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757
■ 756화. 2년 후 (5) □ ᓚᘏᗢ
아이작이 전쟁의 완결분에 넣었던 예언. 그 예언으로 가장 난리가 난 건 당연하게도 세이비어 교국이다.
루미너스가 제아무리 훌륭한 신이라 해도 히르트의 쌍둥이 자식 중 하나라는 건 변하지 않았다. 이때까지는 그리 생각했다.
문제는 전쟁의 신이다. 전쟁의 신에서 모라의 새로운 진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현재의 모라가 세상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존재한 게 아닌, 대전쟁 이후 새로이 태어난 여신이라는 것.
1대는 히르트의 자식이 맞지만 2대 모라는 루미너스의 자식이라는 진실에 모두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루미너스 교단 밑에 모라 교단을 끼워넣는 경우가 조금씩 보였다.
또한 이번에 아이작이 퍼뜨린 예언으로 조금씩 불온한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평범한 신이 아닌, 무려 세상을 관장하는 주신으로 승격한다는 예언.
이 예언대로라면 세이비어 교국이 더 큰 위세를 얻는 건 자명한 일이다.
“그럼 우리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평소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니야?”
“그래도 무려 주신으로 승격하시는 건데······”
“신성력이 더욱 강해질 수도 있겠지.”
본인들이 모시는 신이 주신으로 승격한다는 소리에 세이비어는 여러 의미로 시끄러웠다.
들뜬 사람도 있고, 벌써부터 어깨에 힘이 들어간 사람도 있었으며, 상상의 나래에 빠져든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빛이 있다면 언제나 그림자도 지는 법. 먼 과거에 광신에 휘말려 사건을 일으켰음에도 그런 기류를 풍기고 있다.
물론 그것이 너무 오래 된 과거라는 점과 루미너스가 주신이 된다는 점. 이 두 가지가 합쳐 과거를 까맣게 잊었다.
이러다가는 큰일난다. 상층부는 들뜬 마음도 잠시 이러한 분위기를 읽고 서둘러 대책에 나섰다.
“어찌하면 좋겠소?”
“그렇게 말씀하셔도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여전히 교황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브리크의 물음에 헤라가 대답했다.
헤라의 대답에 동의한다는 듯, 나머지 추기경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추기경이라 해봤자 데이모스와 새로 승격한 한 명밖에 없었지만.
케이트는 현재 루미너스와 대화를 나누고 있어 당장은 그들끼리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더구나 정말 루미너스 님께서 히르트와 동등한 위치에까지 오르신다면, 저희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시는 게 힘드실 수도 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오? 데이모스 추기경.”
데이모스 추기경의 대답에 브리크가 물었다.
회색 사막 원정은 최근에 모두 종료되었다. 이제 거기는 원정이 아닌 고고학의 성지로 변모했으니.
히르트가 진정한 의미의 자연으로 돌아감과 동시에 모건 왕도 성불했다.
그가 성불함과 동시에 그 안의 원령들 또한 순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따라서 그 어떤 위협조차 없었다. 게리오스 왕국은 이제 고대 유적에 지나지 않았다.
“히르트 님 또한 저희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주신이라는 위치는 필멸자가 아닌 세상 그 자체를 관조해야 되는 존재. 그러니 루미너스 님께서도 도움을 주시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일리있는 소리로군. 그리 된다면 우리 세이비어 교국은······”
“권위는 유지될 겁니다. 하지만 힘은 떨어지겠죠.”
“으음······”
성직자는 본인의 시간을 바쳐 신에게 신앙심을 품고, 신은 그 신자에게 신성력으로 힘을 빌려준다.
이것은 세상이 새로 탄생했을 때부터 쭈욱 이어져 오던 상식. 그 상식이 부서진다는 건 힘의 약화를 의미한다.
이 세상은 몬스터를 비롯하여 여전히 인류에 위협이 되는 것들이 많다. 당장 바다만 하더라도 온갖 위협이 넘쳐나지 않는가.
그러니 루미너스가 주신이 된다면 세이비어 교국의 국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다행히 권위는 유지되겠지만 말이다.
“우선 케이트 추기경이 루미너스 님에게 어떤 말씀을 듣고 올지 기다리는 게 좋겠군.”
“그러고 보니 케이트 추기경은 언제쯤 교단을 옮기는 거죠?”
헤라의 질문이었다. 본래 케이트가 마음에 들지 않던 그녀였지만, 바크 추기경 이후 쭈욱 신뢰했다.
하지만 최근 돌아다니는 소문에 따르자면 케이트가 루미너스 곁을 떠난다는 말이 있다.
케이트는 교황과 맞먹는 권위를 가진 인사. 그런 인물을 교단을 떠나면 큰 손실이다.
“그건 아직 확정된 게 아닙니다. 반쯤 마음을 굳힌 것 같지만요.”
“혹시 제논교의 교황이 되는 건······”
“아주 불가능한 소리는 아니지요.”
그리고 케이트가 옮길 교단은 다름아닌 제논 교단. 스타비르크에서부터 시작하여 점점 퍼지고 있는 교단이다.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그것도 세상을 구한 영웅을 종교로 만든 것. 루미너스도 그렇게 시작해서 문제는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의 신이 발간된 이후부터는 여러 말이 오고 가기 시작했다. 태생이 신이었던 루미너스와 그 반대로 필멸자가 태생인 아이작.
