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632
■ 631화. 성자 (3) □ ᓚᘏᗢ
머스크와의 인터뷰가 끝나고도 케이트와 체리의 자료 수집은 멈추지 않았다.
스스로 깨달은 사명인만큼 조금이라도 바삐 움직여야 더 많은 자료를 얻을 수 있을 테니.
평소 신앙심이 강한 그녀였기에 성실히 발걸음을 옮기고 다녔다. 신들의 축복이자 숭배의 대상, 아이작을 위해서.
“인터뷰 말입니까? 추기경 님께서?”
그리고 이번에는 머스크처럼 공인이 아닌 일반 영지민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풍성한 콧수염과 훈훈한 얼굴을 지닌 중년 남자. 중년에 접어든 나이답지 않게 탄탄한 몸이 인상적이다.
“네. 제이스 씨는 아이작 님이 보여주신 문화의 산증인이지 않습니까? 최근 축구라는 유흥거리 덕분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들었습니다.”
“하하. 이거 참 쑥쓰럽네요.”
제이스는 콧수염 끝을 잡아당기며 민망해했다. 케이트의 말마따나 그는 마이샬 영지를 넘어 세계로 퍼져나가는 축구를 첫번째로 접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리그에서 경기당 한 골은 무조건 넣는 에이스 중의 에이스다. 평소에는 목수로 일하지만 말이다.
아직은 마이샬 영지에 국한된 인기였지만, 제이스로서는 정말이지 전에 없던 행복을 겪고 있었다.
“인터뷰는 흔쾌히 응하겠습니다. 무슨 질문을 하고 싶으신가요?”
“아이작 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이스 씨께서는 아이작 님이 탄생하신 후부터 지금까지 이곳에서 지냈다고 들었습니다. 아닙니까?”
“맞습니다. 남작님께서 들어서기 전부터 살고 있었으니 꽤 오래 됐죠.”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제이스를 고른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작이 태어나기도 전에 마이샬 영지에서 지낸 터줏대감이기 때문이다.
그를 포함해 다른 터줏대감도 많으나 아이작이 퍼뜨린 ‘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건 제이스다.
축구 하나로 큰 인기를 끌고, 그 인기 덕분인지 목수로서의 일감도 전보다 훨씬 늘어났으니.
“그러면 아이작 님의 어린 시절도 지켜봤겠군요. 어떤 분인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그런 거라면 남작 부인께 물어봐도 되지 않습니까?”
제이스는 귀찮은 게 아니라 진심으로 궁금해서 되물었다. 케이트 추기경 정도라면 남작 부인과 인터뷰해도 충분하다.
아이작에 대해 거의 모르는 영지민에게 정보를 얻어봤자 무엇이 좋은지 잘 모르겠다.
“제이스 씨의 말씀이 맞습니다. 하지만 아이작 님께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을 판별할 때는 다양한 시각에서 봐야한다고 말이죠.”
“그렇군요. 이해했습니다.”
실제로 아이작은 저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케이트가 클라크를 언데드라 단정짓고 무턱대고 공격했던 사건.
이후로 악마 숭배자에게 학대 받았던 로라를 구원하고, 더 나아가 계시까지 받았다.
어찌 보면 아이작의 조언을 충실히 잘 따르고 있는 셈이라 뭐라 하기에도 애매하다.
“아이작 도련님은 뭐랄까······ 어렸을 때부터 비범하셨습니다. 호기심이 강하다고 해야될까요?”
“호기심이 강하다고요?”
“네. 일단 처음 보는 거라면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습니다. 제가 가구를 만들 때 옆에서 지켜보다가 저녁이 되어서 돌아간 경우도 있었죠. 뭐든 간에 유심히 지켜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당시 아이작으로서는 뭐든 간에 신기했을 것이다. 환생하고나니 중세 배경의 판타지 세계가 눈 앞에 펼쳐졌으니.
집에만 틀어박혀 책만 읽었다는 본인의 말과 달리 의외로 바깥을 자주 돌아다닌 편이다.
함께 어울릴 또래들이 거의 없었을 뿐.
