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728
■ 727화. 다가오는 (1) □ ᓚᘏᗢ
헬리움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있을 때쯤이었다.
세이비어 교국의 교황, 브리크는 앞으로 덮쳐올 혼란을 대비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
가장 먼저 종말론이 팽배해진 세이비어 교국 내를 안정시켰으며, 모두가 걱정하는 그 날은 오지 않을 거라 못 박았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겠다만 아이작의 증언까지 있었다니 하니 그나마 나아질 수 있었다. 일단 정세는 이리 잡았다.
두 번째로는 수많은 진실이 묻혀있는 회색 사막. 회색 사막 원정은 현재 탐험보다는 발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위험 요소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건 변함이 없었으나 그동안의 노력으로 상당 부분 개선되었다.
하지만 너무 위험한 진실들이 묻혀있는 건 마찬가지여서 궁전만큼은 어떻게든 엄격히 관리하고 있었다.
전에 한 번 출입을 허용했다가 모건 왕의 존재로 세상이 한바탕 난리가 났으니까.
게다가 모건 왕을 토벌해야 된다는 여론마저 나올 뻔한 상황이어서 최대한 수습했다.
그러므로 지금 해야 하는 건 담당자이자 감독관인 데이모스 추기경을 호출하는 것.
처음부터 끝까지 회색 사막 원정에 참여하고 있었으니 진실을 알 거라 판단했다.
“······데이모스 추기경.”
“예. 성하.”
“나는 평범한 성직자로 시작하고, 이단심문관으로서 수많은 이단자들과 싸웠소. 그리고 부족한 몸인데도 교황의 자리에 올라 루미너스를 충직히 모시고 있었지.”
브리크와 데이모스가 서로 마주보는 형태로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데이모스는 그동안 사막 생활을 했기 때문인지 살이 약간이나마 탄 상태였다.
“하지만 그대가 알려준 진실은 쉬이 믿기 힘들군.”
“······저는 그곳에서 찾은 진실을 알려드렸을 뿐입니다.”
은은한 노기마저 서려있는 브리크의 추궁에 데이모스는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말에는 한치의 거짓도 없다는 것을 눈치챘을까. 아니면 아이작이 은연히 퍼뜨린 진실 때문일까.
브리크는 분노를 거두고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안았다.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은 반응이다.
“루미너스 님께서······ 패륜을 저지르셨다니······ 더 나아가 세상마저······”
“··· ···”
“그 어떤 진실이 나오던지 쉬이 넘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건만······”
데이모스가 조심스레 꺼낸 진실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예상을 한참 벗어났다.
필멸자들에게 항상 인자하고 자애로웠던 루미너스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세상을 멸망시켰다니.
하물며 진실을 찾았던 게리오스 왕국이 멸망할 때 일부러 방치했다는 암시까지 나왔다.
“데이모스 추기경.”
“예.”
“그 말에 한치의 거짓도 없으리라 장담할 수 있겠는가?”
“루미너스 님에게 직접적으로 여쭈어보기는 제 용기가 부족합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들은 진실입니다.”
루미너스는 자애롭고 인자한 신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로도 그렇다.
머나먼 과거, 인류가 한없이 나약했던 시절에 본인이 직접 나서서 수많은 위협으로부터 지켜냈지 않았는가.
최초의 영웅이자 신. 그 존재가 루미너스며 많은 이들이 아버지라 여기는 초월자다.
‘제논이 어찌하여 그런 결말을 냈는지 알 것 같군······’
데이모스로부터 진실을 들으니 멸망기사의 결말 또한 함께 떠올랐다.
악신이 세상을 멸망시키려던 이유. 기사가 악신을 소멸시키자 세상이 멸망한 이유.
악신이 바다의 아버지라면 모든 것이 설명된다. 더 나아가 바다의 아버지는 완전히 소멸한 게 아니다.
“······그건 그렇고 ‘바깥 신’이라는 건 무슨 내용이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앞뒤 정황을 파악했을 때, 바깥의 신은······”
“제논이 살던 세상의 신일 확률이 가장 높겠지.”
