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699
■ 698화. 참신함 (1) □ ᓚᘏᗢ
전에 말했듯이 신들의 진실은 가장 먼저 가족들과 애인들에게 밝힐 예정이다.
이들은 나를 믿고 따라주는 존재이자 든든한 조력자였으니. 더구나 애인들 중 몇몇은 나라의 지도자다.
따라서 내 계획을 알려주고 변수가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조율하는 것. 그것이 이들에게 원하는 일이다.
“아이작. 혹시 시간이 된다면 잠깐 애니머즈에 방문해줄 수 있어?”
사람들을 모으는 도중에 레오나가 나에게 부탁했다.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알다시피 애니머즈는 오스카 쉰들러의 이야기가 등장하고나서 히크의 출신을 밝혔다.
출신을 밝히면서 우리 마이샬 가문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도 알렸다.
무슨 속셈으로 그런 사실을 밝힌 건지 몰라 레오나를 호출했는데 그녀가 저런 질문을 하니 의아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자세히 말하겠지만 조만간 전세계를 순방할 예정이야. 거기에 애니머즈도 포함될 거고. 히크와 관련된 것때문에 그래?”
“히크 님과 관련된 건 이미 정리된 상황이야. 히크 님의 일기장을 통해 입증됐거든. 단지······”
설명하가기 난감한 지 레오나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황금색 눈동자에는 난처함이 자리잡았다.
보아하니 애니머즈 내부적으로 복잡한 사건이 터진 모양이다. 그것이 나와 연관이 있기에 히크를 연관지은 것일 테고.
나는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레오나에 걱정말라는 듯이 말했다.
“고민하지 말고 말해. 나랑 연관이 있으면 내가 어느 정도 해결해야 될 테니까.”
“으음······ 애니머즈가 민주주의를 도입시키려는 건 너도 알고 있지?”
알다마다. 대족장의 자리에 오른 지나이가 수인을 결합시키기 위해 추친 중인 제도다.
비록 대공황이 터지는 바람에 급한 불부터 끄자는 식으로 돌아갔으나 현재는 천천히 진행되는 걸로 안다.
“알고 있지. 다만 반대측도 꽤 있다며?”
“응. 수인은 투쟁으로 살아남은 종족인데 어째서 평화를 원하는 거냐고 반박하고 있어. 히크 님이 어떤 방식으로 애니머즈를 건국했는지 잊었냐는 말은 덤이고.”
꼭 그런 부류가 있다. 전통에 매달려 충돌을 빚는 집단. 이건 어느 정치 체제든 간에 항상 존재한다.
그렇다고 비난할 생각은 없다. 사상이 보수적이어도 유화책을 펼치느냐 마냐에 따라 발전할 수 있으니.
무작정 안 된다고 싸잡아 비난하는 것이야 말로 꼰대이자 병폐다. 알븐하임의 원로원이 그랬다가 종족전쟁을 말아먹었다.
“민주주의가 꼭 평화적인 건 아니잖아. 당장 히틀러만 봐도 민주주의를 이용해 세상을 어지럽혔는데.”
“그건 알고 있어. 반대측도 이런 미친짓은 저지르지 않을 거라고 말했지. 하지만 반대측에서 꽤 심오한 의견을 제시했거든.”
“무슨 의견?”
“거기까지는 잘 몰라. 대족장과 반대측 사이에 있던 일이라서. 일단 다른데에 시선을 두기 위해 언론에 그런 말을 퍼뜨린 거고.”
레오나의 말을 들어보니 무작정 반대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지나이가 그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상당히 똑똑한 편이라 할 수 있다. 나쁘게 말하면 교활한 거고.
어찌 됐던 간에 애니머즈에는 한 번 방문할 예정이었으니 손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더구나 민주주의라는 사상을 먼저 제시한 건 나다. 그 사상에 영향을 받아 애니머즈의 정치가 혼란스러워진 것이다.
