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730
■ 729화. 다가오는 (3) □ ᓚᘏᗢ
신들은 각각 고유의 권능과 영역이 존재하는만큼, 그들만의 특별한 장비도 존재한다.
제우스가 벼락을 떨어뜨릴 때 사용하는 ‘아스트라페’, 오딘의 빗나가지 않는 창 ‘궁니르’ 등등.
또한 유명한 신들에게도 ‘신기(神器)’가 쥐어지며 제작 과정은 반드시 신화로 등장한다.
이 세상에도 신기가 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루미너스에게는 신기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신화에서 보면 적들이나 몬스터를 쓰러뜨릴 때 적재적소의 무기를 활용했다고만 나왔다.
신화의 웨폰마스터라는 소리다. 그리고 모라는 전투와 거리가 멀어 신기가 없다.
두 사람의 권능이 워낙 강력한데다가 만물의 아버지의 친자식이라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과거 대전쟁 당시에도 아무 무기나 주워서 쓴 건가요?”
“검과 창을 골고루 사용했단다. 그리고 나를 상징하는 영역이 빛이잖니?”
대충 설명을 듣고 특유의 백색 공간에서 루미너스와 만남을 가졌다.
최근 내 행보를 보고 무언가 느낀 거라도 있는 건지, 아니면 기대하고 있는 건지 몰라도 기분이 좋아보였다.
근육이 빵빵한 건 여전하지만. 더구나 옷 또한 고대 그리스에 가까운 복식이라 더 강조되는 것 같다.
“빛과 관련돼 있는 건 모두 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단다. 내가 희망과 용기를 상징하는 것도 그때문이지.”
“전쟁에 쓸모가 많긴 할 텐데······ 직접적인 타격기 같은 건요?”
루미너스의 성자로 활동하던 시절의 신화. 그 신화에서의 루미너스는 굉징히 강력했다.
온몸에 빛무리를 휘감고 상대방을 모조리 도륙내버렸으니.
여기서 틈만 나면 등장하는 비유가 빛과 같은 속도다.
빛의 신이었으니 그런 비유가 나올 법했지만 어디까지나 ‘버프’에 가까워 보였다.
“빛의 권능을 이용한 기술은 있단다. 예를 들자면······”
드드드드!
루미너스는 내 질문에 정말 친절하게도 직접 보여줬다.
우선 상당히 멀리 떨어진 거리에 커다란 바위를 세웠다.
바닥에서 솟아나는 개념이라 땅이 잠깐 흔들렸다.
이윽고 그는 그 바위를 향해 검지 손가락을 뻗었다.
위이잉!
“······응?”
잠시 후 그의 손가락 끝에 모이기 시작한 황금색 빛.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상황에 눈을 깜빡이고 있을 때쯤, 그의 손가락 끝에 집중되던 빛이 쏘아졌다.
피융! 콰과광!
손가락 끝에서 발사되자마자 절벽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눈으로 따라갈 수 없는 속도다.
모 해적 만화에서 대장급 캐릭터가 자주 쓸 법한 광자 레이저 발사. 실제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대충 이런 식이지. 최대한 출력을 낮추긴 했다만 오랜만이라 힘조절이 힘들구나.”
“······이게 최대한 낮춘 거라고요?’
“당연히 그래야지. 원자폭탄급 위력을 뻥뻥 쏠 수는 없잖니?”
나는 그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했다.
모 만화에서는 ‘빛의 속도로 차여본 적 있나?’라는 명언 아닌 명언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특정 물질을 빛의 속도로 날리는 순간 주변은 풍비박산을 넘어 모조리 파괴된다.
아인슈타인이 찾아낸 불후의 법칙, 질량-에너지 동등성에 의하자면 가능한 이야기다.
다시 말해 루미너스의 레이저는 원자폭탄 그 이상의 위력이라는 소리다.
“뭐 그딴 사기적인 능력이 다 있어요? 빛을 이용하긴 한 건데 뭐랄까······ 파괴신에 가까우신데?”
“난 전쟁의 신이니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지.”
“··· ···”
할 말이 없어지네. 저러니까 세상을 멸망시키고 만물의 아버지를 소멸시켰던 거구나.
물론 저런 파괴력을 마음대로 썼다가는 세상이 남아나질 않았을 테니 본인도 조절했을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물리력’에 한해서는 루미너스를 따라갈 신은 없다. 이건 확실하다.
전에 파괴력만큼은 인류가 따라잡았다고 생각했건만 그건 전부 오만이었다.
이래나 저래나 신은 신. 인류로서는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
“······모라 님의 말씀에 따르자면 옛날에 망나니였다 하셨는데.”