“아. 제일 놀라웠던 게 하나 기억나네요.”
“그게 무엇입니까?”
“어째서 쇠못을 사용하지 않고 힘든 작업을 거치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쇠못? 제가 알고 있는 쇠못이 맞습니까?”
“예.”
제이스의 설명은 이렇다. 아이작은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는데 쇠못을 바로바로 떠올렸다고.
아이작으로서는 지구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쇠못이 아닌, 정말 까다로운 작업으로 목수일을 하고 있어서 질문한 것이다.
물론 이들이 그걸 알 방도가 전혀 없다. 그저 어렸을 때부터 비범한 발상을 가지고 있었구나라며 넘어갈 뿐.
“최근 수도에 쇠못을 만드는 공장이 세워질 거라는데 어쩌면 정말 미래를 알고 계시는 건지도 모르겠군요. 허허허.”
“공장······”
케이트는 제이스가 언급한 공장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세상을 뒤바꾼 발명품, 마력 기관이 남아있다.
발명 자체는 에인스가 한 거지만 발상의 시작은 아이작이다. 발명가인 에인스조차 사실상 아이작이 만든 거나 다름없다 하지 않았는가.
그 덕분에 세상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던 대공황까지 해결됐으니 추종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를 아는 게 아닌 이상 불가능한 업적이다.
“체리? 들으셨죠?”
“우음······”
체리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수첩에 기록을 쓰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종교적인 해석이 듬뿍 담겨있는 내용이었다.
이제 이들에게 중요한 건 아이작의 전생이 아니다. 신이 데려온 ‘성자’에만 집중하는 것.
그녀가 기록하자 케이트는 다른 질문을 꺼냈다.
“그러면 다른 질문입니다. 제논 일대기가 등장했을 때 생활이 바뀌셨나요?”
“두말하면 입 아프죠. 저도 사람인데 하루종일 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비어있는 시간마다 제논 일대기를 읽었으니 정말 좋았습니다. 중간중간 제가 모르던 단어도 깨우쳤고요.”
“언어는 신들의 선물이며, 아이작 님은 그 언어를 깨우칠 수 있게 도움을 주셨다······ 알겠습니다.”
제논 일대기는 두말할 것없이 최고의 역작이라 할 수 있다. 세상의 운명을 뒤바꾼 작품.
아마 아이작에 대한 서적을 쓸 때 제논 일대기가 반 이상 차지하지 않을까. 그만큼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쳤다.
제논 일대기만이 아니다. 아까 언급된 마력 기관과 공장. 피와 강철에서 등장한 다양한 사상 및 기계 병기들.
그것들이 전부가 실현 가능한 것들이다. 심지어 공산주의는 이미 마키나에서 약간 변형된 형태로 등장했다.
“마지막으로 축구입니다. 다른 것과 달리 축구는 아이작 님께서 직접 퍼뜨리신 문화죠. 그 문화가 퍼졌을 때 기분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흥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목수일을 수십 년 넘게 한 저조차 한 경기를 치르면 매우 힘들더군요.”
마무리로 축구다. 제이스는 현재 마이샬 영지에서 축구를 제일 잘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다.
목수일로 단련된 신체와 멋진 외모. 경기당 한 골은 무조건 넣는 실력까지.
“게다가 잔디가 꽤 미끄러워서 축구를 위한 신발을 따로 제작해야 됐습니다. 팀의 개성에 맞는 복장도 제작해야 됐고요. 축구 하나만으로 영지는 매일매일 축제 분위기입니다. 각자 응원하는 팀을 위해 헌신적으로 응원하고, 설령 패배하더라도 깔끔하게 승복하는 편이죠.”
“아이작 님이 직접 심판으로 뛰시는 걸로 아는데 어떤 느낌입니까?”
“제논 일대기에 등장한 단어를 빌리자면······ 공명정대. 공명정대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선수에게 휘둘리지 않는 뚝심까지 갖고 계시죠.”
축구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승부욕이 넘치는 선수가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 승부욕이 가끔 선을 넘어버린다는 것.
