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733
■ 732화. 만물과 자연 (2) □ ᓚᘏᗢ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논리가 있다.
특정 사례를 근거로 섣불리 일반화하고 그것을 판단하는 오류다.
비슷한 말로는 하나를 보면 열은 안다가 있으며 잘못된 행동을 지칭하는 편이다.
이 오류에는 다양한 예시가 있지만 그중 가장 안 좋은 의미로 사용됐던 건 바로 홀로코스트다.
사골처럼 우려 먹긴 하겠다만 나치 독일은 원래부터 인류사의 광기란 광기는 전부 밀어넣은 집단.
모든 일에는 유대인이 배후라며 선동했으며, 실제로 몇몇 유대인들이 자본을 차지한 건 맞지만 그걸 싸잡아서 문제다.
그 결과가 바로 나치 독일의 폭주였으며 종래에는 어마어마한 참상을 낳았다. 하지만 이럼에도 오류는 끊임없이 범하고 있다.
“내 반려는 신이 직접 다스리는 인류는 큰 죄악에 다다를 거라고 생각했단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시작해야 된다 말했지.”
“때마침 바로 옆의 세계에 적절한 예시도 있었고요.”
“그리고 신에게 반기를 드는 인류 및 영웅들도 간간히 존재했지. 너희 세상이 그랬던 것처럼.”
신화를 보면 정말 간 큰 용사들이 존재한다. 신을 모욕하는 건 기본이요, 권능까지 넘어서려던 자들.
그런 자들은 대부분 신들이 직접 참교육을 시전하는 일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신이 골탕먹는 경우도 있다.
이걸 보았을 때 신화 시대의 인류가 얼마나 개차반이었는지 얼핏 알 수 있다.
야만을 넘어서 죄가 죄로 인정되지 않았던 세상. 죄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걸 보며 고민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단다. 하지만 너희 세상을 방문했던 내 반려는 큰 충격을 받았지.”
“어떤 충격이었죠?”
“같은 신들조차 수많은 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단다.”
“··· ···”
나는 히르트의 말을 듣고 입을 다물었다. 만물의 아버지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지구의 신들 입장에서 이 세상은 죄로 가득한 세상이었을 것이다. 지구를 방문했던 만물의 아버지도 비슷했겠지.
실제로 신화에서 등장하는 신들은 성격에 ‘하자’가 많다. 당장 그리스·로마 신화의 최고주신이 희대의 강간마인데 말다했지.
전에 몇 번 말했던 것처럼 기독교가 종교를 신화로 격하시켰던 건 다름아닌 ‘도덕성’ 때문이다.
불교 또한 궤로 따지자면 비슷하다. 포용성 하나만큼은 불교를 따라갈 종교가 없었으니.
“신들이 저지른 죄는 최초의 죄악이 되어 인류에게 스며들어가고, 인류는 그 죄의 몸집을 키워 사단을 만들었지.”
“그래서 지구는 멸망했죠.”
“그래. 내 반려는 그걸 보며 생각했지. 신들이 통치하지 않아야 인류의 죄악이 극단적으로 몰리지 않을 거라고.”
“부정할 수 없다는 게 슬픈 현실이네요.”
어떤 악마가 신에게 이리 소리쳤다. 악마라는 존재를 만들었으면서 왜 인간을 창조한 거냐고.
처음에는 단순히 웃기 위해 만들어진 거지만 골똘히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
인류의 위대함을 알려주는 작품도 있는 반면, 인간의 악랄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도 많았으니.
인류처럼 선악의 구분이 모호한 존재가 있을까. 이건 인류 문명이 유지되는 동안 풀리지 않을 난제일 것이다.
“하지만 너무 급했지. 만약 내 반려가 시간을 들였다면, 조금만 인내심이 깊었다면 잠자코 지켜봤을 거란다.”
“설득은요? 설득은 실패한 건가요?”
“실패했단다. 내 반려가 ‘죄’라고 칭했던 건 다른 신들 입장에서 지극히 당연한 ‘권리’였으니까.”
“허.”
히르트의 설명에 절로 헛바람이 튀어나왔다. 역시나 죄를 죄로 인식하지 못했다.
신들 입장에서 만물의 아버지가 말하는 건 헛소리에 가까웠겠지.
