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694
■ 693화. 어시스트 (3) □ ᓚᘏᗢ
체리를 데리고 올 거라 호언장담했던 케이트는 정말로 체리를 데리고 왔다.
듣자하니 내가 적절한 타이밍에 도와줬다던데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다.
안 그래도 맑은 눈 광인의 표본이었는데 그 눈빛이 강렬해서 여간 부담스러웠던 게 아니다.
이외에 시련을 도와줬다니 뭐니 하면서 나를 찬양하기 바빴다. 당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잘 해결된 것 같으니 다행이네.’
케이트의 말에 따르자면 체리는 더이상 로즈베리 가문 소속이 아니란다. 파문이 아니라 독립이다.
로즈베리 가문을 이을 장남도 있는데다가 체리의 체급이 너무 커지는 바람에 품을 수 없다고.
로즈베리 가문 입장에서도 체리를 품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울 것이다.
“안녕하세요······ 체리 블라썸 로즈베리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이러니 저리니 해도 체리가 나와 이어지는 건 변함이 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나와 마리에게 정식으로 인사했다.
마리는 제국식 예법으로 공손하게 인사한 체리를 바라보다가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더니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엉덩이를 툭- 건드렸다.
“언제 데려오나 했어. 다른 건 몰라도 체리는 잘 지켜줘. 나도 얘랑 같이 지낼 테니까. 알겠지?”
“··· ···”
“대답.”
“응.”
다행히 체리는 주변인들에게 많은 호감을 쌓아놓은 상황이다.
아무래도 체리의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느껴진다나 뭐라나.
보통 같으면 경쟁자가 늘어났다고 할 텐데 체리는 예외로 뒀다. 깨지기 쉬운 공예품처럼 모두가 아껴주는 것이다.
“그러면 체리 너는 케이트 씨와 함께 지내는 거야? 원한다면 우리 저택에서 지내도 되는데?”
“아직은 아니에요······ 아직은······”
그리 답하며 나를 빤히 쳐다보는 체리. 그러면서 얼굴에 미미한 홍조가 일어났다.
반응을 보아하니 케이트에게 ‘은혜’의 정체에 대해서 들은 모양이다. 나는 그 반응에 마리를 힐긋거렸다.
한 쪽 입꼬리를 비죽 올리며 해탈에 가까운 표정을 지은 것이, 이제는 아무런 신경도 안 쓰는 모양이다.
“또 주기를 수정해야겠네. 리나에 이어서 이번에는 체리까지······ 에휴.”
“흠. 흠.”
애인들과 밤일을 치를 때 조율은 마리가 도맡아서 하는 편이다. 이제는 당당히 정실로 인정받아 권한(?)이 있는 것이다.
대신 밤마다 한 명씩 한다면 기다리는 시간도 길고, 더이상 혼자의 힘으로 나를 감당할 수 있는 여인이 없다.
그래서인지 주기가 매우 짧아졌다만 건강한 신체를 얻은 이후부터 또 복잡해졌다.
약이 통하지 않는 바람에 다소 엄격해진 것이다. 그렇다고 피임 기구를 쓰자니 그건 다들 싫단다.
“체리는 아이작이랑 지내면서 뭘 하고 싶어? 이제 가문에서도 신경 쓰지 않으니 원없이 말해도 괜찮아.”
마리는 투덜거림도 잠시, 체리에게 원하는 바에 대해 물었다. 나도 그 질문을 듣고 체리를 바라봤다.
체리는 그 질문을 듣고 어두운 눈을 끔뻑거리더니 소심하디 소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작 선배님이 글을 쓰시는 걸 지켜보고······”
“그리고?”
“식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고······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고······ 사랑하시는 모습도 지켜보고 싶고······”
“······?”
처음에는 귀엽다는 미소를 짓고 있던 마리. 하지만 체리의 말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표정이 점차 묘해졌다.
나 또한 그녀와 다르지 않았다. 체리는 내가 무슨 행동을 하는 걸 지켜보고 싶지, 직접 뭔가를 하지는 않는다.
좋게 말하면 한 발자국 멀리 떨어져 지켜보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스토킹이다.
아니. 이제 곧 이어질 테니 스토킹이라 하는 것도 이상하지. 관찰로 퉁치자.
“아이작 선배님의 모든 걸 지켜보고 싶어요······”
“그······ 아이작이랑 같이 뭔가를 하는 건 없어?”
체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딱히 없다는 의미다.
뒤이어 그녀는 다람쥐마냥 두 손을 조물조물거리더니 부끄러워하는 기색으로 대답했다.
