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763
■ 762화. 새로운 세상 □ ᓚᘏᗢ
제논력 60년, 짧게 말해 60년대.
아이작이 사랑하는 아내들과 다 함께 승천하면서 세상은 슬픔과 비탄으로 가득 찼지만, 그건 얼마 가지 않았다.
바로 필멸자 시절, 아이작의 육체와 그의 마법필이 바다속 깊숙히 잠들어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이작 본인이 꺼냈던 거대한 떡밥이었기에 사람들은 저마다 바다로 뛰어들었다.
공교롭게도 미네르바 제국에서 한창 연구하고 있던 ‘범선’. 여기에 더해 마키나에서 개발 중이었던 ‘철갑선’까지.
인류는 저마다 각기의 방식으로 드넓은 바다를 항해했지만 장단점이 너무 명확했다.
드워프는 강철로 제작된 배를 바다 위에 띄울 수 있다. 그러나 규모가 큰 배를 만드는 건 떨어진다.
반대로 미네르바 제국은 거대한 배를 제작하는 능력이 특출나지만 반대로 철갑선보다 내구도 및 속도가 떨어졌다.
[제논력 80년. 미네르바 제국과 마키나의 합동 작품, ‘철갑함’이 발명되다.]결국 드넓은 바다를 좀 더 수월히 여행하기 위해 두 나라가 힘을 합쳤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기술이 발명되었으며, 대포 또한 회전 포탑형으로 바뀌었다.
회전 포탑 기술 자체는 예전부터 마키나가 갖고 있던 기술. 그리고 바다는 지상과 달리 바다가 반동을 흡수한다.
그렇기에 ‘크고 아름다운’ 함포를 장착할 수 있었다. 물론 두 국가가 같이 발명한 건 군함이 아니라 장거리 항해용이다.
함포는 어디까지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하나만 달았다. ‘군함’을 제조하려면 오래 걸릴 것이다.
[제논력 82년. 벨루아 공국에 세계 최초의 ‘운하’가 건설되다.] [운하는 게리오스 왕국이 먼저 시도했으나 안타깝게도 당시 악마 전쟁의 발발로······] [해상과 관련된 지혜는 게리오스 왕국을 연구하면 등장할 것. 미네르바 제국의 범선 또한 유실된 기술로······]철갑함도 발명됐겠다, 벨루아 공국은 주변 국가의 투자를 받아 운하를 건설했다.
운하의 건설로 바다길이 대폭 증가했다. 운하 하나로 세계 전체가 해상 무역이 가능할 정도.
이렇듯 아이작이 대해적시대 아니, 대항해시대를 개막시키면서 조선술 및 각종 기술이 대폭 발전했다.
와아아아아!
“저기 저 바다를 이기고 오라고!”
“그 빌어먹을 바다의 저주는 걱정마! 통조림을 든든히 챙겨줬어!”
“꼭 돌아와야 돼요! 돌아오면 모험담은 반드시 들려주고요!”
미네르바 제국의 조선술과 마키나의 조선술이 합쳐 탄생한 철갑함.
철갑함의 진수식은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바다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특정 귀족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항해. 대장선을 필두로 총 4대의 배가 바다로 나아갔다.
여태까지 각종 배들이 항해를 시도했지만, 정말 아쉽게도 이렇다 할 소득은 없었다.
그나마 알 수 있었던 건 신들의 과거 정도. 게리오스 왕국이 항해를 통해 얻었던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그 덕택에 아이작의 위상이 다시 한번 상승한 건 덤. 인류는 결코 아이작을 의심하지 않았다.
“이봐! 땅딸보! 마력 기관의 상태는 어때?”
“최고입니다!”
“좋아. 날씨는 어떻지, 항해사?”
“제논 님께서 저희를 보필하고 계시는 모양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입니다.”
대장선에 탑승한 선장, 어스트는 항해를 시작하자마자 점검에 나섰다.
그는 미네르바 제국의 후원을 받고 있는 베테랑 선장으로서, 이번 항해에 책임을 맡았다.
마키나도 기술은 몰라도 항해술만큼은 미네르바 제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 인정한 상황.
그렇기에 어스트는 막중한 책임감을 지니며 두 국가 간의 합동 항해를 시작했다.
