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707
■ 706화. 응모 (2) □ ᓚᘏᗢ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아이작은 정말로 실존하는 인물인가? 음모론 같긴 해도 사실이다.
평민은 물론이요, 귀족과 왕조차 직접 대면하기 어려운 자가 아이작이다.
마이샬 영지를 한 번 갔다 오면 그런 생각이 모두 사라지겠지만 그러기에는 조건이 까다롭다.
더구나 대외적인 활동이라 해봤자 각 국가의 지도자와 만나는 것밖에 없다. 서민들이 만나기 까다롭다는 뜻이다.
[멸망기사의 결말이 온갖 논란을 낳고 있는 상황에서 제논은 사인회를 열기로 결정해······] [제논. 친숙한 문화를 표방하는 것과 달리 정작 나는 친숙하지 않다. 이 기회에 세계를 돌면서 독자분들과 만나······] [제논과 만나기 위해서는 정식 등록된 서점에서 응모권을 구매하면 된다. 가격은 싸지도 비싸지도 않지만 합리적이며······]이러한 상황에서 팬사인회를 하겠다고 하니 다들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악마 숭배자의 존재로 때문에 두문분출하던 아이작이 세계 일주를 한다? 그것도 독자를 만나기 위해?
제논 일대기와 피와 강철, 마지막으로 멸망기사까지 읽었던 독자들은 격하게 환영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미네르바 제국에서부터 멀리 떨어진 나라의 사람들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이벤트였다.
이제야 막 철도를 깔기 시작했기에 교통은 빈말로도 좋다할 수 없다.
어떤 나라는 마이샬 영지로 가기 위해 몇 주가 아닌 몇 달이 소요될 정도다.
이렇듯 전세계적으로 난리가 난 상황에서 응모의 조건이 등장했다.
[한 사람당 10개의 응모권을 구매할 수 있으며 추첨은 무작위다.] [당첨권은 타인에게 양도가 불가능하며 적발시 당첨을 취소한다.] [단,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하여 참여가 불가능할시 대리인을 부를 수 있다.] [경매에 올린 당첨권은 신고 즉시 취소하며 신고자에게 돌아간다.] [당첨권은······]생각보다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들이 난립하자 이게 뭐냐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부정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말하니 다들 수긍하며 넘어갔다.
실제로 콜 오브 듀티 사태 당시 귀족들이 희귀 카드 하나 뽑겠다고 싹 쓸어갔지 않았는가.
응모권은 그 특징상 많이 사면 많이 살수록 확률이 올라가는 법. 미연에 방지하고자 다양한 조건을 걸었다.
[응모는 2월 15일부터 시작되며 당첨 날짜는 3월 1일입니다. 확인 방법은 신문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형평성을 위해 각 국가의 인구 비율에 따라 당첨권의 비율이 달라질 예정입니다.]아이작이 언급했던대로 당첨권의 비율은 국가마다 다르다. 미네르바 제국이 당첨수가 가장 많고, 다른 나라는 그보다 적다.
이를 이용하여 인구가 적은 나라에서 살 수 있지 않느냐라고 할 수 있겠지.
솔직히 말해 그정도 정성이면 봐줘야 된다는 게 대부분이었다.
하물며 교통조차 발달되지 않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버리니 신에게 기도할 수밖에 없다.
이리하여 최초의 팬사인회가 될 응모가 시작되고, 사람들은 어떻게든 당첨되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문전성시를 이룬 각 국가의 서점들. 치안 불안을 우려하여 기사단을 파견해······] [다소 독특한 응모권 작성 방식. 응모권은 이름뿐만 아니라 국가 및 거주지, 본인만이 알 수 있는 별명 및 숫자를 기재한다.] [평민인 경우는 위를 따르면 되지만 귀족은 작위까지 적어 혼란을 방지한 것으로······]주민번호가 없다보니 구분을 위해 본인의 별명 혹은 상징 숫자를 적도록 조치했다.
또한 응모권은 도난 방지를 위해서 신전에 보관하는 것으로 정했다.
아이작과 연관된 일이다보니 신전에서도 기꺼이 허가했다. 특히 이건 거짓말을 방지하는 효과를 낳았다.
자기자신을 당첨자라고 속여서 당첨권을 가져갈 수도 있었으니까. 누가 감히 신전에서 거짓말을 할까?
설령 신전이 없는 곳이어도 본인 확인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걸 대비해 각각의 응모권에 비밀번호를 적기로 했으니.
그렇기에 다른 건 몰라도 비밀번호만큼은 반드시 기억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실제 당첨자여도 무조건 거절했다.