데이모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는 바깥 신이 누구인지 유추조차 못했다.
하지만 아이작의 행보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직감할 수 있었다. 바깥 신은 아이작이 살던 세계의 신이라고.
바다의 아버지가 어째서 신들이 직접 통치하지 않는 세상에 집착했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그 안에 수많은 비극이 존재할지언정 아이작의 세상은 무궁무진한 발전을 이룩했으니.
절정으로 인류가 스스로를 멸종시킬 수 있는 힘까지 직접 창조했다.
‘파괴력’으로만 따지자면 신의 능력에 가까워진 상황이다.
“이 진실들은 절대 밖으로 흘러나가서는 안 되지만······ 제논과 루미너스 님의 뜻을 보았을 때 이미 마음을 굳힌 것 같습니다.”
“그건 나도 인지한 바라오. 멸망기사 속 악신이 정말로 바다의 아버지를 본따 창조한 존재라면, 인류를 멸망시키려 한 건 마찬가지였으니.”
멸망기사 속의 최종보스, ‘악신’은 망해가는 세상을 완전히 멸하려는 존재다.
이유도, 동기도 없다. 단순히 세상을 멸망시키겠다는 목표만 갖고 있을 뿐.
1차원적인 존재여서 여러모로 의구심을 낳고 있었지만, 이번에 알게 된 진실과 융합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바다의 아버지는 새로운 세상을 탄생시키기 위해 인류의 멸망을 택했다.
그리고 루미너스와 모라는 그것을 막기 위해 설득하다가 종래에는 전쟁까지 발발한 것이고.
“하지만 이 또한 추측에 불과할 뿐. 제논이 모든 진실을 밝히기 전에는 그 무엇도 장담할 수 없소. 우리는 그저 기다리는 게 좋겠군.”
“현명하신 선택입니다.”
하지만 진실을 알게 되어도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세계의 근간이 뒤집힐 수도 있는 사안이었으니.
어째서 아이작이 전세계를 누비면서 소문을 흘리고 다니는지 알 듯했다. 지금도 조금씩 퍼지는 중이다.
“가장 중요한 것부터 알아야겠군. 지금 이 진실을 알고 있는 자가 누가 있소? 기록은 바다에 던졌다지만 이걸 읽은 자가 존재할 터.”
“예. 저와 함께 지하 무덤을 탐험하던 고고학자들이 이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현재 어떻게 됐지?”
“그게······”
데이모스는 브리크의 질문에 대답을 망설였다. 그에 브리크가 한 쪽 눈을 치켜떴다.
데이모스가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그렇기에 왜 망설이지는 더욱 의문이다.
혹시 고고학자들이 진실을 이미 퍼뜨렸다는 건 아닐까. 그런 거라면 즉시 조치를 취할 생각이다.
“세이비어 교국 출신 고고학자 벤피스와 델핀은······ 회색 사막 원정 도중 실종됐습니다.”
“실종이라고? 혹시 지난번 실종 건이······”
“진실을 알고 있는 그들이었습니다.”
지난번에도 언급했듯이 회색 사막 원정은 수많은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지옥 같은 사막 환경으로 열사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속출하는 상황.
여기에 모래 밑에 잠들어 있던 언데드까지 심심찮게 출몰했으며 그중에는 강한 개체도 존재했다.
무엇보다 밝혀진 바가 거의 없는 곳이다보니 자연 재해 같은 재앙마저 등장하고 있다.
“으음······”
브리크는 데이모스의 보고를 듣고 침음성을 흘렸다.
그는 자신이 직접 묻기 전까지 진실을 묻어둘 예정이었다. 무덤에 안고 가서라도 말이다.
그렇기에 딱히 책망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쉬이 지나칠 수는 없었다.
“상황을 자세히 알려줄 수 있겠나? 데이모스 자네가 늘 감시했을 거라 생각한다만.”
“성하의 말씀대로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거대 개미귀신의 함정에 당하는 바람에······”
“저런.”
개미귀신은 원래라면 2cm도 안 되는 작디 작은 곤충이다.
