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739
■ 738화. 만물의 아버지 (1) □ ᓚᘏᗢ
전 화 마지막 부분 살짝 수정했습니다! 한 번 봐주시길 바랍니다!
* * *
우선 변명 아닌 변명부터 하겠다. 이렇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라오스 그 십새끼가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모르겠지만,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1차적인 계획이 테르스 왕국을 최대한 빠르게 떠나는 것이고, 2차적인 계획은 라오스와 어떻게든 떨어지는 것.
텔레포트 기관에 어떤 짓을 했을지 몰라서 세실리의 마법까지 이용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이용했다. 하지만 이것조차 부족했을까.
첨벙!
“푸하! 푸흡!”
텔레포트 특유의 감각이 느껴진 것까지는 기억이 난다. 그 이후가 문제였을 뿐.
발이 순식간에 꺼지는 느낌이 들더니 그대로 추락했다. 추락한 곳은 드넓은 호수.
아니. 간간이 짠맛이 느껴지는 걸 보면 ‘바다’일 확률이 높다. 나는 최대한 발버둥치며 노력했다.
‘나 수영 못하는······’
맥주병이라 소용 없었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다가 이상하리만큼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클라크 할아버지가 나에게 말씀하셨다. 다른 건 몰라도 바다에 들어가지 말라고.
바다에 들어가게 된다면 온 몸에 힘이 빠질 거라고 하셨는데 그것을 실시간으로 경험했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여······’
나는 어떻게든 가라앉는 걸 막기 위해 최대한 허우적거렸다.
바다 위에 떨어진 것도 있었으나 사방이 암흑 천지다. 바다는 빛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심연처럼 어두운 자연.
하물며 테르스 왕국을 떠날 때가 저녁 쯔음이었으니 아무것도 안 보일만도 하다.
‘하다못해 모라가 본래 차원에 있었다면······’
낮은 루미너스가 지켜보고, 밤은 모라가 지켜본다는 속설이 존재한다.
그 속설대로라면 모라가 나를 건져올려줬겠지.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그녀는 차원에서 추방당했다.
이것이 스노우볼이 되어 굴러간 것인지, 아니면 그냥 바다라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지 모르겠다.
“쿨럭!”
바둥거리다보니 입에 바닷물이 한 움큼 들어갔다. 서둘러 뱉었으나 짜디 짠 맛은 사라지지 않는다.
정말 이대로 가라앉아 끝나는 건가. 라오스 그 미친 새끼는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건지 알기는 할까.
나는 사고를 최대한 잇기 위해 발버둥쳤다. 혹시라도 신들이 나를 알아차리고 발견할 수도······
[물론 잘 알지.]“푸흡······?”
그때 내 머릿속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동시에 누군가 내 발을 붙잡고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든 발악하기 위해 고개를 치켜들었으나 이미 얼굴까지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미약하게나마 달빛을 비추던 수면이 점점 멀어지고, 숨조차 제대로 못 참았던지라 호흡이 가빠왔다.
-푸학!
입에서 터져나간 숨방울이 몽글몽글 떠오른다.
폐에 바닷물이 가득 채워지는 느낌과 함께 의식이 점점 멀어진다.
건강한 신체를 얻었기에 망정이지, 원래라면 10초도 되지 않아 의식을 잃었을 것이다.
‘차라리 의식을 잃게 해주던가······!’
진짜 쓸데없는 부분에서 튼튼하구나. 나는 그리 생각하면서 몸에 힘을 뺐다.
어차피 발버둥쳐도 소용없는 거, 이대로 어디까지 내려가나 기다렸다.
“··· ···”
그리고 놀랍게도 얼마 가지 않아 적응했다. 입을 꾹 다무니 숨도 차지 않고 고통스럽지도 않았다.
폐 안에 채워졌던 바닷물도 어느새인가 빠져나간 것 같다. 건강한 신체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새삼 깨달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바닷속은 정말 공포스럽다 못해 기괴했다. 진짜 아무것도 안 보인다.
건강한 신체를 통해 시력도 향상되었을 텐데 어떻게 아무것도 안 보일 수가 있을까.
‘······어디까지 내려가는 거야?’
아래로 내려간 지 좀 오래된 것 같은데 어두컴컴한 모습밖에 안 보인다.
원래 물 안에서 눈을 뜨면 앞이 흐려보이지만 시력이 좋아진 덕에 그나마 선명하다.
그래봤자 칠흑 같은 어둠 밖에 없었지만. 이러다가 심해까지 도달하면······ 그건 좀 무서울 것 같다.
전생에서 각종 심해어를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는데, 얼마나 기괴하게 생겨먹었는지 아직도 기억한다.
왜.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바다는 인간이 지배할 수 없는 또다른 우주라고.
우주는 그나마 별이라도 많지, 심해는 그저 칠흑 같은 어둠뿐이다.