물론 복잡해 보이는 방식이어도 ‘양심’을 지킨다면 누구보다 쉬운 방법이다.
[3월 1일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독자들. 행운아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제약을 벗어나려다 줄줄이 신고 당하는 응모자들. 이들의 처벌은?] [제논. 한 번은 실수라 할 수 있다. 다음부터 이러면 영영 응모권을 박탈하는 식으로 할 것.]다사다난한 응모 현장이었으나 첫째날과 둘째날만 그럴 뿐, 사흘째부터는 서서히 응모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그로부터 보름이 흘러 당첨 날짜가 되었을 때, 머스크의 출판사는 다른 의미로 문전성시로 이루었다.
당첨권 확인 방법은 머스크가 운영하는 언론사를 통해서만 알 수 있었으니까.
이건 아이작이 아니라 머스크가 떠올린 방법이었으며, 아이작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아빠! 아빠! 어서 봐요!”
“녀석. 알았다. 조금만 기다려봐.”
갈색 머리의 순박한 소년의 보챔에 수염을 멋드러지게 기른 장년인이 피식 웃었다.
현재 장년인의 손에는 두터운 신문이 쥐어져 있었는데, 머스크가 운영하는 언론사의 신문이다.
보통 같으면 여느 언론사처럼 세상의 소식을 알려주지만, 오늘은 다르다. 당첨자가 발표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렉. 너 응모권은 몇 장이나 넣었니?”
“한 장이요!”
“분명 많이 사라고 용돈을 주지 않았니?”
“어······”
소년, 그렉은 장년인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눈만 데굴데굴 굴렸다. 무언가 캥기는 게 있는 모양.
그리고 부모는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다 알고 있다.
이에 장년인은 못 말린다는 듯이 웃고 있을 때, 때마침 소년의 어머니가 나타나며 따지듯이 물었다.
“너 설마 또 콜 오브 듀티 산 거니?”
“앗. 엄마······”
“이 엄마가 사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니? 축구는 괜찮다만 그건 줄이라 했잖아.”
“히잉.”
그렉의 엄마가 화를 내자 그렉이 의기소침해했다. 참고로 콜 오브 듀티는 대부분 안 좋은 카드만 나왔다.
이유는 몰라도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 샀건만 죄다 꽝이더라. 그래서 응모권은 한 장밖에 못 샀다.
“여보. 너무 나무라지마. 어쩌면 당첨될 수도 있잖아? 지난번에도 그랬잖아.”
“그건······”
그렉의 엄마는 남편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실제로 그렉은 말도 안 되는 확률을 뚫은 적이 있다.
콜 오브 듀티가 처음으로 발매됐던 날, 첫 카드를 뽑자마자 진: 디아볼스 카드를 덜컥 뽑아버렸으니까.
한 달에 단 3장, 그것도 전세계를 기준으로 뽑을 수 있는 희귀 중의 희귀 카드였기에 세상이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귀족과 부자는 물론이요, 타국의 귀빈들까지 카드를 사겠다고 난리를 쳤다. 때문에 하디칸 국왕마저 난색을 표했다.
다행히 아이작이 서둘러 조치를 취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더라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맞아요, 엄마! 제가 얼마나 운이 좋은데요!”
아버지가 거들어주자 그렉도 눈을 반짝이며 방방 뛰었다. 그에 그렉의 어머니도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진: 디아볼스 카드는 평민인 그들이 가지기에는 너무 위험하여 경매에 붙였다. 그 덕분에 벼락 부자가 될 수 있었고.
다만 생활상은 크게 변한 게 없었으며 자본도 그렉의 아버지가 상단을 꾸리는 것으로 끝났다.
만약 이번에도 당첨이 된다면 그렉은 말 그대로 ‘행운아’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다.
“그래. 그래. 대신 콜 오브 듀티를 하는 것보다 축구를 더 열심히 하렴. 알겠니?”
“물론이죠! 어제 2골이나 넣었는 걸요?”
“그것도 중요하지만 페어플레이가 더 중요하단다.”
그들의 대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축구는 하디칸 왕국 같은 변방국까지 널리 퍼졌다.
유흥거리가 크게 없는 시대에다가 종교마저 탄압하지 않은 문화였기에 빠르게 퍼질 수 있던 것이다.
더구나 축구는 압도적인 접근성 및 편의성으로 남녀노소 즐기는 게 가능했다. 체력이 늘어나는 건 덤이고.
아이작이 원하는대로 문화가 서서히 뿌리까지 스며들고 있었을 때, 그렉의 아버지가 신문을 보면서 반응을 보였다.
