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637
■ 636화. 머저리 (2) □ ᓚᘏᗢ
여인들과의 뜨거운 시간을 보냈음에도 개운하기만 하지, 내 몸은 지칠 줄 몰랐다.
중간에 정신이 좀 더 말끔해지고 뒤늦게나마 고행에 대한 피로가 몰려와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더할 뻔했다.
그래도 건강한 몸이 얼마나 훌륭한지 똑똑히 알 수 있었다. 보통 같았으면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쳤겠지.
하지만 이제는 여인들이 먼저 나가떨어졌다. 심지어 두 세명이 아니라 전부 달라붙었음에도!
꾸준한 체력 증강으로 여러명이서 하는 건 익숙하지만 다 함께 달라붙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도 정신적으로 개운해질 뿐, 체력적으로 지친 느낌은 거의 없었다.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것도 아니다. 그건 체력이 좋아진 게 아니라 지루였겠지.
어찌 됐던 간에 공공재에서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앞으로 순번을 두고 싸우는 일은 없겠지.
“이제 원하는 사람만 하는 걸로 하자. 어때?”
“우리야 좋지만······”
내 제안에 세실리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다른 여인들을 쳐다봤다.
그들도 세실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한 듯, 저마다 하나둘씩 말을 꺼냈다.
“우리로는 이제 감당이 안 되니까.”
“더 늘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누가 있지?”
“리나랑 케이트, 마지막으로 체리 정도?”
“전부 다 인간이네. 그걸로 괜찮겠어?”
한 번에 달라붙어도 패배했다는 게 그토록 충격이었을까. 내 잠자리 대상을 두고 진지한 의논을 나누는 모습이다.
그걸 보고 도리어 당황한 건 나다. 아까도 말했듯이 불만족은커녕 매우 만족스러웠다.
애당초 한 사람만 해도 충분한데 구태여 더 늘려야 할 이유를 못 찾겠다.
“나는 괜찮아. 건강한 신체여서 이러는 거지, 충분히 만족스러웠어.”
“안 돼. 앞으로 지금보다 더 좋아질 텐데 이러다가 한 번만 하고 쓰러질 거야. 미리미리 대비해야지.”
“이건 우리가 상의할게. 아까 언급했던 사람들은 너도 마음이 있으니까 괜찮지?”
아무래도 내 의견은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마음이 없는 사람보다는 원래부터 맺어지기로 정한 인물이 낫다.
리나는 정략결혼의 대상으로 반쯤 못 박힌 상황이고, 케이트도 받아들이기로 정했다. 체리는 가만히 방치할 수 없었고.
이처럼 하룻밤을 보내고 난 후에는 전에 예견했던대로 신성 즉, 수명과 관련된 사안으로 넘어갔다.
내가 평범한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살 거라고 하자 가장 큰 반응을 보였던 건 당연히 세실리과 아르웬이었다.
“정말로?! 100년보다 더 오래 사는 거야?!”
“응. 신성이 완성된다면 사실상 영생을 영위할 수도 있지.”
“와아······”
세실리는 두 손을 맞잡으며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얼마나 감격했는지 붉디 붉은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아르웬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좋아했으나 세실리처럼 과격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게 세실리는 이별을 전제로 두고 맺어졌으니.
그에 따라 슬픔도 항상 갖고 있었을 텐데 더이상 슬퍼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그리워하면서 살지 않고 평생동안 함께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수명이 짧은 자들은······”
“거기에 대해서 설명할게. 이게 제일 중요한 거거든.”
아르웬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예측한 나는 미리 말을 꺼냈다. 마리와 아델리아에게도 했던, 신성력 습득에 대한 이야기를.
수명의 한계를 넘어서는 건 분명 좋은 일이지만, 마냥 좋다고 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수명이 짧은 종족들은 더욱이.
인간은 짧은 수명으로 발전도가 뛰어나다는 논문이 있을 정도다. 수인도 마찬가지로 민족 간의 통합이 어려울 뿐, 막강한 잠재력을 지녔다.
무엇보다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사안이다. 정체성에 혼란이 올 수도 있다랄까.
“나는 좋은데? 얘 옆에서 오래 살면 살수록 더 좋은 거잖아.”