“아이작 선배님이랑 함께 하는 건······ 밤일로 충분해서······”
“··· ···”
“그 이상은 욕심이라 생각해요······”
“그, 그래. 천천히 노력하면 되겠지.”
용기를 내어도 본성은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체리의 바닥을 찍었던 자존감을 고려하면 이것도 큰 성장이다.
도대체 케이트가 그녀를 어떻게 구슬렸는지 모르겠다만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새장 속에 갇혀있던 새가 힘찬 날개짓을 한 것과 마찬가지였으니.
“만약 불편한 점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 미리 말하지만 너를 괴롭힐 사람은 아무도 없어. 모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그러면······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다시 한 번 말해볼래?”
체리가 두 손을 맞잡은 채 조용히 묻자 마리가 다급히 되물었다.
그에 체리는 살짝 몸을 움츠렸다. 아무래도 자기가 선을 넘은 게 아닌가 싶어 겁 먹은 모양이다.
전이었다면 그냥 조용히 찌그러졌겠지. 하지만 케이트와의 상담을 통해서 한 번 더 목소리를 낼 용기를 얻은 상황이다.
“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 싫으시면······”
“아냐. 아냐. 괜찮아! 마음껏 불러. 마음껏!”
마리가 체리를 와락 껴안으며 호감을 표출했다. 얼굴을 자기 가슴 쪽으로 끌어당긴 걸 보면 엄청 좋은 것 같다.
여지껏 체리는 마리를 포함해 연장자를 높여 불렀다. 선배 혹은 ~님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마리 입장에서는 귀엽고 깜찍한 여동생이 한 명 생긴 느낌이겠지.
본인은 모르겠지만 ‘막내’라는 포지션으로 모든 이들에게 귀여움을 받을 것이다.
“언제든지 언니라고 불러도 돼. 알겠지?”
“네······”
“그나저나 체리는 뭘 먹었길래 가슴이 이리 커? 세실리보다 더 큰 거 같은데?”
“엄마를 닮아서요······?”
간단한 소개 이후 마리가 체리를 다른 곳으로 데려갔다.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도 시켜줄 겸 친분을 다지기 위해 걸즈 토크를 진행하겠지.
마리도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낮잠을 자는 빈도도 살짝 줄어들었다. 이정도 활동은 괜찮다.
나는 그들이 사라지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케이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케이트는 현재 클라크 할아버지와 대화 중일 것이다.
똑똑똑-
“저에요. 들어가도 될까요?”
[들어오거라.]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문을 열며 안쪽을 살펴봤다. 예상대로 클라크 할아버지와 케이트는 같은 방에 있었다.
클라크 할아버지에게 가르침을 받은 이후 케이트는 그와 부쩍 가까워진 상황이다.
지금도 바둑을······ 하지는 않고 콜 오브 듀티를 하는 걸 보아라.
분위기상 바둑보다는 콜 오브 듀티가 어울리긴 하다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어서오세요. 아이작 님.”
“아. 일단 하던 거 마저 하세요. 기다릴게요.”
케이트가 중간에 게임을 끊으려 하자 손을 내저으며 진행시켰다. 괜히 중간에 끊기는 싫다.
겸사겸사 구경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고. 나는 그들의 게임을 물끄러미 지켜봤다.
피와 강철이 완결됌과 동시에 콜 오브 듀티도 카드는 나올 게 다 나온 상황이다.
현재 밸런스 패치만 알음알음 진행 중이지만 아무래도 게임 특징상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공군으로 군수 공장을 파괴하마.]“대공포 및 대공포화를 발동시키겠습니다.”
[에잉······ 설마설마했는데 진짜 있을 줄은.]나름 머리를 굴려야 하는 게임이어서 그런지 꽤 흥미진진한 전개가 이어졌다.
대부분의 공격은 클라크 할아버지가 하는 편이고, 케이트는 수비만 하며 천천히 갉아먹고 있다.
그러나 케이트의 운이 너무 좋은 탓일까. 아니면 이 판만 그러는 것일까.
“맨해튼 프로젝트 발동 조건이 수립됐습니다. 아인슈타인, 오펜하이머, 존 폰 노이만, 닐스 보어, 마지막으로 유진 위그너.”
케이트의 손에서 맨해튼 프로젝트가 발동되었다. 가히 콜 오브 듀티판 엑조디아라 칭할 수 있는 필살기.
하지만 엑조디아처럼 과학자를 모은다고 끝이 아니다. 원자폭탄을 제작하고 투하할 때까지 턴이 걸리는 편이다.
그 시간동안 상대편은 어떻게든 발악해야 한다. 공군이 오지 못하도록 막던가, 아니면 겸허히 죽음을 받아들이던가.
[······얘야.]“네. 클라크 님.”
