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703
■ 702화. 탄생 (1) □ ᓚᘏᗢ
마리는 작년 4월 초에 나의 청혼을 받으면서 임신했다. 멸망기사가 완결에 다다르기 직전인 지금은 2월 초.
인간의 임신은 약 10개월 정도 되니 산기가 올라와도 이상하지 않은 시간대다. 그래서 미리미리 마리의 출산을 대비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리의 산기가 올라오기 시작하여 저택이 분주해졌다. 어머니의 주도 하에 다들 빠르게 움직인다.
신전은 병원의 역할을 하고 있기에 입원 신청을 하면 받아준다. 하지만 나와 연관돼 있다보니 그쪽에서 직접 찾아오더라.
물론 케이트와 세실리까지 떡하니 지켜주고 있는지라 크게 필요없었다. 잘못되지 않도록 기도만 해달라고 해야지.
“으으······”
“··· ···”
나는 진통으로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마리를 걱정스레 쳐다봤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손을 잡아줬지만 의미는 없었다.
이 세상은 아직 마취라는 개념이 없다. 특히 외과술은 처참할 정도로 수준이 낮다.
신성력이 모든 걸 대체하기 때문이다. 치료는 할 수 있어도 고통은 줄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진통을 비롯하여 모든 고통은 마리 홀로 담당해야 된다는 뜻이다. 마음 같아서는 그녀와 고통을 분담하고 싶었다.
“흐으······”
진통이 어느 정도 갔는지 마리가 깊은 숨을 몰아쉬었다. 뒤이어 감았던 눈을 슬금슬금 떴다.
초첨이 나가기 직전의 푸른색 눈동자. 나는 땀에 젖어 달라붙은 앞머리를 치워줬다.
그러자 마리가 힘을 주며 내 손을 꽉 붙잡았다. 힘이 다 빠져나갔는지 강하지도 않았다.
“아이작······”
“필요한 거라도 있어?”
“그냥······ 옆에 있어줘······”
다른 건 다 필요없고 옆에 있어달라는 그녀의 부탁. 기꺼이 들어줄 수 있다.
이에 말없이 그녀의 이마에다가 키스하고 있을 때였다.
“엄마. 많이 아파?”
“아파?”
침대 옆으로 귀여운 꼬꼬마 둘이 마리를 걱정스레 바라봤다. 한 명은 아리엘이고, 다른 한 명은 릴리다.
아리엘은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였지만 릴리는 어느새 짧게나마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마리는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두 소녀에 힘겹게나마 미소를 지어줬다.
“난 괜찮아. 아리엘은 곧 동생이 태어나고, 릴리는 조카가 태어나겠네?”
“동생 못 됐어. 엄마를 아프게 하고.”
“못 됐어?”
아리엘이 툴툴거리자 옆에서 릴리가 따라말한다.
두 소녀 모두 적발금안이라는, 마이샬 가문의 특징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자매처럼 느껴졌다.
실제로는 베베 꼬이다 못해 실타래처럼 얽힌 족보라지만, 지금은 언니와 동생처럼 지내는 중이다.
“아리엘.”
“응. 엄마.”
“동생이 태어나면 아리엘이 잘 지켜줄 거지?”
마리가 아리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물었다. 부모님이 첫째에게 할 만한 질문이다.
그녀도 이제 곧 부모가 된다는 뜻이며 아리엘을 자기자식으로 인정했다는 거나 다름없었다.
아리엘도 마리의 따스한 마음을 읽었는지 베시시 웃었다. 정말이지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미소다.
“아참. 엄마 이거.”
뽁!
그때 아리엘이 자기 머리 위에 난 새싹을 뽑아 마리에게 전달했다.
마리는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새싹을 받아들였다.
“만약 아프면 이거 먹어. 그러면 나아질 거야.”
“······그걸 아리엘이 어떻게 아니?”
“그냥 알고 있는 건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기도 모른다는 뉘앙스로 대답하는 아리엘.
필멸자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천사였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그래도 효녀다운 마음씨라는 건 변하지 않았기에 절로 미소가 나왔다. 어쩌면 실제로 효과가 있을 수도 있겠지.
“아으윽······!”
또다시 진통이 닥쳐왔는지 마리가 인상을 와락 구겼다. 이에 서둘러 새싹을 입에 넣었다.
새싹을 입에 머금자 실제로 고통이 줄어들었는지 표정이 한결 편해졌다.
“효과가 있어?”