쑤욱-
“응?”
그렇게 얼마나 더 내려갔을까. 발에서부터 이상한 감각이 전해졌다.
천천히 가라앉는 느낌이 아닌, 본래의 중력으로 되돌아온 것 같다.
쑤욱!
“우아악!”
발에 이어 허리까지 그 느낌이 도달하자 내 몸이 그대로 추락한다.
당황한 나머지 새된 비명을 지르며 팔다리를 휘적거렸으나 나아지는 건 없다.
그냥 아래로 쭈욱 떨어질 뿐. 나는 급박한 와중에도 아래를 쳐다봤다.
무슨 돌바닥 같은 것이 눈에 들어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떨어질 듯했다.
찰팍!
다행히 여태까지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훈련이 빛을 발했다.
잃어버렸던 균형을 최대한 맞잡은 후, 땅바닥이 발과 닿자마자 무릎을 굽혔다.
무릎을 굽힌 후에는 앞으로 몸을 굴렸다. 수십 번 이상 훈련했던 낙법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었다.
“으으······”
그러나 낙법과 별개로 몸이 축 쳐진 건 어쩔 수 없었다. 특히 머리카락이 제일 문제다.
안 그래도 무거웠는데 바닷물에 푹 적셔진 나머지 더 무거워진 느낌이다.
우선 되는대로 머리와 옷의 물기를 최대한 짜냈다. 강한 악력 덕분에 어느 정도 무게가 덜어졌다.
비록 바닷물 특유의 찜찜한 느낌은 어쩔 수 없었으나 이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나저나 여기는······’
옷과 머리를 대충 정리한 후에는 주위를 둘러봤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으나 윤곽은 체크할 수 있었다.
‘사원······ 인가?’
어둠에 적응한 눈으로 확인한 결과, 이곳이 어떤 ‘사원’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그것도 상당히 오래된 구조물로 추측되는 사원. 곳곳에 파손된 흔적이 많았으며 멀쩡한 곳을 제대로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틀 자체를 유지하고 있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사원이라는 것도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거 어디선가 본 거 같은데······?’
사원도 사원이지만 어디선가 많이 본 외양이다. 나는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뒤이어 전보다 훨씬 선명해진 시야를 얻을 수 있었다. 아침에 준할 정도의 밝기다.
이 기술 또한 아버지로부터 얻은 기술 중 하나다. 어두운 밤중에도 수월히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
건강한 신체를 얻고나서 육체와 관련된 기술은 수월히 습득할 수 있었다.
‘······나무?’
아까 전보다 훨씬 밝아진 시야로 또다른 특징을 찾을 수 있었다.
사원 뒤에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우뚝 솟아있다. 바다 속의 사원과 그 뒤의 나무라니.
도통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선 이 사원이 일종의 신전 역할을 했다는 건 알겠다.
‘그리고 이 사원은······’
분명 만물의 아버지를 숭배하던 사원이겠지. 이건 분명하다.
나는 앞에 보이는 사원과 거목을 뒤로 하고 주위를 좀 더 세세히 둘러봤다.
바다 밑에 잠겨있는 사원의 크기는 상당히 넓은 편이었다. 구조 자체는 고대에 나올 법했다.
사원을 중심으로, 네모반듯한 외양. 사원의 형태도 제물을 바치러 올라가기 위한 계단식에 가깝다.
‘저기에도 나무가 있네.’
사원의 끄트머리를 상징하는 건지 저 멀리 나무가 올곧게 솟아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만물의 아버지는 바다를 관장하는 신일 텐데 어째서 나무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어쩌면 히르트가 아내였기에 나무를 심은 걸 수도 있겠지.
‘······일단 만나러 가야하나.’
저 사원 안에 누가 있는지는 뻔하디 뻔하다. 바다로 가라앉기 직전의 목소리도 그렇고 분명 그 신이겠지.
이런 일을 저지른 이상 결판을 내야겠지만 동시에 의문이었다.
나에게 무슨 일이 발생한다면 지구의 신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지난번 현자의 함정에 빠졌을 때도 부처님이 여래신장으로 제압했지 않았는가.
이를 보았을 때 만물의 아버지가 나를 해한다면 지구의 신들이 난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쩌면······’
지구의 최고신이자 ‘아버지’라고 부르는 존재가 등장할 수도 있겠지.
혹시 저쪽에서도 남겨놓은 패가 있는 것일까.
나는 여기로 오라고 손짓하는 듯한 사원의 입구를 보다가 목을 더듬거렸다.
다행히 바다로 가라앉는 동안에도 빠지지 않았는지 세계수의 새싹과 조합된 목걸이가 걸려있다.
‘여기서 쓰게 될 줄은 몰랐네.’
나는 세계수의 새싹을 떼어낸 후 그대로 입 안에 넣었다. 입 안에 넣자 청량한 감각이 전신을 사로잡았다.
