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756
■ 755화. 2년 후 (4) □ ᓚᘏᗢ
갓 오브······ 아니. 전쟁의 신은 설명했듯이 루미너스가 전쟁의 신이었던 시절을 다루고 있다.
사람들은 망나니 그 자체였던 루미너스의 과거를 보며 경악하고 있었지만, 그를 ‘역사’에 대입하면 매우 흥미롭다.
과거의 인류는 망나니 시절 루미너스처럼 야만적이고 원시적이었으며 틈만 나면 전쟁을 일으키고 다녔으니까.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야만’에서 벗어나 ‘문명’을 건립하고, 그 후로부터는 서서히 ‘지혜’가 생겨나 자중했다.
물론 인류의 본성이 본성인지라 허구한 날 전쟁하고 다녔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루미너스도 여기에 끼었고.
이후로 만물의 아버지, 히르트가 과격한 사상에 빠져들게 되고 서로 피터지게 싸우면서 세상이 멸망한다.
이것이 1부의 이야기이며 2부부터는 신학에서도 나온 설화다. 루미너스가 잔존한 인류를 번성시키는 이야기.
인류가 해결하기 어려운 몬스터들을 직접 처치하고, 그들이 기반을 세울 수 있을 때까지 세상을 수호한다.
하지만 히르트가 다시 부활을 꾀하면서 진실이 퍼져나가고, 그 진실을 묵묵히 감내하며 다시 세상을 지키는 것.
그것이 2부이며 부제도 ‘수호신’이다. 사실 부제 자체가 일종의 스포일러라 보면 된다.
[전쟁의 신 완결. 제논의 예언은 무려 루미너스 님의 구원이었다.] [더이상 패륜과 학살을 저지르던 전쟁의 신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수호신으로 변한 루미너스.] [아직은 아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루미너스는 히르트의 뒤를 이을 ‘주신’으로 격상할 것이다.]루미너스가 이 세상의 진정한 수호신이 되어 만인에게 숭배를 받는다는 결말.
전에 루미너스가 나에게 했던 마지막 예언처럼, 나 또한 루미너스가 주신이 될 수 있게끔 엿을 던져버렸다.
루미너스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이나 다름없다. 아니라고 부정하자니 내 말이 거짓으로 바뀌는 거고, 수락하자니 그건 또 싫고.
하지만 그가 주신으로 승격해야만 히르트가 활개칠 구멍마저 완벽하게 막아버릴 수 있다.
더 나아가 현재 히르트는 하계에 간섭할 수 없고, 의식조차 사라진지라 관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내 친히 직접 올려줬다. 안 그러면 나를 또 강제로 주신 자리에 앉힐 것 같았으니까.
그 말도 안 되는 걸 예언이랍시고 나를 신으로 승격할 때부터 조짐을 느꼈다.
이대로 가다가는 뒷통수 맞을 거라고. 그러니 서둘러 일을 벌이자고.
“하하하하. 어쩐지 나를 숭배하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했더니 역시 너였구나?”
“하하하하. 저도 귀찮은 건 질색이라서요. 어차피 주신이 될 거면 확실하게 합시다.”
“하하하하. 이제는 자기 소설을 예언으로 취급하는구나?”
“하하하하.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능력이죠.”
저 화목한 대화의 주체들은 당연하게도 나와 루미너스다.
루미너스는 내 어깨에 손을 턱- 얹은 채 웃음을 터뜨렸고, 나 또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이마에 혈관이 돋아난 건 착각이겠지. 저 근육근육한 몸에 힘이 들어간 것도 착각일 테고.
서로서로 사이좋게 나란히 엿을 먹이는 모습이 참 좋지 않은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후우······ 얘야.”
“네. 말씀하세요.”
“말은 그렇게 했다만 얼추 예상하고 있었단다.”
“그렇겠죠.”
나를 강제로 신격화시킨 걸 보면 루미너스도 천천히 준비하고 있던 게 확실하다.
그사이 내가 빅엿을 던져버린 거고. 이 인간 아니, 신이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을지 알아야지.
루미너스는 내 명료한 대답에 한숨을 푹 내쉬더니 착잡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쩔 수 없구나. 빠른 시일 내로 일을 진행시키는 수밖에. 덕분에 여러 의미로 혼란스러워지겠어.”
“만물의 아버지가 세상을 멸망시키는 것보다 낫겠죠.”
“글쎄. 너희 세상으로 비유하자면 로마에 기독교가 들어온 것보다 몇 배는 심할 거란다.”
그정도인가? 라고 생각하기에는 여러모로 비슷한 구석이 많다.
종교라는 건 원래 그런 거니까. 더 나아가 루미너스가 주신으로 승격하면 자연스레 세이비어의 힘도 강해지겠지.
아마 루미너스는 이를 경계하는 듯했다. 먼 과거라지만 세이비어 교국은 루미너스의 빛을 등에 업고 광기를 피웠으니.
그런 일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절대 없다. 예로부터 역사는 반복하는 법이니까.
“알아서 잘하세요.”
“너······”
“저에게 그런 엿을 던지셨잖아요. 저도 한번쯤은 그래야죠.”
“후우.”
루미너스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조용히 손을 들었다. 그런데 손 모양이 조금 이상하다.
검지손가락만 쭉 편 것이 무언가 겨냥하는 듯한 모양새. 이에 다급히 외쳤다.
“잠깐. 잠깐. 잠깐! 진짜로 쏘시려고요?!”
“그냥 고민한 거란다. 하지만 깨달은 자가 말하길, 참을 인자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하더구나.”
“장난이라도 그런 건 하지 마세요. 진짜 무서워요.”
