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the Life of a Demon RAW novel - Chapter (118)
마족답게 사는 법-118화(118/385)
마족답게 사는 법 118화
118 카멜르 숲의 아이 (5)
“뭐어? 루시어스가 요리를 해 줬다고? 게다가 축제에 초대했어?”
“그렇단다. 정말 놀랍지?”
“아니, 왜 나는 안 깨웠어!”
마리엘라가 발을 동동 구르며 마왕에게 불만을 표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 순간을 함께하지 못한 것이 너무 서러웠다.
루시어스를 자신이 얼마나 곱게 키워왔는데. 육아의 육 자도 모르는 저 바보 같은 마족 둘의 마수에서 루시어스를 구해낸 것이 누군데!
“나도 루시어스가 만든 음식…….”
그녀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나도 루시어스의 밝은 미소……”
루시어스는 성장을 거듭하며 점점 웃음이 없어졌다. 갓난아이일 때에는 그래도 방글방글 웃어 주기라도 했는데, 크면 클수록 그마저도 점점 사라지더라.
하긴 아이일 때에도 소리 내서 웃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마리엘라는 루시어스가 한 번 웃음소리를 내며 웃는 모습을 보는 게 소원이었다.
“하아……. 나도, 나도오…….”
그녀가 다시 이불 속으로 푹 파묻혔다. 루시어스가 태어난 후로는 매번 잠드는 시기를 늦추기만 했다. 잠든 사이에 루시어스를 못 만나는 게 너무 아쉬웠으니까.
그래서 이번에도 미루고 미루다 마왕에게 진탕 혼나고 겨우 잠들었는데.
하필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마왕이 아쉬움을 금치 못하는 마리엘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쉬우면 찾아가 보는 건 어때?”
“……찾아가라고?”
“마침 내가 루시어스를 때려 눕혀놨거든. 곧 일어날 때가 됐으니 얼굴도 보고 음식 대접도 받을 겸…….”
“아니, 아픈 애한테 어떻게 그런 걸 해달라고 해! 오빠 미쳤어?”
마리엘라가 펄쩍 뛰며 마왕을 노려보며 쏘아붙였다.
“그리고, 내가 애 샌드백 취급하지 말랬지! 아무리 우리 루시가 그렇게 말한다고 해도 말이야! 루시가 오빠를 샌드백 취급하는 거면 몰라도 오빠가 그러면 어떡해! 어른스럽지 못하게! 어? 내 말 듣고 있어? 그러다 우리 루시 잘못되기라도 하면!”
“리브레한테 말해 놨으니까 약 가지고 한 번 가 봐. 지금이라면 루시가 지쳐서 곤히 자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 어…….”
자는 모습?
마리엘라의 귀가 솔깃하게 쫑긋였다. 루시어스가 잠들어 있는 모습은 그녀도 몇 번 보지 못했을 정도로 희귀했다.
특히 2차 성장을 하고 난 후에는.
성장통 때문에 잠들었을 때는 보는 그녀의 마음만 찢기도록 아팠을 뿐이다. 하지만 마왕과 싸우다 지쳐서 곤히 자는 거라면 말이 다르다.
“요즘 좀 무리하는 것 같길래 일부러 안 봐줬거든. 기운이란 기운은 다 빼놨으니 아마 쭉 잘 것 같아. 사흘 정도면 눈을 뜰 줄 알았는데, 들어보니 아직도 곤히 잔다더라.”
“……간다.”
“하하.”
“리브레한테 들렀다가 갈 거야. 오빠는 따라오지 마. 혼자 갈래! 루시가 웃는 모습을 봤다니 이번엔 참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그녀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다닥 씻으러 들어갔다가 나오더니 무슨 옷을 입고 갈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며 단장했다.
그리고는 따라오지 말라고 다시금 신신당부하며 리브레를 찾아갔다.
마왕은 그녀의 온기가 남은 침대를 손으로 한 번 쓸어보다가 옅게 웃었다.
‘루시어스가 많이 크긴 했지.’
1차 성장도, 2차 성장도 눈 깜짝할 사이였다. 성장통도 한 번 겪었으니, 성년이 되는 날도 그리 머지않았으리라 추측하고 있었다.
마왕은 당시에 2차 성장을 마친 루시어스를 보자마자 이미 장로급으로 강해졌다는 사실을 눈치챘었다.