솔직히 이제 와서? 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을 것이다.
“내 반려는 크게 실망했단다. 하지만 그에게 동조하지 않은 신이 없는 건 아니었기에 다시 한 번 인내했지.”
“그게 잘 안 된 모양이군요.”
히르트는 슬픈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만물의 아버지가 타락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 있는 모양이다.
“그래. 신과 가까운 인류는 점점 그들의 죄악을 담습해나갔고, 결국에는 신마저 모욕하는 일을 저질렀지. 인류가 신에게 승리를 점한 기념비적인 역사이자 비극의 시발점.”
“그 신이 설마······”
나는 설마하는 표정으로 히르트를 쳐다봤다. 히르트는 여전히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뒤이어 그녀는 침울하게 깔린 목소리로 조용히 고백했다.
“바로 나란다. 만물의 아버지의 반쪽이나 다름없던 반려.”
“··· ···”
“나는 그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었지만 돌아오는 건 끊임없는 파괴였지. 그들의 오만함이 극에 다다랐던 순간이었단다.”
인류도 자연에 포함된 동물이다. 그러므로 자연을 파괴한다는 건 자기 목을 도끼로 치는 것과 똑같다.
안 그래도 인류를 의심하던 상황에서 히르트마저 모욕했으니 만물의 아버지 입장에서 빡이 쳐도 할 말이 없다.
저것이 트리거가 되어 타락의 길로 들어섰겠지. 인류의 죄악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으니 막을 자도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인류를 사랑했단다. 나는 그들의 부모였기에 반려를 필사적으로 설득했지. 그러나 반려는 끝까지 날 떼어놓더구나.”
“루미너스 님과 모라 님께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나요?”
“나를 모욕한 인류를 직접 처벌했단다. 그러나 내 반려의 분노를 잠재우기는 부족했지.”
엘레나에게 건네받았던 기록물과 전혀 반대되는 입장이다.
루미너스 측은 인류가 자연을 무자비하게 파괴할 거라며 만물의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었다.
허나 히르트의 말을 들어보면 앞뒤가 맞는 것 같으면서도 애매하게 맞지 않았다.
‘자유 의지는 단순한 명분에 지나지 않았나?’
만물의 아버지는 인류에게 자유 의지를 부여하기 위해 세상을 멸망시켜 들었다.
그러나 히르트의 말을 들어보면 뭔가 이상하다. 자유 의지는커녕 인류의 죄악만 강조되는 느낌이 들었으니.
만물의 아버지가 폭군으로 타락하게 된 원인은 알게 됐지만, 자유 의지와 관련된 건 전혀 말하지 않았다.
“히르트 님.”
“말하렴.”
“히르트 님은 만물의 아버지의 사상에 동조하시나요?”
그래서 직접 물었다. 인류에게 자유 의지를 부여하는 것에 동의하냐고.
히르트는 만물의 아버지와 가장 가까운 존재라 할 수 있는 신이다. 그녀 사이에서 수많은 신들을 낳았지 않았는가.
그녀는 내 질문에 자애로움이 뚝뚝 묻어나오는 미소를 짓더니 조용히 손을 뻗었다.
뒤이어 커다란 손가락으로 내 머리를 슥슥 쓰다듬더니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너희의 부모란다. 나를 거부하는 것도 자유 의지고, 나를 따르는 것도 자유 의지지.”
“··· ···”
“그러나 부모된 마음으로 너희가 또다른 부모가 되기를 원하고 있단다. 모든 걸 퍼주고 싶지만 자연은 무한하지 않거든.”
“슬픈 이야기군요.”
정말 안타깝지만 현실적인 부분이다. 자연은 무한하지 않다.
석탄, 석유, 천연 가스를 포함한 자원부터 시작해 세계 곳곳의 자연 환경들.
생명이 순환하고 있다지만 인류의 숫자는 날이 가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독립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0으로 수렴하게 되는 것이다.
“내 반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나를 떼어놓았지. 그러나 시간이 흘러 반려의 목적은 퇴색되었단다. 이제는 의미 없는 사상에 지나지 않고.”
“그 말씀은······”
“부디 내 반려를 정화시켜주렴.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란다.”