“석탄을 최대한 아껴야 하니 돛을 올려. 일단 스타비르크의 항구를 방문하고 재차 보급한다.”
“알겠습니다.”
어스트는 선원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곳에는 성직자가 기도문을 읊고 있었다.
새하얀 계열을 바탕으로 붉은색과 금색이 적절하게 조화된 옷. 어딜 가나 눈에 띄는 옷이다.
제논교였다면 붉은색과 금색만 존재했겠지. 하지만 흰색이 섞여있는 걸 보면 루미너스를 믿던 신자인 게 확실하다.
“빛과 목소리시여. 우리를 부디 보호해주소서.”
“기도는 다 끝났습니까?”
“네. 형제님. 두 분께서 저희를 보필하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사제님 덕분에 힘이 나는 것 같군요.”
지구가 그러했듯이, 제논교도 시간이 흘러 수많은 종파로 갈렸다.
루미너스가 주신으로 승격하면서 자연스레 제논을 믿게 된 종파. 스타비르크에서 시작된 종파. 아이작이 모라와 이어지면서 믿게 된 종파.
마지막으로 아이작을 탄생시킨 ‘성부’와 ‘성모’를 숭배하는 종파 등등. 뿌리는 같아도 종류 자체는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심지어 아이작이 ‘인류’를 관장하는 신이다보니 다른 걸 숭배하는 종파도 존재했다.
그래도 여기서 가장 힘이 강한 종파는 루미너스 계열이라 할 수 있다.
주신으로 승격한 루미너스가 아이작에게 양보(강제)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바다의 저주는 제논 님께서 진작에 해결하고, 더 나아가 크라켄마저 제논 님의 선조께서 처치하셨죠.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정말 믿기지 않는군요. 그런 분이 고작 20년 전에 승천하셨다니.”
아이작이 승천한지는 20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자 세상은 빠른 속도로 바뀌었다.
얼마나 빨리 변했으면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에 무덤덤했던 알븐하임마저 따라갈 정도.
현재 알븐하임은 아이작과 아르웬의 딸, 웬디 여왕이 통치하는 중이다. 아르웬은 아이작을 따라 승천했다.
원래는 100년 정도 더 통치하다가 뒤따라갈 예정이었지만, 아이작이 없는 세상은 심심할 거라며 따라간 것이다.
물론 무책임하게 떠넘기고 간 건 아니다. 아르웬 사이에 낳았던 자식들만 해도 5명이 넘었으니까.
헬리움을 통치 중인 릴리도 비슷하다. 형제들만 해도 무려 5명이 넘었다.
아이를 낳기 힘든 종족임에도 다산을 이룩했기에 엘프와 마족 사이에서는 ‘다산’의 신으로도 숭배받고 있다.
“하늘에서도 저희를 지켜보고 계실 겁니다. 제논 님께서는 아버지와 함께 인류를 사랑하시는 분이니까요.”
“예. 그렇죠.”
미네르바 제국도 비슷한 상황이었으나 차이점은 입헌군주제였다는 것. 게다가 리나 사이에 태어난 자식이었기에 왕권을 물려준지 오래다.
전대 황제, 얘슐리 황제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떠나는 날에도 젊은이 못지 않게 아름다웠다는 것뿐.
혹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통치가 끝났기에 아이작을 따라 승천했을 수도 있다.
이제는 미네르바 제국이 아닌, 천사가 되어 순리를 담당할 거라는 가설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일까. 이번 항해를 허가받기 위해서 꽤 힘든 여정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아이작과 리나의 딸, 동시에 전대 여왕이었던 애슐리 여왕은 쉽게 허가했지만 그 후가 문제였다.
고리타분한 걸 좋아하는 귀족과 평민 출신 정치인이 치고 박고 싸우느라 시간이 꽤 오래 걸렸으니까.
더 나아가 항해를 한번 할 때마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모되니 아이작의 유언이라도 꺼려질 수밖에 없었다.
‘뭐, 이번 항해는 실패해도 괜찮으니 괜찮겠지.’
하지만 이번 항해는 다르다. 철갑함의 첫 진수식이라 어떤 방식으로 변수가 발생할지 모른다.
그 변수를 찾기 위한 여정이라고 볼 수 있다. 철갑함의 단점을 찾기 위한 모험이랄까.
