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653
■ 652화. 원자로 (2) □ ᓚᘏᗢ
스타비르크에서의 일정은 간단하다. 레오르트와 리나는 마차에 탑승하고, 나는 변장을 한 채 그들을 호위한다.
물론 내가 진짜 기사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변장을 한 거라서 직접적인 호위는 하지 않는다.
마차 뒷좌석에 앉은 리나 옆에서 천천히 걸어가는 게 끝이다. 나머지는 근위대가 지킬 거고.
기사는 한 명 한 명이 전술병기에 가까운 존재들이라 대부분 이런 식으로 호위하는 편이다.
또한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고기 방패로도 사용할 수 있다. 아마 내가 그런 역할이겠지.
“스타비르크에서 온 수행원이 꽤 많네.”
“이들도 전쟁은 기피하고 싶을 테니까.”
하지만 근위대는 텔레포트 기관을 지켜야하는 입장이라 스타비르크에서 수행원을 붙여줬다.
대표단 말로는 믿을 수 있는 자들만 선출했다고. 이들도 독립을 원하지만 극단주의까지 몰리지는 않았단다.
이리하여 마차를 기준으로 근위대 및 수행원이 둘러싼 형식으로 목표 지점까지 향하는 식이다.
목표 지점은 시청 역할을 하던 저택. 주둔군이 철수하기 전에는 총독 겸 영주였던 클로제 후작이 거주하던 저택이다.
지금은 대표로 있는 아살라가 거주한다고 들었다. 앞으로 스타비르크 임시 정부 기관으로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경호 자체는 괜찮아 보이는데······’
마차를 중심으로 앞뒤에 말을 탄 기사들을 배치한 상황이다. 기마병은 현대로 치자면 전차에 가까운 존재.
여기에 평범한 병사도 아니고 기사까지 탑승했으니 사실상 무력 시위를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전차가 떡하니 있는데 누가 습격이라도 하겠어? 라는 마인드.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는 힘들겠지만 주위를 둘러보기에는 탁월하겠지.’
이들은 무력을 선보이는 거고 실질적인 경호는 마차 주변을 둘러싼 스타비르크 측 수행원들일 것이다.
더구나 스타비르크 쪽에서도 수행원을 붙여줬으니 암살자들도 쉽사리 덤벼들지 못할 터.
설령 덤빈다고 해도 수행원이 몸을 날려 막는다면 여론의 힘을 등에 업을 수 있을 것이다.
‘차라리 스타비르크 쪽 인력을 텔레포트 기관에 배치하는 게 낫지 않나?’
약간 걱정되는 건 인력이다. 미네르바 제국 사절단은 근위대를 텔레포트 기관에 과도할 정도로 배치했다.
여의치 않으면 고기 방패로 나설 사람들은 있지만, 과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대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사라예보 사건도 대공이 경호 배치를 싫어해서 객기를 부렸다가 사단이 발생했으니까. 그나마 경호가 아예 없는 것보다는 괜찮다.
이들은 대낮인데 누가 대놓고 암살을 시도하겠어? 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겠지. 사실 이게 정상이고 시대에 맞는 현상이다.
“레오르트 전하. 이제 슬슬 출발하겠습니다.”
“알겠네. 자리에 가도록 하지.”
배치를 보면서 불안감이 스멀스멀 차오르고 있을 때 출발의 시간이 다가온 모양이다.
레오르트는 클로제 후작의 전언을 듣고 리나와 함께 나란히 마차에 앉았다. 정말로 화려한 외모를 지닌 남매다.
참고로 이 둘이 착용한 복장은 드워프가 손수 제작했다. 화살을 완전히 막기는 어려워도 깊숙히 박히지는 않는다.
아마 검도 수월히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애당초 대낮의 암살이라고 해봤자 멀리서 활 혹은 석궁으로 저격하는 것밖에 없겠지.
“출발하겠다! 모두 자리로!”
책임자인 클로제 후작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근위대와 스타비르크의 수행원이 제각기 자리로 이동했다.
나 또한 리나와 살짝 떨어진 곳에 섰다. 아까 말했다시피 앞뒤의 기마병을 제외하면 전원이 두 발로 걸어간다.
“······마차가 왜 이래?”