그러나 회색 사막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악마 전쟁의 영향으로 뭐든 간에 크기가 성장하니까.
개미귀신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기라도 한다면 설사 성기사여도 눈 깜짝할 사이에 당할 확률이 높다.
더 나아가 고고학자들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운이 지지리도 없다는 설명밖에 하지 못할 터.
“그 외의 피해자는 없었나?”
“네. 다행히 개미귀신은 토벌했지만······ 이미 모래 깊숙한 곳까지 빨려든 것인지, 아니면 개미 귀신에게 먹힌 건지 시체조차 찾지 못했습니다.”
“중간에 빠져나갔을 가능성은?”
“설사 빠져나갔어도 발설은 절대 못할 겁니다. 이미 신전에서 맹약을 받았으니까요.”
“다행이군.”
신전에서 맹약까지 걸었다면 안심이다. 그나마 고고학자들이 변수였는데 마음을 놓아도 될 듯하다.
물론 방심할 수 없는 노릇이다. 현재도 아이작이 퍼뜨리는 소문으로 인해 분위기가 어수선했으니.
제논 축제까지 남은 시간은 넉넉하게 잡아도 한 달 정도다. 그때까지 만반의 준비를 거쳐야 된다.
“데이모스 추기경. 자네는 다른 사람들이 진실에 접근할 수 없도록 노력해주게. 제논께서 모든 과업을 끝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겠지.”
“알겠습니다.”
“아. 그 전에 하나 궁금한 점이 있다만.”
데이모스를 내보내기 전, 브리크가 그를 불렀다.
이에 데이모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브리크가 마지막 질문을 건넸다.
“아까 마지막 부분이 불탔다고 했던가? 바다의 아버지의 이름을 알기 직전에 누군가 태웠다는 흔적 말일세.”
“예. 그렇습니다.”
“그을린 흔적이 있었다는 건 비교적 최근이라는 건데······ 그 사이에 누가 다녀간 거지?”
“··· ···”
그 물음에 데이모스의 낯빛이 딱딱해졌다. 송충이 같은 눈썹 때문에 알아채기 힘들었지만.
브리크는 그런 그의 표정을 읽었으나 입을 열 때까지 잠자코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의 침묵이 흘렀을까. 데이모스가 굳게 다물었던 입을 힘겹게 열었다.
“······모건 왕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후손도 지하 묘지를 방문했었다고.”
“그 후손이 불로 태웠겠군. 마이샬 영지에 거주하고 있는 그 존재가.”
“예. 성하께서 생각하는 그 언데드가 맞을 겁니다.”
“어째서 이름이 적힌 부분을 불로 태운 거지? 대체 왜······”
나날이 의문만 깊어지는 상황 속에서.
“따아!”
[끄악! 왜 또 때리니, 왜 또!]“따아! 따!”
[하, 할애비 죽는다! 죽었지만 또 죽어요!]정작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클라크는 증손녀와 놀아주느라 바빴다.
* * *
아이작이 열심히 떡밥을 뿌리고 있는만큼 세상 또한 조금씩이나마 변하고 있었다.
멸망기사 속에 등장한 악신의 목표에 의구심을 갖는 자들이 늘어나고, 아이작의 의도에도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으나 단지 불을 붙이지 않았을 뿐. 군데군데 화약을 뿌린 것과 다름없었다.
여기서 아이작은 악마 숭배자들의 활동도 격해질 거라 예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다 할 활동은 눈에 띄지 않았다.
가끔 가다 종말론을 퍼뜨리는 부류가 있긴 해도 악마 숭배자는 아니었다. 그저 정신머리가 좀 이상한 사람들이었지.
악마 숭배자들의 진면목은 수면 위가 아니다. 심해처럼 깊디 깊은 밑바닥에서의 활동에서 드러난다.
“너희들이 한 말이 모두 사실인가?”
“예, 예. 그, 그, 그렇습니다!”
“지, 지하 묘지에서 본 바, 바로는······!”
바로 지금처럼.
회색 사막 원정 중 실종됐다던 세이비어 교국의 고고학자들, 벤피스와 델핀.