책임이 아예 없지는 않으니 겸사겸사 해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반대측의 의견도 들어보고 싶고.
“알겠어. 미네르바 제국 다음으로는 애니머즈를 방문해야겠네. 네가 미리 말해줘.”
“정말 고마워. 혹시 부탁할 거라도 있어?”
정말 고마운지 꼬리를 살랑살랑거리며 묻는 레오나. 나는 꼬리를 바라보다가 쫑긋 세워진 귀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어서 귀 사이에 손을 얹고는 마구 쓰다듬었다. 귀가 양옆으로 쳐지면서 레오나가 눈을 살포시 감았다.
나는 한동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손을 떼며 말했다.
“부탁할 건 따로 없어. 이건 나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거니까.”
“넌 너무 착해서 탈이야.”
“내 사람한테만 착한 거지.”
나는 피식 웃었다. 여태까지 세상에 뿌린 독이 얼마나 많은데 마냥 착하다고 할 수는 없다.
어찌 됐든 레오나와의 대화는 여기서 끝나고, 사람들이 속속 모이면서 대화를 진행할 상황이 마련되었다.
클라크 할아버지와 부모님. 나와 관계를 맺은 여인들. 아직 관계는 맺지 않았으나 리나 또한 포함돼 있다.
체리와 케이트는 하루종일 요양(?)을 해야 되는 몸인지라 내 침실에서 휴식하는 중이다. 이들에게는 따로 밝힐 예정이다.
“어머니.”
“왜 그러니, 아이작?”
“······아니에요.”
나는 부드럽게 배를 쓰다듬는 어머니를 복잡하게 바라보다가 시선을 떼었다.
아버지도 딱히 할 말씀이 없으셨는지 헛기침만 하셨다. 릴리까지는 이해하겠다만 또다시 사고를 치셨다.
마이샬 가문의 족보가 꼬이게 된다면 부모님의 영향이 매우 크겠지. 그래도 두 분의 금실이 좋다는 증거이니 넘어가자.
“뭐······ 아무튼 모일 사람은 다 모인 것 같으니 얘기해도 되겠죠? 모라님?”
“난 언제든지 괜찮아.”
마지막으로 내 옆자리에 앉은 모라까지 합치면서 진실을 밝힐 준비가 모두 끝났다.
애인들은 마리가 아닌 모라가 내 옆자리에 앉아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라는 생각이 여실히 드러나는 표정들.
모라는 그 표정에 담긴 뜻에도 별로 개의치 않는지 입꼬리만 올릴 뿐이었다. 움푹 파인 보조개가 참 인상 깊다.
뒤이어 넓은 테이블에 모인 가족들을 둘러봤다. 다들 내 부름에 응했으나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그야 당연하겠지.’
내가 특정 인물을 부른 적은 있어도 한꺼번에 불러모은 적은 없다. 다들 내가 입이 떨어지기 기다리고 있겠지.
이에 나는 망설일 것없이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아마 모두들 제가 왜 이 자리에 불렀는지 의문이 들 거예요. 심각한 이야기라도 하는 건가 싶겠죠.”
물러모은 것도 그런데 모라까지 앉아있다. 심각한 걸 넘어선 무언가라고 대충 짐작하고 있겠지.
나는 다양한 감정이 두루 섞인 얼굴들을 하나하나 바라봤다. 뜸 들이지 말고 설명을 원하는 얼굴들이다.
“심각한 내용은 맞아요. 더 나아가 세상의 근간을 흔드는 내용이죠. 앞으로 제가 쓸 책과도 긴밀한 연관이 있구요.”
“··· ···”
“여러분은 신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세요?”
알파이자 오메가인 신화를 언급하자 다들 어리둥절해졌다.
잠깐동안 서로 눈치를 보긴 했지만,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클라크 할아버지셨다.
[신화라면 루미너스 님과 모라 님이 세상을 가꾼 과정을 보여준 게 아니냐. 그 과정에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포함돼 있고.]“네. 맞아요. 그리고요?”