실제로 아이작의 판정에 불만을 가져 거세게 항의한 선수들이 꽤 있다. 폭력 사태까지 가지는 않았으나 그것만으로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
하지만 아이작은 그럴 수도 있지라며 매번 너그럽게 넘어갔다. 선수들도 본인의 잘못을 깨닫고 아이작에게 사과하여 탈은 없었다.
“훗날 공명정대를 깨버린다면 도련님의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되는 거겠죠. 축구가 어디까지 퍼질지 모르겠지만, 제논 일대기처럼 퍼진다면 공명정대가 제일 중요할 겁니다.”
“공명정대가 중요하다. 알겠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가 끝나자 케이트와 체리는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제이스도 정중히 인사하며 그들을 떠나보냈다.
뒤이어 둘은 남은 인터뷰를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바로 아이작의 노예 아니, 그림 작가인 칼즈다.
아이작이 성자로 추앙받는 와중에도 피와 강철은 꾸준히 연재되고 있다. 조만간 일본의 ‘임팔 작전’이 개시될 예정이다.
참고로 임팔 작전이 등장하자 군사 가문(특히 마티우스)들은 미친 짓이라며 욕을 퍼붓고 있다. 이건 나중에 설명하겠다.
“힘드시진 않으시죠?”
“조금······”
케이트의 질문에 체리가 눈을 느릿느릿하게 깜빡이며 대답했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체리는 일반인이다.
막대한 신성력과 클라크의 특훈으로 단련된 케이트와 달리 체력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딱 칼즈만 인터뷰하고 오늘은 쉴 예정이다. 제일 중요한 체리에게 이상이 발생하면 모든 게 어그러지니까.
케이트는 체리가 좀 더 힘을 낼 수 있도록 신성 주문을 사용했다. 덕분에 체리도 약간이나마 얼굴이 밝아진 모습이다.
“으음······”
“······?”
그런데 케이트의 반응이 이상하다. 그녀의 시선이 정확히 체리의 가슴 쪽으로 향해있지 않은가.
가슴골 사이에 끼워져 있는 수첩을 보는 것 같지만 전체를 둘러보는 게 확실하다. 이에 체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아뇨. 그냥······”
케이트는 말끝을 흐리며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봤다. 결코 작다 할 수 없으며 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는 크기.
하지만 세실리나 체리에 비해서는 한참 모자르다. 이유 모를 패배감이 전달되는 느낌이랄까.
더구나 아이작에게 은혜를 받았던 여인들에 비해 자신은 특출난 부분이 없었다.
‘이건 세실리 님에게 물어봐야겠네요.’
아니면 루미너스 님에게 부탁하던가. 은혜를 받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체리.”
“네······?”
“제가 아이작 님에게 은혜를 받을 때 곁에서 도와주실 수 있죠?”
케이트의 질문에 체리는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그녀가 생각하는 은혜는 ‘구원’이다. 반면 케이트가 생각한 은혜는 ‘씨앗’이다.
둘 모두 여러모로 파멸적인 대화 방식을 자랑했기에 오해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핵분열마냥 잘 통하기는 하는데 죄다 터져버리는 느낌. 이리 가까워진 것도 실로 기적이라 할 수 있다.
“네······ 성심성의껏 도울게요······ 케이트 씨니까······”
그래서 체리는 케이트가 자신처럼 힘든 일이 있구나 싶었다. 하나밖에 없는 친구의 부탁이니 들어줄 것이다.
“정말 고마워요. 훗날 은혜를 받을 때 체리도 부를게요.”
케이트는 그런 체리가 고맙고도 부러웠다. 자신도 은혜를 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동상이몽이라고, 같은 곳에서 다른 꿈을 꾸고 있는 그들은 오늘도 한층 더 가까워졌다.
이윽고 아이작 전용 노예 겸 그림 작가, 칼즈에게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지옥에서 꺼내주십시오.”
“··· ···”
“··· ···”
잠깐이나마 신앙이 흔들렸다.
* * *
한편 통조림에서 루미너스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있던 아이작.
“살려주세요! 잘못했습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그러니 버티거라.”
그는 ‘전쟁의 신’의 가르침을 듬뿍 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