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680
■ 679화. 원자폭탄 (1) □ ᓚᘏᗢ
그동안 많은 일들이 발생했지만 피와 강철의 연재는 중단되지 않았다.
비축분으로 쌓아놓은 원고가 거의 결말에 다다를 정도로 충분했으며 삽화 또한 칼즈의 제자들을 갈아넣었다.
덕분에 히틀러 암살 미수부터 시작해 마켓 가든 작전, 레이테 만 해전, 아르덴 대공세, 이오지마 전투, 마지막으로 베를린 공방전 등등.
큼지막한 전투들이 연달아 이어지면서 독자들도 점차 감을 잡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끝이 슬슬 보인다고.
[무능한 폭군의 최후. 왕으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존중받지 못한 최후를 맞이한 무솔리니.]인상 깊은 전투가 연달아 이어졌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최대치로 모은 건 바로 무솔리니의 최후였다.
무솔리니의 최후는 다른 독재자에 비해서도 단연코 압도적이라 할 수 있는데, 총살당한 것도 모자라 시체가 거꾸로 매달렸다.
그것도 특별한 곳도 아니라 주유소에 매달렸다. 이 소식을 들은 히틀러마저 어마어마한 충격을 겪고 조용히 최후를 준비했다.
물론 발악할 수 있는대로 발악하는 건 잊지 않았다. 아르덴 대공세가 바로 그 전투였지만 깔끔하게 말아먹었다.
발터 모델이 똥꼬쇼를 했지만 의미가 없다. 나치 독일은 이미 최후를 달리고 있었으니까.
[그것은 명령이었다! 공격하라는 건 명령이었다고! 네 놈들이 뭐라고 감히 내 명령을 거역해?!] [모두가 날 속였어! 군대, 정권 모두가 날 속였다고!] [내가 어떻게 이 나라를 이끌었는데! 내 어떻게 이 나라를 위대한 나라로 탄생시켰는데! 쓸모없는 자식들!]하이라이트는 히틀러의 분노다. 전생에서 다양한 패러디 영상으로도 사용되던 장면을 차용했다.
히틀러의 편집증과 무능함, 마지막으로 최후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장면.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보고 많은 생각을 남겼다.
[히틀러의 밑천은 결국 선동가에 지나지 않았다.] [나치 독일은 어째서 히틀러에게 빠져들었는가? 광기로 가득찬 세계에 어울리는 인물인가?] [만약 프랑스 점령까지만 끝냈다면 히틀러는 영웅으로 칭송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만과 탐욕이 그를 몰락시켰다.]위대한 퓌러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남탓만 해대며 비참한 최후만을 남겨둔 독재자가 있을 뿐.
피와 강철 초기와 비교했을 때 괴리감이 느껴질만큼 차이가 심했다. 이에 어느 한 평론가가 말했다.
[너무 큰 성공을 거둔 나머지 본인의 역량마저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이것이 몰락의 큰 원인이다.]여태까지의 빌드업이 꽤 성공했는지 나치 독일이 패배한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냈다.
실제로 나치 독일은 ‘6주’ 당시 너무 큰 성공을 거두는 바람에 심히 오만해졌다. 그것이 패배의 원인으로 직격된 것이다.
이후로 히틀러는 생일이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지하 벙커에서 자살하고, 베를린은 함락됐다.
소련은 피의 복수를 이루었으며 연합군 입장에서는 전선 하나를 완벽하게 무너뜨린 셈이다.
하지만 바다 건너에는 아직 일본 제국이 남아있다. 나치 독일의 완벽한 파트너라 할 수 있는 나라.
홀로코스트의 임팩트가 워낙 커서 그렇지, 카미카제를 비롯한 다채로운 자살 공격으로 그 나물의 그 밥이라 평가받고 있다.
또한 유능한 장군이 다수 포진된 나치 독일과 다르게 일본 제국은 그것조차 없었다. 정상보다 비정상이 훨씬 많다.