히르트는 그리 말하며 내 머리 위에 얹었던 손가락을 떼었다.
나는 그녀가 손가락을 떼자마자 머리를 매만졌다. 머리가 상쾌해지는 기분이다.
“루미너스는 인류에게 죄를 전달했고, 인류 또한 그 죄를 죄로 인식하기 시작했지. 어찌 보면 내 반려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봐야겠구나.”
“······그렇죠.”
“오만한 건 우리였단다. 이리 될 줄은 누구도 몰랐겠지만, 만약 그때 알게 됐다면······”
신들은 인류의 미래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수많은 미래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진정한 의미의 미래는 엿볼 수 없다는 뜻이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길 뿐.
과거로 돌아가 사건을 일으킬 수 있어도 그것이 현재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푸념에 지나지 않겠지. 지금으로서는 미래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할 일이란다.”
“최고의 결말을 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고맙구나.”
히르트는 방긋 웃으며 감사 인사를 전하더니 커다란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녀의 부드러운 손 위에 올려진 무언가를 바라봤다. 그리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깜짝 놀랐다.
“이건······”
씨앗이다. 그것도 엄청 큰 씨앗.
아리엘이 태어났던 씨앗과 똑같았다.
내가 씨앗과 히르트를 번갈아보며 당황하고 있을 때, 그녀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에 네 피를 뿌리고 이름을 새기렴. 그리고 네 영지의 땅에 심어놓거라.”
“······그러면 어떻게 됩니까?”
“때가 되면 알게 될 거란다.”
“으음······”
나는 침음성을 흘리며 세계수의 씨앗을 받았다. 럭비공만한 크기에 상당히 묵직하다.
지난번에는 아르웬과의 정사 이후에 아리엘이 태어났었지.
그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아르웬한테 부탁해야지.’
다음 행선지가 테르스 왕국인만큼 세실리가 아니라 아르웬에게 부탁하는 것이 좋을 듯했다.
아르웬도 모처럼 휴가를 받았으니 마이샬 영지에서 놀면 되겠지. 겸사겸사 그레이스와 만나고 좋다.
“감사합니다. 매번 선물만 받아가는 것 같네요.”
“네가 한 일에 비해서는 약소하디 약소한 선물이지.”
스윽-
히르트가 굽혔던 무릎을 서서히 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에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단순히 일어서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산맥이 태동하는 것마냥 웅장한 느낌이다.
“가시는 건가요?”
“그래. 이제 운명에 맡겨야겠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좋은 결말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내 말에 신뢰를 얻은 걸까. 히르트는 방긋 웃으며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두 다리가 땅에서 떼어지고 그녀의 거대한 신체가 서서히 세계수 쪽으로 상승한다.
샤아아아-
이어서 발 끝부터 시작해 그녀의 몸이 새하얀 입자로 변하여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나는 그녀로부터 선물받은 세계수의 씨앗을 꼭 감싸안은 채 그녀를 배웅했다.
히르트는 나를 내려다보며 특유의 자애로운 미소를 유지했다.
“얘야.”
이윽고 그녀의 복부가 새하얀 빛무리로 변할 때쯤, 히르트가 나를 불렀다.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니?”
“어떤 부탁이든지 들어드리겠습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히르트의 부탁은 언제든지 들어줄 준비가 돼 있다.
이때까지 해준 게 얼마인데 부탁도 못 들어줄까.
이에 히르트는 더욱 진한 미소를 지으며 부탁했다.
“어떤 진실이 밝혀지든 간에······”
잠시 말을 멈춘 히르트. 그녀의 몸은 어느새 목부근까지 사라져 있었다.
마침내 그녀의 입이 사라지기 직전, 히르트가 다소 안쓰럽게 느껴질 법한 부탁을 꺼냈다.
“우리를 너무 미워하지 마렴.”
샤아아아-
그 말과 함께 히르트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빛의 입자는 바람을 타 저 멀리 날아갔으며, 내 눈 앞에는 거대한 세계수만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한동안 세계수를 올려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내렸다.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괜찮아요.”
어떤 진실이 밝혀져도 우리를 너무 미워하지 말라는 말.
나는 피식 웃으며 조용히 읊조렸다.
“우리 세상이 더했는데요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