[자연 그 자체인 히르트 님으로부터 쌍둥이 남매인 루미너스 님과 모라 님이 탄생하셨지.]“그리고요?”
[그거 말고 더 없지 않냐?]클라크 할아버지 말씀이 맞다. 이 세상의 신화는 대략 저런 식이다.
루미너스가 어떤 업적을 이뤘다더라. 모라가 어떤 일을 했다더라 등등.
그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들로 철학과 깨달음을 얻고, 그들이 전달해주는 힘으로 위험을 헤쳐나간다.
신들의 자비심과 아량으로 인류를 그들을 숭배하고, 더 나은 존재가 되도록 노력한다.
이것이 이 세상 신화의 기틀이자 주 내용이다.
“할아버지 말씀이 맞습니다. 신화라 해봤자 그것밖에 없는 게 현실이죠.”
[어찌 더 있다는 걸로 들린다만?]역시 노련하시다. 단순히 대화 몇 마디로 내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짚으셨다.
“네. 제가 하나 물어볼게요. 생명이 탄생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은 무엇일까요?”
“생명이 탄생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
“으음······”
그 말에 애인들은 마리를 쳐다보고, 아버지는 어머니를 쳐다보셨다.
두 사람 모두 ‘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상황. 그쪽으로 시선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관계를 맺어야 되지 않아? 남자의 씨앗을 받은 여자가 생명을 잉태하는 거지.”
“그것 말고는 딱히 설명할 게 없는데?”
모두들 세실리의 대답에 동의했다. 저건 상식 중의 상식이다.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남녀가 반드시 필요하다. 동물인 이상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세실리 누나 말이 맞아. 남자와 여자가 필요하지. 그리고 이건 신들이라 해서 다르지 않아.”
“······그게 무슨 말이야?”
무언가 직감했는지 마리가 심각한 얼굴로 묻는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남자 혼자서 아이를 잉태시킬 수 없고, 여자 혼자서 아이를 잉태할 수 없다.
물론 저건 어디까지나 과학적인 이야기다. 신화에서는 혼자서도 잘도 낳는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된다. 저 과정으로 인류는 남녀가 구분되었다고.
“히르트 님은 혼자서 루미너스 님과 모라 님을 낳으신 게 아니에요. 대신 그 과정에서 남녀가 구분되고, 서로 관계를 맺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할 수 있던 거죠. 히르트 님의 외형이 여성으로 묘사되는 이유 중 하나기도 하고요.”
“그러면······ 히르트 님의 반려는······”
점점 드러나는 진실에 충격을 받은 아르웬이 말을 더듬거리며 묻는다.
어떻게든 침착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많이 힘들 것이다.
엘프는 다른 종족보다 신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였으니.
아르웬만 그런 게 아니다. 다들 믿기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나에게 집중하고 있다.
나는 그들이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말을 잇지 않다가, 잠시 후에서야 입을 열었다.
“만물의 아버지.”
“만물의…”
“아버지?”
“이 세상이 탄생하면서 제일 처음으로 존재를 드러낸 생명. 모든 생명의 근원인 바다의 신.”
모라에게 들었다. 만물의 아버지는 창조주로서의 권한의 갖고 있는 것이지, 진정한 의미의 창조주가 아니라고.
진정한 의미의 창조주는 바로 ‘우주’다. 만물의 아버지는 어디까지나 첫번째 생명인 셈이다.
그렇기에 루미너스가 창조주의 지위를 얻을 수 있던 거지만, 그는 왕좌 앞에서 군림할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악마 숭배자들이 숭배하는 신이자, 루미너스 님이 제 손으로 소멸시켰던 창조주죠.”
“루미너스 님께서?”
“자, 잠깐만. 그 말을 정리하면······”
몹시 당황했는지 마리가 데굴데굴 눈을 굴리며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는 무리를 해서는 안 된다. 나는 그냥 듣기만 하라는 식으로 마리를 안정시켰다.