“음······ 그건······”
내가 조심스레 묻자 루미너스가 드물게 민망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런 파괴력을 가졌다면 인류로서는 공포의 대상이나 다름없었을 터.
루미너스는 내 질문에 한동안 망설이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솔직하게 고백했다.
“······옛날에 내 말을 안 듣는 인류 국가에게 천벌을 내리긴 했지. 그때문에 많이 혼났었고.”
“어떤 짓을 하셨는데요? 자기를 숭배하지 않은 도시를 파괴시켰다거나?”
“··· ···”
“오케이. 말하지 마세요.”
표정을 보니 그것보다 더 심한 짓을 했다는 걸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지혜의 여신와 만남을 가져 결혼하기 전까지는 인성이 개차반 그 자체였던 모양이다.
“악신으로 욕먹지는 않았나요?”
“욕할 수가 없었단다. 나에게 밉보이면 그 해 농사는 모조리 흉년이었거든.”
“진짜 속이 좁으셨네요. 루미너스 님 맞아요?”
“그때는 그랬지.”
진짜 매치가 되지 않았다. 망나니였던 시절의 루미너스와 현재의 루미너스.
어쩌면 많고 많은 과정을 거쳐 지금의 현명하고 자애로운 모습을 띄게 된 것이 아닐까.
실제로 육체는 완성되어도 정신적으로 성숙치 못한 사람들이 꽤 많다.
어릴 적부터 몸을 쓰면 된다는 마인드가 깔려있는 것이며, 정신적 성장이 상당 부분 중요하다.
‘그런 쪽으로 써야겠네.’
보아하니 현재의 필멸자에게 말 못할 정도로 부끄러운 과거가 입을 다물고 있을 뿐, 반성 자체는 하고 있다.
반성도 하지 않았으면 신화를 쓰는 데에 조금 망설였겠지. 만물의 아버지와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더 입체적이다. 입체적인만큼 꽤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듯했다.
“아무튼 루미너스 님의 과거에 대한 건 이쯤하고, 저에게 왜 이런 능력이 있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후천적 신앙은 그 대상의 ‘상징’이 신기로 격상되는 경우가 많단다. 전에 네가 위험에 처했을 때 지구의 신들이 도와줬잖니?”
“네. 알고 있죠.”
“그때 어떻게 도움을 줬는지 기억하고 있니?”
당연히 기억하고 있다. 그때 일은 절대 잊을 수 없다.
만물의 아버지의 진명을 듣기 직전, 청명한 타종 소리와 함께 거대한 손바닥이 현자를 짓눌렀으니.
그 후로 다른 분이 등장하셔서 은색 십자가로 현자를 구속시켰다.
“그들과 같은 후천적 초월자는 매우 특별하단다. 그들의 특징이 권능으로 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 순리의 존재를 깨달은 자는 순리를 담당하고, 모든 죄를 짊어진 자는 도덕성을 상징하는 것처럼 말이지.”
“그러면 저는요? 저는 제가 쓴 소설이 진실로 변하는 정도밖에 없었는데?”
“바로 그것이 핵심이란다. 너의 거짓말이 곧 현실이 되는 것이지.”
“······?”
뭐 그런 십사기 같은 능력이 다 있는 거지. 저건 신이어도 매우 힘들 텐데.
내가 당최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루미너스가 웃음을 흘렸다.
“대단히 강력한 권능인 건 맞지. 하지만 명확한 한계도 존재하는 법이란다. 그리고 이때까지 네가 행한 건 우리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지.”
“······가임기가 아닌 여성을 임신시킨 것도요?”
“난자를 배출시키면 끝이란다. 특정 신체를 늘리거나 줄이는 것도 마찬가지고.”
루미너스의 말을 들으니 납득이 간다. 전에 모라가 장난식으로 세실리의 가슴을 줄인 것도 있다.
신 입장에서는 누워서 떡 먹기나 다름없는 행위일 터. 대신 나는 글로 써야 효력을 발휘했다.
대단히 강력한 권능은 맞지만 그의 말마따나 명확한 한계가 존재했다.
“하지만 과학적인 원리조차 전혀 모른 채 권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한 메리트지. 아직 너희 세상도 의지가 물리적인 형태로 발현하기는 힘들잖니?”
“그건 그렇다만 그게 가능한 거예요? 의지가 물리적인 형태를 띄는 게?”
“자세히 파고들면 널리고 널렸단다. 특히 죽음을 목도하고 있는 자들이 많지.”
루미너스는 흥미로운 예시를 들어줬다. 가장 먼저 전쟁터의 군인.
