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641
■ 640화. 해상 (3) □ ᓚᘏᗢ
‘낭만’은 무엇일까. 사전 그대로 풀이하면 제멋대로 하다에 가깝다.
하지만 뜻 풀이만 했을 때 저런 거지, 낭만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위험한 도전에 과감히 도전하고, 남들이 하지 말라고 할 때 청개구리마냥 더 파고드는 감정.
이때문인지 몰라도 남자들이 유독 ‘낭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나쁘게 말하자면 남자들이 더 병신 같은 짓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사실이긴 하다. 남자들이 빨리 죽는 이유가 단순하고 무모한 짓을 해서라는 낭설마저 존재할 정도다.
그럼에도 남자들은 물러서지 않고 꿋꿋이 낭만을 추구한다. 현실주의의 극치인 전쟁이 터져도 관계없다.
무모한 도전을 하면서 얻는 성과. 그 성과로부터 얻는 짜릿함. 그것은 마약보다 더한 중독성을 선사했으니.
하지만 이런 낭만마저 바다를 이길 수는 없었다. 바다는 그냥 저주받은 지대라며 조건반사적으로 꺼려했다.
자연스레 뱃사람도 천시했으며 낭만이라기보다는 그저 목숨을 버리는 행위라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해군을 충당하기 위해 죄수도 끌고 갔으니 상황이 악화되는 건 당연한 수순.
해군 사령관, 고츠 후작도 직위만 후작이지 실질적인 권력은 다소 낮다고 봐도 된다.
“지금 내가 꿈을 꾸는 건가?”
태양빛으로 인해 구릿빛으로 타버린 피부. 해군이라기보다는 해적에 가까운 인상.
땅보다 해상에서 지내는 일이 더 많은 탓에 수염조차 덥수룩하다.
미네르바 제국 남부 바다를 맡고 있는 해군 사령관, 고츠 후작.
그는 순식간에 물 밀듯이 들어오는 ‘입대 희망자’ 신청서를 보며 정신이 쪽 빠질 수밖에 없었다.
거친 폭풍우를 만나 배가 뒤집어질 뻔했을 때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그였지만, 살면서 처음 보는 상황은 늘 당황스러웠다.
“사령관 님. 이 인원을 전부 받아들이려면 배를 몇 십 척이나 더 충당해야 됩니다.”
얼떨떨해진 고츠 후작 옆의 부관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근육돼지 체형의 고츠 후작과 달리 마른 근육의 남자였다.
자신과 같은 피부를 지닌 부관의 충언에 고츠 후작은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아직도 얼떨떨함이 가시지 않는다.
“제국측에서 예산을 편성해준다고 했어. 듣자하니 스타비르크에 배치했던 주둔군의 예산을 이쪽으로 돌린다더군.”
며칠 전 리나 황녀와 직접 대면하여 얻은 사실이다. 제국은 앞으로 스타비르크가 아닌 바다의 영향력을 기를 거라고.
황제에게 허가를 받았을 뿐더러 해적 소탕보다 장교 양성 및 조선업 발달에 집중하라고 명령을 받았다.
처음 그걸 들었을 때는 허허 웃고 넘어갔다. 많고 많은 직종 중에서 가장 꺼려하는 직업이 뱃사람이다.
죄수에게 감옥에 갈 거냐 수병이 될 거냐하는 마당에 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인식’부터 해결해야 어떻게든 사람들이 열정을 가지고 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행이군요. 그럼 이 인원들은 어떻게 할까요?”
“우선 기초 체력부터 확인해야지. 그리고······”
고츠 후작은 수두룩한 입대 신청서 옆에 놓여있는 신문을 힐긋거렸다. 사실 이 모든 일의 원인은 따로 있다.
신문이 아닌 제국에서 직접 공문을 내렸던 해군 모집 공고. 그 공고는 정말이지 솔직하기 그지 없었다.
자신조차 그걸 처음 봤을 때는 해군을 버리는구나 싶어 씁쓸하게 웃었다. 그런데 이게 웬 걸.
정확히 이틀이 지난 후부터 해군 입대 희망자가 폭증했다. 이게 바로 진정한 낭만이라고 외치면서.
‘보통 모험가가 낭만이지 않나?’
