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685
■ 684화. 군만두 (2) □ ᓚᘏᗢ
로만의 군만두형, 그러니까 강제 연재형(?)은 신속하게 진행됐다.
케이트는 이단심문관의 가장 높은 직급, 대심문관이었기에 상관의 허락을 따로 받을 필요가 없다. 본인이 상관이니.
대신 교황에게 보고하는 건 잊지 않았다. 제아무리 교황과 맞먹는 권위 및 위업을 가졌다하더라도 개인 대 개인으로서의 예의다.
무엇보다 케이트 본인은 권위에 딱히 연연하지 않는 성격이었기에 교황을 존중하는 편이었다.
덕분에 세이비어 교국은 흔히 있을 법한 권력 다툼이 전혀 없었다.
타락한 추기경 때부터 위태위태하던 세이비어였으나 케이트의 헌신 아닌 헌신으로 무사히 버틸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로만 형제에게 집행을 내릴 예정입니다. 부디 성하께서도 이해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렇기에 교황이자 전대 대심문관, 브리크 루렌스는 케이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브리크는 예고도 없이 찾아온 케이트를 보며 상황 파악을 위해 애썼다. 당최 무슨 전개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자신의 아들이 루미너스를 욕보였다는 것도 문제긴 문제지만 그 집행이라는 것도 황당하다. 다시 말하지만 황당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내 아들이 멸망을 향해 걸어가는 기사의 저자고, 제논 님이 도와줬다는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자네는 루미너스 님을 욕보인 내 아들을 집행하기 위해 방에 가둬놓고 글만 쓰게 한다고?”
“예.”
케이트는 온화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브리크는 그 미소를 보면서 코를 긁적거렸다.
정리를 했는데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루미너스의 신탁을 받았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다.
자신의 아들이 멸망기사의 저자라는 것도 그렇고, 그것에 대한 심판으로 강제 연재형을 내린 케이트도 그렇고.
‘······혹시 내 자리에 욕심을 내는 건가?’
잠깐이나마 그런 생각을 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것도 말이 안 되는 것이, 그런 거라면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된다.
로만의 행보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자신의 자리마저 위태롭게 만들어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케이트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자신에게만 저 사실을 알려줬다. 말만 집행이지 그냥 글만 쓰라는 말이다.
“······내가 살짝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는데 물어봐도 되겠나?”
“괜찮습니다.”
“보통 같으면 연재 중단을 시켜야 되는 게 정상 아닌가?”
바로 저것이다. 보통 같으면 ‘불경한 책’이라면서 즉각적으로 연재를 중단시켜야 정상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케이트가 그렇다. 최근에는 광신도적인 면모가 상당히 옅어졌다지만 거기서 거기다.
루미너스와 관련된 건 문답무용으로 심판을 내리는 이단심문관.
문득 그녀에게 대심문관의 자리를 넘겼을 때가 떠올랐다.
‘걱정 반 기대 반의 심정이었지.’
그 기우는 적중했다. 케이트는 정말로 훌륭한 대심문관으로 성장했으며 갖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다행히 지금은 정신적인 성장을 이룩하여 전임자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만들어줬지만 그래도 불안하다.
그러한 불안감이 도래한 건가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그냥 앞뒤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그러는 사이 케이트는 브리크의 질문에 부드러운 음성으로 대답했다.
“보통 같으면 그렇겠죠. 하지만 멸망기사는 허구의 이야기 즉, 상상력에 기반한 소설입니다. 직접적으로 비난했다면 모를까,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부여하는 소설이죠. 성하께서도 읽어보셨나요?”
“물론이지.”
멸망기사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가장 큰 반응을 보이던 건 당연하게도 세이비어 교국이다.
신들의 몰락은 곧 루미너스의 몰락을 의미하는 바. 이런 내용을 쓴 자는 결코 용서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아이작이 직접 주체한 공모전에서 우승했을 뿐더러 괜히 간섭했다가는 역풍이 불 수도 있었다.
머나먼 과거, 세이비어 교국이 단체로 광신에 빠졌을 때 그러지 않았는가. 신을 조금이라도 의심하면 바로 사냥당했다.
“저희가 가혹한 심판을 내린다면 문학의 발전을 막는 거라며 역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서둘러 완결을 짓는 편이 낫죠.”
“으음······”
맞는 말이다. 몇 달에 한 번씩 등장해서 잊혀지지 않는 것보다 차라리 후딱 완결하는 편이 낫다.
제논 일대기와 피와 강철은 각각 30권이 넘을 정도로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 그러나 멸망기사는 그렇지 않다.
아이작 쪽에서 10권 내외로 끝날 것이라 언급했으며 원래 장기 연재도 아니었다고.
그러니 방에 가둔 채 글만 쓰게 만든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완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게 맞나?’
고민하던 브리크는 케이트를 힐끔 쳐다봤다. 케이트는 온화한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속을 전혀 알 수 없는 미소라며 속으로 깠겠지. 하지만 지금 상대하는 건 케이트다.
루미너스 및 아이작과 관련된 게 아니라면 전혀 관심을 주지 않는, 신실과 광신이 두루 섞인 인물.
교황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작업을 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의아하다.
‘진짜 목적이 뭐지?’
브리크는 그녀의 진정한 목적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교황의 자리를 탐내는 게 아니라면, 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런 짓을 벌이는 건가.
사실상 집행이라는 탈을 쓴 자비다. 방에 갇혀 글을 쓰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을 터.
