
“푸훗. 그건 아니지. 시어머님처럼 족보가 꼬이는 건 사양이야. 지금도 또 꼬이게 생겼던데.”
“아. 그렇지 참.”
“두 분도 참 정정하시다니까. 릴리한테 동생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나랑 아이작도 그리 됐으면 좋겠다.”
“안 그러는 게 이상한데? 매일매일 아이작 볼이나 깨물고 있겠지.”
“그런가?”
정말이지, 뜨거우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마이샬 가문.
이들은 마이샬 가문이라는 든든한 보호막이 존재했기에 전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성자께서 선택하신 동료분의 말씀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한 번만 모습을 비추어 주십시오! 제논 일대기와 피와 강철 전권을 구매했습니다!”
“머스크 님! 대체 어찌하여 제논과 만남을 가진 겁니까! 제발 한 마디만······”
아, 물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마이샬 가문의 보호에서 약간 떨어진 자, 머스크 같은 경우는.
머스크는 창문 바깥에서 꽥꽥 소리를 지르는 군중들을 바라보다가 말없이 커튼을 쳤다. 덕분에 그나마 편해지는 느낌이다.
“후우······”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내쉬는 머스크. 뒤이어 그는 등을 돌리더니 피곤한 표정으로 앞을 쳐다봤다.
“그래서······ 무슨 일로 찾아오셨는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머스크의 앞에는 놀랍게도 케이트와 체리가 나란히 앉아있었다. 분위기부터 시작해 색채가 극명하게 갈리는 두 여인.
외모와 몸매 둘 다 우월했기에 남자로서 시선이 가는 게 정상이지만, 지금의 머스크는 그러지 않았다.
최근 사람들에게 시달리다보니 심신이 매우 피로해진 상황이다. 애초에 아내가 있어서 눈길을 줄 몸도 아니다.
그 사이 케이트는 체리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다시 머스크를 쳐다봤다.
“아이작 님과 관련된 걸 물어보기 위함입니다.”
“··· ···”
체리는 옷 안, 가슴골 사이에 끼워넣었던 수첩을 꺼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