[유럽은 전투가 모두 끝났지만 일본이 건재하다. 하지만 머지않아 쓰러질 것.] [오히려 유럽 전선에 보급을 투입할 이유가 없으니 태평양 쪽의 보급이 더 활발해질 것이다.] [일본이 발악해도 거인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한 개미일 뿐.]나치 독일이 항복한 것처럼 일본 제국도 얼마 지나지 않아 항복할 거라는 기류가 대세였다.
하지만 악랄함은 나치 독일이 뛰어날지는 몰라도, 지독함은 일본 제국이 한 수 위다.
일단 국민들이 전반적으로 세뇌당했다는 것부터가 지독함의 편린을 보여주고 있다.
나치 독일도 ‘국민돌격대’를 만들었지만 일본의 ‘옥쇄’에 비할 바는 아니다.
적어도 나치 독일은 자국민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지 않았다. 일본은 그걸 거리낌없이 해댔다.
[서로에 대한 무지와 광기, 그리고 세뇌가 조합된 것이 일본 제국이다.]심지어 일본 제국은 자국민에게 미국이 얼마나 악랄한지, 또 얼마나 잔인한 존재인지 세뇌시켰다.
그때문인지 남자들은 포로로 잡혔음에도 끝까지 저항하고, 여자들은 욕보이지 않기 위해 자결했다.
이것이 소수가 아니라 ‘다수’였다는 점을 보았을 때 당시 일본 제국이 얼마나 광기에 미쳐있었는지 알 수 있다.
[오키나와 전투에서 발생한 또다른 학살극. 이 학살극의 주체는 미국이 아니라 일본 제국이었다.]오키나와 전투에서는 한 술 더 떴다.
자기 딸과 부인이 미군에게 당하는 걸 막기 위해 자기 손으로 죽일 정도였으니.
정작 미군은 친절하게 대했을 뿐더러 보급까지 줬다는 점이 비극이라면 비극이다.
실제로 많은 평론가들이 일본 국민을 학살한 건 미군이 아니라 조국이라 평가했을 정도다.
[일본 제국은 약하지 않았다. 하나 같이 지휘관이 문제였을 뿐.] [정상적인 지휘관에 정상적인 사단. 그 조합은 굉장했다. 너무 늦었지만.] [카미카제는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귀중한 인력만 손실시킨 꼴.]옥쇄도 옥쇄지만 오키나와 전투는 일본 제국이 미국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전투로도 유명하다.
사무라이 정신 운운하면서 정신력만 강조하는 지휘관이 아니라 현실을 파악하는 데에 능한 지휘관.
실전 경험이 다분한 전투 병력과 더불어 특수한 환경. 이것들이 시너지를 이루어 미국에게 큰 피해를 안겨줬다.
하지만 일단 오키나와를 점령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일본 제국도 오키나와의 중요성을 알고 있어 되는대로 병력을 투입시켰다.
어느덧 진정한 거인으로 성장한 미국 앞에서는 얄짤없었지만. 그래도 미국조차 좌시할 수 없을만큼 큰 피해를 안겨줬다.
[오키나와조차 점령하는데에 큰 피해를 입은 미국. 본토는 과연 어떻게 점령할 것인가?] [만약 일본 본토의 국민들이 전부 ‘옥쇄’한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골치아플 것.] [전차는 기관총을 거뜬히 버티면서 나아가고, 폭격기는 적의 화력을 무마시킨다. 하지만 결국 깃발을 꽂는 건 보병이다.]제아무리 일본 본토에 폭격을 하더라도 깃발을 꽂는 건 보병이다. 이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진리다.
그러나 일본은 섬이다. 하다못해 나치 독일은 육로라도 있었지, 일본은 무조건 배로 이동해야 된다.
미국으로서는 실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실제로도 일본 본토는 폭격을 받기 전까지 침범받은 적이 거의 없다.
여기서 또다시 언급되는 것이 바로 그 유명한 ‘맨해튼 프로젝트’다. 전세계의 두뇌들이 머리를 맞대며 발명한 세계의 파괴자.
사실상 최초의 원자폭탄이라 칭할 수 있는 ‘트리니티 실험’이 이어지고, 나는 아주 간략하면서도 효과적인 문장을 적었다.
