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697
■ 696화. 사전 작업 (1) □ ᓚᘏᗢ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2명 이상의 여인들과 함께 밤일을 치른 적이 많다. 익숙하다는 의미다.
원래는 한 명도 겨우겨우 감당했으나 어느 기점부터 여인들이 합심해서 나에게 덤벼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날밤도 치르지 않은 여인들, 그러니까 2명의 처녀들과 동시에 첫날밤을 치르는 건 처음이다.
때문에 혹여 다른 한 명을 소홀히 할까봐 걱정했으나 그건 기우였다. 케이트가 메인이고 체리는 곁에서 도와주는 느낌이었으니.
아무래도 체리가 아무런 훈련도 받지 않은 일반인이다보니 대부분 케이트가 감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깨달았습니다.”
“뭐가요?”
“색욕이 어째서 7대 죄악에 포함되는지. 사람들이 색에 빠져드는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던 케이트가 나에게 말했다.
케이트는 성직자였던만큼 금욕 생활을 해서인지 쾌락에 상당히 약한 모습을 보였다.
오죽하면 그녀답지 않게 한 번만 더 하자고 매달렸을 정도니 말 다했지. 지금은 전부 해소된 상황이다.
“그렇기에 더욱 참아야겠죠. 저는 색욕이 아니라 아이작 님의 씨앗을 원하니까요.”
“······그게 그거 아닌가요?”
“전자는 욕망이고 후자는 신성한 의무입니다.”
똑같은 것 같은데. 나는 케이트의 궤변 아닌 궤변에 피식 웃었다가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케이트는 눈을 감으며 감촉을 만끽하다가 내 손을 붙잡으며 자기 얼굴에 갖다 대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손가락을 입에 넣으려는 것이 아닌가. 나는 다급히 손을 회수했다.
“안 돼요. 욕망을 참는다면서요?”
“핫······! 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란 표정을 보아하니 정말 본인도 모르게 한 행동인 듯싶다.
케이트도 본인의 행각을 깨닫고 서둘러 두 손을 맞잡아 기도문을 읊는다.
순수하고 순결했던 성직자를 타락시킨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당분간 밤일은 케이트와 체리가 담당할 텐데 이러다가 정말 타락하는 게 아닐지 궁금하다.
‘욕구도 욕구 나름이니까.’
욕구가 무조건적으로 나쁘다는 건 아니다. 제어하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날 뛸 때 조심해야 되는 것이다.
케이트가 나에게 흠뻑 빠진 이상 그녀의 색욕은 색욕이라 할 수 없다.
단지 귀엽디 귀여운 애교에 지나지 않지. 지금은 익숙해져야 하는 타이밍이라 제제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체리.”
“네, 네······?”
“대체 뭘 적고 있는 거니?”
케이트도 케이트지만 체리도 만만치 않다. 그녀는 나에게 등을 돌린 채로 뭔가를 슥슥 적고 있었다.
내가 한 번 보자는 식으로 얼굴을 내밀자 다급히 수첩을 숨기는 그녀. 본인의 가슴골 사이로 숨겨버렸다.
“그, 그냥······ 영감이 떠올라서요······”
“그래?”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원래 가끔 가다 영감이 팍! 떠오를 때가 있는 법이다.
이런 건 방해하지 않는 게 좋다. 괜스레 간섭했다가는 체리의 마음이 상할 수도 있었으니.
“아이작 님. 실례가 안 된다면 글은 언제쯤 쓰실 건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체리가 어느 부분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궁금해 할 때쯤이었다.
기도문으로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온 케이트가 나에게 질문했다.
피와 강철은 완결이 되었고, 멸망기사도 완결이 확정되었으니 남은 건 신화다.
“글쎄요. 아무래도 신들의 과오가 담긴 이야기다보니······”
다만 발간 타이밍이 애매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무려 신들의 숨겨진 과거다.
지금처럼 루미너스, 모라, 히르트 이 3신 체제가 아니라 그리스·로마 신화처럼 다양한 신들이 존재하던 세대.
세상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식이란 상식은 모조리 파괴되고, 다시 재정립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큰 혼돈이 뒤따를지 감히 예측할 수 없다.
“감히 조언드리자면, 다짜고짜 발매하는 건 좋지 않다고 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말씀을 드려야 할 뿐더러 아이작 님의 조력자들과 의견을 나눠야하겠죠.”
“그건 알고 있어요. 안 그래도 가족들을 불러모아 밝힐 예정이었고요.”
가족들은 물론 여기에 모라까지 참석시킬 예정이다. 그녀를 증인으로 두는 것이다.
