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638
■ 637화. 머저리 (3) □ ᓚᘏᗢ
일본 제국과 조선을 머저리라고 칭했지만,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우선 조선부터 보자. 조선은 일본과 달리 다양한 이유로 근대화에 실패하고 국제 관계도 그닥 좋지 못했다.
사실 저게 조선이 멸망한 이유 중 가장 크다. 객관적으로 말해 조선은 ‘견제’에 딱 어울리는 용도에 지나지 않았다.
영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 입장에서는 든든한 방파제인 일본 제국이 떡하니 있는데 뭐하러 눈독을 들여야 할까.
심지어 일본 제국은 ‘러일전쟁’에서 승리를 점하여 당당히 열강으로 입성할 수 있었다. 이에 조선은 완벽하게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조선이 조금만 더 빠르게 움직였다면 역사가 달라질 수도 있었겠지. 그러나 조선은 고립될 때까지 유의미한 행동을 보여주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조선은 이전부터 내부적으로 무너지던 나라였다. 국제 사회에 발을 디디기는커녕 아무것도 안 했다는 말이 정확하다.
내부와 외부가 비빔밥마냥 잘 섞이는 바람에 을사늑약을 맺고 일제강점기가 도래한 것이다. 일본의 군사력이 강했던 것도 한몫했다.
그렇다면 일본 제국은 어땠을까. 우선 일본 제국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딱 이렇다.
[너무 많이 먹은 나머지 소화조차 힘들었던 일본 제국.]당시 일본 제국은 객관적으로 봐도 강대국이 맞다. 지리의 특징으로 육군은 몰라도 해군만큼은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다.
러일전쟁에서 승리를 점하여 당당히 열강에 입성하여 식민지까지 얻었던 일본 제국. 부정할 수 없는 강대국이다.
무엇보다 일본이 근대화에 성공했다는 점이 성장의 동력이었다. 이 근대화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이 바로 이토 히로부미.
한국인들에게는 안중근 의사에게 저격 당한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저 사람 엄청 대단한 인물이다.
일본의 근대화를 대폭 앞당겼으며 국제 관계에서 굉장한 영향력을 발휘한 사람이었으니.
오죽하면 저 사람의 암살이 일본의 폭주를 자극시켰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일본 제국은 강대국이 어떻게 하면 스스로 추락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하지만 일본 제국은 딱 거기까지였다. 강력한 힘과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을 보여줬지만 그놈의 사상이 문제였다.
군국주의를 기반으로 둔 파시즘. 그로 인한 식민지의 가혹한 탄압과 급진적 민족 말살 정책까지.
고대 로마조차 로마에 사는 사람들은 전부 로마인으로 대우했는데 일본 제국은 그런 것도 없었다.
이로 인해 조선에서 독립 운동이 활발해졌으며 제대로 통치조차 못했다. 조선조차 소화하지 못했는데 중일전쟁은 오죽할까.
이토 히로부미도 조선의 합병에는 찬성했지만 ‘급진적인’ 합병에는 반대했다. 사실상 미래를 예견한 거나 다름없었다.
[일본은 어떻게 강대국이 되었나?]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면 바뀌어야 된다. 그러나 임팔 작전은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는데 밀고 나갔다.] [일본 제국이 막나가는 걸 보여주는 작전일 수도 있다. 어쩌면 여기서 더 심한 작전이 나올 수도 있다.]전설의 임팔 작전도 고이고 고인 병폐들이 한꺼번에 터진 셈이라 봐도 무방하다.
국가 자체에서 시행되는 군국주의. 예전부터 꾸준히 지속됐던 파벌주의. 이 두 가지가 환장의 콜라보를 이룬 것이다.
심지어 연합군조차 저거 함정 아니냐고, 바보가 아닌 이상 이리로 오지 않을 거라며 눈치를 보면서 후퇴했다.
당연히 일본군은 작전이 성공할 거라며 굳게 믿은 채 정글로 진격했고. 그 다음 뭐······ 말할 것도 없다.