“그렇긴 하지만 혼란이 올 수도 있지. 사고가 편협해질 수도 있고.”
“그냥 아이만 많이 낳으면 되지 않나? 서로 좋으면 됐지.”
물론 레오나에게는 별 의미가 없던 모양이다. 수인다운 사고방식을 지닌만큼은 수명 문제에서는 자유롭다.
저걸 자유롭다고 해야될지, 아니면 단순하다고 해야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무난하게 해결되어서 다행이다.
하지만 이들만 해결된 거지, 앞으로 나와 연을 맺을 사람들은 또 모른다. 이건 천천히 생각해야 될 사안이다.
“얼렁뚱땅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니 좀 더 깊게 생각하자. 지금은 감이 잡히지도 않을 테니까.”
“알았어. 그럼 우리끼리 의논하고 올게.”
“무슨 의논?”
“아이를 낳았을 때 누가 키워야 하는 건가라는 의논. 꽤 중요해.”
“··· ···”
장난이 아니라 진지하게 말해서 할 말이 없다. 결국 여인들끼리 의논을 나누면서 천천히 진행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확실히 이건 장기적으로 봐야 될 문제긴 하다. 구렁이 담 넘듯이 진행하기에는 스케일이 크다.
물론 사랑스러운 애인들은 벌써부터 아이를 몇 명 낳을 거라니, 너무 많이 낳으면 골치아프다니 등등.
이미 나와 평생을 함께 하기로 마음 먹은지 오래여서 고민해봤자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다. 그냥 평소대로 해야지.
“그런데 진짜 신성을 갖게 되면 너도 루미너스 님이나 모라 님이 계시는 곳으로 가는 거야?”
진지하게 의논하던 도중에 레오나가 날카로운 질문을 꺼냈다. 그 질문에 다른 여인들의 시선도 나를 향했다.
루미너스를 비롯하 신들이 있는 차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차원과 다르다. 애당초 모든 물리법칙에 통달한 초월자들이니 당연한 것이다.
“그건 아직 몰라. 그곳으로 가려면 이 세상의 모든 자연 법칙에 통달해야 될 걸?”
“몇 십년은 걸리겠네.”
“몇 십년이 아니라 몇 백년, 어쩌면 몇 천년일수도 있어.”
내가 문과라서 과학에는 매우 취약하다. 지금으로서는 신성이 완성되는 것만 기다릴 수밖에 없다.
애인들, 아니 아내들도 내 설명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세실리가 특유의 고혹적인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혹시 마족이나 엘프들도 인간처럼 한 달에 한 번씩 가임기를 가지는 방법을 찾으면 알려줘. 알았지?”
“그거 한 100년은 걸릴 걸?”
마리가 팩트폭력을 가한 건 덤이다. 변명할 수도 없었기에 마음 속으로 눈물만 흘렸다.
이후로 오랜만에 사람들이 모였겠다, 각각 우리 영지에서 즐길 걸 즐기기 시작했다. 마이샬 영지는 문화의 도시.
트레이딩 샵에서 증강현실을 이용한 콜 오브 듀티도 즐길 수 있고, 굳이 밖에 나가지 않더라도 TRPG를 즐겨도 된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세요. 자고로 화염 계열 마법은 화력이······”
“화력이 중요한 건 맞지. 하지만 효율이 있어야 화력도······”
“둘 다 그만.”
TRPG는 하지 않기로 정했다. 마법에 통달한 세실리와 아르웬이 있다보니 진행보다는 토론을 하게 되더라.
너무 깊게 몰입해도 문제였다. 하필이면 둘 다 마법사라서 진행도 잘 되지 않았다.
결국에는 트레이딩 샵에서 콜 오브 듀티를 체험하기로 정했다. 듣자하니 콜 오브 듀티도 남녀를 가리지 않고 즐기더라.
더구나 증강현실이 장착돼 있어서 트레이딩 샵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오죽하면 콜 오브 듀티계의 성지라 칭해질 정도.
“그러고보니 스탈린그라드 메타는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그러게. 저거 하나만 걸리면 일발역전을 해버려서 패턴이 단조로워.”
문제는 메타가 너무 고착화됐다는 것. 스탈린그라드 메타는 명칭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시피 극한의 소모전을 유도한다.