최후의 최후까지 아끼려고 했지만 사태가 심각하다보니 곧장 실행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참 많은 일이 있어보이는구나.]익숙하디 익숙한 목소리가 뇌리에 울려퍼졌다.
레오나의 주술로 일시적으로나마 몸을 공유할 수 있는 클라크 할아버지의 목소리다.
나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특수한 공간이라 안 될 줄 알았다.
‘지금 제가 어디에 있는지 보이시죠?’
[그래. 꽤 거지 같은 곳에 있는 것 같구나.]‘여기가 어디인지 아세요?’
[나야 모르지. 유추는 되지만.]클라크 할아버지는 사원의 정체를 몰라도 어디인지 직감한 모양이다.
뒤이어 내 몸을 움직이는 그가 허리춤을 뒤적거리더니 호신용으로 갖고 다니던 손도끼를 꺼냈다.
말 그대로 호신용으로 갖고 다니는 거라 전력을 내기는 힘들겠지. 하지만 지금 필요한 건 그의 경험이다.
[지금 저택은 난리가 났다. 네가 실종된 지 벌써 사흘이 넘었으니까.]‘······사흘이요? 전 텔레포트하자마자 여기였는데?’
사흘이 넘었다는 소식에 당황했다. 대체 여기는 어디길래 그만한 시간이 흐른 건지.
어쩌면 텔레포트조차 오래 걸릴 정도로 먼 거리라는 뜻일 수도 있었다. 아니면 내가 그만큼 바다에 가라앉았다던지.
‘제 애인들은 어떻죠? 제가 살아있다는 것만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너와 연동이 되자마자 미리 알려줬다. 다들 내가 언제쯤 뼈다귀로 변하나 지켜보더구나.]클라크는 잡담은 그만하고 이 이상한 곳부터 빠져나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시도는 무위로 돌아갈 게 뻔했다. 알 수 없는 힘이 나를 끌어당긴 것부터 답이 나온다.
[······그럼 결국 저기에 들어가야 된다는 거니?]‘아마 그렇겠죠.’
[자살 행위에 가까울 거다.]‘제가 안 들어가면 저쪽에서 강제로 끌어들일 걸요?’
[후우······]일리 있는 말에 답답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는 클라크.
내 입에서도 한숨을 푹 터져나오는 걸 보아 어지간히 답도 없는 상황인 모양이다.
이어서 그는 복잡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짜증이 제대로 난 목소리로 말했다.
“일부터 해결하고 생각하자구나. 테르스 왕국 쪽에서도 이상한 일이 터졌으니.”
“무슨 일이요? 그 새끼들이 또 무슨 짓을 했길래?”
내가 말해놓고 내가 질문하니 약간의 괴리감이 느껴진다.
“노스라고 알고 있느냐?”
“노스라면······”
알다마다. 피와 강철 연재 당시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던 소설가.
그러나 피와 강철이 워낙 맛이 가버린 전개(고증)을 자랑한 덕분에 예언가로 떠오른 인물이다.
홀로코스트 이후에도 자잘한 막장 전개(고증)이 튀어나오자 결국에 백기를 들었던 사람.
“네가 밝히려던 진실이 무엇인지 눈치챘다며, 제논 축제 때 밝히겠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공교롭게도 네가 실종됐지.”
“제가 없는 자리를 노스로 채우려는 거군요.”
“그래. 그 인간도 예언가라며?”
반장난식의 예언가지만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속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
물론 저것들 전부가 거짓말이라며, 믿을 수 없다며 가족들이 먼저 나서겠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물증이 없는 상황이며, 무엇보다 그 진실이 전해줄 충격은 ‘거짓’을 덮을 수 있다.
“말이 길어졌구나. 일단 사원 안으로 가마.”
“조심하세요.”
“당연히 네 몸인데 조심해야지.”
쓰잘데기 없는 농담을 하면서 발걸음을 앞으로 옮겼다.
워낙 긴장되는지라 가슴이 거칠게 요동쳤다.
[빨리 오거라.]사원에 진입하려는 찰나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목소리.
나는 그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몸의 통제권을 뺏어버렸다. 내 두 다리가 멈췄다는 뜻이다.
“무슨 일이냐?”
“··· ···”
하지만 클라크는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한 모양이다. 한 몸에 두 개의 영혼이 깃들어있는데도 말이다.
아무래도 저쪽에서 육체가 아닌 ‘정신’ 쪽으로만 메세지를 전달한 것 같다.
나는 클라크의 질문에 입을 우물거렸다가 작게 대답했다.
“······저쪽에서 빨리 오라네요.”
“··· ···”
그 말에 내 몸의 통제권을 되찾은 클라크가 앞으로 움직였다.
사원 뒤로 높게 뻗은 거목이 그렇게나 으스스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