지나가는 사람에게 낭만의 직업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십중팔구 모험가라 대답한다.
이러한 기류는 제논 일대기의 등장으로 더욱 폭증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현실을 깨닫고 절망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모험가가 낭만의 직업이라는 건 변하지 않았다. 아직 세상은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는 곳이 넘쳐났으니까.
고츠 후작으로서는 이해가 잘······
‘이제서야 다들 진정한 낭만을 알게 된 거군!’
되다 못해 심히 감동스러운 반응이었다. 얼떨떨한 것과 별개로 마음 같아서는 탭댄스를 추고 싶다.
바다의 낭만을 이제서야 알아주다니! 게다가 제국에서도 빵빵한 지원을 약속했지 않은가!
물론 무역상선을 숫자도 대폭 늘릴 거라고 했으니 해적도 더 늘어나겠지.
제국이 큰 그림을 그리는만큼 그에 따라 상응해야된다.
‘문제는 배의 규모인데······’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입대 신청자와 막대한 예산은 충족됐다. 그러나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말짱도루묵이다.
그건 방금 전 부관이 언급했던 배의 규모. 배의 숫자를 늘리는 건 상관없어도 이제 규모를 늘려야 된다.
하지만 막상 쉽지 않은 문제다. 조선 관련 사안은 리나가 지원해줄 거라지만 솔직히 기대가 되지 않았다.
배는 지랄맞은 바다의 날씨 및 해양몬스터를 이겨내기 위한 천혜의 요새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 최근 도입하여 전투력이 훨씬 강화된 대포까지. 하나하나 생각할 게 많다.
“부관. 내가 하나 묻지.”
“예. 말씀하십시오.”
“피와 강철에 등장한 배를 우리가 만들 수 있을 것 같나?”
“그런 선박이 있었다면 세상을 지배하고도 남았을 겁니다. 애초에 커다란 배조차 못 만드는 게 현실인데.”
언제나 따끔한 충고를 날리는 부관의 말대로다. 증기선은커녕 커다란 배조차 못 만드는 게 현실이다.
지금 해군의 배는 갤리 즉, 노잡이를 태워서 운용하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대부분 죄수들이다.
대포를 장착한 후에도 다르지 않다. 작금의 기술력으로 노잡이는 필수다.
바람만을 이용해서 항해를 할 수 있지만, 역풍이 부는 순간 기동력이 수직낙하해서 노잡이가 필요한 것이다.
“마키나에서 증기기관을 발명하고 있다는데 조금만 기다리면 되지 않을까?”
“그걸 제국의 기술로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커다란 배부터 만드는 기술부터 얻어야 할 겁니다.”
“거 참. 당장은 장교 양성에만 힘을 써야겠군.”
아쉽긴 해도 현실이다. 낭만을 추구하는 고츠 후작이지만 그건 해상에서만 한해서지, 행정은 엄격하다.
마키나도 조선술은 다른 나라와 비슷하다고 했으니 큰 규모의 배를 만드는 건 힘들 것이다.
“어디서 기술이 뚝- 하고 떨어졌으면 좋겠군.”
“제논에게 물어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저번에도 그 악마의 병을 고쳐준 분이신데.”
고츠 후작의 투덜거림에 부관이 넌지시 물었다. 기대감이 듬뿍 들어있는 목소리다.
그도 그럴 것이, 뱃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끔찍했던 ‘저주’를 단번에 고쳐준 사람이다.
아이작이 들었다면 ‘괴혈병’이라 칭했을 저주. 이 저주 하나 때문에 뱃사람들조차 장거리 항해는 꿈도 못 꿨다.
무턱대고 할 수 있다 도전한 사람들은 죄다 죽음을 맞이했으니 두려워하는 건 당연한 수순. 그런데 아이작은 해결했다.
안 그래도 뱃사람은 미신을 믿는 풍조가 강한데 그걸 단숨에 해결해버리니 예언가로 추종할 수밖에 없었다.
“양심이 있어야지. 그걸 해결한 것만으로도 바다 위에서 더 오래 있을 수 있는건데. 그리고 네놈들은 과일이 아니라 과일주를 마시잖냐.”
