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740
■ 739화. 만물의 아버지 (2) □ ᓚᘏᗢ
만물의 아버지의 부름을 뒤로 하고 사원 안으로 들어선 나와 클라크 할아버지.
손에는 작은 손도끼 한 자루를 꼭 쥐고 있었으며, 혹시라도 모를 사태에 대비해 주변을 경계했다.
“······손자야.”
“네?”
사원 안을 걸어가는 도중에 클라크 할아버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몸을 공유하다보니 내가 질문하고 나 스스로 대답하는 꼴이었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너무 긴장하고 있는 거 아니니?”
그리고 몸을 공유하고 있는만큼 클라크 할아버지도 내 몸 상태가 어떤지 확인할 수 있다.
속마음까지는 알기 힘들어도 지금 내 몸이 긴장 상태에 돌입했다는 것정도는 알 수 있을 터.
하지만 긴장도 조금만 하는 게 좋지, 나처럼 심장이 터질듯이 뛴다면 누구라도 ‘쫄았다’라는 걸 알 수 있다.
“할아버지.”
“오냐.”
“전 이런 거 진짜 싫어해요.”
나는 클라크 할아버지의 핀잔 아닌 핀잔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처음으로 게리오스 왕궁으로 진입했을 때, 전저도 없이 튀어나오는 유령들을 보며 까무러쳤다.
옆에 케이트가 있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진입조차 못했겠지.
“허. 창조주를 상대로 겁박까지 하는 놈이 이걸 무서워 해?”
“적어도 신께서는 깜짝깜짝 놀래키지는 않잖아요.”
내가 공포 게임이나 공포 영화를 끔찍히도 싫어하는 이유가 있다.
잔인한 건 괜찮은데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걸 싫어한다. 따로 명칭이 있는데 그건 잘 모르겠다.
콰르륵!
“으힉?!”
클라크 할아버지와 대화하면서 걷고 있을 때 이상한 소리가 귀에 박혔다.
나는 그 즉시 몸을 움츠리며 제자리에서 멈췄다. 워낙 긴장하고 있던지라 사소한 소리만으로도 깜짝 놀란다.
“뭐, 뭐였죠?”
“······그냥 돌무더기가 무너지는 소리. 어휴.”
내 질문에 클라크 할아버지가 한심함을 담아 알려줬다. 어지간히도 한심했는지 한숨까지 내쉰다.
나도 마음 같아서는 당당하게 나가고 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영웅’과 거리가 한참 멀다.
행적과 능력으로만 따지자면 영웅이 맞는데 공포에 취약하달까. 심성이 약하다고 봐야겠지.
“내 기척에 잡히는 건 하나도 없으니 너무 무서워하지 마려무나.”
“네······”
“참고로 귀신은 기척 감지로도 못 잡는다.”
“말하지 마시지······”
우리는 서로 상반된 마음을 지니며 사원 깊숙한 곳으로 진입했다.
사원은 전형적인 사원의 형태를 띄고 있었으며 동시에 익숙했다.
멀리서 봤을 때도 그렇고 가까이서 봤을 때도 그렇고 알븐하임에서 얼핏 본 것 같다.
“알븐하임 관저에서 본 거랑 비슷하네요. 거기는 루미너스 님과 모라 님을 모시고 있었지만요.”
“다른 건 없느냐?”
“수 천년 아니, 어쩌면 만년 이상 동안 잠들어 있었을 텐데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신기해요.”
어지간한 구조물은 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100년조차 제대로 버티지 못한다.
하물며 그것이 고대에 지워진 건축물이라면 바람에 풍화되거나 비에 침식되거나 등등.
다양한 이유로 무너져야 정상인데 이 사원은 그렇지 않다. 더구나 여기는 바닷속이지 않은가.
‘누군가 이 사원을 보호하고 있다는 말이 되겠지.’
그 누군가는 만물의 아버지일 테고. 다시 말해 이 사원이 만물의 아버지가 봉인된 장소라는 뜻이다.
과연 이 사원 깊숙한 곳에 만나게 될 만물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일까. 우선 껍데기는 알고 있다.
전에 모건 왕이 말해준 것처럼, 그는 만물의 아버지와 만나 패배했다고 했으니.
모건 왕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채 이 사원 깊숙히 존재할 것이다.