이 둘의 차이는 어마어마하여 적지 않은 반발심을 불렀다. 물론 반발심이라 해봤자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루미너스도 그렇고 아이작도 그렇고 세상을 구하고 인류 문명을 번성시켰다는 건 똑같으니까.
무엇보다 루미너스가 직접 아이작을 ‘인류’ 및 ‘문명’의 신이라 지칭하면서 의미없는 논쟁거리다.
“하아······ 꽤 난감한 상황들이 연이어 펼쳐지는군.”
좀처럼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자 브리크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
아이작이 전쟁의 신을 연재하는 동안 루미너스 교단은 롤러코스터를 탄 것마냥 요동쳤다.
망나니라는 표현조차 부족한 루미너스의 행보와 본디 하나였던 히르트.
이때는 루미너스 교단이 잠깐 흔들렸으나 천만다행히도 루미너스가 지혜의 여신과 만나 정신을 차렸다.
그때만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다. 괜히 자기 아버지를 죽인 게 아니구라라고 생각했을 정도.
뭐, 지금은 누구보다 자애롭고 현명한 신으로 성장했으니 다 옛날 이야기다.
도리어 제일 골치아픈 건 신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다.
지금도 아이작을 저주하면서 연구에 매진하고 있겠지.
똑똑똑- 끼익-
무엇 하나 제대로 나오는 것이 없을 때 누군가 노크를 하며 방에 들어섰다.
그에 브리크를 포함한 추기경들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케이트였다. 그녀는 온화한 미소를 띠며 안으로 들어섰다.
여전히 아름다운 미모를 갖고 있는 케이트.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어서 미모가 훨씬 물이 올랐다.
“루미너스 님께서는 뭐라고 말씀하셨소? 케이트 추기경.”
케이트의 등장에 브리크가 살짝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믿을 건 그녀밖에 없다.
원래라면 루미너스에게 묻지 않고 알아서 해결했겠지. 그러나 이건 루미너스와도 큰 연관이 있는지라 어쩔 수 없다.
케이트는 브리크의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천천히 걸어왔다. 뒤이어 조용히 자리에 앉더니 부드러운 미소를 유지한 채 말했다.
“우선 루미너스 님께서 주신이 된다면 발생할 일을 알려주셨습니다.”
“어떤 일이 생기는 거죠?”
“이름조차 함부로 언급할 수 없을 겁니다.”
“네?”
이름마저 함부로 언급할 수 없다는 말에 모든 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심지어 송충이 눈썹 때문에 눈이 가려져 있던 데이모스조차 작디 작은 눈이 보일 정도다.
케이트는 이러한 반응들을 예상했다는 듯, 미소를 유지하며 말을 이었다.
“본디 이름이란 그 대상의 정체성. 저희들은 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그 신께서 반응하게 되죠. 그러나 루미너스 님께서 최고신이 되는 순간 반응할 수 없으실 겁니다. 단지 지켜보실 뿐.”
“그리 된다는 건······”
“더이상 루미너스 님께서 저희에게 힘을 내려주실 수 없을 겁니다.”
그 말과 동시에 무거운 침묵이 좌중에 가라앉았다. 데이모스가 우려했던 것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루미너스 님께서 저희를 버리시는 건 절대 아닙니다. 단지 너무 멀리 떨어져 지켜보실 수밖에 없는 거죠. 루미너스 님께서는 이를 독립이라 칭하셨습니다.”
“독립······”
“네. 이름을 함부로 말할 수 없을 거라는 것도 이와 비슷합니다. 이름을 부르면 그 대상이 그리워질 테니까요. 대신 저희는 앞으로 루미너스 님을 ‘아버지’ 또는 ‘최고신’이라는 명칭으로 부르면 됩니다.”
케이트는 루미너스가 주신으로 승격했을 때 어떻게 하면 되는지 하나하나 알려줬다.
브리크를 포함한 추기경들도 귀를 기울였으나 내심 아쉬워했다. 어찌 됐든 간에 루미너스가 떠난다는 게 사실이었으니.
인류가 번성할 때부터 루미너스는 이 세상을 관조했다. 이건 어둠과 안식의 여신인 모라도 마찬가지.
모라가 1대가 아닌 2대라지만 신성과 기억은 보존하고 있었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루미너스가 직접 인류의 적을 퇴치하고 있을 때 모라는 인류를 어둠의 장막 안에서 보호해주고 있었으니.
“마지막으로······ 저희가 직접 맞이하러 가면 됩니다. 루미너스 님이 떠나시고, 그 자리를 새로이 차지할 존재를요.”
“그 자리를······”
“새로이 차지할 존재?”
의미심장한 케이트의 말에 사람들은 저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사이 케이트는 아까보다 더 진한 미소를 짓더니 루미너스가 건넨 부탁을 꺼냈다.
“루미너스 님께 부탁하셨습니다. 비어버린 자신의 자리를 대체할 존재에게 마중을 나가달라고. 그리 된다면 그 존재도 기꺼이 허락한다고 말이죠.”
“그 존재가 설마······”
“네.”
브리크의 물음에 케이트는.
“그 분께서는······ 현재 마이샬 영지에 있습니다.”
정말 기대감과 황홀함이 뒤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작이 시원하게 엿을 던져주면서 계획이 꼬여버린 루미너스가 꺼낸 획책.
“앞으로 저희는 루미너스 님이 아니라 그 분을 모시게 될 겁니다.”
아이작을 대신 꽂아넣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