다행히 내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마리가 진정하며 배를 쓰다듬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배가 불룩 튀어나온 몸이다.
“······루미너스 님이 패륜을 저질렀다는 말이냐?”
그러는 사이 아버지가 내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말씀하셨다.
패륜. 부모와 자식에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이자, 자식이 부모에게 해서는 안 되는 일.
같은 살인이어도 존속살인은 더 심한 형벌을 받는다. 인류 사회에서도 거대한 죄악 중 하나다.
“네. 미리 말씀드리자면 만물의 아버지는 세상을 멸망시키려 들었고, 루미너스 님이 그걸 필사적으로 막은 거예요. 안타깝게도 창조주가 소멸하면서 세상이 멸망했지만요.”
“······세상마저 멸망했다고?”
“대체 무슨······”
다름아닌 신들과 관련된 진실이어서 그럴까. 다들 믿기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이건 어쩔 수 없다. 이들에게 신화는 평범하디 평범한 영웅기에 가까웠으니.
지구처럼 맵다 못해 지옥불에 가깝지는 않다. 그러나 지구의 신화처럼 깔끔한 신화도 없다.
“이 아이가 하는 이야기는 모두 진실이야. 내가 보증할게.”
“모라 님?”
“언젠가 밝혀야 할 진실이었어. 때를 놓치는 바람에 이 지경이 된 거고.”
모라가 담담한 목소리로 보증까지 서주자 분위기가 고요해졌다.
하지만 겉으로만 그런 거지, 실제로는 많이 동요하고 있을 것이리라.
“우리가 알고 있는 신화랑 실제의 신화는 많이 달라요. 루미너스 님과 모라 님뿐만 아니라 수많은 신들이 존재했고, 그에 관련된 이야기들도 존재하죠. 저는 그에 대한 책을 낼 예정입니다.”
“…그래서 우리를 부른 거구나. 훗날 발생할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내 목적을 리나가 정확히 꿰뚫었다. 그녀의 말대로다.
이 사실이 널리 퍼지게 되는 순간 세상은 극도로 혼란스러워지겠지.
특히 교단의 상태는 말도 아닐 것이다. 자칫하다가는 세계 정세가 마비될 수도 있다.
“맞아. 마음 같아서는 최대한 순하게 적고 싶지만… 상당히 자극적인 내용이 많아서 힘들어. 특히 루미너스 님은…”
“넌 괜찮은 거니?”
어머니가 걱정을 담아 질문하셨다. 다양한 의미가 담긴 질문이다.
이미 각오한 일이기도 하고 이야기를 쓰는 건 별로 어렵지도 않다.
사실상 루미너스와 모라에게 들은 걸 토대로 적는 거다.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네. 계획은 이미 세웠고, 이야기 자체도 무리가 없어요. 제가 살던 세계의 신화와 비슷하고요.”
[자식이 아버지를 죽이는 신화가 너희 세계에도 있었단 말이냐?]클라크 할아버지가 놀란 목소리로 묻는다. 다른 사람도 비슷한 반응이다.
이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별 거 아니라는 식으로 답했다. 이런 거는 면역이 되다못해 익숙하다.
“네. 자식이 낫으로 아버지의 음경을 자르고, 그 음경이 바다에 떨어져 여신이 탄생하는 신화도 있습니다.”
“······그 여신은 뭘 관장하고 있었니?”
“아름다움 즉, 미의 여신이었습니다.”
내 대답에 충격과 함께 의문이 섞인 표정을 짓는 사람들.
무언가 매치가 안 된다고 생각한 건지 세실리가 나에게 물었다.
“아버지의 그곳을 자르고, 그 부분이 바다에 떨어졌는데 미의 여신이 탄생했다고?”
“응.”
그러자 더 해괴망측하다는 표정을 짓는 세실리.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이다.
이윽고 다음에 이어진 질문은.
“혹시 아버지의 그곳이 아름다워서 미의 여신이 탄생한 거야?”
참신하다 못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