그런데 마차가 조금 이상하다. 나는 마차의 형태를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원래라면 안에 탑승할 인원을 보호하기 위한 틀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마차가 그런 형식이다.
헌데 레오르트와 리나가 탑승한 마차는 오픈카마냥 시원하게 개방돼 있다. 대놓고 나 노리라고 광고하는 거야 뭐야.
위잉-
그런 생각을 가지려던 찰나 마차의 주변으로 푸른색 막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마차 전체를 둘러싸는 푸른색 막.
뒤이어 천장까지 만들어지자 푸른색 막은 그 색을 점점 잃어버렸다. 보아하니 마법을 사용한 듯하다.
이에 내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리나가 놀리는 어조로 나에게 말했다.
“마법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니?”
“아.”
그러고보니 마법이 있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너무 뻥 뚫려있다는 건 변하지 않았다. 이것도 리나가 조용히 설명해줬다.
“이번 일은 우리에게도 중요해. 훗날 스타비르크 여론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어서 어쩔 수 없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만약 이번 협상이 양쪽 모두 좋게 흘러간다면 스타비르크 내에서도 우호적인 여론이 생길 터.
무엇보다 레오르트와 리나는 외모가 매우 뛰어나다. 반감을 가진 자들도 이들의 외모만큼은 까내릴 수 없겠지.
외모도 하나의 전략으로 이용하는 셈이다. 특히 이들 같은 고위층에게 이미지는 상당히 중요하다.
위험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면 최대한 취하자. 미네르바 제국이 내놓은 대답인 것 같다.
찰싹!
리나와 속닥거리는 와중에 마부가 채찍을 강하게 내리쳤다. 그와 동시에 말들이 마차를 끌기 시작했다.
이제 밖으로 나가는구나. 리나는 자리로 돌아갔으며 나 또한 긴장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뒤이어 밖으로 나서자 스타비르크 특유의 기후가 나를 반겨줬다. 듣던대로 겨울임에도 햇볕이 강하다.
“드디어 나왔다.”
“저 두 사람이 황태자와 황녀인 거지?”
밖으로 나오자마자 도로 양옆에 수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 피부가 구릿빛이었으며 눈동자 또한 은색이었다. 머리카락도 저마다 달랐으나 대부분 회색에 가까운 빛을 띄고 있다.
가르칸에 거주하는 스타비르크 민족들이 사절단을 보기 위해 나온 것이다. 왠지 모르게 긴장되는 느낌이다.
격렬한 환영까지는 아니어도 손님으로서 충분히 대우해주는 모습. 그러나 그마저도 얼마 가지 않았다.
“스타비르크 독립 만세!”
누군가의 외침을 기점으로.
“스타비르크 독립 만세!”
“스타비르크여. 영원하라!”
“우리는 절대 굴종하지 않을 것이다!”
순식간에 독립을 향한 열기가 군중들에게로 퍼져나갔다. 아무래도 날이 날이라 그런 모양이다.
충분히 불쾌할만한 상황이었지만 레오르트와 리나는 충분히 예상했다는 듯,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어서 그들은 서로 시선을 살짝 마주했다가 행동에 나섰다. 가장 먼저 레오르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짝짝짝!
레오르트는 독립을 외치는 군중들을 보며 말없이 박수만 쳤다. 입가에 상쾌한 미소를 짓는 건 잊지 않았다.
“””와아아아!!!”””
효과는 굉장했다. 군중들은 레오르트가 독립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해석했는지 더욱 열띤 반응을 보였으니까.
확실히 겉으로만 본다면 그렇게 보이기는 한다. 불쾌한 기색 하나 없이 박수만 쳐주는 것만으로 어마어마한 반응이다.
정작 레오르트는 스타비르크의 독립에 회의적이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이것도 일종의 정치적 전략이겠지.
지금쯤 군중들의 마음 속에 레오르트의 이미지가 호의적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리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군중들을 향해 우아하게 인사했으니까. 작은 행동 하나만으로도 열기가 더욱 뜨거워진다.
‘대단하네.’
레오르트는 꾸준히 박수를 쳐주면서 호응을 이끌었고, 리나는 인사만 하고는 도로 착석했다.
여기서 괄목할 점은 행동만 취했지 입 하나 벙긋하지 않았다는 것. 뒤통수를 칠 여지는 충분히 남아있다.