그에 고츠 후작은 혀를 쯧쯧 찼다. 아이작이 해결법을 제시한 이후로 바다의 저주는 모두 해결됐다.
하지만 뱃사람 아니랄까봐 어린애도 아니고 과일은 먹을 수 없다며 술로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또다시 저주가 발발한 탓에 과일을 입에 넣었다. 단순한 사고방식이 불러온 해프닝.
지금이야, 시행착오를 겪고 과일즙과 술을 섞어마시는 걸로 끝냈다. 그건 효과가 있어서 애용하는 중이다.
부관도 그때 일이 떠올랐는지 머쓱함에 머리를 긁적이며 변명하듯이 입을 열었다.
“어찌 됐던 간에 똑같은 과일이지 않습니까? 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됐다, 됐어. 어차피 냉장고도 배치한다 했으니 과일만 다 집어넣어야지. 아무튼 양심이 찔려서 안 돼. 만나기도 힘들고. 그 양반 최근에는 성자로 승격했잖아.”
“아, 그렇죠. 만나는 것 자체가 힘들겠군요.”
결국 제국 스스로 조선술을 늘릴 수밖에 없다. 고츠 후작으로서는 조선이 가장 깜깜했다.
과연 마키나가 증기선을 만드는 일이 더 빠를까, 아니면 미네르바 제국이 대형선박을 발명하는 게 더 빠를까.
최소로 잡아야 족히 몇 년이 걸릴 일인 건 확실했다.
“됐고, 입대 신청자들 중에 귀족 출신 혹은 고등 교육을 받은 놈이 있나부터 확인해. 바람부터 파도까지 계산할 줄 알아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나머지는 어떻게 할 겁니까?”
“기본 전투력부터 확인해야겠지. 연합에 약한 놈이 있다면 무조건 거르고.”
미네르바 제국의 해군력은 조금씩 발전하기 시작했다. 원래 계단도 하나하나 쌓는 법이다.
비록 시간은 오래 걸릴 듯했지만, 훗날 미네르바 제국이 바다를 지배하는 건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게리오스 왕국에서 설계도가 발견됐다. 고고학자들은 ‘조선’과 관련된 설계도로 추측 중이며······]정말로 뜬금없이.
[삼각돛과 V자 모양의 바닥. 고고학자들은 게리오스 왕국이 이걸 토대로 항해를 한 것으로······]해상강국이자 바다 너머 진실을 발견했던 게리오스 왕국에서.
[하지만 기록은 보았을 때 게리오스 왕국마저 ‘바다의 저주’를 해결하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바다의 저주는 잇몸에서 피가 흐르고 점차 상태가 악화되는 저주로······]로스트 테크놀로지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연성이라 할 테지만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게리오스 왕국은 바다 건너 또다른 땅을 찾았던 왕국이었으니.
지구의 유럽이 서로 치고 박고 싸웠다면 게리오스 왕국은 홀로 서쪽을 정복했다. 세계일주를 시도하기 위해 조선술이 발전한 건 덤.
허나 그때문에 악마 전쟁 당시 신들마저 기피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자연히 바다는 그 누구도 범접하지 못한 일대로 변했고.
[실용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삼각돛은 오히려 기동력만 떨어뜨릴 것.] [배를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노잡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다만 ‘고대’의 유물이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옛날 기술이니 쓸모없을 거라 판단했다.
사실 저게 지극히 상식적이다. 3000년 전의 기술인데 그 누가 현재의 기술보다 더 좋을 거라 생각할까.
“저거 참조하는 게 좋을 걸? 대충 보니까 세계일주 할 때 반드시 필요한 기술들만 모여있네.”
“그걸 어떻게 알아? 전에 말해줬으면 됐잖아.”
“이제야 기억났다면 믿어주겠어? 난 뱃사람이 아니라서.”
빨간 머리 한 놈만 빼면은.
리나는 아이작의 말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의 말대로 설계도를 가져오고 싶지만 아무래도 상황이 다르다. 저건 고대의 유물이지 않은가.
“저거 고대의 유물이라 우리도 가져오기는 힘들어.”
“내가 보고 싶다 하면 줄 걸? 내가 후손이잖아.”
“지금 키스해도 될까?”
이제는 진심으로 푹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