“이건······”
“음······”
잔뜩 긴장한 마음으로 안으로 진입할 때 뭔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와 클라크는 그걸 물끄러미 쳐다봤다.
사원이었으니 그 안에 그 신과 연관된 뭔가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표적인 예로 바로 눈 앞의 벽화다. 나는 잠시 몸의 통제권을 가져오고 벽화 쪽으로 다가갔다.
“창조와 관련된······ 벽화인 모양이네요.”
벽화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우선 하늘에서 무수히 많은 비가 쏟아져 내리고, 그 비가 ‘바다’를 창조한다.
바다는 명확한 ‘기준’으로써 대지와 구분되고, 그 대지 위에 새로운 ‘자연’이 돋아난다.
뒤이어 바다와 자연이 태어나면서 등장하게 된 어느 한 인물. 그러나 시간이 시간이다보니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다.
이윽고 사람 형태에서 빠져나온 것들이 각각 태양과 달이 되어 세상을 비추었다. 저건 루미너스와 모라겠지.
‘만물의 아버지인 건 알겠는데······ 어째서 히르트 님이 안 보이는 거지?’
바다에서 등장한 최초의 존재는 분명 만물의 아버지다.
바다를 통해서 ‘대지’와 서로 구분되기 시작했으니 자연의 어머니, 히르트도 등장해야 할 터.
하지만 자연의 어머니와 관련된 건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자연 그 자체다보니 따로 묘사하지 않은 걸 수도 있다.
‘불과 관련된 건 달로스일 거고, 인간과 동물을 창조한 건 네카. 그리고······’
벽을 따라 수많은 벽화들이 존재했다.
루미너스로 추정되는 존재가 전쟁을 치르는 벽화도 있고, 아버지에게 벌을 받아 필멸자로 추락하는 장면도 있다.
그곳에서 지혜의 여신과 만나게 되어 정신을 차리는 장면까지. 적어도 이때까지는 이야기로서 존재한 모양이다.
‘아직 문자가 발명되지 않은 시대였나?’
다만 벽화와 다르게 문자로 추측되는 건 보이지 않았다.
인류는 문자가 발명되기 전까지 그림을 주로 사용했다. 이 벽화가 바로 그 예시고.
나는 벽화를 따라 쭈욱 따라갔다. 혹시라도 모를 사태를 대비해 긴장의 끈은 놓지 않았다.
“이거는······”
“너희 세상의 신들인 모양이구나.”
놀랍게도 지구의 신으로 추측되는 존재들도 등장했다.
총 3명의 존재들이었는데, 한 명은 빛이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반면 다른 둘은 묘사가 확실했다. 한 명은 곱슬머리 비슷한 머리를, 다른 한 명은 구불구불하면서도 축 늘어진 머리였으니.
그들은 만물의 아버지와 만남을 가지면서 서로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기애애하기 그지 없다.
“따라가는구나.”
“그러게요.”
만물의 아버지는 세 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흡사 현장체험학습을 하러 떠나는 학생처럼, 만물의 아버지는 신들에게 배웅을 받으며 지구로 떠났다.
하지만 이것의 비극의 시작이라는 걸 누가 알았을까. 다시 돌아온 만물의 아버지는 지구의 사상에 감회된 상태다.
‘그래도 필멸자들은 잘 보살폈구나.’
인류를 리셋시켜야 된다는 마음가짐과 다르게 만물의 아버지는 세상을 잘 다스렸다.
언쟁은 오직 신들 사이에서만 일어났으며 이때까지만 해도 타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음에 이어진 인류의 악행만 아니었다면. 나는 다음 벽화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산에 불을 지르고, 동물을 학살하고, 바다에 온갖 오물을 버린다라······’
자연을 능욕하는 장면이 아주 제대로 묘사됐다. 이들은 대체 왜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일까.
물론 신을 이기겠다는 마음을 저지른 것일 수도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인간도 여러 막장짓을 저질렀으니.
아무튼 이 일로 인해 만물의 아버지는 제대로 격노하고, 세상을 모조리 쓸어버리겠다는 마음을 굳히게 된다.
“······여기가 끝이구나.”
“그러게요.”
벽화의 끝부분은 멸망과 깊이 연관돼 있었다.
만물의 아버지와 루미너스가 서로 무기를 겨누며 대치하는 장면이었으니.
그 이후가 묘사되지 않은 건 세상이 멸망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나는 벽화의 끝을 보며 여운에 잠겼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째서 이 사원만 바닷속에 잠겨있는 걸까요?”