무슨 일본군마냥 정신력만 강조하는 군인이 아닌, 어마어마한 체력을 가진 군인이 궁지에 몰렸다 치자.
그런 경우는 정신력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데, 놀라운 의지로 인간을 초월한 업적을 세우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극단적인 상황이고 임종을 앞두고 있는 노인들에게 가장 많이 발현된다고.
가족들과 만나 갑자기 건강해지셨다가 그 후에 돌아가시는 노인들이 많다.
이런 경우를 의지가 물리적인 형태로 발현됐다고 하는 것이다.
“훗날 네가 신성이 완성된다면, 네가 쓰는 이야기로 이 세상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도 있을 거란다. 말 그대로 예언서가 되는 셈이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많이 힘들 것 같은데요?”
“불가능한 건 아니니 이런 말을 하는 거란다. 더구나 너는 지금도 운명을 비틀고 있지.”
역시 신화의 영역은 복잡하디 복잡하다. 이해할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불완전하게나마 권능이 부여됐다는 건 확실한 순간이다.
삼신할매 같은 존재라고 봐야될까. 당장은 쓸모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럼 이 마법필은 저의 신기로서 항상 따라다니는 건가요?”
“그건 아니란다. 100년 정도가 흐른다면 모를까, 아직 완전히 종속된 게 아니거든. 어차피 후손에게 물려줄 거 아니니?”
“네.”
“케이트만한 신성력을 가진 자가 아니라면 함부로 쓰지 말라고 신신당부해주렴.”
어째서라는 의문을 채 갖기도 전에 루미너스가 설명해줬다.
“의지를 담아 무언가를 하려는 순간 미쳐버리거나 미라가 되거나 둘 중 하나라서 그렇단다.”
“······무슨 마검이에요?”
“성검도 따지고 보면 마검에 가깝잖니?”
너무 적합한 말이라 따로 대꾸를 못하겠다.
그래도 내 아버지에게 물려받은만큼 자식들에게도 주고 싶은데 아쉽다.
나중에 마법필을 물려줄지언정 아버지처럼 선물이라도 따로 해야 될 것 같다.
“대신 네 자식들은 기본적으로 너의 핏줄인만큼 사용 자체는 힘들지 않을 거란다. 권능은 사용하기 힘들겠지만.”
“음······ 가만히 듣자하니까······”
루미너스의 설명을 쭈욱 듣다보니 뭔가 걸리는 점이 있었다.
나는 그 생각을 하나둘씩 정리한 후, 조심스러운 어조로 그에게 물었다.
“이러다가 신화의 시대가 영원토록 안 끝나는 거 아니에요?”
“끝날 거란다. 모든 과업이 끝나면 자연스레 그리 될 테니. 물론 흔적은 뚜렷하게 남겠지.”
“왜죠?”
“너무 뚜렷한 기록과 역사가 남아있으니까.”
딱히 반박할 거리를 못 찾았다.
그리스·로마 종교에 종지부를 찍었던 기독교는 지구 기준으로도 오래 전에 등장했다.
기록물 또한 유실되거나 부정확한 것들이 많아 파악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성장 방향부터 다르다. 신의 존재만으로도 답이 나온다.
이 세상은 멸망하지 않는 이상 신의 존재가 뚜렷하다는 건 영원불멸의 진실로 남을 것이다.
“새장을 거두어도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을 거란다. 이건 어쩔 수 없지.”
“그렇군요.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지구의 신들이 우리를 찾아왔듯이, 인류 스스로 우주로 진출하는 것. 그것밖에 없단다.”
지금 속도를 보면 한 300년 뒤에 가능할라나.
지구의 산업 혁명을 기준으로 잡은 거라서 확실치는 않다.
항공우주분야가 극단적으로 발전하게 된 원인은 바로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이었으니.
이 세상에도 냉전과 비슷한 역사가 흘러갈지는 몰라도 오래 걸린다는 것정도는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니 너는 네 일에만 충실히 임하렴. 내가 곁에서 도와주마.”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지구의 신들이 너에게 조언을 하더구나.”
“지구의 신들께서요?”
놀라우면서도 의아하다. 지구의 신들도 내가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알고 있는 걸까.
그러는 사이, 루미너스는 잠깐 말을 멈추더니 이내 그 조언에 대해 입을 열었다.
“너의 가장 강력한 힘은 언어도, 문자도 아니란다.”
“··· ···”
“불편한 진실을 편하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 그것이 너의 가장 큰 힘이라 했지.”
나는 그 말을 듣고 골똘히 생각하더니 나 스스로를 가리키며 되물었다.
“제가요?”
“··· ···”
루미너스는 내 반응에 할 말을 잃었다는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