“응······ 아픈 건 똑같은데 그래도 엄청 편해졌어.”
“어때? 아리엘 말대로지?”
자신이 도움이 됐다는 걸 아는지 아리엘이 우쭐거리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뒤의 반투명한 날개가 파닥거리는 걸 보아하니 기분이 좋은 모양. 옆의 릴리가 그 날개를 잡으려고 손을 흔든다.
정말이지 사랑하지 않을래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히르트 님께서 나에게 축복 그 이상의 선물을 주셨다.
아리엘이 없었다면 악마 숭배자에게 몸을 강탈당했을 테고, 마리가 고통을 전부 느껴야 했겠지.
신성을 먹인 건 넘어갈 수 있다. 전화위복이 되어 건강한 몸을 얻게 될 단초를 마련했으니까.
덜컥-
마리가 한창 난관을 겪고 있을 때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케이트와 세실리였다.
저 둘은 각각 루미너스와 모라의 대리인이라 할 수 있는 자들. 아무래도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찾아온 모양이다.
“어때? 아직도 진통이 심해?”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세실리였다. 표정에서 걱정이 우러러 묻어나왔다.
마리는 그녀의 질문에 쓰게 웃는 것으로 대답했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짐작할 것이리라.
“아까는 엄청 아팠는데 아리엘 덕분에 괜찮아졌어.”
“아리엘이?”
“응. 아~”
마리가 입을 벌리며 입 안의 새싹을 보여줬다. 새싹을 통해 고통이 나아졌다는 표현이다.
그에 세실리가 묘한 눈으로 아리엘을 쳐다봤다. 여러모로 신기한 존재라고 느끼겠지.
그러는 동안 마리는 세실리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약간 부럽다는 듯이 말했다.
“세실리는 좋겠다.”
“응? 왜?”
“골반이 넓어서 아이 낳기도 쉽잖아.”
마리의 골반은 결코 작은 편이 아니다. 도리어 몸매를 가꾼만큼 훌륭한 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실리에 비해서는 부족하다. 애당초 그녀는 서큐버스의 피를 이은 몸이어서 유전적으로 월등하다.
세실리는 마리의 부러움 섞인 말에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가 피식거렸다. 그러더니 그녀의 이마를 툭- 건드리며 말했다.
“그런 각오로 3명 이상 낳을 수 있겠니? 네가 선택한 거잖아.”
“아이작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어.”
“음. 그건 부정할 수 없네.”
마리와 세실리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케이트와 대화했다.
첫날밤 이후 한동안 밤일을 책임지다가 다시 본분으로 돌아온 그녀. 겉으로만 본다면 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도 꾸역꾸역 모아놓았다가 한꺼번에 터뜨리는 스타일이다. 더구나 나에 대한 욕심도 강하다.
지금 대화하는 순간에도 속으로는 금욕을 외치고 있겠지. 이건 확실하다.
“아. 그리고 루미너스 님께서 아이작 님에게 전달하라고 하셨습니다.”
“무엇을요?”
“무슨 일이 발생해도 당황하지 마시라고요.”
“?”
케이트가 대신 전달해준 의미심장한 말. 부정적인 뉘앙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의아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발생하길래 저런 말을 해준 걸까. 일단 평범한 일은 절대 아닐 것 같다.
“혹시 건강과 관련된 건······”
“그건 아닙니다. 아이는 건강할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 더욱 모르겠는데. 무슨 일이 생기길래 당황하지 말라고 강조한 거지.
픽!
그때였다. 귓가로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꽂혀들었다.
그 소리에 크게 움찔하여 뒤를 돌아보니 순식간에 사위가 고요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재 마리는 출산이 용이하도록 원피스형 옷을 입고 있었으며 그 위에 이불을 덮고 있다.
그 이불의 아랫부분, 정확히는 마리의 하반신 쪽이 무언가로 서서히 젖어가고 있었다.
양수가 터졌다. 이 말은 즉······
“빠, 빨리 어머니와 유모를 불러줘! 어서!”
“으, 응!”
출산이 코 앞까지 들이닥쳤다는 뜻이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간이다.
어머니와 유모는 준비를 위해 잠깐 자리를 비운 상황. 당황하지 말라는 뜻이 이거였나.
내가 다급히 세실리에게 부탁하자 그녀는 텔레포트를 통해 이동했다. 아리엘과 릴리도 하녀의 도움을 받아 밖으로 내보냈다.