단점을 찾고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항해는 성공적이다. 그 단점을 고쳐서 다시 항해를 떠나는 거고.
‘그래도 이 철덩어리가 바다 위를 뜬다니······ 말이 안 될 거라 생각했는데.’
어스트 선장은 제논교 성직자와 대화한 이후 갑판 위로 나섰다. 돛을 올리는 작업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다.
피와 강철에서 철로 제작된 배가 뜬다고 했을 때는 다들 ‘판타지’로 취급했다.
하지만 막상 철갑함이 발명되니 판타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판타지가 아닌 예언. 인류는 미래 기술의 기준을 피와 강철로 잡았다.
그것보다 좀 더 먼 미래는 ‘차가운 전쟁’이다. 승천하기 전 아이작이 내놓았던 작품들 중 하나.
우선 피와 강철에 가까운 시대를 만들고, 그다음으로는 차가운 전쟁과 비슷한 시대를 만들자.
현재 인류의 최대 목표였으며, 이것만으로도 길을 제시한 셈이었으니 다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전쟁도 없고.’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바로 전쟁이 없다는 것. 자잘한 분쟁은 있어도 국가 간의 전쟁은 거의 없었다.
정말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전쟁을 제외하면 세계 전체가 박살날 정도의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당장 아이작이 제시한 길을 따라가기 바쁜데 전쟁은 무슨 전쟁.
‘정말 좋은 시대야.’
악마 숭배자가 세상을 위협하지 않고, 인류는 발전할 길만 남았다. 그리고 자신은 선두주자로서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그 생각에 어스트 선장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진두지휘했다. 벌써부터 감회에 젖으면 안 된다.
이윽고 할 일을 다 한 뒤, 스타비르크에 잠시 들려 보급까지 하고는 진짜 항해를 시작했다.
“심심하다.”
“콜 오브 듀티나 하시죠.”
“축구 할 사람?”
“바둑 둘 사람 없어?”
“나랑 같이 TRPG할 사람! 마족이랑 엘프 환영!”
“야. 천마신법 3권 어디 갔어?”
“방금 게토 놈이 들고 갔는데?”
그리고 세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선원들은 종족을 가리지 않고 저마다 무료함을 풀었다.
만약 이것조차 없었으면 심심해 미쳐버렸겠지. 아이작이 뿌린 유흥거리는 여러 곳에서 힘을 발휘했다.
갑판 위에 옹기종기 모이거나 각자 방에 들어가는 등. 선원들은 놀고 있는 반면 어스트는 방에서 지도를 펼쳤다.
지도 옆에는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올려져 있었다. 나침반 하나로 항해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상황이다.
‘세 달이 흘렀으니 대략 이쯤이겠지. 중간중간 섬도 있었으니 이걸 이정표로 삼으면 될 거야.’
명령을 따르는 선원들과 달리 어스트는 지도 제작에 여념이 없었다.
작디 작은 섬, 그것도 무인도였으나 이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성과다. 지도를 제작하면 후발주자에게 큰 도움이 되겠지.
더 큰 성과는 철갑함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는 것. 중간중간 예측할 수 있는 고장이 있었으나 드워프 기술자에게 맡겼다.
모든 것이 순조롭다고 볼 수 있었다. 대신 바다 자체가 험난한 탓에 폭풍 및 파도가 덮쳤다.
‘단 한 명의 선원도 잃지 않았다. 철갑함은 믿을 수 있어. 세계 최고의 발명품이 확실해.’
하지만 철갑함은 든든하게 버텨냈다. 대장선뿐만 아니라 자매선들도 멀쩡하다.
그 어떤 희생자 없이 나아가고 있다. 식량도 문제가 없는 것이, 장기간 항해를 염두하고 통조림만 챙겨왔다.
‘대신 기술자는 최소 3명 이상은 데리고 와야겠어. 기술자 한 명으로는 벅차.’
어스트는 지도 제작과 동시에 일지도 기록했다. 이제 남은 건 돌아가는 일뿐.
그러나 탐험가의 기질 때문일까, 아니면 철갑함이 너무 튼튼했기 때문일까.
어스트는 한 달만 더 항해하자고 다짐하며 일지를 덮었다. 지도 제작도 거의 다 끝났다.
