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692
■ 691화. 어시스트 (1) □ ᓚᘏᗢ
2차 세계 대전은 그동안 억눌려 있던 인간의 광기가 한꺼번에 터진 전쟁이라 할 수 있다.
홀로코스트를 비롯하여 생체 실험, 카미카제, 1억 총옥쇄, 난징 대학살 등등. 광기란 광기는 모두 총망라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성’을 유지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인간성을 토대로 직접 행동에 나섰다.
나치 독일의 주축이었던 헤르만 괴링의 동생, 알베르트 괴링.
나치 당원임에도 난징 대학살 당시 일본군의 만행을 저지한 욘 라베.
마찬가지로 수많은 유대인의 목숨을 지켜준 스기하라 지우네.
세계가 막장으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인간성을 유지하며 의인으로 부르기에 충분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중에서도 유독 두각을 드러내며 가장 인지도가 높은 사람이 한 명 있는데, 그 이름은 바로 오스카 쉰들러.
1,000명이 넘는 유대인을 파산하면서까지 지켜낸 의인이자 여러모로 ‘인간성’을 대표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오스카 쉰들러는 부패하고, 속물적이며, 도덕적으로 결함이 많다. 하지만 그는 모든 걸 바쳐서 유대인을 지켜냈다.] [혼란스러운 세상은 인간의 진정한 본성을 깨우치게 만든다. 오스카 쉰들러가 바로 그 적절한 예시다.] [그는 영웅이 아니다. 선인도 아니다. 단지 평범한 인간일 뿐이었다.]보통 저런 위업을 달성하는 사람들은 선량한 마음씨를 지닌 선인이다. 하지만 오스카 쉰들러는 그것과 거리가 멀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폴란드로 향했던 이유마저 떼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그곳에서 공장을 세워 유대인을 노동자로 이용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별 마음이 없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쉰들러에게 심경의 변화가 일어난다.
[쉰들러도 유대인이 인간이라는 걸 알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학살 당하는 걸 눈 뜨고 지켜볼 수 없었을 것.] [그는 자신이 잘하는 일로 수많은 사람들을 살렸다. 단지 그뿐이다.]오스카 쉰들러는 본래 나치 당원이었다. 심지어 독일 국방부의 첩보원이기도 했으며 중견급의 자리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콧수염 미대 지망생처럼 거창한 뜻이 있는 게 아니라 단순히 돈이 없어서 들어간 거다.
쉰들러답다면 지극히 쉰들러다운 이유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훗날 유대인들의 목숨을 구했다는 것이다.
[오스카 쉰들러도 이들에게 죄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단순히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핍박받다 못해 학살당할 이유는 없다.] [쉰들러가 인상적인 이유는 하나다. 탐욕스러운 인간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성만큼은 버리지 않았다.] [인간성마저 버렸다면 유대인에게 온갖 핍박을 가했을 것. 인문학적으로 많은 영향을 줄 것이다.]피와 강철 속 세계가 실존한다는 건 전부 알고 있다. 그렇기에 오스카 쉰들러에 대한 이야기는 감동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마족들이 가장 크게 와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대인과 마족은 공통된 부분이 많았으니까.
오스카 쉰들러는 선인과 거리가 매우 멀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더욱 의의가 깊은 인물이다.
[피와 강철은 꿈도 희망도 없는 전개와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줬다. 인간성이 잃는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오스카 쉰들러는 반대다. 인간성을 잃고 탐욕만 찾던 사람이 인간성을 차차 되찾아가는 이야기다.] [사람의 본성은 혼란 속에서 발휘하는 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혼란을 유발시키자는 건 아니다.]피와 강철의 외전, 그러니까 오스카 쉰들러는 어마어마한 호평을 받았다.
지금 말하지만 본편은 내 인지도빨 덕분에 출중한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었지, 후반부로 갈수록 독자들이 피곤해했다.
나치 독일과 일본이 연합군에게 쳐맞는 건 좋지만 전쟁과 정치 이야기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원자폭탄이 등장한 후에는 다시 관심을 끌게 됐으나 여러모로 꿈도 희망도 없는 전개라는 건 변함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스카 쉰들러의 이야기를 썼으니 분위기 환기만큼은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제목부터가 어그로를 끌기에 충분했고.’
피와 강철 외전의 제목은 양심. 광기로 가득 차 있던 2차 세계대전이 배경이었던만큼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전쟁에서 양심을 지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며, 설령 군인이 아니더라도 나치 독일의 상황을 보았을 때 양심은 버려야 된다.