[이럴 때 루미너스 님을 미워해도 괜찮니?]그러나 클라크 할아버지는 방금 전 군수 공장을 파괴하느라 공군을 대거 잃은 상황이다. 당연히 케이트의 공군을 막을 기력이 없다.
어찌저찌 발악했지만 결과는 핵피엔딩으로 귀결. 클라크 할아버지는 한숨을 내쉬며 꿍얼거렸다.
[나는 패가 왜 이리 거지 같은 것만 나오는 건지 원······]클라크 할아버지도 잘한 편이지만 케이트가 빌드업을 너무 잘 쌓았다.
맨해튼 프로젝트 가동을 위해서는 손에 쥔 패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대부분 눈치를 깐다.
하지만 이를 역이용한 블러핑도 있었기에 무작정 공격에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말 그대로 심리전이다.
[그나저나 손자야. 여기는 왜 온 거니? 얘랑 할 이야기가 있다면 자리를 비켜주마.]“할아버지는 어디로 가시게요?”
[손녀랑 놀아야지. 증손녀도 같이.]이제 더이상 정체를 숨길 필요없이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클라크다.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클라크가 밖으로 나가자 방에는 케이트와 단 둘이 남게 됐다. 그녀는 카드를 주섬주섬 정리하는 중이었다.
“케이트 씨.”
“네. 아이작 님.”
“멸망기사 원고는 전부 출판사로 보냈습니다. 앞으로 일주일에 한 권씩 신간이 나올 거고, 2달 안에는 모두 완결될 거예요.”
카드를 모두 정리한 케이트가 내 말을 듣고 멈칫거렸다. 저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체리를 설득한 것과 별개로 그녀와 이어지는 건 신화의 이야기를 쓰기 직전이다.
그러니 멸망기사가 확실하게 완결되어야 첫날밤을 치른다는 거지만······
“케이트 씨가 원하신다면 더 빠르게 앞당길 수 있어요.”
“······아이작 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신들의 이야기를 쓰실 때 저를 품겠다고.”
그렇다. 케이트가 다소 급하게 움직인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원래 조건이 그랬다.
내가 신화 시대, 그리고 숨겨진 진실에 대한 소설을 쓰기 직전에 그녀를 품겠다고.
이것이 원래 맺었던 맹세이자 약속이다.
“이미 케이트 씨도 진실을 알고 계시잖아요?”
“··· ···”
“루미너스 님이 어떤 짓을 저지르셨는지, 만물의 아버지가 어떤 존재인지 얼추 예측하고 계실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자와 심문을 하고나서 모두 의미가 없어졌다. 케이트도 루미너스가 어떤 죄악을 저질렀는지 대충 눈치챈 상황.
진실을 이미 알아버렸으니 맹약도 사실상 파기된 거나 다름없다.
“그동안 케이트 씨의 언행을 보며 헷갈렸어요. 케이트 씨는 저를 종교적인 의미로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이성적인 의미로 사랑하는 건지.”
“······두 가지 모두 선택하면 안 됩니까?”
혹여 거절이 돌아올까봐 두려웠는지 다급하게 말했다. 두 눈에는 애원이 가득 담겨있다.
나는 그걸 보고 걱정말라는 듯이 피식 웃어줬다. 이어서 그녀의 손을 붙잡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저는 그중 한 가지를 선택하라고 하지 않았어요. 이미 세실리 누나를 통해 부질없는 선택이라는 걸 알고 있거든요.”
“세실리 공주님께서······?”
“네. 저를 작가로서 좋아하는지, 아니면 이성으로서 좋아하는지. 예전에는 그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다 의미가 없더라고요. 그냥 저라는 사람을 좋아하면 돼요.”
당시에는 꽤 고민이 되던 사안이었으며 세실리 스스로도 끊임없이 되새겼다. 어떤 아이작을 좋아하는 것인가.
전부 쓸데없는 고민이더라. 특히 이성적인 호감이 섞이는 순간부터 구분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그러니 너무 고민할 필요는 없어요. 단지 시기를 빨리 결정해야 마리가 고생을 덜······”
“오늘.”
“네?”
“당장 오늘로 하겠습니다.”
내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단호한 목소리로 답하는 케이트. 어지간히도 급한 모양이다.
“세실리 님에게 조언까지 받은 상황입니다. 이 적절한 시기를 절대 놓치기 싫어요.”
“그, 그렇군요. 그러면 체리는······”
“당연하게도 오늘 함께 은혜를 받을 예정입니다. 혹여 임신을 걱정하시는 거라면 괜찮습니다. 오늘은 괜찮다고 루미너스 님에게 확인까지 받았으니까요.”