[작은 태양이 떨어졌다.]원자폭탄의 위력은 짧고 굵게 설명하는 글귀. 삽화를 넣어 보충하는 건 잊지 않았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계의 파괴자가 되었도다.]이것만으로 충분하겠지만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명언까지 넣어줬다. 원자폭탄의 위력을 제대로 알 수 있는 명언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원자폭탄까지 등장했겠다, 남은 건 평론가들의 반응이었다. 솔직히 홀로코스트 다음으로 궁금했다.
홀로코스트는 인간의 악이 어느 정도까지 다다를 수 있는지 보여주고, 원자폭탄은 문명의 끝을 보여주는 셈이었으니.
무엇보다 피와 강철 속 세계관, 그러니까 지구의 이야기가 실화라는 건 나를 통해 모두가 아는 상황이다.
과연 어떨지 궁금해서 기사들을 살펴본 결과······
[인류가 피조물로 하늘을 난다고 했을 때, 나는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인류가 피조물로 드넓은 바다를 항해한다고 했을 때, 나는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인류가 작은 태양을 직접 떨어뜨리는 건 불가능하다.] [마법도 없이 고작 과학과 기술만으로 저런 위력을 선보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안 믿더라. 마법조차 저런 위력을 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데 웃기지 말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마법으로도 핵폭탄과 같은 파괴력을 내는 건 힘들다. 화력이 강하다는 걸로 알려진 마족조차도.
세실리도 작정하면 산 하나를 날릴 수 있을만큼 강하지만, 말 그대로 작정하고 사용하는 것이다.
준비가 오래 걸릴 뿐더러 마나가 응집되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기에 쉽게 대응할 수 있다고.
반면 원자폭탄은 그런 거 없다. 그냥 뚝딱 제작하고 위에서 뚝- 떨어뜨리면 끝이다.
그래서 수많은 평론가가 ‘저게 가능하냐’라고 비판했지만, 의외의 나라에서 내 의견에 힘을 실어줬다.
[알븐하임. 제논이 말한 질량-에너지 동등성이 성립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트리니티 실험에서 선보인 원자폭탄도 효율이 매우 떨어지는 편이다.]알븐하임 쪽에서 질량-에너지 동등성을 거론하며 나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저 이론을 증명하는데만 해도 오랜 세월이 걸리겠지만, 만약 증명만 된다면 과학계는 거대한 발전을 이루게 될 터.
이처럼 바깥이 원자폭탄 하나로 시끄러울 때, 바깥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다양한 반응들이 속출했다.
“이거 정말 사실이야?”
“뭐가?”
“모른 척하지 말고. 과학으로 이만한 위력을 내는 게 가능하냐고 물었어.”
가장 먼저 날 찾아온 사람은 마리가 아니라 세실리였다. 최근 헬리움은 ‘교국’의 지위를 얻는다는 소리가 있어 바쁘다.
당연하게도 왕위 승계자인 세실리도 한창 바쁠 텐데 내 저택으로 달려온 것이다.
“가능하니까 적은 거겠지? 안 그러면 적지도 않았어.”
“정말이었구나. 나는 네가 극적인 효과를 위해 되지도 않는 거짓말을 하는 줄 알았는데.”
“믿어주는 거야?”
“믿어야지.”
그녀가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위력이 위력이다보니 나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세실리조차 믿지 못한 모양이다.
나야, 원자폭탄이 발명된 세상에서 왔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 세상 사람들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 같다.
하기야 마법으로도 하기 힘든 걸 오직 과학 하나만으로 해냈으니 이해는 간다.
“마법으로도 이런 위력은 못 내?”
“나랑 비견되는 마법사들이 힘을 모은다면 가능할 걸? 그 전에 제지당하겠지.”
“일상이면 몰라도 파괴력에만 집중하는 건 힘든 모양이네.”
“애당초 익스플로젼을 화살처럼 발사하는 세상이 이상한 게 아닐까?”
세실리가 황당하다는 목소리로 반박했다. 하기야 포격의 위용을 본다면 저런 말이 나올만도 하다.
마법은 발동시키기 위해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만 포격은 그럴 필요도 없다. 장전 후에 발사가 끝이다.