케이트는 혹여 잘못되지 않도록 축복으로 방 전체를 에워쌓았다. 이리 된다면 산모와 아이 모두 잘못될 일은 없을 터.
“아으으······!”
그래도 불안한 건 사실이다. 나는 전보다 더욱 고통스러워하는 마리의 손을 꼭 잡았다.
아리엘의 새싹을 입에 머금고 있어도 엄청 아픈 모양이다. 유달리 진통이 심한 케이스인 건가.
스윽-
내가 손을 잡고 있을 때 마리의 다른 손이 나에게 내밀어졌다.
그것도 잡아달라는 건가 싶어서 손을 뻗는 순간, 그녀의 손이 홱- 지나쳤다.
텁-
이윽고 내 머리카락을 꽉 붙잡았다.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싶어 멍해졌을 때쯤.
“너 때문에! 너 때문에 이게 뭐야! 책임져! 책임지라고!”
“아아악! 마, 마리! 잠깐. 잠깐만!”
“이렇게 아플 줄은 몰랐는데! 내가 미쳤지! 3명이나 낳는다고 해서!”
그녀가 꽥꽥 소리지르며 내 머리를 쥐어뜯을 것처럼 잡아당겼다. 다행히 건강한 신체 덕분에 머리카락이 뽑혀나가지는 않았다.
대신 그 고통은 고스란히 내 몫이었다. 훗날 만물의 아버지를 만나면 머리채를 쥐어뜯는 걸로 승부를 봐야겠다.
“벌써 양수가 터졌다고?! 유모! 서둘러 확인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머지않아 어머니가 유모를 대동하고 방에 도착했다. 나는 여전히 마리에게 머리채를 쥐어뜯기고 있었다.
이어서 유모가 이불 안으로 얼굴을 집어넣어 상태를 확인한 후, 밖으로 빠져나와 입을 열었다.
“서둘러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아이작······”
“아아악! 뜨, 뜯긴다! 마리! 뜯길 거라고!”
“뜯겨! 이걸로 헝겊 대신 할 거야!”
미안해요, 유모. 마리가 내 머리를 잡고 놔주지를 않네요.
유모도 나와 마리가 찍는 콩트 아닌 콩트를 바라보다가 곧장 다른 사람에게 부탁했다.
그녀가 부탁한 건 적당한 온도의 물과 양동이. 탯줄을 자르기 위해 신성력으로 소독한 가위 등.
여태까지 어머니의 출산을 담당했던 유모였기에 준비는 누구보다 빨랐다. 덕분에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아가씨. 힘을 주셔야 합니다. 숨을 크게 몰아쉬고, 내쉬세요.”
“으으으윽······”
유모가 마리의 입에 헝겊을 물리며 차분하게 말했다. 마리도 유모의 지시에 따라 강약을 조절했다.
물론 내 힘을 줄 때마다 내 머리카락이 뜯기기 일보직전인 건 변함이 없었다.
어쩌겠어. 아이를 위해서라도 참아야지. 이정도는 기꺼이 참을 수 있다.
‘익숙해져······ 야 하나?’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마리는 내 머리채를 강하게 잡아당겼다가 놓았다를 반복했다.
그렇게 대략 5번 정도 반복했을까. 상태를 확인하고 있던 유모가 소리쳤다.
“나옵니다! 아가씨 좀 더 힘을······!”
유모의 응원은 미처 끝맺지 못했다.
“아아악!”
“허억!”
난데없이 유모가 비명을 지르더니 두 눈을 손으로 감싸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으니까. 그와 동시에 마리가 숨을 강하게 내뱉었다.
반응을 보아하니 출산은 원만하게 해결한 것 같은데 뭐가 문제인 것일까. 나는 서둘러 고개를 아래쪽으로 돌렸다.
“응애! 응애! 응애!”
탄생을 알리는 힘찬 울음소리. 전혀 시끄럽지 않고 옹알이에 가까운 울음소리다.
여기까지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탄생이겠지. 그러나 현재 내 시야에 들어오는 건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화아악!
“······어?”
이유는 전혀 모르겠지만.
“유, 유모! 괜찮······ 저건?”
“빛······?”
“대체 무슨 일이······”
아이에게서 눈이 부실 듯한 황금색 빛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응애! 응애! 응애!”
결코 범상치 않은 탄생이자 신화 혹은 설화에서 볼 법한 장면.
“······이, 일단 할 일을 해야죠! 유모!”
“네, 네!”
내 딸은 세상을 향해 비범한 탄생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