“후우.”
한숨을 내쉰 그는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곳에는 책장이 있었으며, 그 책장에는 다양한 책이 꽂혀 있다.
항해와 관련된 것들도 많았지만, 그중 반 이상이 아이작의 작품들이다. 인류가 ‘예언서’로 믿고 있는 책들.
어스트도 예언서로 믿고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그가 쓴 건 미래의 모습이나 다름없다.
‘하늘 너머로 진출하지만 정작 바다는 지배하지 못한다라······’
작품 중 하나, 차가운 전쟁에서 보여준 건 하늘 너머의 세상이다. ‘우주’라고 부르는 세상.
차가운 전쟁 속 인류는 스스로 하늘 너머로 나아갔지만, 정작 바다는 지배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아이작의 신체 및 펜을 찾는 건 앞으로 몇 백년 후에나 가능하겠지.
하지만 아쉽지 않다. 자신은 인간인만큼 짧은 수명을 갖고 있지만 이 기록은 위대한 유산으로 남을 테니.
쿵쿵쿵쿵!
-선장님! 선장님! 밖에 나와보십쇼! 급한 일입니다!
회상에 젖어있을 때쯤 선원이 선장실의 문을 강하게 두드렸다.
원체부터 거칠기 짝이 없는 바다 사나이다운 노크. 하지만 그 안에는 급박함이 담겨있었다.
어스트도 감상에서 서둘러 벗어나고 발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문을 여니 풍성한 수염의 선원을 볼 수 있었다.
자신과 가장 오랜 세월 동안 함께 한 부선장. 선원들은 털보 부선장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있다.
“무슨 일인가? 혹시 몬스터나 부상자라도······”
“그게 아닙니다! 땅입니다!”
“땅? 섬을 말하는 건가?”
새로운 섬을 발견했다는 소식에 화색을 띄는 어스트. 섬이라면 대환영이다.
그러나 털보 부선장은 그의 생각을 정면으로 부정하게 만들었다.
“그게 아닙니다! 섬이 아니라 땅이라고요, 땅! 존나게 큰 땅 말입니다!”
“······일단 나가지.”
뭔가 이상하다. 어스트는 본능적으로 그리 느끼며 발걸음을 옮겼다.
갑판 위로 올라서니 이미 선원들이 저마다 선미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어스트는 그들을 헤쳐지나간 후, 가장 앞자리에 도착했다.
“······맙소사.”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단순히 섬이 아니라 거대한 땅 즉, ‘대륙’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하고 큰 대륙이다.
“우리가 세상을 한 바퀴 빙 돌아간 거야?”
“그, 그건 모르지? 그런데 진짜 그런 거면 어떡해?”
“우리가 최초로 세계 일주를 한 거 아니야?”
“저기가 다른 세상이라면?”
잔뼈가 굵은 선원들마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폭풍우나 해양 몬스터는 익숙해도 ‘신대륙’은 처음이었으니.
어스트도 마찬가지였으나 그는 최대한 빠르게 판단했다. 우선 망원경으로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털보. 망원경.”
“여기.”
털보 부선장으로부터 망원경을 건네받고는 바로 확인했다. 마음 같아서는 마족 또는 엘프 선원에게 정찰을 부탁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변수는 최대한 차단시켜야 하는 법. 저기에 뭐가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항구? 아니, 항구라기에는 규모가 작은데······’
망원경으로 확인한 결과, 작디 작은 부둣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도 몇 십년 전에나 볼 법한 모습. 대부분 목책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어선도 볼 수 있었다.
저기는 도대체 뭐하는 곳일까. 사람이 사는 곳일까. 아니면······
“어떻게 합니까?”
“··· ···”
어스트가 망원경을 내려놓자 털보가 물었다. 그 물음에 선원들의 시선이 어스트에게로 향했다.
지금쯤 자매선도 통신으로 상황을 전달받았겠지. 그러므로 지금은 선택지가 남았다.
안전을 위해 소수의 인원만 땅을 밟을 것인가, 아니면 배 전체를 정박할 것인가.
어스트는 혀를 낼름거리며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결정을 내렸다.
“부선장을 제외한 고참 선원들, 그리고 성직자들은 나룻배에 탑승한다. 나머지는 여기서 대기하도록.”