“··· ···”
설마 아예 작정한 건 아니겠지.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케이트를 쳐다봤다.
그녀는 결연한 얼굴이었는데, 어떻게든 오늘 승부를 볼 예정이었던 모양이다.
허나 다소 성급한 결정이라는 건 변함이 없다. 이에 그녀를 진정시키며 살살 달래기 시작했다.
“너무 급하게 할 필요는 없어요. 시간은 아직 많으니까요.”
“급한 건 아닙니다. 단지······”
“단지?”
“······제 사소한 욕심······ 이에요.”
결연했던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며 쑥스러워한다. 미처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새하얀 뺨이 붉어지는 걸 보면 자기가 말해놓고 부끄러운 모양이다. 하기야 성직자였던 그녀에게 꽤 힘든 발언이겠지.
그래서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성직자가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다급해하는 모습이라니.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그녀의 손을 살포시 잡아줬다.
“은근 욕심쟁이시네요? 케이트 씨는.”
“우으······”
그러자 케이트는 더욱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면목없다는 반응이다.
제아무리 청렴한 사람이어도 욕심을 낼만큼 원하는 건 존재한다. 케이트는 나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쪽-
이에 케이트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으며 이마에 키스해줬다. 그녀의 몸이 크게 떨리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나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어안이 벙벙해진 케이트를 그윽하게 바라봤다. 그녀의 푸른색 눈동자가 팽글팽글 돌아가는 듯했다.
이어서 그녀의 뺨을 살살 어루만지면서 기대가 된다는 어투로 얘기했다.
“오늘 밤 제 침실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오기 전에 반드시 마리와 상의하고요. 알겠죠?”
“네, 네! 서둘러 준비하겠습니다!”
케이트는 내 말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굳이 그렇게 급할 필요는 없는데.
그래도 마리와 빨리 상의하면 상의할수록 좋다. 나는 케이트가 성큼성큼 걸음을 움직이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봤다.
그리고 뒤늦게 그녀의 옷차림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평소에는 단정하게 수녀복만 입고 있는 케이트다.
‘······저거 설마 가터벨트인가?’
헌데 오늘은 웬일인지 몰라도 가터벨트를 착용하고 있다. 무기를 숨겨놓는 공간이라 하기에도 애매하다.
누가 알려줬는지 모르겠지만 칭찬해주고 싶다. 오늘 밤 찾아올 케이트의 모습이 더욱 기대됐다.
‘체리는······ 아니다.’
체리는 따로 대화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은근 뚝심 있는 성격이라 한 번 하겠다 결정하면 끝까지 밀고 나가는 성격이니.
나는 오늘 밤을 기대하며 침실로 돌아갔다. 그들이 올 때까지 침실에서 잠자코 글만 쓸 예정이었다.
‘근데 체리는 일반인인데 감당할 수 있으려나?’
여러모로 쓸데없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 * *
이후로 시간이 흘러 밤이 찾아오고.
“아, 아이작 님. 은혜를 받을 준비가 끝났습니다.”
“선배님······”
예상했던대로 두 사람이 내 침실로 찾아왔다. 저마다 야시시한 복장을 하고서.
케이트는 가터벨트에 귀여운 속옷 차림을, 체리는 분홍빛에 상당히 어른스러운 속옷을.
침대에 눕기 전까지는 옷을 착용하고 있어서 몰랐지만, 옷을 벗고 난 후에는 색다른 면모가 드러났다.
“······두 사람 모두 후회하지 않지?”
나는 침대에 누운 두 사람에게 물었다. 품겠다고 선언했지만 막상 상황이 닥쳐오니 걱정스럽다.
여자 관계가 복잡한 내가 아닌, 깨끗한 남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그들이다. 헌데 나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는 것이다.
“저,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아이작 님을 위해서라면······ 그러니······”
케이트는 기뻐하는 미소를 짓더니 두 손을 아랫배에 갖다 대었다.
이윽고 진한 미소를 짓더니 정확히 하트 모양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보기만 해도 아랫도리가 뻐근해지는 장면이다.
“저에게 씨앗을······ 주세요······”
“··· ···”
케이트와 달리 체리는 커다란 가슴을 감싸안으며 애타게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어른스러운 속옷마저 체리의 흉기를 감당하기 힘들었는지, 감싸는 것만으로도 살이 살짝 삐져나왔다.
저마다 각기 다른 언행으로 나를 유혹하는 모습. 과연 그 어떤 남자가 이 색정적인 장면을 지켜만 보고 있을 것인가.
“······알았어.”
나는 긴장이 아니라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고.
“후회하지 않게 해줄게.”
그들에게 극진한 보답을 해줄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