“너희 세상에는 바닷속에 잠긴 사원이 없느냐?”
“아틀란티스라고, 전설로나마 존재하는 고대 유적이 있긴 있어요. 어디까지나 전설이지만.”
이런 경우는 지각 변동으로 인해 어떤 대지는 솟아오르고, 어떤 대지는 가라앉았기 때문일 터.
바닷속에 유적이 잠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고고학자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들지 않을까.
물론 그 전에 전부 만물의 아버지에게 세뇌당하겠지만 말이다. 나는 벽화를 뒤로 하고 마저 걸음을 옮겼다.
“할아버지.”
“말하렴.”
“어째서 만물의 아버지 혼자만 나오는 걸까요? 히르트 님은 보이지도 않고.”
벽화를 보면 만물의 아버지 혼자만 등장하지, 자연의 어머니 히르트는 등장하지 않았다.
아까 말했듯이 히르트는 자연 그 자체를 상징하기에 그런 걸 수도 있다. ‘능동성’이 하나도 없으니까.
하지만 그렇다 해도 아예 안 나오는 건 뭔가 이상하다. 한 번이라도 등장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다.
“네가 생각한대로 자연 그 자체이기에 묘사할 필요가 없던 거겠지.”
“으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 넘어가자구나. 우린 서두를 필요가 있다.”
하기야 그것도 그렇지.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건 연구를 위해서가 아니다.
나는 다급히 정신을 차리며 사원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으로 걸어가면 걸어갈수록 으스스한 기운이 강해졌다.
철퍽- 철퍽-
또한 기이하게도 물웅덩이가 많아졌다. 입구는 깨끗하기 그지 없는데 안은 웅덩이가 간간이 존재했다.
짜디 짠 냄새가 코를 찌르는 걸 보아하니 바닷물로 추측된다. 신기하게도 썩은물은 아니다.
여러모로 기형적인 사원 내부에 마음을 졸이고 있을 때쯤, 어느 순간 넓디 넓은 공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건······”
“음······”
그리고 바로 눈 앞에 문어인지 오징어인지 헷갈리는 생물이 쓰러져 있었다.
평범한 해양 생물이었다면 놀라지도 않았겠지. 하지만 눈 앞의 생물은 매우 거대했다.
내가 도착한 공간의 거의 축구장만한 크기를 자랑했는데, 저 바다생물은 그 반을 차지할 정도였으니까.
전설로나마 전해지던 거대 괴수, 크라켄이 내 앞에 떡하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클라크는 크라켄을 보며 침음성을 흘리더니 조용히 걸어가 세세히 살펴봤다.
“······부패를 보아하니 꽤 오래 전에 죽은 모양이구나.”
크라켄은 생명을 잃은지 오래 된 모양이다.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지.
도대체 이 크라켄을 죽인 사람은 누구인 건가. 정말 전설대로 내 선조 중 한 명이 쓰러뜨린 건가.
클라크는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위해 크라켄의 구석구석 살펴봤다. 크기다 크기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도끼?”
“머리에 도끼가······ 제대로 꽂혀있구나.”
크라켄의 머리 부분에 웬 거대한 도끼 하나가 정확히 꽂혀있었다.
분명 시간이 오래 흘렀을 텐데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배틀 액스.
아무래도 크라켄은 저 일격을 맞고 쓰러진 모양이다.
‘······이 가문은 대체 어떻게 돼 먹은 가문이지?’
크라켄을 쓰러뜨렸다는 전설이 실화였다니 어이가 없으면서도 납득이 된다.
역사에 이상한 일이 생겼을 때 마이샬 가문을 집으면 90% 정도는 맞겠지.
나와 클라크 할아버지는 쓰러진 크라켄을 뒤로 한 후, 그가 막고 있던 뒤쪽을 살펴봤다.
크라켄은 일종의 수문장 역할을 했었는지 뒤쪽의 거대한 문을 막고 있었다.
“어우. 썩은내.”
문으로 향하기 위해 크라켄 가까이 다가가니 썩은내가 진동했다.
시체 특유의 썩은내와 물 비린내가 합쳐지니 참기가 어렵다. 그에 서둘러 살짝 개방된 문 안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문 안으로 들어오게 되자.
[왔구나.]아주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끼이익- 쿵!
문이 굳세게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