[육군과 해군은 서로 견제하고, 그 안에도 파벌이 갈려있는 기막힌 상황.] [군대라는 집단에서 해서는 안 되는 것만 골라서 하고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건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일이라는 것.] [보급의 중요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전이다. 나치 독일도 보급 때문에 무너지는 경우가 부지기수.]개연성이 없다고 비판한 것도 옛말이다. 사람들은 일본 제국의 막장성을 다시 상기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치 독일이 광기에 절여져 미친 짓을 저지른다면 일본 제국은 그냥 막장이다. 비슷하면서 다른 느낌.
심지어 그 유명한 ‘카미카제’마저 나치 독일은 너무 비윤리적이라며 폐기시킨 적이 있다.
일본의 군국주의가 얼마나 과격한 사상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셈이다.
[이래서 철학이 중요한 것이다. 옷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에 맞는 옷을 찾는 건 더 중요하다.] [잘못된 철학이 보여주는 끔찍한 결과.]일본 제국의 훌륭한 희생 덕분에 사람들은 사상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홀로코스트 이후부터 그런 기조가 풍겼지만 임팔 작전으로 더 증가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저리 같다고 까고 있었지만 아마 어림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이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제 3자의 입장으로 지켜봐서 그렇지, 역사적으로도 이런 일이 많았다고.
[피와 강철은 정말 기묘하다. 전세계가 화마에 휩싸였는데 정작 사람들은 바보 같은 짓거리를 하고 있다.] [인류의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광기, 그리고 용기와 멍청함을 한번에 보여주는 작품.] [세계 대전이라는 거대한 폭풍은 결국 한 마리의 나비가 만든 것이다.]거대한 스케일에 반해 인류의 멍청함이 돋보이는 작전이라 저마다 새롭다는 평이다.
확실히 2차 세계 대전은 전술적으로 따지면 천재들의 수 싸움이 이어졌지만, 전략적으로는 멍청함이 돋보였다.
과대망상증 퓌러 히틀러는 따로 설명할 것도 없고 스탈린조차 특유의 편집증이 고쳐지기 전까지 소련을 말아먹었다.
그나마 연합군의 지도자들이 비교적 ‘정상’이라 망정이지, 그들마저 비정상이었다면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
[종족전쟁 당시 알븐하임이 이랬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들이 패배할 이유는 없었을 터.] [알븐하임은 강대국이다. 하지만 오만함이 그들을 스스로 몰아넣었다.]뜬금없이 알븐하임이 맞기도 했다. 알븐하임에게 있어서 종족전쟁은 임팔 작전에 해당했겠지.
아이케르가 어떻게든 분전했으나 그마저도 원로원이 구속시켰다. 눈 뜨고 볼 수밖에 없는 코미디다.
“정말이지 기묘한 세계로구나. 신이 직접 다스리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인류가 이런 다양성을 보여줄 줄이야.”
아버지도 내 부가 설명에 수염을 쓰다듬으며 흥미로워하셨다. 군인이셨던만큼 임팔 작전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건지 잘 알고 계셨다.
오죽하면 조선이 왜 이런 머저리 같은 나라에게 멸망당했는지 의문을 가질 정도였다.
“이것 말고도 별의별 괴상한 작전이 더 있어요. 아버지가 생각하시는 것과 달리 사람은 정말 멍청하거든요.”
“흠. 부정하지는 못하겠구나. 군대에서 워낙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어떤 사람이 제일 멍청했는데요?”
“바다가 태초부터 존재했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 있었지. 본인이 직접 분석까지 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하더구나.”
“··· ···”
나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형벌 부대였던 네이비 기사단에 끌려갔는지 알 것 같다.
너무 많은 진실을 알아버린 게 아니라 단순히 미친 놈이라 생각하고 보냈겠지. 악마 숭배자들과의 결탁도 있었을 테고.
역사적으로 저런 사람들이 많긴 하다. 유전학의 아버지, 멘델도 죽고 나서 인정받았지 않았는가.
“그 사람은 어떻게 됐는데요?”
“죽었지.”
살았으면 훗날 위인으로 섬겨질 수도 있는데 안타깝다. 그래도 과거의 북부이니 어쩔 수 없다.