“음? 그렉.”
“네. 아빠.”
“너 응모권을 넣었을 때 별명을 뭐라고 했니?”
무언가 발견하기라도 한 것일까. 그렉은 아버지의 물음에 기대를 가지며 대답했다.
“엄마랑 아빠 이름 적었는데요?”
“으음······ 여보. 이것 봐.”
“뭔데요? 당첨이라도 됐어요?”
그렉의 엄마는 남편의 부름에 신문을 바라봤다. 이윽고 그가 손가락으로 가르킨 걸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당첨자는 각 국가마다 분류해놓았으며, 그 밑에는 지역 및 당첨자가 적혀있다.
하디칸 왕국은 영토가 작다보니 도시 국가에 가까워 지역명은 따로 없었다.
그리고 그 지역명 밑에는 그렉의 풀 네임 및, 부모의 이름이 떡하니 적혀있었다.
“어머! 어머! 그렉! 너 당첨된 거 같은데?”
“네? 정말이에요?”
“그럼! 이것 보렴!”
신문을 가져간 여인이 그렉에게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그렉도 잔뜩 기대하며 그녀의 손가락 끝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정말로 ‘하디칸 왕국: 그렉 헤로스’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 뒤에는 아까 말했듯이 부모님의 이름이 적혀있었고.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진: 디아볼스를 뽑았을 때는 아무런 의도도 없이 뽑았는데 이번에는 의도를 가졌다.
큰 기대를 품었기에 행복도 큰 법. 그렉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만세를 외쳤다.
“와아! 제논 님이랑 만날 수 있다! 저 진짜 당첨된 거 맞죠?”
“물론이지. 그나저나 정말 신기하네. 지난번도 그렇고 이번에도 당첨되니까.”
“루미너스 님께서 그렉을 예뻐해주시는 모양인데?”
그렉은 물론, 가족들 전체가 훈훈하게 분위기였다. 한 번이면 몰라도 두 번이나 이런 행운을 갖게 되다니.
하지만 무작정 좋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이작과의 대화는 한 사람당 10분으로 지정돼 있다.
그때 무슨 질문을 할 지 미리미리 정해야 되지 않겠는가. 이에 그렉의 아버지가 물었다.
“그렉. 비밀번호는 기억하고 있지?”
“비밀번호요?”
“그래. 사칭을 대비하기 위해서 뒷면에 비밀번호를 적잖니.”
“?”
그의 물음에 그렉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런 게 있었냐는 표정이다.
전혀 모르겠다는 반응에 부모님이 순간적으로 경악하려던 찰나였다.
“아! 그거였어요? 난 또 뭐라고. 그거는 알고 있죠.”
“휴. 다행이구나.”
“뭘 적었니?”
천만다행이었다. 비밀번호를 까먹었다면 행운을 갖다 버리는 일이었으니까.
부모의 질문에 그렉은 헛기침을 하며 목을 풀더니, 마치 누군가가 연상되는 발언을 입 밖으로 꺼냈다.
“국력은 방어에 있는 것이 아니고 공격에 있다!”
“··· ···”
“··· ···’
피와 강철에서 등장하는, 히틀러의 유명한 발언. 그 발언을 듣자마자 그렉의 부모가 딱딱하게 굳었다.
변방국인 하디칸 왕국에서 저런 말을 했다가는 어떤 참사가 일어날지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
“축구에서도 통하는 말이에요. 수비가 중요하다지만 공격이 안 되면 의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넣었어요.”
물론 본인은 전혀 모르고 있지만 말이다. 그저 축구에 푸욱 빠진 순수하디 순수한 소년에 지나지 않았다.
이처럼 당첨일이 발표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노애락을 느끼고 있었으며.
“따흐흑. 모처럼 신전에 가서 기도까지 했는데······!”
“야. 그래도 우리는 사인도 받았고 식사까지 같이 했잖아. 양보했다고 쳐.”
아이작과 식사까지 했던 로이는 광탈에 눈물을 흘리고, 앤은 그를 위로해줬다.
“뜨아아아아! 당첨이다! 당첨이라고!”
“가르츠 저 녀석 왜 저런데?”
“당첨됐다네.”
“그래? 사인은? 전에 제논 님이 사인한 거 받았다 했잖아. 그거 아직도 못 받았냐?”
“못 받았다던데.”
가르츠는 3년만에 사인을 다시 받을 기회를 얻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일의 원흉인 아이작은······
“아야야. 그레이스. 아빠 머리 잡아당기면 안 돼요. 몇 번을 말하니.”
“빠야. 빠야.”
여전히 그레이스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