그들은 한치 앞도 바라볼 수 없는 짙은 암흑 속에서, 맞은편의 남성과 대면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도 그렇고 공포에 잔뜩 휩싸여 있는 얼굴로 하여금 결코 정상적인 만남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제, 제발 목숨만은······!”
벤피스가 고개를 바짝 내리며 목숨을 구걸했다. 옆의 델핀도 다를 바가 없었다.
분명 모래무덤에 빠져서 죽었다고 생각했건만 눈을 뜨니 이곳이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목숨이었으니.
비밀을 발설한만큼 바깥으로 나서도 천벌을 받을 테지만 상관없다.
원래 목숨은 소중하니까. 적어도 그들은 그리 생각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훌륭한 정보를 준만큼 대가는 치를 테니.”
“그, 그러면······”
“그전에······ 자네들 고고학자라고 했던가?”
벤피스가 안심하려던 찰나 남자가 의아한 질문을 던졌다. 그에 의문을 갖는 고고학자들.
뒤이어 남자는 로브 아래로 미묘한 미소를 짓더니 살살 유혹했다.
“듣자하니 이름이 적힌 부분이 불로 태워졌다는데······ 궁금하지 않나?”
“무,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지······”
“저희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정말이에요!”
“거짓말을 하는군.”
어떻게든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애써 부정하는 모습. 남자는 그 언행을 모두 간파했다.
자연히 더욱 푸르죽죽해진 고고학자들의 안색. 그럼에도 그들의 얼굴에는 한 가지 공통된 감정이 존재했다.
그건 바로 ‘호기심’. 사람으로서 목숨을 구걸하고 있었으나 동시에 학자로서의 호기심이 발동된 얼굴이다.
남자는 그것을 빠르게 캐치하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내 친히 너희들에게 알려주도록 하마. 모든 생명의 근원이자 바다의 아버지의 이름을.]어느 순간부터 목소리마저 변조됐다. 또한 그 목소리에는 알 수 있는 힘이 담겨있었다.
고고학자들에게도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공포에 질렸던 얼굴이 순식간에 몽롱해졌으니까.
두 눈은 초점을 잃었고, 마치 인형처럼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얼굴이었다.
[만물의 아버지의 이름은······]이윽고 남자가 만물의 아버지의 이름을 밝히자.
“아아······ 역시······”
“우리 모두를 품어주실 존재셨어······”
고고학자들이 혼이 나간 것처럼 중얼거렸다. 영혼의 소유권이 완전히 넘어갔다는 증거다.
남자는 그 모습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그들에게 지시했다.
“너희들이 알고 있는 진실을 총동원하여 글로 적어라. 그러면 너희에게 자유를 주도록 하지.”
“예······”
“명을 따르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뒤에서 고고학자들이 뭘 하든 간에 개의치 않았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으니까. 그 시간이 될 때까지 착실히 준비해야 된다.
[빨리 그 놈의 영혼을 빼앗고 싶구나.]그때 남자의 머릿속에서 울려퍼지는 누군가의 목소리.
남자는 그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가 마음을 차분히 다스리며 조용히 답했다.
‘당신만큼 나도 마찬가지다. 그 놈과 그 주변인들의 얼굴이 망가지는 걸 보고 싶거든.’
[어리석은 것. 명심하거라. 내 마지막 분신이 너이기에 가만히 있다는 것을.]현자가 붙잡힌 이상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존재는 남자 하나밖에 없다.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선택지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상관없어. 당신이야말로 제대로 해. 저쪽 세계의 신들이 수를 쓰기 전에.’
[모든 준비는 끝난지 오래니라. 부디 멀쩡한 육신과 영혼으로 왔으면 좋겠군.]그 말에 남자는 자신의 손을 쳐다봤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하디 평범한 손이다.
하지만 이 손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 어떻게든 달성해야만 하는 목적.
‘걱정할 필요는 없어.’
아이작이 모든 걸 건만큼.
‘신이어도 이건 못 막을 거라서.’
남자 또한 모든 걸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