빈말이 아니라 물리력 하나로만 따지면 루미너스를 이길 수 없다. 당장 저 근육덩어리를 보아라.
심지어 손에서 나가는 레이저는 핵폭탄급으로 강하다. 출력을 최대로 줄인 것조차 나를 소멸시키겠지.
루미너스는 이후로도 여러 번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가 해탈한 표정을 지었다. 이래나저래나 주사위는 던져진 셈이다.
“······이건 천천히 해결하는 게 좋겠구나. 당장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주신이 되는 것 자체는 불만이 없으시죠?”
“없지. 언젠가 올라서야 될 상황이었으니까. 단지 그 시기가 급작스레 앞당겨졌을 뿐이지.”
루미너스가 머리를 헤집으며 끙끙 앓는다. 확실히 난감하긴 난감한 모양이다.
“······아니지. 방법이 따로 있네.”
“네?”
“아무것도 아니란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끝이니?”
방금 뭔가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허나 루미너스는 그저 부드럽게 웃어줄 뿐이다. 저러니까 더욱 수상하다.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는 상황이어서 뭐라 할 수도 없는 노릇. 이에 살살 눈치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네. 뭐······ 궁금한 게 있긴 있어요.”
“뭐가 궁금하니?”
“만약 제가 정말로 신이 된다면, 지구의 근황도 알 수 있는 건가요?”
사실 이게 제일 궁금하다. 훗날 승천하게 되면 지구의 근황도 살펴볼 수 있는지.
내 친구들의 근황도 궁금하고, 더 나아가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가 제일 궁금하다.
나 때문에 미래의 대통령이 바뀐다는데 지금쯤 지구의 신들이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을 터.
루미너스는 내 질문을 듣고 살짝 고민하는 듯하더니 애매한 대답을 내놓았다.
“네가 지구를 직접 방문하지 않는 이상에야 근황을 아는 건 힘들 거란다. 다만 이 세상과 지구는 이미 연결돼 있기에 시간 차를 두고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시간 차를 두고 정보를 얻는다고요?”
“그래. 최대 2년 전의 정보를 알 수 있단다. 이참에 말이 나와서 그런데 궁금한 거라도 있니?”
“궁금한 거야 많죠.”
내가 이 세상으로 넘어왔을 때가 러-우 전쟁이 한창이었던 시절이다.
대통령 선거는커녕 2021년이 거의 다 끝났을 때쯤. 그래서 궁금헌 건 꽤 많다.
“새로운 대통령은 누가 됐어요?”
“너희 나라 기준으로 보수 정당이 됐단다.”
“그렇게 말씀하셔도 전 모르겠네요.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 ···”
그리 말하니 루미너스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미래의 내가 대통령마저 바꾸는 거물이 된다고 했던가.
하지만 당시에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부모님을 여의고 독방에서 미친듯이 글만 썼을 때다.
아무튼 이건 넘어가고, 나는 다른 질문을 꺼냈다.
“2022 월드컵은 어떻게 됐어요? 대한민국이랑 우승자만 알려주세요.”
“대한민국은 극적으로 16강에 진출 후 브라질과 만나 탈락했단다. 그리고 우승은 아르헨티나가 했지.”
“엇! 메시가 월드컵 우승을 한 거예요?”
“메시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만 아마 그렇지 않을까? ‘역사’에 실릴 정도면 대단한 인물이었겠지.”
“와······”
개 같은 악마 숭배자 새끼들. 조금 더 늦게 데려오지. 그걸 눈으로 직접 봤어야 했는데.
게다가 대한민국이 16강에 진출한 것도 어마어마한 성과다. 탈락조차 브라질을 만난 거라 수긍했을 테고.
여러모로 재미있을 것 같았던 월드컵이다. 그걸 못 봤다니 정말 억울하다.
“그럼 전쟁은요? 전쟁은 끝났나요?”
“아니. 아직까지 진행 중에 있단다.”
“아이고.”
나는 진심으로 탄식했다. 길어질 거라는 건 대충 예상했다만 너무 길어졌다.
그 전쟁 한 방으로 세계경제가 박살이 났는데 지금은 얼마나 더 힘들까. 심지어 코로나까지 있을 텐데.
“불행 중 다행이도 전염병은 어느 정도 물러갔단다.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 사람이 줄어들었지.”
“아. 그건 다행이네요. 그럼 제 친구들은······”
“미안하지만 들어오는 정보는 대부분 ‘역사’란다. 개개인까지 확인하려면 네가 직접 그 세상을 살펴볼 수밖에 없단다.”
“쩝······”
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친구들의 근황을 알려면 조금 오래 걸릴 듯했다.
부디 아무런 문제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 고등학생 때부터 붙어다니던 놈들이라 더욱 신경 쓰인다.
“뭐······ 궁금한 건 대충 여기까지네요. 전쟁은 누가 유리하죠?”
“글쎄. 지금 러시아 쪽에서 쿠데타가 일어나서 잘 모르겠구나.”
“엥?”
갑자기 웬 쿠데타.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자 루미너스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설명했다.
“그쪽 동네는 정말 신기하더구나. 예측을 전혀 못하겠어.”
“······전쟁의 신이 할 말은 아니지 않나요?”
“그러니까.”
“··· ···”
지구 작가 놈이 무슨 흉계를 꾸미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서로 화목(?)한 대화가 끝나면서 나는 다시 저택으로 돌아왔다.
전쟁의 신도 완결되었으니 남은 건 탱자탱자 노는 것밖에 없다. 아이들 육아에 집중해야지.
[세이비어 교국의 교황. 루미너스 님의 신탁에 따라 순례길에 오를 것.]근데 이 신이 또 무슨 짓을 저지르려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