스타비르크민들은 오늘 독립할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겠지.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응?”
그러던 와중 이상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들 독립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을 때 혼자 무덤덤한 사람이 있다.
아니. 무덤덤한 걸 넘어서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또한 품 속에 무언가를 숨긴 것처럼 자세가 어정쩡하다.
설마 저 사람인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찰나, 콧수염이 인상적이었던 그 청년과 딱 눈을 마주쳤다.
“··· ···”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흠칫 떨더니 동공 지진을 일으키는 청년. 오죽하면 식은땀이 흐르는 게 선명히 보일 정도다.
아무래도 군중들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암살자인지 아닌지 확실치는 않다.
그래도 주시하는 게 좋겠지. 나는 마차에서 잠시 떨어져 뒤에서 따라오던 수행원에게 속삭였다.
“저기 콧수염에 자세가 어정쩡한 젊은 남자가 있습니다. 한 번 살펴주세요.”
“······예.”
내 부탁에 표정을 싹 굳힌 수행원이 발을 돌린다. 그가 향하는 곳은 당연하게도 얼어있던 청년 쪽.
청년도 수행원이 자신에게로 다가온다는 걸 직감했는지 서둘러 군중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도망치려는 듯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잡히겠지.
수행원도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천천히 걸어가다가 거리가 멀어지자 빠르게 움직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무슨 일이라도 있어?”
리나도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 석연찮음을 직감한 모양이다. 나는 그녀의 질문에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아직 심증만 있어. 얼어붙어서 아무것도 못했거든.”
“······알았어.”
리나는 그 즉시 레오르트에게 소식을 전달했다. 박수를 치며 호응을 이끌던 레오르트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왜냐하면 피식 웃었거든. 이어서 그가 자리에 앉으며 내가 들리게끔 입을 열었다.
“고작 그런 일로 물릴 수는 없지. 설령 무슨 일이 발생해도 행사는 그대로 진행한다.”
심증만 있다지만 암살 위협을 고작이라 칭하다니. 나도 악마 숭배자로부터 암살 위협을 2번이나 받았다.
그때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레오르트는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황태자로 살았던 몸.
나와 달리 강심장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의 형제는 리나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으며 그 리나마저 나와 정략혼을 맺을 예정이다.
사실상 차기 황제로 낙점된 상황인데 ‘증명’을 못한다면 베리트가 다져놓은 근간이 휘둘릴 것이다.
‘힘들겠네.’
사라예보 사건 당시의 대공과 비슷하면서 다른 상황이다. 둘 다 정치적인 입지를 위해서 무리를 했다는 점이 같다.
그래도 암살 위협은 피했으니 이대로 저택에 도착하기만 하면 된다. 독립을 외치는 군중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세상은 자기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는 법. 사절단이 대략 중간 지점에 도착했을 쯤이었다.
톡- 톡- 데구르르-
작고 동그란 물체가 마차와 뒤의 기마병 사이에 굴러왔다. 격렬한 환호 속에서도 그 소리만큼은 귀에 들어왔다.
아마 건강한 몸을 얻었기 때문이겠지.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기도 전에 물체의 정체부터 확인했다.
치이이익!
“······어?”
동그란 물체에는 작은 줄 하나가 달려있었는데, 그 줄이 불에 타면서 빠르게 타들어갔다.
위험하다. 그런 판단이 서자마자 다른 쪽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위험합니다!!”
물건의 정체를 깨달았는지 스타비르크 쪽 수행원이 다급히 외쳤다. 그 외침에 레오르트와 리나도 외침이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윽고 폭탄으로 추정되는 심지가 전부 타들어갔을 때쯤, 스타비르크 수행원이 그 폭탄을 몸을 날려 덮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폭탄의 심지는 수행원이 몸으로 덮기 직전에 전부 타들어갔다.
이대로라면 수행원의 몸은 말 그대로 산산조각나겠지. 내가 알던 폭탄이 맞다면 말이다.
쾅!
다행히 폭탄의 위력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그저 화약의 위력을 이용한 폭탄인 듯싶었다.
하지만 그 폭발만으로 스타비르크의 수행원을 다치게 만들기는 충분했으며.
우웅-
폭발의 충격으로 마차의 보호 마법마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