어린 나이에 그만한 실력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해, 자꾸 루시어스가 아니었으면 목숨이 아홉 개라도 부족했을 임무를 주었다.
그때마다 루시어스는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했고, 마왕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루시어스는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강한 왕이 될 거라고. 그런 운명을 타고났기에 예언이 내려졌던 것이라고.
‘마리엘라…….’
마왕은 마리엘라가 항상 자신보다 늦게 죽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속삭여 주는 말이 슬프고 안쓰러웠다.
동생이 누구보다 빛나며 아름답게 살아갔으면 하는데, 제가 죽는 순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병으로 죽을 거라는 사실이 사무치도록 슬펐다.
마리엘라는 태생적으로 마기를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떤 병이라고 딱 진단 내릴 수도 없을 정도로 희귀한 현상이었다.
그녀는 몸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마기조차도 확보하지 못했다.
당시에도 장로였던 뤼디거에게 찾아가 피와 정기로 빚은 와인을 얻어와 먹여 보기도 했고, 중간계에서 인간들을 데려와 먹여 보기도 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그녀는 쇠약해져 가기만 했다.
마왕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마룡 케렌스타의 레어를 찾아갔다. 중간계와 마계의 생리를 훤히 뚫고 있는 그녀라면 뭔가를 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그의 짐작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케렌스타는 마리엘라에게 마왕의 피를 먹이라고 했다. 축복을 받은 피라면 아무리 그녀라도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케렌스타의 말대로 하자 마리엘라는 건강을 되찾았다. 피를 먹고 나면 힘에 적응하기 위해 열흘 정도 잠들어 있어야 했지만, 1장로가 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다.
‘그러니, 루시어스…….’
마왕이 쓰러지듯이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속삭이듯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밖에 없단다.”
네가 정말 마왕이 될 운명이라면, 그 운명의 날까지 어떻게든 살아남을 테니 나보다 늦게 죽을 거라는 마리의 말이 이루어지게 해줬으면 좋겠다.
1년이 아니라 10년, 100년을 더 살다가 갈 수 있도록.
제 명이 다해 자연스럽게 늙어 죽음을 기다릴 정도로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둘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면, 날 호되게 혼낼 텐데.”
마왕이 가볍게 웃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생색을 낼 마리엘라와 루시어스의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또한 어른의 욕심이었다.
“날 죽이는 건 너여야만 해.”
나는 부디 마지막에 날 죽이는 마족이 루시어스, 너이길 바란단다.
목을 내어줄 테니 내게서 마신의 축복을 가져가 왕이 되고.
마리를 살려 주렴.
“알았지, 루시어스.”
사랑하는 아들아.
* * *
마리엘라는 리브레에게 들러 약을 받자마자 더미트의 저택으로 이동했다. 그녀는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루시어스의 방으로 향했다.
평소 같으면 더미트와 하멜의 마중을 받았겠지만, 지금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녀는 오직 루시어스의 잠든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었으니까!
다만 곤히 잘 자던 애가 깰지도 모르니 기척도 들키지 않을 정도로 은밀히 들어갈 생각이었다.
루시어스보다 약한 둘에게는 힘든 일이겠지만 1장로인 자신은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방금 일어나서 몸 상태도 무척 좋았고.
“슬쩍 보기만 해야지.”
신이 난 그녀가 기척을 완전히 죽이고 방문을 슬쩍 열었다.
캐노피를 걷어내자 밖에서 들어온 빛에 작게 신음하며 돌아눕는 루시어스가 보였다.
아주 잘 자고 있구나!
마리엘라가 흐뭇하게 웃으며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그러다가 아예 루시어스의 옆에 누워서 슬쩍 머리를 쓸어 넘겨 주었다.
이렇게 있으니 옛날 생각이 난다. 루시어스가 어렸을 때 몇 번 같이 자려고 시도해 보기도 했는데!
물론 그때마다 실패했지만.
‘여전히 귀엽고 예쁘다니까.’
이렇게 가만히 잠들어 있으니 너무 사랑스럽다. 마리엘라도 요즘 루시어스가 걱정스러웠던 참이었다.
학생으로서 아카데미에서 생활하며 장로의 업무까지 소화하는 건 그녀라도 힘들 것 같았으니까.
마리엘라가 조심조심 루시어스의 뺨을 쓰다듬었다. 이 귀여운 것이 언제쯤이면 다 클까?