하지만 오스카 쉰들러는 그 반대다. 원래 양심이 없었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아까 말했듯이 인문학적으로도, 철학적으로도 깊이 연구할 가치가 있었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논의하는 중이다.
‘바뀌는 건 없겠지만.’
물론 현실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단순히 이런 일이 있었다~ 정도밖에 안 되겠지.
이 세계판 유대인이나 다름없던 마족은 나로 인해 종족 전체가 구원받았으니. 애당초 그들은 나를 성자로 대우하는 중이다.
그래서 오스카 쉰들러를 보여줘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 추측했다.
굳이 있다면 세실리가 야릇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정도?
이건 늘 있던 일이라서 피식거리며 넘어갈 수 있었다.
[애니머즈의 충격 고백. 종족전쟁 당시 건국왕 히크는 노예였다.]그런데 어째서.
[초대 대족장을 구출한 건 붉은 머리에 사자와 같은 눈을 가진 자라는 기록이 있다.]얘들이 뜬금없이 우리 조상을 오스카 쉰들러로 취급하는 건가. 정확히는 조상으로 추측되는 인물이다.
나는 지나이가 퍼뜨린 것으로 추측되는 기사를 보고는 눈을 깜빡일 수밖에 없었다.
애니머즈의 초대 대족장이자 건국왕, 히크가 노예였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클라크가 알려줬으니.
노예였던 히크를 구출한 사람이 붉은 머리에 금안을 지닌 자라는 것도 안다. 이것도 클라크가 알려줬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단 하나도 세상에 알리지 않았다. 굳이 알려줄 필요가 없었으니까.
혹시 지나이가 언론 플레이를 위해 넣은 건가 싶었지만 내 위상이 위상이다보니 그런 건 안 통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위험을 무릅 쓴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일단 다급하게 레오나를 호출시켰다만 클라크에게 알려주는 것이 우선이다.
“할아버지. 이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뭐가 말이냐?]내 물음에 그는 늘 그랬듯이 세계수잎 시가를 입에 문 채 뻑뻑거렸다.
이미 정체를 전부 공개한 참이라 몸을 감싸던 갑옷도 착용하지 않았다. 덕분에 대놓고 시가를 피울 수 있는 것이다.
“애니머즈의 초대 건국왕이 우리 조상이 구출한 노예였다는 거요.”
[그거 전에 말해주지 않았느냐?]“진짜일 줄은 몰랐으니까요.”
레오나와 이어졌기에 히크에 대한 것도 알고 있다. 우선 그가 배틀액스 즉, 도끼를 주무기로 사용했다는 것.
진정한 적수를 만나거나 왕이 아닌 전사로서 상대할 때는 발톱을 이용해 싸웠다는 것정도밖에 없다.
또한 세계 곳곳에 퍼져있던 수인들을 한데 모아 결집시킨 인물로 유명하다. 여기까지밖에 모른다.
클라크가 알려준 사실도 반신반의하고 있었는데 기록이 떡하니 튀어나와 재차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글쎄다. 우리 가문에서 내려오는 전설들이 워낙 많아서. 그래도 아주 신빙성이 없지는 않을게다. 노예였으니 더 각별했을 테고.]클라크는 내 말을 듣고 버릇적으로 머리를 긁더니 애매하다는 목소리로 답했다.
나는 그 대답에 혹시나 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면 혹시.”
[당연하게도 악마 숭배자 때문이지.]이것도 기승전 악마 숭배자로 직결되는 건가. 나는 좀 더 설명을 요구했다.
그에 클라크는 시가를 한 모금 깊게 빨았다가 내쉬면서 덤덤이 얘기했다.
[내가 과업을 직접 끊기 전만 해도 우리 가문이 악마 숭배자를 추적할 때 요긴하게 쓰던 방법이 있지. 바로 음지에 직접 파고드는 것.]“음지는 악마 숭배자가 손을 대지 않은 곳이 없으니까요. 그렇죠?”
[그래. 그리고 노예제가 폐지된 건 불과 100년도 되지 않아. 300년 전은 노예매매가 활발했지. 종족 전쟁 당시 수인이 노예로 잡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느냐?]당연히 알다마다. 역사를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이라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종족전쟁 당시 인간 연합의 물밑에서 마족의 지원을 받아 엘프와 전쟁을 벌였다. 여기서 수인은 엘프의 편에 붙었다.
레오나의 말에 따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는데, 수인은 야만인처럼 시시때때로 인간 나라를 약탈했기 때문이라고.