“그나저나 너희 나라가 일본 제국에게 지배를 받았다가 해방됐다고 하지 않았니?”
“네.”
“이후에 같은 민족끼리 전쟁을 벌였고.”
6·25 전쟁에 대한 건 내 전생을 알려줬을 때 말했다. 그때 해명하느라 꽤 골치가 아팠지.
아버지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무언가 고심하는 듯하더니, 조심스럽게 질문을 하셨다.
“혹시 그때도 정신을 못 차린 탓에 내분이 일어난 거니?”
“아. 그건 아니에요.”
그건 사람의 멍청함 때문이 아니었다.
“적화통일을 이루겠다고 욕심을 부린 사람이 있었거든요.”
탐욕이 문제였지.
* * *
세상은 임팔 작전으로 꽤 심도 깊은 의견을 주고 받았다. 우선 강력한 제국이었던 일본 제국의 몰락부터다.
일본 제국은 미국과 한 판 제대로 붙을 정도로 강했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허나 미드웨이 해전에서 크게 패배한 이후로는 내리막길을 쭈욱 걷는 중이다.
더 나아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짓거리를 저지르다보니 독자들로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서로 토론을 펼치고 있을 때, 작디 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조용히 일어나고 있었다.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스타비르크의 독립을 인정한다니?”
미네르바 제국의 황태자, 레오르트는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목소리에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담겨있었다.
함께 회의를 하고 있던 황녀, 리나도 다를 바가 없다. 고양이 같은 두 눈이 커다랗게 떠진 채 놀랍다는 반응이다.
“아바마마. 그게 정말 사실인가요?”
리나의 질문에 맞은편의 베리트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가 말한 건 레오르트의 것과 달랐다.
“다시 말하지만 완전한 독립이 아니라 당분간 손을 떼는 거다. 최근 스타비르크의 동태도 심상치 않고 제국도 내부적으로 온전치 않아. 포기할 건 포기하는 게 낫지.”
“하지만······”
침착한 리나와 달리 레오트르는 너무 아깝다는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게 스타비르크의 잠재력은 상당히 높다.
민족의 손재주도 탐이 나지만 우선적으로 광물이 많다. 그 광물로 손재주를 단련한 민족이 바로 스타비르크다.
공장을 세운다면 어마어마한 이익을 벌어들일 수 있을 터. 그런 곳을 포기하자니 너무 아깝다.
하지만 베리트는 이미 마음을 굳게 먹었는지 특유의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들아. 나는 미네르바 제국이 일본 제국처럼 몰락하는 것만큼은 막고 싶구나. 케리손 백작가 처우도 해결하지 못했고, 북부의 석유도 신경 써야할 판이지. 신경 쓸게 많아도 너무 많아.”
“······동의합니다. 하지만 스타비르크를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쉽습니다.”
“그래서 따로 고민한 게 있지. 리나.”
리나는 자신이 지목당했음에도 침착한 표정으로 대응했다. 뒤이어 베리트가 리나에게 말했다.
“네가 전에 말했지. 제국이 더 커지고 싶다면 육지가 아니라 바다를 점해야 된다고.”
“······예.”
아이작으로부터 전달받은 지식 중 하나다. 영국은 작은 섬나라인데도 불구하고 전세계에 영향을 끼쳤다고.
그렇기에 제국도 바다를 우선적으로 점령해야 된다 의견을 내놓았지만 기각당했다.
바다가 워낙 꺼림직한 환경이라는 것이 크게 작용했으며 하필이면 그때 대공황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그 말에 자신이 있느냐? 보아하니 그에게 전달받은 지식인 것 같은데.”
“맞습니다. 그로부터 받은 지식입니다.”
“거기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하마.”
베리트가 계획하고 있는 건 단 하나. 그 누구도 눈을 돌리지 않는 ‘바다’를 먼저 점하는 것.
“단, 피와 강철에 등장한 예시를 제외하고. 우리는 우리만의 계획이 필요할 테니.”
“······시간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얼마나 필요하지?”
“일주일이면 될 것 같습니다.”
머지않아 다시 한 번 발전할 기회를 얻을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