일단 하나하나 파헤치자. 브리크는 그리 생각하며 케이트에게 질문했다.
“루미너스 님께서는 무어라 말씀하셨지?”
“이 모든 일을 루미너스 님께서 명하셨습니다.”
그거야 그렇겠지. 케이트는 어지간해서는 잘 움직이지 않는 인물이다.
더 나아가 그녀는 루미너스의 신탁을 받는 게 아니라 직접적인 대화가 가능한 위인.
교황인 브리크도 대화가 가능하지만 직위가 직위다보니 기도를 할 때만 대화하는 편이다.
그러니 거짓말일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케이트가 루미너스의 이름을 빌려 거짓말을 한다는 건 상상도 되지 않았다.
“역시 예상대로군. 그러면 루미너스 님께서 어떤 이유로 이런 심판을 내렸는지 알려줄 수 있겠나?”
“죄송합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함구하도록 하겠습니다.”
케이트는 딱 잘라 말했다. 단호함까지 느껴지는 음성이다.
역시 뭔가가 있다. 교황으로 지내면서 얻은 직감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대신 아이작 님과도 연관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제논 님과도?”
“네.”
“음······”
이건 예상치 못했는데. 브리크는 루미너스와 아이작이 동시에 엮어있다는 말에 침음성을 흘렸다.
루미너스는 예전부터 모시던 신이고, 아이작은 신들이 직접 데려온 성자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지옥 그 자체나 다름없던 피와 강철의 세계에서 왔다고 밝혔다.
차마 거짓말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 신들이 이미 암묵적으로 인정한 바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 보면 확실하다.
지옥이나 다름없는 환경에서 꿋꿋이 살다가 신들이 직접 데려온 성자. 하물며 이 세상을 악마 숭배자의 손아귀로부터 구해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작의 조부 즉, 클라크는 악마 숭배자의 소환 의식을 간신히 막아낸 영웅이다.
‘그리고 그 영웅의 동료가······’
브리크는 케이트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클라크가 직접 밝혔던, 끝까지 함께 하고자 했지만 간신히 뜯어말렸던 동료.
그 동료가 누구인지는 이미 파악한지 오래다. 클라크 쪽에서 신원을 대부분 알고 있어서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기묘하다면 기묘한 운명이군.’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르겠지. 현재는 세상이 워낙 혼란스러워 비밀로 부치고 있다.
브리크는 속으로 피식거렸다가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케이트에게 말했다.
“제논 님과도 관련된 걸 보면 필히 중요한 일이겠군. 아닌가?”
“예. 그렇습니다.”
케이트는 일부러 앞의 설명을 제외시켰다. 중요한 일인 건 맞다.
그 대상이 ‘자기자신’이라는 게 문제였을 뿐. 그래서인지 몰라도 케이트는 난생 처음 겪는 ‘양심의 고통’을 겪었다.
이것이 욕심과 욕망이 골고루 섞인 일이라는 건 그녀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루미너스가 밀어주는 일이라 포기할 수도 없다.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브리크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일 터이니 기꺼이 허락하도록 하겠네. 필요한 거라도 있나?”
“필요한 거라면 딱히 없습니다. 단, 로만 형제의 영양 상태를 고려하여 꾸준히 질 좋은 음식과 관리가 필요할 겁니다.”
“음식이라면 상관없네. 관리는 로만도 성직자이니 문제가 없을 테고.”
이야기는 막힘없이 진행됐다. 집행이라 해봤자 로만을 방에 가두고 글만 쓰게 하는 것밖에 없다.
브리크는 창작의 고통을 전혀 몰랐기에 쉽게쉽게 넘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정도 ‘고행’은 성직자에게 어렵지 않을 터.
“완결까지 얼마나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가?”
“그건 로만 형제의 의지에 따라 다를 겁니다. 마음 같아서는 한 달 내에 완결시키고 싶은데······”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게나.”
“성하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이리하여 세계 최초로 군만두형이 집행되었다. 집행명은 단순히 정말 평범하게도 근신이었다.
“이제부터 개인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시면 안 됩니다, 로만 형제님. 딴청을 피우면 피울수록 기한은 길어질 겁니다.”
“······정말 이거면 됩까?”
당사자인 로만도 근신의 탈을 쓴 군만두형에 어리둥절했다. 단순해도 너무 단순한 형벌이다.
오죽하면 그동안의 성실한 생활로 루미너스가 자비를 내려준 건가 싶을 정도다.
“네. 필요한 음식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단, 말씀만 하실 수 있을 뿐 그 누구도 로만 형제님과 대화하지 않을 겁니다.”
“그정도야 뭐······”
너무 쉽다. 로만은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바뀌었다.
사람은 예로부터 사회적 동물이라 평가받는 존재. 특히 외로움은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큰 적이다.
여기에 창작의 고통까지 겸비한다면? 아이작이 플롯을 전달했다지만 그것을 잘 버무리는 것도 고통이다.
‘통조림’을 당했던 칼즈는 하다못해 아이작이 곁에 있기라도 했다. 그래서 적어도 외로움만큼은 느끼지 않았다.
“제발 날 여기서 내보내 주십시오! 하다못해 태양만이라도 보고 싶습니다!”
“모두 알다시피 로만 형제께서는 고행을 겪고 계시다. 절대 대화하지 않도록.”
“알겠습니다.”
이리하여 세계 최초의 군만두형이 실행되는 동안.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작은 태양.]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 더이상은 아니다.]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는 무기. 이 무기는 하나만 생산할 수 있는 게 아니다.]피와 강철은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