당장 북부 지역에 야만수인이 버젓이 남아있는 걸 보면 이유를 대강이나마 알 수 있을 것이다.
“알고 있죠. 그리고 인간이 수인을 거의 절멸 직전까지 몰아붙였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절멸이라······ 기록에는 그렇게 쓰여져 있겠지.]“다른 이유가 있던 건가요?”
[노예라는 이유로 악마 숭배자가 마구잡이로 잡아들였지. 생체 실험을 하면서 전염병을 퍼뜨리기도 했고.]담담하지만 참으로 혹독한 진실이 클라크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확실히 단순한 학살만으로 민족이 아닌 종족이 절멸 직전까지 갔다는 건 조금 이상했다.
비록 부족 생활을 하면서 곳곳에 흩어졌다고는 하지만, 그걸 일일이 찾아내는 것도 일이었을 터.
더구나 종족전쟁에 집중할 시간에 수인들을 찾아다니면 여러모로 많은 수고가 들었을 것이다.
[교활했지. 인간에게 그런 짓을 했다면 본인들의 정체가 수면 위로 올라왔을 수도 있으니까. 게다가 그때 당시 수인은 문명을 이루기 전이라 정보 전달력이 엄청나게 느렸을 테고.]“한 부족을 멸족시키는 건 일도 아니었겠네요.”
[그렇지. 스읍- 후우.]클라크 할아버지가 다시 한 번 시가를 깊게 빨아마셨다가 시원하게 내뱉었다.
나는 뭉게뭉게 흩어지는 연기를 바라보다가 밑을 힐끔거렸다. 심심하신지 단검으로 조각을 다듬고 계셨다.
[전에 말했는지 모르겠다만 악마 숭배자는 역사를 바꿀 힘을 갖고 있었어. 지금이야, 윗대가리들이 전부 날아가고 정체도 공개된 탓에 사이비 종교 수준밖에 안 되는 거지.]“할아버지께서 큰 위업을 달성하셨죠. 아무튼 신빙성이 아예 없다는 건 아니죠?”
[아마 그럴게다. 악마 숭배자와 연관된 노예상인들을 부수고 다녔을 테니. 솔직히 나도 전설로만 들어서 썩 믿지는 않았어.]정말 숨 쉬듯이 영웅적인 업적을 달성하는 가문이다. 정작 본인들은 그 업적이 알려지는 걸 싫어한다.
어쩌면 선조가 행했던 죄가 드러날 수도 있으니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털썩-
나는 클라크 할아버지 옆에 앉아 무엇을 조각하는지 잠자코 지켜봤다. 어떤 한 여인의 얼굴을 조각하고 있다.
뼈밖에 없는 손이지만 손재주가 상당히 좋은 건지 꽤 정교한 조각이다.
“누구에요?”
[호크 애미.]“··· ···”
순간적으로 흠칫거릴 수밖에 없는 발언이다. 저 나이대에 사람들이 으레 그랬듯이 입담은 걸쭉하다.
그는 좀 더 세밀하게 조각하면서 할아버지답게 옛날 이야기를 꺼냈다.
[만약 그 전설이 사실이라면 다른 전설도 사실일 가능성이 높겠구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거라서 믿기 힘들지만.]“대표적인 전설은 뭐가 있는데요?”
[바다의 신을 찾으러 바다 속으로 잠수했다가 크라켄을 사냥했다는 거라든지. 아니면 마키나의 광산을 몇 개 만들어줬다던지 등. 꽤 많단다.]“··· ···”
저게 전부 진실이라면 조금 놀라운데. 단순무식해도 가문의 무력을 고려하면 신빙성이 낮은 것도 아니다.
당장 우리 아버지조차 군대의 도움을 통해 드래곤을 토벌했지 않았는가. 할아버지는 한 술 더 떠서 군주들을 전부 죽였다.
‘좀 억지 아닌가······?’
역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다 하면 우리 가문과 긴밀히 연관된 것 같다. 가문 자체가 영국 같은 놈인 셈이다.
그래도 이런 건 알려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괜스레 혼란을 유발할 수도 있었으니까.
그래. 이때까지만 해도 신경 끄자고 생각했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작 님. 아이작 님 덕분에 시련을 넘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뭘 했어요?”
“아이작 님이 진정으로 뭘 바라는지 깨달아 레티시 백작을 설득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또 뭐야.
또 무슨 착각을 하고 있길래 눈이 저리 초롱초롱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