나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기에 신화에 별로 예민하지 않지만, 이 세상 사람들은 다르게 받아들여질 터.
제논 일대기 그 이상의 파괴력을 가진 진실이다. 아무런 사전 작업도 없이 퍼뜨리면 혼란만 유발할 뿐이다.
“그러니 언제부터 발매해야 되는지가 관건인데… 언제쯤이면 좋을까요?”
나는 케이트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 시점에서 케이트가 가장 적합한 조언자다.
신들의 과오를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으며 나에게 전적으로 햡력할 사람.
이번에 몸을 섞으면서 서로의 애정도 확인했으니 믿을 수 있었다.
“적합한 시기는 있습니다. 앞으로 몇 개월 뒤에 찾아올 제논 축제죠.”
“제논 축제라······”
본래 피와 강철은 새해가 오기 전 완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스카 쉰들러 외전까지 낸 현재는 2월 초. 4개월 뒤면 제논 축제가 개최될 예정이다.
덤으로 마리의 출산도 슬슬 고려해야 할 시기다. 아마 제논 축제에서 영화만 보고 쉬겠지.
“어째서 제논 축제인 거죠?”
“전세계의 사람들이 이 영지로 몰려들기 때문입니다. 그 축제를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릴 기회가 올 테죠.”
“흠.”
“루미너스 님께서도 협조하실 겁니다.”
루미너스도 협조할 거라는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케이트는 상큼한 미소만 띤 채 나를 야릇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그래도 협조를 해준다니 상관없겠지. 그때 나에게 신뢰를 넣어주기만 하면 끝이다.
“알겠습니다. 제논 축제에서 밝히는 게 좋을 듯하네요. 그럼 그때까지는······”
“아이작 님에게 은혜를 받은 분들이 혼란을 수습할 수 있도록 말미를 주는 게 좋겠죠.”
우스갯소리로 내 여인들이 이런 농담을 던진 적이 있다.
한데 모이는 것만으로도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나 뭐라나.
마냥 농담도 아닌 것이, 세실리와 아르웬만 하더라도 답이 나온다.
리나는 차기 황제로 거론되고 있으며 레오나도 윗선에 조언할 수 있을만큼 발언권이 강하다.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에게 언질을 하는 건요?”
“별로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아이작 님에게 은혜를 받은 분들은 아이작 님이 신뢰할 수 있는 분들. 자칫하다가 이야기가 밖으로 새어나갈 수도 있습니다.”
“음······”
일리 있는 조언이다. 이런 건 꽁꽁 숨겨놓았다가 한꺼번에 터뜨리는 것이 임팩트가 크다.
그러나 무슨 보따리처럼 너무 숨겨놓는다면 뜬금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 수도 있다.
그러한 예고편이 바로 멸망기사다. 멸망기사의 결말은 악신이 기사의 손에 처단되는 것.
처단되면서 신들이 과거에 무슨 일을 저질렀다는 초대형 떡밥 및 암시를 뿌린다.
‘악마 숭배자도 이걸 원하니 조용할 테지만······’
좀 더 극적인 효과가 필요하다.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끌 효과가. 겨우 이정도로는 부족하다.
매트릭스 극단이 선보였던 연출처럼,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아주 좋은 생각 하나가 떠올라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눈엣가시인 존재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뇨.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에게도 언질하겠습니다.”
“예?”
내가 조언과 다른 선택을 하자 케이트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옆에서 무언가 기록하던 체리도 나를 쳐다본다.
나는 상체를 천천히 일으켰다가 침대 등받이에 등을 기대었다. 그리고 나를 빤히 쳐다보는 두 여인을 번갈아보다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언질이지, 진실을 말하지는 않을 겁니다. 전에 제가 말했죠.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그건 알고 있습니다만······”
“그리고 악마 숭배자들만이 신들의 진실을 알고 있죠. 그들에게는 제가 신들을 감싸주는 식으로 들릴 겁니다.”
강제로 성자 커밍아웃을 하면서 악마 숭배자들은 나를 보호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더 나아가 피와 강철은 악마 숭배자들에게 있어서 성서에 가까운 책. 울며 겨자먹기를 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들의 과오가 아닌 감싸주는 형태의 글을 쓰게 된다? 악마 숭배자들이 발작하는 건 뻔하다.
“타락한 추기경과 현자의 예시처럼 혹시 모릅니다. 각 나라의 지도자 혹은 고위층이 악마 숭배자일 수도 있죠.”
“그래서 걱정하는 겁니다. 만약 그들이 먼저 진실을 퍼뜨린다면······”
“마구잡이로 퍼뜨리기는 힘들 겁니다. 멸망기사의 결말에 탄력을 얻는 거라면 몰라도.