“알겠습니다. 모두 들었으면 빨리 움직여!”
“예!”
그 명령에 분주해진 철갑함. 어떤 위험이 도사릴지 모르니 신속하면서도 정확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어스트는 어느새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해진 부둣가를 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슬슬 나룻배에 탈 차례다.
“털보. 만약 우리에게 이상이 생기면 그 즉시 배를 타고 떠나. 그리고 여기가 위험한 곳이라는 걸 알려라.”
“······알겠습니다. 몸 조심 하십쇼.”
철퍽!
이윽고 작디 작은 나룻배가 바다 위에 떨어지고, 선원은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전능하신 빛과 목소리시여. 저희에게 미지를 뚫을 용기와 지혜를······”
성직자들은 저마다 기도를 하며 안전을 빌었으며 한때 제논교의 상징기 또한 번쩍 들어올렸다.
제논교를 상징하는 깃발 옆에는 미네르바 제국 및 마키나의 국기가 나란히 세워졌다.
마치 자신들이 누군인지 알리려는 듯이, 두려움을 무릅쓰고 앞으로 전진했다.
촤아악-
긴장된 순간 속에서, 마침내 어스트와 선원들은 부둣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부둣가에 도착하니 사람이 살던 곳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게다가 관리도 잘 돼 있다.
‘누군가 이곳에 있다.’
어스트는 관리가 잘 된 부둣가를 보면서 그리 직감했다. 누군가 여기에 살고 있다는 것을.
관리를 한 걸 보면 자신과 같은 ‘인류’가 손을 댄 건 확실하다. 하지만 어떤 인류인지 모른다.
당장 선원들 중에 수인과 마족이 끼여있다. 그렇기에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머지않아 그들은 부둣가를 지나쳐 어떤 집을 볼 수 있었다. 목재로 이루어진 집이다.
“저거 집 아니야?”
“그런 거 같은데?”
“쉿. 조용히 해······”
끼익-
집으로 추측되는 곳까지 도달했을 때, 공교롭게도 문이 조용히 열리기 시작했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딱딱하게 굳어버린 어스트 일행. 그러나 다년간의 경험으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시햐······ 엉?”
“······어?”
“······응?”
그리고 문에서 나온 사람을 보자마자 얼떨떨해질 수밖에 없었다.
뚱뚱하다고 생각할 법한 체형이었으나 군데군데 근육질로 가득 채워진 몸.
수인처럼 몸에 털이 잔뜩 나 있었지만 매우 특이한 외양을 가지고 있었다.
팔다리는 검은색, 몸통은 흰색, 얼굴은 흰색인 반면 눈 주위는 검은색 털이었으니.
겉보기에는 정말 귀엽디 귀여운 외모다. 그러나 귀여운 외모로도 ‘미지’의 대한 경계심을 늦출 수는 없었다.
“······저거 수인 아니야?”
“그런 거 같은데? 그런데 저런 수인도 있었나? 넌 알아?”
“나도 처음 봐.”
같은 수인조차 처음 보는 수인. 어스트는 뒤에서 들리는 담화를 무시하며 앞을 쳐다봤다.
수인의 손에는 초록색에 길쭉한 무언가가 쥐어져 있었다. 저것 또한 처음 보는 거다.
그리하여 한참을 경계하고 있을 때, 귀여운 외모를 지닌 수인이 손을 입에 갖다 대었다.
와그작-
뒤이어 손에 든 식물을 아주 맛깔스럽게 씹어먹는 수인. 너무나 태평한 모습에 도리어 경계심이 더 심해졌다.
하지만 새로운 수인, 그러니까 아이작이 봤다면 ‘팬더’라 칭했을 수인은 되려 평온한 목소리로 물었다.
“샤오치 르오?”
생소하다 못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
해석하자면 ‘당신들은 누구요?’였지만.
“······뭐라고 한 거야?”
“네가 해석해봐.”
“나도 저건 몰라, 이 자식들아.”
탐험가들은 그걸 알 방도가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하죠, 선장?”
“······무기는 꺼내지 마. 경계심을 세울 필요는 없어.”
제논력 85년.
“내가 직접 나서겠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탐험가, 어스크가 ‘신대륙’을 발견하다.
(완결) ᓚᘏ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