물론 포탄을 제작하기 위해 시간이 걸리지만 재료만 충분하면 공장에서 찍어낼 수 있다.
“아무튼 원자폭탄? 그걸 선보인 이상 또다시 국제 회의가 열릴 거야. 아르웬 여왕님도 참석하겠지.”
“이걸 제작하지 말자고 회의하는 거야?”
“그것도 있지만 눈치 게임 시작이지. 특히 약소국에서 눈에 불을 켜고 발명하려 들 걸?”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북한이 미친듯이 핵무기를 발명하려던 이유기도 하다.
핵무기는 군사력이고 나발이고 전부 씹어먹을 정도로 강력한 무기다. 오죽하면 미국조차 눈치를 보면서 어루고 달랠 정도다.
만약 약소국이 핵무기를 발명하게 된다? 그 약소국이 공공의 적이 되더라도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발사하면 좆된다.
비록 이 세상은 원자폭탄을 발명하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리겠지만, 사실상 ‘미래’나 다름없어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어. 화학은 제대로 정립조차 되지 않았고, 맨해튼 프로젝트는 전세계의 두뇌를 총망라해서 시작한 거니까. 애당초 그만한 전쟁이 터질지도 의문이고.”
“그런 사람이 질량-에너지 동등성을 마음대로 뿌리고 다녔어요? 그리고 인간에게나 먼 미래지 나는 직접 겪어야 하는데?”
“아. 아아.”
세실리가 내 볼을 살짝 꼬집으며 타박했다. 생각해보니 세실리는 수명이 엘프와 비견될 정도로 긴 마족이다.
500년 후에도 멀쩡히 살아있을 확률이 높으며, 그때라면 지금보다 문명이 발달돼 있을 터.
나에게는 미래지만 그녀에게는 다가올 현실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걸 간과하고 있었다.
“······누나도 알잖아. 나도 누나만큼, 어쩌면 누나보다 오래 살 거라는 걸.”
“말 잘했네. 그러면 3년에 한 번씩 아이를 낳자. 할 수 있지?”
“갑자기 왜 그쪽으로 이야기가 새는 거야?”
“그동안 바빠서 못 했으니까.”
그런 거라면 이해할 수 있지. 하지만 지금은 힘들 것 같다.
“나중에 하자. 누나에게 소개시켜줄 사람도 있어서.”
“소개시켜줄 사람? 설마 여자야?”
“여자긴 한데······”
정확히는 여신이지. 나는 뒷말을 흐렸다.
세실리는 내가 여자라고 답하자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을 지었다. 보아하니 또? 라는 생각하는 모양이다.
“마리에게 허락은 받았어?”
“허락은 받았어.”
“알았어. 누군지 한 번 보러 가야지. 얘가 또 어떤 순진한 양을 꼬셨을까?”
꼬신 게 아니라 빌붙어 사는 사람입니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모라를 향한 평가가 점점 각박해졌다.
나는 삐진 듯 안 삐진 것 같은 세실리를 살살 달래주고는 모라가 지내는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차라리 다행이야.”
“뭐가?”
“미래에 이런 무기가 나올 수도 있다는 걸 알려줬잖아. 만약 악마 숭배자 같은 놈들이 소리소문없이 만들었다 생각하면······’
“그건 좀 끔찍하네.”
가끔 테러리스트가 핵폭탄을 빼돌리고 테러를 저지르는 스토리가 있다. 꽤 충격적인 스토리였지.
세실리는 핵폭탄에 대해 잠깐 생각하더니 나에게 다른 질문을 건넸다.
“그 정도 위력이면 보통 봉인하지 않아? 다른 나라들이 전부 규탄할 텐데.”
“이미 수천 발 넘게 있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하자 세실리가 눈을 깜빡거렸다. 붉은색으로 빛나는 눈동자가 한순간 멍해졌다.
이어서 그녀는 황당하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직 멸망하지 않은 게 신기하네.”
냉전 당시 100번 이상 멸망할 뻔했다.
“아이작.”
“응?”
“네가 어째서 가끔 가다가 초연한 모습을 보이는지 알 것 같아.”
“······?”
이번에는 또 무슨 오해를 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