멸망기사의 결말이 결말인지라 신을 의심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악마 숭배자는 거기에 양념을 치겠지.
여기까지는 충분히 예상하고 있는 바다. 그리고 나는 그걸 원하고 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결코 신들을 감싸주는 게 아닙니다. 단지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여 과오를 밝힐 뿐이죠.”
“신들의 목소리······”
“네. 목소리. 제 본질은 거기서 벗어나지 않을 겁니다.”
누군가를 옹호해주지도 않고, 누군가를 비판하지도 않는다.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평가하는 것.
목소리를 내는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인류는 목소리를 내기 쉽지만 신들은 그렇지 않다.
전세계적 빌드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나는 그 빌드업을 차근차근 쌓아나갈 예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직접 나서야겠지. 이 세상에서 나만큼 발언권이 강한 사람은 없다.
“크게 위험하지는 않을 겁니다. 필요한 건 시간이죠. 오직 시간만이 해결줄 겁니다.”
“제가 곁에서 지켜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체리가 소심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본인도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그러나 체리는 일반인이다. 마음만 받는 게 좋다.
“체리 너는 지금도 도와주고 있으니 걱정 마. 열심히 글을 써서 명성을 얻는 것. 그거라면 나도 엄청 기쁠 걸?”
“······네.”
다행히 어찌저찌 넘어간 듯했다. 나는 기특함에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아무튼 계획을 어느 정도 정립했겠다, 남은 건 세세한 계획을 짜는 것이다.
전세계를 순방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구실이 필요할 터.
대놓고 각 나라의 지도자와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서는 안 된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초대를 받아야 한다.
‘때마침 적당한 것도 하나 있고.”
멸망기사가 완결이 나기 전까지는 루미너스와 모라로부터 신화 시대의 에피소드를 들을 예정이다.
사실 신화와 관련된 소설은 그리 길지 않다. 전반적인 구도 자체는 그리스·로마 신화 및 북유럽 신화와 매우 유사하다.
단지 어느 기점부터 루미너스가 주인공이 되어 신들을 상대로 갓 오브 워를 찍는 거지.
“잠시 쉬고 있으세요. 잠깐 머스크 씨를 만나러 갈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두 사람은 침대보를 가슴께까지 끌어올린 채 상냥히 인사했다.
다른 여인들이 으레 그랬듯이 첫날밤을 조금 과격하게 지낸지라 침대에서 나올 수 없는 몸이다.
케이트조차 신성력이 바닥날 때까지 했으니 당연한 일. 아마 마리가 그들을 도와줄 것이다.
그리하여 오랜만에 머스크와 만나 내가 직접 계획한 ‘행사’에 대해 밝혔다.
“예? 팬사인회······ 말입니까?”
“네. 전세계를 돌면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내가 원하는 계획은 다름아닌 팬사인회.
“그동안 사인을 너무 안하고 다녀서요. 멸망기사가 묻히지 않도록 완결 후에 할 예정입니다.”
이러면 자연스레 각 나라의 지도자들에게 초대도 받을 수 있다.
* * *
“체리. 아까부터 뭘 적고 있던 거예요?”
아이작이 밖으로 나간 침실.
케이트는 여태까지 체리의 수첩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이작과 대화하는 도중에도 열심히 기록하고 있던 것.
앞으로 아이작의 사관 노릇을 할 예정이라지만 벌써부터 열심히 하는 건 아닌지 궁금해졌다.
체리는 케이트의 질문을 듣고 눈을 느릿느릿하게 깜빡였다가 쑥스러워하며 대답했다.
“그냥······ 밤에 있던 일······?”
“······그런 것까지 적어도 되는 건가요?”
“이, 이것도 신화처럼 적을 수 있을 거예요······”
맞는 말이다. 이들은 모르겠지만 지구에는 ‘성’과 관련된 신화가 많다.
케이트는 변명 같지만 변명 같지 않은 첫날밤을 떠올렸다. 아이작의 밤일은 필멸자의 범주를 한참 벗어났었다.
상상만 해도 아랫배가 찌르르 울리며 욕구가 무럭무럭 차오를 정도. 훗날 아이작이 신이 된다면 그것과 관련된 신앙이 존재하리라.
이에 얼굴을 붉힌 채 한참 고민하던 케이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래요. 그것도 괜찮겠네요. 대신 검수를······”
“다, 다 적고 보여줄게요······!”
“저희 사이에 이러기가 있어요? 한 번만 보여주세요.”
“아, 안 돼요······”
처음으로 싸운 그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