성년이 되고 나면 지금보다 훨씬 멋있어질 텐데.
“이제야 좀 어린애 같네.”
마리엘라가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웃었다. 이렇게 푹 잠든 모습을 보니 괜스레 마음이 놓였다. 괜히 심장이 간질간질 뭉클뭉클 떨려왔다.
이제 슬슬 일어날까? 아니면 그냥 이대로 같이 한숨 자버릴까.
그렇게 고민하는데 바깥에서부터 낯선 기척이 터벅터벅 다가오고 있었다.
마리엘라가 의아해하며 침실 문 쪽을 슬쩍 바라보았다. 더미트나 하멜의 기척은 아닌데, 이 저택에 있을 만한 마족이 그 외에 또 있나?
덜컥.
문이 열렸다. 어린 마족 하나가 쟁반 하나를 들고 침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와 눈이 딱 맞았다.
레녹스였다.
멈칫. 들어오던 레녹스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약을 가지러 잠깐 나갔다 온 사이 그녀가 방문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레녹스의 시선이 잘게 떨렸다.
“……1, 1장로님?”
“오호라.”
마리엘라가 눕혔던 몸을 일으켜 앉고는 레녹스에게 이리로 들어오라며 손짓했다.
레녹스가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왔다. 테이블에 약이 든 쟁반을 놓아둔 후, 마치 벌을 받는 것처럼 그녀의 앞에 섰다.
마리엘라가 빙긋 웃었다.
“루시어스의 친구네. 맞지?”
“네. 레녹스 자카르라고 합니다.”
“그래……. 그건 약이고?”
“……네.”
“흐음. 여기 집사는 어디 가고? 손님을 혼자 둘 놈은 아닌데.”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자는 루시어스의 방에 아무나 들이지는 않을 터다. 집사 노릇을 하는 계약 마수인 하멜도, 집주인인 더미트도.
애초에 손님이나 마찬가지인 루시어스의 친구에게 이런 잔심부름을 시킬 리도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새삼스럽게 손님 취급을 하지 않아도 괜찮을 정도로 여기에 익숙해졌다는 말인데.
“집사는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했습니다. 더미트 님께서는 지금 일하고 계신 걸로 압니다.”
“그으래?”
마리엘라가 다리를 꼬며 턱을 괴었다. 그리고는 옅게 미소지으며 레녹스를 바라보았다.
어딘가 화를 꾹 눌러 참고 있는 표정이었다.
“내가 장로인 건 어떻게 알았어?”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아버님께 1장로님의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들었는데요.”
급한 상황이 되니 거짓말이 청산유수처럼 나왔다. 마리엘라의 이야기는 소문으로나 이따금 들었을 뿐이다.
뤼디거는 마리엘라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2장로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이렇게나 다행스러운 날이 올 줄이야. 레녹스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마리엘라의 심문은 계속 이어졌다.
“그렇구나. 하긴 그럴 수 있지. 그런데 언제부터 이 저택에 있었어?”
“방학이라 잠시 놀러…… 왔습니다. 얼마 전에 축제도 있었으니까요. 조금 됐습니다.”
“그래? 저번 방학에는 안 왔고?”
“네? 아, 그게…….”
“안 왔어?”
“그, 왔…… 왔었는데요.”
거짓말을 하기보다는 진실을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대답했지만 마리엘라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져만 갔다.
그야 당연했다.
루시어스가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에, 분명 몇 번이나 더미트에게 당부했었으니까!
루시어스의 친구가 오면 바로 연락하라고!
꼭! 꼭 연락하라고!!
‘오빠도 그렇고, 더미트도 그렇고.’
왜 자꾸 자신을 빼놓고 저들끼리 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녀가 뚱하게 레녹스를 노려보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애한테 화를 풀 수는 없지.
“레녹스라고 했지? 내가 조금 일이 생겼거든. 여기서 잠깐만 기다릴래?”
“……네? 네, 알겠습니다.”
후후후.
마리엘라가 우아하게 웃어 주고는 곧바로 더미트를 찾아갔다.
루시어스의 친구가 왔는데도 기별을 안 넣다니. 용서할 수 없었다.
내가 얼마나 기대했는지 알면서!
“가만 안 둬, 더미트!!”
한 대 때려 줘야 직성이 풀리겠어!