둘 중 하나가 나가떨어지기 전까지는 전투가 끝나지 않으며, 어지간해서는 빠져나오기도 힘들다.
어찌 보면 고증이라 할 수 있지만 밸런스가 너무 붕괴된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이 무슨 작전을 펼친다고 하지 않았나?”
“임팔 작전? 그건 어떤 카드로 나올까?”
“전문가들은 100% 확률로 실패할 거라는데?”
애인들과 함께 트레이딩 샵을 둘러보는 동안 게임을 즐기던 사람들이 나누던 이야기다.
신체 능력이 좋아져서 그런지 몰라도 알아서 귀에 쏙쏙 박히더라.
‘이제 곧 있으면 노르망디 상륙작전도 하겠구나.’
바그라티온 작전이 나치 독일에게 내린 사형 선고라면,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나치 독일의 숨통을 끊어놓은 작전이다.
비록 그 과정에서 끔찍한 희생을 낳았지만 몇 만이나 되는 병력이 순식간에 정예병으로 탈바꿈된 상륙작전.
그 유명한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등장한 작전 맞다. 다만 모든 상륙작전이 그리 된 건 아니다.
피의 오마하 해변이라고, 상륙 지역도 잘못되고 폭격도 잘 안 된 탓에 현세의 지옥도가 펼쳐진 곳이다.
“분명 제논께서 일본을 싫어하는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작전을 통과시킬리가 없지.”
“야. 저기 제논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말해도 되냐?”
“멀어서 잘 안 들릴 걸? 그나저나 일본을 수집한 사람들은 죽을 맛이겠다. 밸런스만 망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밸런스는 걱정마라. 밸런스 관련 문제는 머스크에게 어떻게든 잘 조정하라고 일러뒀으니.
각각의 개성에 맞는 효과를 지니되, 무너지지만 않도록 말이다.
‘마켓 가든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이려나?’
더구나 임팔 작전이 워낙 희대의 병신짓이라 그렇지, 연합군도 마켓 가든 작전으로 시원하게 말아먹는다.
그 작전 하나로 몽고메리 장군은 완전히 나가리된다. 원래부터 눈엣가시였던 사람인지라 그 누구도 변호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워낙 명줄이 질긴 사람이라 책임은 다른 사람이 뒤집어썼다. 참으로 웃긴 이야기지.
“다음에는 축구 보러 갈래? 곧 있으면 경기를 해야 되거든.”
“그러자. 네가 심판으로 나서지?”
“아직은 그래야지.”
이후로 애인들과 함께 마이샬의 넘치는 문화를 즐겼으며.
[기어이 개시된 임팔 작전. 제논은 일본을 싫어하는 것인가? 유독 일본만이 비정상적인 행위를 보이고 있다.] [목욕탕에서 결재한 도조도 정상은 아니다. 단지 무타구치 렌야가 지극히 비정상이었던 것.] [웃긴 점은 무타구치 렌야도 과거에 보급이 어렵다는 이유도 작전을 철회한 적이 있다. 파벌주의가 빚어낸 비극.]임팔 작전이 실행되자 수많은 사람들이 비판을 가했다. 그중 반은 나에게 비판하더라.
내가 일본을 싫어한다니, 너무 비정상적인 게 많아서 개연성이 무너지지 않고 굳건히 버틴다니 등등.
“아들아.”
“네. 아버지.”
“너희 나라가 일본에게 점령을 당했다는 걸로 아는데 맞니?”
오죽하면 아버지도 개인적으로 내게 질문을 할 정도였다. 아무래도 대한민국이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는 게 떠오르신 모양.
그에 대해 따로 반박할 이유도 없고 실제로도 없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일제강점기라고,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였던 적이 있었어요.”
“음······ 이런 말을 하기는 좀 그런데······”
아버지는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싶었는지 관자놀이를 긁적이셨다.
뒤이어 내 눈치를 살금살금 보다가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질문했다.
“대체 어쩌다가 이런 머저리 같은 나라에게 지배를 당한 거니?”
그에 대한 내 대답은 간결했다.
“우리나라가 더 머저리 같았거든요.”
나라를 말 그대로 팔아버린 매국노는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